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펭귄클래식 19
이반 투르게네프 지음, 최진희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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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첫사랑이란 단어의 그 느낌만으로도 괜히 설레이고 무언가 이야기가 많이 쏟아져 나올것만 같은,누구나 첫사랑에 대한 추억이나 가슴 아픈 사연들 한가지는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정말 오래전에 내가 소녀적에 읽은 책이고 한참 감성이 달달하던 사춘기 때 또 한번 읽으면서도 역시나 맘이 아팠던 소설이었는데 살다보니 잊고 있었다. 사랑타령을 할 나이도 아니고 살다보니 사랑보다 어쩌면 더 필요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었기에 '첫사랑'을 잊고 살았나보다.아니면 첫사랑에 데인 상처가 아물어 이젠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든 먼 기억속의 안개와도 같은 그 속을 다시 살펴볼 여력을 갖지 못했던 것일까. 첫사랑의 그 감정은 많이 퇴색해 버렸고 첫사랑의 달달함 보다는 세속적이고 찌든 때와 같은 밋밋한 나이기에 한번 더 찾아 읽고 싶었던 책이다.

 

겉표지의 숙녀의 뒷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펭클은 만나면 겉표지의 매력에 빠진다.이 책 또한 그랬다. 그녀가 소설속의 그녀처럼 감정이입되어 책을 읽다가 표지의 그녀를 몇 번은 다시 보게 되었다. '나의 첫사랑은 전혀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사랑은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너무 평범하다고,소설속이나 영화와 같은 사랑이 찾아오길 고대한다. '평범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전혀 평범하지 않다'라는 것은 보다 더 강조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블라디미르의 첫사랑은 어떠했다는 것일까.작가의 자전적인 소설,그의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지난 시절을 되돌아 볼 때 비슷한 점이 많이 녹아난 소설 '첫사랑'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에 독자를 더 설레이게 만든다.

 

사랑은 하는 순간에는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다.오로지 사랑하는 사람과 나 자신이 속한 그 공간과 시간만 보인다. 모든 것은 둘에게로 통하듯 그렇게 성냥에 불이 붙는 순간 세상이 밝게 빛나고 또 다른 세상을 만나듯 첫사랑 또한 그런 것 아닐까.그리고 그 불에 데인 듯한 상처는 영원히 지울수도 없고 지워지지도 않는 상흔이 되어 발목을 잡고 오래도록 파도처럼 밀려왔다 사라지고 다시 밀려왔다 사라지는 그 감정.볼테마르는 그녀를 보는 순간에 불에 데이는 것처럼 가슴에 그녀를 각인시키고 말았다.첫눈에 사랑하게 된 것이다. 이제 열 여섯,어지보면 소년의 티를 벗지 못했기도 하고 이제 막 청년으로 성장하는 소년이라고 할 수 있는 볼테마르에게 그들의 집 한 켠에 세를 들어온 자세키나 공작부인의 딸인 지나이다는 그런 존재였다. 공부를 해야하지만 그녀가 이사 온 뒤로 그녀 곁에 붙어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떤 자유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볼테미르, 이제부터 그의 세계는 그녀로 정해졌다.

 

자신의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열 살 연상이다. 어머니는 자세키나 공작부인과 그녀의 딸을 탐탁지 않게 여겼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곳에 드나드는 많은 남자들 사이에 끼여 그녀의 치마폭에서 놀아난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자신의 남동생과 같은 소년취급을 하고 여왕의 시동쯤으로 여긴다. 그래도 그는 좋았다. 그의 세계는 그녀이기 때문이다. 밤이고 낮이고 그녀를 향해 열려 있는 그의 모든 감각,그런데 그녀가 어느 순간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향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녀의 상대가 된 남자가 누굴까? 그녀의 집에 드나드는 남자들 중 한명일까. 그는 그녀가 운운한 밤에 분수대의 남자를 떠올리며 상대가 누군지 지켜보다가 우연하게 자신의 아버지를 보게 된다. '아버지', 어머니에게는 부족한 듯 하지만 자신에게는 존경의 대상이며 신화와 같은 인물이다. 그리고 그녀는 그녀집에 드나드는 남자들과 그에게는 여왕과 같은 존재이다. 자신의 어머니는 그녀를 싫어하지만 말이다. 아버지가 설마 무슨 일일까,늦은 시간에 정원에서.

 

그렇게 그의 세상은 조금씩 무너져가기 시작한다. 자신이 존경하는 아버지와 여왕처럼 여기고 있는 지나이다,둘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 감정은 내 몸 곳곳에 달콤한 고통으로 남았고, 결국 환희에 차서 뛰고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해소되었다. 분명 나는 아직 어린애였다.' 신화와 같은 인물인 아버지 앞에서건 여왕과 같은 지나이다 앞에서건 그는 아직 '어린애'였던 것이다. 아버지의 뒤를 쫒고 우연히 아버지와 함께 말을 타고 나갔다가 지나이다와 아버지가 함께 있는 것을 보게 되고 아버지와 그녀의 사랑을 목격하고는 자신은 정말 어린애밖에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는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을 한다. 아픈만큼 성숙해 지는 것이다. 아픈 사랑의 상처를 이겨내고 공부를 하여 점점 그들의 사랑에서 멀어져 가고 지나이다 또한 그녀의 의 길을 걷고 있음을 알게 되고는 한번은 만나야지 했지만 그녀를 만나려고 하던 순간, 아이를 낳다가 갑자기 죽었다는 그녀, 그에겐 첫사랑의 모두 고통이고 아픔이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겉으로는 원만한 사이처럼 보여도 그 속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여자라기 보다는 대장부와 같았고 더구나 열 살이나 연상이었던 어머니 앞에서 근엄하고 겉모습을 보면 누구나 반할 정도로 각이 딱 잡힌,그리고 누구도 길들이지 못하는 야생마를 능숙하게 다루는 아버지. 그 아버지는 어머니 보다는 어쩌면 지나이다에게 더 불타는 사랑을 가졌나보다. 그런 아버지의 사랑을 목격하고 자신의 전부이며 사랑이라고 느꼈던 소년은 자신은 '어린애'에 불과함을 느낀다. 어떻게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여인을 놓고 줄다리기를 할까. 그러니 지나이다가 그를 '여왕의 시동으로 임명'하지 않았을까. 그가 그녀를 향해 있음을 알았다면 빨리 그 불길을 잡아 주었어야 하는데 그녀 또한 가정이 있는 남자를 사랑하고 있어 자신을 다스리는 것 또한 문제였는데 볼테미르가 그렇게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을수도 있다. 그러나 그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알고는 현실적인 선택을 했지만 그 끝이 결코 행복하지 않아 볼테미르에겐 더욱 아픔과 고통으로 얼룩진 첫사랑이 되었다.그러나 사람이란 언젠가는 한번 가야만 하는 길,거리의 노파의 죽음을 보면서 초연하게 모든 것을 떨쳐내듯 이제는 성숙해졌다. 첫사랑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세월의 빛바램을 볼 수 있다.미성숙한 첫사랑의 상흔을 아름답고도 향기로우면서도 애틋하고 씁쓸하게 그녀낸 작품을 읽으면서 첫사랑, 그 오랜 기억을 잠깐 떠올려 본다. 무언가 부족하고 덜 여물었기에 더욱 애틋하고 설레이고 자꾸만 뒤돌아보게 되는 첫사랑, 그 사랑을 안고 모두들 안녕하고 있는 것일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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