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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야 꽃이다 - 내일을 행복하게 해주는 이야기, 개정판
김병규 지음, 황중환 그림 / 예담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책표지도 깔끔하고 부제로 '내일을 행복하게 해주는 이야기'라고 되어 있기도 하지만 동화작가로 활동을 하시는 분이기도 하고 '정호승 시인'의 추천평을 읽고나니 얼른 읽고 싶은 생각에 책을 받자마자 읽어보기 시작했는데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정말 한 편 한 편 아니 한 장 한 장 넘겨가는 사이 내 가슴이 시나브로 따듯해지면서 아궁이에 불을 지핀 아랫목에 두꺼운 이불을 덮고 앉아서 동화책을 한 권 펴 들고 읽는 기분이 들었다. 함께 삽인된 그림 또한 참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어 정말 입소문을 마구마구 내고 싶어지게 하는 따듯한 이야기에 읽고 나서도 기분이 좋았다. 오래간만에 대하는 '어른을 위한 동화'처럼 어린이만 동화를 읽을것이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이런 동화도 많이 나와서 삭막하고 각박해져 가는 우리네 가슴을 좀더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도란도란 이야기가 넘쳐나는 그런 세상으로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들어가기 전에 작가의 말에 보면 '나무는 여러 차례나 우리를 데우 준다고 합니다...... 또 있습니다. 바로 떨어진 꽃입니다. 떨어진 꽃은 추억이 아닙니다. 떨어진 꽃, 장작보다 더 센 불기운으로, '그래, 이렇게 사는 거야.' 하는 깨우침이라는 땀을 넉넉히 흘릴 절도로 우리의 마음을 데워 줍니다. 그래서 떨어진 꽃이 아름답습니다.' 라는 말이 너무 좋아 옆지기에게 들어 보라며 큰소리로 이 대목을 읽어 주었다. '그래, 이렇게 사는 거야.' 이 대목을 특히나 한참 다시 공부하고 있는 힘든 큰딸에게 읽어 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아니 지금 힘들다고 생각하는 모든 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다. 꽃은 떨어지면 생명이 다하는 줄 아는데 그게 아니라는,정말 떨어져야 꽃이라는,떨어진 꽃이 더 아름답고 꽃이 떨어져야 열매도 맺는다는 말을 가슴에 새겨본다.
억이, 함께 심었다고 하여 모두가 좋은 나무로 똑같게 크는 것은 아니다.저마다 크는 성장 속도가 다르고 재목이 다른 것이다. 여기 그런 한사람이 있다. 집안이 어려워 학교에는 근처도 못 올 뻔했지만 선생님은 그를 다른 눈으로 바라보신 것이다.그렇게 하여 6학년 나이에 3학년에도 공부를 하게 되었으니 선생님 눈에는 무척 크게 느껴졌을 아이, 그 아이가 성년이 되어 선생님과 함께 동창회를 하는 자리에 나타났다.선생님은 오래전 그때만 생각하시고 작다고,남보다 왜 그리 작냐고 물으셨지만 그는 지금은 누구보다도 더 튼튼하게 자라 재목이 되어 있다. '선생님의 배려인줄도 모르고...저는 그때 어린 마음에 시험도 별것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게 자신감이 되었지요.' 시장에서 노점상을 하는 어머니를 도와가며 배운 것이라고는 없는 그에게 학교에 들어가기 위한 테스트로 산수나 국어가 아니라 그가 늘 접했던 현실적인 문제를 내어 '100점'을 맞게 하여 당신이 가르치셨던 선생님, 눈높이를 달리 하여 하나 하나 올바르게 성장하도록 밑거름을 주신 선생님과 제자 이야기가 목울대를 건드린다.그의 이름이 억이다.
양말 다섯 켤레, 우리 어린시절에는 정말 양말 한 켤레도 아깝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지금은 너무 흔하기도 하지만 그땐 구멍이 나면 다시 기워서 신고 몇 번은 헝겊을 덧대어 신기도 하고 겹쳐 신기도 했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맏누이는 동생들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여 학교를 포기하고 집안일을 돕고 동생들만 학교를 다녔기에 누나는 늘 동생들 발을 씻겨주고 양말을 빨고 구멍난 양말을 기워주고 아침이면 모두가 하나씩 챙겨 신을 수 있게 해주었다.그러니 누나는 식구들 발만 보면 누구 발인지 금방 맞출 수 있었다.그런 어느날 동생이 셋째 형의 양말까지 그러니까 두개를 가져갔으니 겨우 하나씩 돌아가던 양말이 없던 형은 추운날에 맨발로 학교에 가고 동생은 용의검사 때문에 이쁜 형의 양말을 들고 갔다.그런데 그런 동생은 맨발의 형의 발이 생각나 공부를 마치자마자 형이 있는 중학교로 달려가 형에게 양말을 전해 주려다 운동장에서 넘어져 발을 적시고 만다.형은 추운줄도 모르고 수돗가에서 동생의 발을 닦고 자신의 교복 소매로 물기를 닦아 준다.양말이 젖었으니 그냥 가라고 하니 그제서 형의 양말이 생각난 동생은 형에게 양말을 신으라고 양말을 전해주지만 형은 동생에게 신고 가라고 형의 양말을 건네주고 형은 동생의 젖은 양말을 깨끗이 빨아서 신고 교실로 향한다. 그 후로 동생은 고운 양말을 고집한다. 형의 따듯한 마음을 간직하는 의미로.
