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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고코로
누마타 마호카루 지음, 민경욱 옮김 / 서울문화사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슬픔이나 나쁜 일은 한꺼번에 밀물처럼 몰려온다. 여기 그런 집안의 좋지 않은 일들이 흥미를 자아내며 빨려 들게 만든다. 여자 친구인 지에가 갑자기 행방불명이 되고 아버지는 췌장암 판명이 났으며 어머니는 갑자기 사고로 돌아가셨다.어떻게 이렇게 한꺼번에 정말 밀물도 대단한 밀물이 밀려 들어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샤기 헤드'라는 카페를 하는 료스케는 아버지가 잘 계신가 하고는 집에 들렀다. 얼마전까지 3대가 함께 살던 집인데 이젠 쓸쓸하기만 하다.어머니의 부재로 먼지만 쌓여 있는 듯 하다. 갑자기 들러서인지 아버지가 계시지 않아 아버지를 찾던 중에 아버지 서재옷장이 약간 열려 있는 것을 발견,우연히 보게 된 상자에서 이상한 물건을 보게 되었다. 어머니것으로 보이는 백과 그속에 있는 '머리카락'. 젊을 때의 어머니 머리카락인가? 이상한 생각이 갑자기 든 것은 머리카락을 본 순간,자신이 네살쯤에 폐렴에 걸려 병원에 오랜기간 동안 입원했다 돌아와보니 어머니가 바뀐 듯 했다.하지만 식구들은 극구부인,어머니가 맞다는 것이다.자신이 아파서 그랬을까.
다시 상자에 백과 머리카락을 넣으려다 상자 밑에 누런 봉투를 보게 되었는데 노트 4권이 들어 있다. 무얼까 하고 펼쳐 보았는데 누군가 쓴 수기같기도 하면서 소설 같기도 한 정말 엄청난 '비밀'이 쓰여 있었다. '살인의 일기'라고 할까. 어려서 자신이 가담하게 되었던 그리고 '죽는 순간'을 목격하면서 느낀 희열에 대한 정말 엄청한 이야기. 누굴까? 아버지,혹은 어머니 누가 쓴 것일까? 일기일까 소설일까? 노트를 보기 전과 후의 그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것이 진짜 이야기인지 아니면 소설인지 꼭 밝혀내야한다.자신이 느꼈던 '가짜 어머니'에 대한 것 또한 알고 싶다. 자신 혼자서는 아버지를 따돌릴 수 없고 동생 요헤이의 도움이 필요할 듯 하여 이공계생인 동생의 힘과 머리를 빌려 보기로 한다. 동생에게 자신이 읽은 이야기를 해주자 시큰둥하다. 믿지 못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어머니와 아버지를 믿는다는 것인지.
이야기는 '비밀 일기'와 같은 기록과 료스케 가족의 현재의 이야기가 병행하여 시작된다. 어머니는 왜 갑자기 돌아가신 것이며 그리고 비밀 기록을 읽고 난 후 할아버지의 죽음에 또한 의문이 들었다.누군가 죽인것은 아닐까. 그리고 혼자되신 외할머니의 치매로 가끔 헛소리를 하듯 어머니를 보고 다른 이름을 부르던 것 하며 어머니는 극구부인하듯 자신의 이름을 몇 번을 외쳐 이야기 하던 것이며 왜 일까? 뭔가 큰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이 네살 때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었을 때 갑자기 자신들이 살던 아파트에 불이 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고 분명 어머니가 바뀌었지만 다른 이들은 모두 '어머니'라고 우겼다.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그리고 동생이 태어나고.하지만 기록으로 본다면 분명 '아버지나 어머니'의 이야기다. 살인과 둘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자신은 살인자의 아들이란 말인가.
숨겨진 가족의 비밀,진실은 무엇일까? 이 기록들을 정말 모두 다 믿어야 할까.지금까지 아무 이상없이 살아왔고 또 그렇게 믿었던 분들이 무언가 정말 대단한 비밀을 자신들에게 숨기고 살아왔다는 것인가.그렇다면 자신의 애인이었던 '지에'는 왜 갑자기 사라진 것일까. 도무지 카페일에 전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읽던 비밀 기록을 중간에서 멈출 수도 없다.진실을 알려면 비밀 기록을 다 읽어야 한다. 읽을수록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 확고해진다. 그렇다면 자신의 부모님들은 왜 지금까지 '비밀'에 부친 것인지.그렇게 비밀 기록과 함께 현재의 상황은 같은 속도로 평행선의 레일을 달려 간다. 끝이 어디일지 알 수 없는 속도로 함께 달려가는 속에서 아버지는 점점 초췌해지고 외할머니 또한 점점 기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카페의 직원인 호소야씨는 지에를 찾으러 다녔다고 한다,왜 그녀를 찾으러 다녔을까.
비밀 기록 속에도 그렇고 현재의 이야기도 그렇지만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살인자와 간접살인자 그리고 살인자의 피를 물려 받은 사람들의 심리는 묘하게 엉켜서 점점 큰 눈덩이처럼 불어나지만 왠지 모르게 '인간애'를 느끼게 하는 따듯함이 숨어 있다. 자신도 억제하지 못하는 '살인의 충동' 아니 죽어가는 그 순간을 묘하게 즐기는,그렇다면 '병이 아닌가. '어린 시절의 의사는 분명 '요리도코로(안식처)'라고 했으리라고 지금은 생각합니다.'감각적인 안식처' 또는 '인식의 안식처' 혹은 '마음의 안식처' 라는 게 이 아이에게는 없다고.' 자신의 비틀린 삶을 기록해 놓고 '죽음'을 선택한 한사람,누굴까. 마음의 안식처를 가지지 못하고 '살인' 에 대한 충동도 억제하지 못하고 그 속에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 누굴까.그렇다면 자신들의 가족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현재의 가족이라고 하는 이 울타리를 이어갈 수 있을까.자신과 동생 요헤이의 관계는.
한사람의 고백성서와 같은 비밀 기록에 의해 가족의 비밀이 폭로되고 가족이 와해 직전에 처했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무너뜨리기 보다는 그들은 '가족'이라는 이유로 이 모든 위기상황을 탈피해 나간다. 모두가 비상구를 찾아 저마다 가족을 지켜려 한다. 두렵고 슬프고 정말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지만 슬픔이 정말 어느새 모두의 행복으로 변해간다. 비밀 기록이라는 파도로 인해 료스케의 가족이 출렁출렁 위기를 맞을 줄 알았지만 그들은 한 배를 타고 풍랑을 이겨내며 살인과 과거로부터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또 그렇게 현재를 이겨나간다. 이제 더이상 과거의 슬픔에서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벗어나야 한다. 늦은 나이에 글을 쓰게 되었고 그녀의 화려한 경력이 또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누마타',늦깎이 작가로 이런 작품을 내 놓았으니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작가다. 그녀의 나이와 경력 때문이었을까 중년 여인의 심리묘사 또한 잘 표현해냈다. 다음 작품이 나온다면 우선 순위로 읽어보게 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