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 곽세라 힐링노블
곽세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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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에서 만나 3개월 동안 함께 여행하고 방을 나누어 썼던 핀란드인 친구가,헤어지던 날 자신의 머리카락 끝을 조금 잘라 속이 비어 있는 목걸이에 넣어 제 목에 걸어준 적이 있습니다. '너랑 보낸 세 달 동안의 추억이 이 속에 들어 있어. 그 시간들은 이제 어딜 가든 함께할 거야.' 그녀의 말이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의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집시이기를 원하는 그녀,13년째 여행을 하며 얻은 모든 것들이 녹아 있듯 소설 속에는 그녀가 경험한 것들이 다양하게 녹아 있는 것 같다. 그 모든 것을 아우르듯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은 모든 것을 초월하여 이야기가 이어지기에 처음엔 조금 힘들게 시작을 했지만 읽다보니 그녀만의 매력에 슬슬 녹아나기 시작이다.

 

치유,현대인들은 누구가 마음의 병,영혼의 병을 한가지씩은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그것을 잘 끄집야 내어 치료를 하면 행복한 삶을 살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 속한 사람들은 자신의 병에 갇혀 지독하게 앓는 경우도 종종 있다. 치유,힐링은 거대한 것이 아니라 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 준다던지 그의 이야기 속의 상대가 되어 주는 것만으로도 치유를 할 수 있는가 하면 어쩌면 머리카락을 잘라내어 또 다른 나로 거듭나듯 그렇게 변신을 꾀하며 과거 속의 자신으로 돌아가던가 아님 과거를 벗어난 미래로의 나로 나아가는 길을 선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머리카락을 자르면 난 무척이나 기분이 좋다.시원하고 깔끔하고 무언가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한 듯한 영혼의 가벼움을 느낄 수 있어 난 스스로 내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을 선택,몇 년 째 혼자서 자르고 있다. 칼 끝에 잘려 나가는 머리카락들의 아우성처럼 들리는 '사각사각'소리가 얼마나 좋은지 조금 길다 싶으면 얼른 머리카락을 잘르고 싶어 안달을 한다.

 

'우리는 스스로 영혼을 하루에 0.35밀리미터씩 밖으로 밀어내면서 살아가는 존재들이야. 영혼에 새겨진 모든 걸 끌어안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슬픔이든,악몽이든,기쁨이나 추억 같은 것들도 너무 무거워지면 인간을 짓눌러버리거든. 어쩔 수 없이 하루에 그만큼씩은 자신을 머리카락에 적셔서 밀어내야 해.' 하루에 머리카락이 0.35밀리미터씩 자라나보다. 류는 유명하지도 않고 번화가도 아닌 곳에서 미용실을 하는 엄마가 컷트하는 것을 지켜 보면서 진정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진실되게 자신의 모든 것을 다하듯 하여 컷트를 하는 엄마를 지켜 보며 자신도 모르게 컷트를 할 수 있음을 나중에서야 알게 된다. 미용실에서 하릴없이 동네 길고양들처럼 방치되어 있다가 미용실 옆에 있는 극단 달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존재감없이 지내게 되다가 어느 날 자신도 모르는 존재감을 드러내는 류,그렇게 하여 그는 뮤토가 되었다. '훌륭해. 넌 지금 가장 어려운 플레이를 해낸 거야. 제일 높은 허들을 맨 처음 뛰어넘은 거지. 내 눈이 정확했어. 넌 타고난 뮤토야.' 미나 선생님의 말처럼 류는 '타고난 뮤토'일까.

 

그가 자주 찾는 '카레'가게의 카레나 네코마마나 남편을 기다리는 리에처럼 사람들은 누구나 한가지씩 마음의 병을 안고 살아간다.그것이 사랑에서 오는 두려움이나 집착 두려움에 관한 것이라고 하는 것들이라고 해도 뮤토인 그들은 미나 선생님이 정해 준 룰에 의해 치유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힐링을 해준다. 각가의 살아가는 모양이 다 다른 사람들은 영혼에 병 또한 다 다르다. 하지만 뮤토들은 자신들이 해야할 그 범주를 벗어날 수 없다. 그렇게 하여 정해진 시간동안 정해진 룰에 의해 뮤토로 길들여지지만 어느 날 문든 거울 속의 자신이 낯설다. 이런 생활의 자신이 낯설다. 카레는 왜 맛없는 카레를 만들어야 하고 리에는 왜 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려야 하는가. 자신은 언제까지 타인의 뮤토로 살아갈 수 있을까, 갑자기 자신 앞에 있는 거울을 치우듯 지금까지 자신을 보여주던 모든 것을 다 벗어 버리고 7년전 자신으로 돌아가 이젠 자신을 치유하려 하는 류, '우리 모두가 누군가와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게 되는 순간에,삶은 이어진다.' 카레의 맛 없는 카레도 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는 리에의 긴 기다림도 모두 하릴없는 일들인줄 알았지만 어느 순간 그들의 삶은 연결되어 있다. 기다림에 지쳐가는 리에를 바라보던 카레는 리에의 남편이 되어 그들은 떠나갔고 류도 오랜 시간 타인의 삶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 가는 레일 위에서 이젠 자신의 삶을 이어가고 싶다.

 

타인의 병을 치유하듯 헤어 플레이를 해 주던 그는 네코마마에게서 이젠 자신의 삶을 치유받듯 머리카락을 자르게 내버려 둔다. 망망대해를 거울 삶아 그렇게 자신의 긴 시간동안 방치하듯 내버려 두었던 머리카락을,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에 그는 머리카락을 잘라 0.35밀리미터씩 밖으로 삐져 나왔던 영혼들과 작별을 고하면서 새로운 영혼과 만날 희망으로 채운다. '연극 속의 연극, 또 그 연극 속의 연극. 공연은 웅덩이처럼 자꾸만 더 깊은 곳의 무대로 나를 이끌었다. 거울 속의 거울.' 삶은 어쩌면 '연극 속의 연극이거나 거울 속의 거울' 처럼 마법처럼 나 혼자가 아닌 타인과 나 그리고 또 나와 타인으로 연결되어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져 나간다. 혼자서는 결코 빛날 수도 없고 혼자서는 살아갈 수도 없다. '달은,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니야. 상대역이 없으면 우린 어떤 것도 될 수가 없어. 누군가가 되쏘아주어야 우리는 비로수 '그것'이 되지.'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비로소 '꽃'이 되는 것처럼 상대가 있어야 나도 스스로 빛날 수 있는 것이 삶이다. 모든 이야기들이 마법처럼 얼키고 설키어 '거울 속의 거울'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치유자가 되기도 하지만 나 또한 누군가에게 치유를 받아야 하는 삶,삶은 그렇게 연결되어 있다는 뜻으로 읽었다. 괜히 소설을 읽고나니 머리카락을 시원하게 자르고 싶은 생각, 나 뿐일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날이 덥다.이젠 거울 속에서 나와야 할 듯 하다.첫번째 소설이라는 작가,그녀의 긴 여행으로 들려줄 이야기가 많을 듯 하다. 이 작품으로 또 한명의 작가를 기억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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