백만원짜리 식사, 채송화라는 동화를 쓰는 친구에게 은행에게 근무하는 숫자밖에 모르는 정말 쩐쩐한 친구가 있었다.그 친구는 얼마나 돈계산이 빠르고 자신이 손해보는 것은 안하는지 채송화라는 친구 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그 친구가 짠돌이라는 것을 잘 안다.그런 친구가 채송화가 동화책을 냈다고 하니 밥을 산단다.그것도 기꺼이,그러니 비싼 밥을 한번 얻어 먹자고 벼르고 친구를 만났더니 그럼 그렇지 겨우 포장마차에서 3만원에 모든 것을 해결했다. 싼 소주에 간단한 안주,그렇게 하여 비싼 밥을 얻어 먹으려고 갔다가 채송화의 동화책을 아들에게 주려고 샀다며 사인을 해달라고 하니 사인값도 안되겠다고 투덜거리는 채송화,그런데 주문이 없던 그의 동화책이 어느 시골 동네에서 몇 권씩 소량의 주문이 들어 오는 것이다. 그러다 정말 가랑비에 옷 젖는것 아닐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가 동화작가는 어느 날 친구가 근무하는 은행 근처에 갔다가 은행에 들러 친구를 보고 가려다 그 친구를 기다리며 친구를 '관찰'하게 되는데 아니 이런, 그 친구가 자신의 동화책을 사서 고객들에게 선물로 주고 있는 것이다. 채송화 친구를 보자 얼른 감추었지만 이미 그는 보고 말았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친구의 책을 구매를 하여 첫고객이라고 해도 오랜 고객이라고 해도 선물로 그의 책을 주고 있었으니... 그러다 정말 친구 덕분인가 가랑비에 옷이 젖는 일이 발생하고 만다. 그의 책이 베스트샐러가 된 것이다. 친구를 위해 뒤에서 진심을 다해 응원한 친구, 비싼 밥보다 더한 값진 우정을,친구의 의미를 다시 새겨보게 하는 이야기였다.
밥맛, 노인정에서 노인들이 모여 서로가 자식들이 비싸거나 맛있는 것을 사주었다며 자랑을 한다.그런 자랑은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할 수가 없으니 어느 집에 금송아지가 있다고 해도 믿어야 할 이야기고 남보다 더 크게 부풀리기 위하여 없던 이야기도 지어내기도 하는 그런 속에서 조용히 있는 분이게 어느 분이 말을 건다.'이봐,샌님. 자넨 무슨 별난 음식 먹어 본 것 없어?' 그러자 그 샌님은 이야기를 해 나간다.세상에서 두번다시는 맛 볼 수 없는 밥맛에 대하여. 그가 선생님을 하던 시절, 집집마다 가정방문을 다녔는데 어느 친구가 자신의 집에만 가정방문을 하지 않았다며 어머니가 모시고 오라고 한단다.그야말로 산넘고 물건너 찾아간 다리밑에는 움막이 있고 그 움막으로 들어가니 병이 난 어머니가 누워 계시고 어머니는 얻어온 밥 중에서 그래도 제일 성한 것이라며 이것저것 묻은 '상한 밥'을 한그릇 내 놓는다. 첫 술에 시큼하면서도 역겨운 냄새가 낫지만 그는 그 밥을 맛있게 꾹꾹 어머니의 정성을 생각하며 다 먹어 치웠더니 온 몸에서는 땀이 다나고 어머니는 무척 좋아하신다.그리고 그렇게 하여 그 제자를 정성으로 가르치게 된다. 모두들 비싸거나 별난 음식인 세상에서 구경하기도 힘들거나 이름을 외기도 힘든 음식을 얘기했지만 그는 누구도 먹을 수 없던 '상한 밥'인 정말 '밥 맛' 났던 한그릇의 밥에 대한 그리고 제자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 친구가 지금도 선생님을 아니 노인정분들을 찾아와 늘 싸고 맛있는 음식을 사주는 친구라는 것. 나 어릴 때에도 가정방문이라는 것이 있었다.그 날은 정말 동네잔치를 하듯 이집저집에서 난리가 났다. 선생님이 오시면 무엇을 대접할지. 하지만 시골이고 이집저집 다니며 배부르게 드신 선생님 정작 우리집에 오셔서 시원한 물만 한대접 드시고 가셨다는. 진정한 스승의 길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그런 훈훈한 이야기였다.
