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 두 아이의 어머니이자 여성운동가인 36세 여성 베티 프리댄 Betty Friedan은 동창생들에게 설문지를 돌렸다. 스미스대를 졸업한 지 15년이 지난 후였다. 엘리트 여대의 졸업생 대부분은 가정과 아이들을 돌보는 데 전념하고 있었는데, 임신 후 기자로 일하던 직장에서 해고된 프리댄은 동창생들이 스스로의 삶을 어떻게 보는지 알고 싶었고, 이를 바탕으로 기사를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97)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설문지에 마음을 쏟아낸 여성 대부분이 심각하게 불행했다. 불안감, 성적 불만, 절망감, 그리고 우울증이 그녀들이 느끼는 실제 감정이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편, 사랑스러운 아이들, 안락한 교외의 전원 주택. 대중 매체에서 보여진 행복한 웃음의 그녀들은 거기에 없었다. 프리댄은 설문지를 통해 알아낸 사실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이 현상을 논할 언어조차 존재하지 않아, 그녀는 이를 이름 없는 문제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어떤 잡지도 그녀의 기사를 실으려 하지 않아, 그녀는 이를 모아 책으로 냈다.


 

그래서, 1963여성의 신비 The Feminine Mystique가 미국에서 출간됐다. 완벽한 교외 주택 단지의 집에 갇혀 눈물로 베개를 적시는 중상류층 여성들의 이야기.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 평민사에서, 그리고 2005년 이매진에서 같은 이름으로 출판됐다. 두 책 다 현재 절판이다.


 














집 근처 6개의 도서관에는 없는 이 책을, 집에서 조금 떨어진 도서관에서 찾았다. 청구기호가 직원에게 문의라더니, 도서관 직원이 직접 서고에 들어가 찾아 주었다. 구하기 어려운 귀한 책을 앞에 두고 시작한다.

 

이름 없는 문제. 수요일의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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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4-05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안감, 우울증에 시달리면 약물 치료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성의 우울증 증세를 이해하지 못하면 약물 치료만으로 증세가 호전된다고 착각하게 됩니다. 프리댄의 주장대로 우울증을 유발하는 원인, ‘이름 없는 문제‘들을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그 문제들에 차별과 편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단발머리 2017-04-10 16:21   좋아요 0 | URL
이름 없는 문제란,
바로 여성의 신비, 여성적 성취에 대한 신화를 말하는 건데요.
사회 속에서 강요된 여성 이미지에 갇힌 여성들이 우울증 증세를 보이게 되고, 결국 약물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구요.

다락방 2017-04-05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 책 읽으면서 [여성의 신비]검색했더니 절판이더라고요. 중고알림등록만 해놓았는데, 단발머리님 읽으시겠군요. 오오~

단발머리 2017-04-10 16:21   좋아요 0 | URL
달리고 있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신기한 대목이 많아, 자주 설레고....
또 조금 떨리기도 하구요.^^

해피북 2017-04-05 2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절판된 책을 찾기 위해 검색하고 마침내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 왠지 느껴지는 글이에요. 더욱이 귀하디 귀한 책인지라 한 장씩 넘겨 읽는 것조차 아까울 거 같습니다. 아무도 실으려 하지 않았던 ‘이름 없는 문제‘가 단발머리님 글에서 깨어나는 순간을 기다릴께욧. 화..화이팅입니다욧! ㅎㅎ

단발머리 2017-04-10 16:2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저는 신간을 좋아하거든요.
깨끗하고 반듯하고 빳빳한 신간~~~~~
이렇게 오래된 책, 절판된 책을 읽었던 경험이 별로 없어서 새롭고 즐거운 마음입니다.
작가의 큰 뜻을 어찌 제가 다 헤아리겠습니까마는, 아무튼 깨워볼께요.
우리 모두의 문제, 이름 없는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