복이아재, 예전에는 집집마다 아궁이에 불을 지펴서 방을 데우는 그런 온돌이 대부분이었다.그런 시절에는 구들에 불이 잘 들어야 최고였다. 불이 잘드는 집에는 사람들도 많이 들끓었다.아랫목에 앉아 모두가 삶은 고구마를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하던 그런 시절이 있다.그런 시절에 동네에 구들을 잘 뚫는 '복이아재'가 있었다. 그는 남의 집을 다니며 구들을 손보느라 자신의 집 구들을 손볼 시간도 없었다.그렇게 겨울이 오고 그의 집에서는 연기가 나지 않는 것이다.왜 그런가 하고 동네사람들이 그의 집에 가보니 겨울준비를 해 놓지 않아 아궁이에 땔 나무가 없었던 것,그래서 어린 아들과 모두가 오돌오돌 떨고 있는 것이다.그것을 본 동네분들은 저마다 장작을 가져다 놓고 쌀도 가져다 놓고 그렇게 하여 복이아재는 겨울을 따듯하게 날 수 있었지만 세월은 흘러 아궁이가 보일러로 바뀌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서 하던 밥은 전기가 대신 해주니 복이아재는 동네에서 할 일이 없어져 도시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그런 복이아재를 동네사람들은 잊지 않고 기억해 주었다. 복이아재가 이사를 가고 나서 뭐든 하면 '복이 아재 반도 안된다' 라는 말을 하게 되었다.그만큼 복이아재는 구들에서는 장인이었던 것이다. 어느 날 할머니는 손녀가 속담을 묻자 '복이 아재 반도 안된다'라는 말을 해준다. 할머니는 그렇게 복이아재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참 따듯한 이야기다. 정이 남아 있고 가슴이 마구마구 따듯해지는,정말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모두가 아랫목에 모여 앉아 복이아재 이야기라도 해야할 것만 같은 그런 훈훈함이 목울대를 '컥'하게 한다.
나의 친정아버지도 구들을 참 잘 놓으셨다.이 이야기를 읽다보니 아버지 생각에 눈물이 났다. 아버지는 복이아재처럼 동네 구들을 손봐주러 잘다니시곤 했는데 한 집 한 집 연탄보일러가 들어오고 다른 보일러로 바뀌며 아버지는 어느날 그런 말씀을 하셨다.'이 구들청소도 이 아비가 마지막일거다.니들은 이런것 기억하려나 모르겠다.' 그 말씀이 불현듯 생각났다.그날은 아버지가 기다란 철막대 끝에 지프라기뭉치를 달아 우리집 구들청소를 마지막으로 하던 날이었다. 그 구들은 아버지가 손수 하나 하나 박석을 놓아 깔은 구들이었다. 그 구들을 놓을 때 난 그 구들에 들어가 놀기도 하고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아버지는 또한 싸리나무로 채반을 만들거나 짚을 엮어 새끼를 꼬고 그것으로 멍석을 만들면서도 늘 그 말씀을 하셨다.'이것이 마지막일거다.아버지 없으면 누가 이런것 만들겠냐.쓰지도 않을텐데..' 그렇게 만들어 놓았던 물건들은 헛간에 있거나 지금도 시골집 어디엔가 분명 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그 물건을 찾는 일은 없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버지도 지금은 내 곁에 없다. 먼 기억속의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 이야기 정말 읽으며 가슴이 먹먹하고 눈시울이 촉촉하게 젖어들게 하는 이야기였다.
모든 이야기들이 정말 한 편의 가슴 따듯한 동화를 읽는 것처럼 읽는 그 순간에 불에 확 데인것처럼 가슴이 따듯해지고 목울대가 컥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점점 삭막해지고 '정'이 사라져 가고 있는 것만 같은 그런 스피드한 세상에서 아날로그적인 이야기들이 하나 둘 별이 되어 가슴에 콕 콕 박혀 밝게 빛나는 느낌이 들었다. '일찍 뜨는 별도 있고,늦게 뜨는 별도 있지.공부도 마찬가지란다. 일찍 깨치는 사람도 있고,좀 늦는 사람도 있는 법이야. 종지야, 걱정할 것 없어.' 누구보다 '사랑'이 가득하고 사랑을 알았던 종지에게 할머니가 하는 따듯한 이야기. 꼭 '옛날옛날에..'로 시작을 해야할 것만 같은 훈훈한 이야기들이 옛날옛날에가 아니라 지금도 이렇게 훈훈한 이야기들이 세상을 데워주고 있음을 읽고나면 정말 '내일이 행복할 것'만 같은 이야기들을 단비처럼 지금 만났다는 것이 행운이다. 꽃이 떨어져야 결실을 맺을 수 있듯이 누군가의 희생이 아름답고 따듯한 사랑과 행복을 가져온 이야기들,내 영혼을 정말 따듯하게 해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