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두에게 하는 행위이다. 혹은 지금은 아무에게도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훗날 독자가 될 수도 있는 누군가에게 하는 행위이다. 너무 민감하고 개인적이고 흐릿해서 평소에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말하는 것조차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를. 가끔은 큰 소리로 말해 보려 노력해 보기도 하지만, 입안에서만 우물거리던 그것을, 다른 이의 귀에 닿지 못했던 그 말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적어서 보여 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글쓰기는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침묵으로 말을 걸고, 그 이야기는 고독한 독서를 통해 목소리를 되찾고 울려 퍼진다. (100)

 

 

 

소리를 내어 말하기 전, 아직은 침묵할 때라고, 고독한 독서에 빠질 때라고, 아직은 그럴 때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고독한 독서를 할 때다.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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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03-08 0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쓰기는 일종의 강박 충동이라고 하죠. 쓰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충동 말이죠. 왜 그럴까요. 저도 글을 쓰지 않으면 왠지 허전해지고 불안해집니다.
책도 많이 읽어야 하는데, 좀처럼 그렇게 되지 않네요. ;^^

단발머리 2016-03-08 09:35   좋아요 0 | URL
작가들의 글쓰기에 대한 강박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창작의 시간과 과정들이 작가들 자신에게는 무척이나 고통스럽겠지만, 그런 시간들을 통해서 그 글을 읽는 평범한 독자들에게는 행복한 시간이 주어지니까요. *^^*

2016-03-08 0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03-08 09:43   좋아요 1 | URL
네, 저도 그 말에 끌려요.

일전에 읽었던 건데, 제목이 정확히 기언이 안 나네요. <책 읽고 글쓰는 동안에만 행복했다>던가...
작가들의 인터뷰를 엮은 책이었는데, 그 책에 그런 구절이 있더라구요.

˝오늘도 하루 종일 책만 읽었다. 한 마디도, 말하지 않았다.˝

저도 오늘을 그렇게 보내려구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가능할까요? ㅎㅎ

다락방 2016-03-08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용문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였어요. 정말 그렇다고 생각해요. 제 경우에는 상대에게 차마 말로 못하는 것을 글로 쓸 때 더 쉬워지더라고요. 그 사람만 보는 게 아니라 다른 많은 이들이 보는데도 그래요. 예전에 어딘가에서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대상을 정해놓고 그 사람에게 얘기하듯이 쓰라고 한 걸 본 적 있는데, 저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었거든요. 불특정 다수가 읽을 것이다, 라기 보다는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정해두고 글을 쓰는 쪽이 더 잘 써지더라고요. 결국 누군가, 모두가 읽을 수 있는 글인데 그런 글을 통해 고백하는 것이 제겐 좀 더 편해요. 말보다 글이 저는 좀 더 편한가봐요.

단발머리 2016-03-08 09:4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같은 경우는, 다락님의 글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계속해서 다락님의 글을 읽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고, 또 열혈팬들도 많고 하니, 더욱 그러실 듯 해요.

불특정 다수보다 한 사람을 정해놓고 글을 쓴다는 건 참 좋은것 같아요. 그 때 글이 더 잘 써진다면 더 좋구요.
다락님 글의 진수는 다락님이 정한 그 어떤 한 사람이, 혹시 나는 아닐까, 하고 믿게 만든다는 거죠.
제가 꼭 그렇다는 말씀은 아닙니다요..... ㅎㅎ

수연 2016-03-08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다가 숙제는 언제 하려고;;;;;;;;

단발머리 2016-03-08 11:14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러게요. 나두 내가 걱정되네요~~~

cyrus 2016-03-08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글쓰기 방식이 저와 다르군요. 저는 불특정 다수가 읽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글을 씁니다. 단발머리님이 인용한 문장을 약간 변형해서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지금 어느 누구도 안 보는 이야기(글)를, 훗날 독자가 될 수 있도 있는 누군가에게 하는 행위이다.˝

어제 쓴 글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다가 시간이 지난 후에서야 글의 가치를 알아보고 읽는 사람이 나옵니다. 저는 이걸 염두하고 글을 씁니다.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글을 써야하는 상황이 있습니다. 서평 대회에 응모하려고 쓰는 글입니다. 심사위원(출판사 직원)에게 잘 보여야하니까요. ㅎㅎㅎ

단발머리 2016-03-12 12:07   좋아요 0 | URL
아... 그래요. cyrus님은 불특정 다수를 염두에 두고 글쓰기를 하시는군요. cyrus님은 팬층이 두터우시니 그렇게 하셔도 좋을 듯 해요.

그리고,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글을 써야하는 상황 이야기 너무 재밌어요. 그나저나 심사위원이 좋아하는, 선정하는 서평이란건 어떤 건가요? 진짜 궁금해서 여쭈어 보아요. 서평 대회 응모해본적이 없어서, 심사위원을 염두에 둔 글쓰기라는 게 신기하기도 하구요. ㅎㅎㅎ

cyrus 2016-03-12 12:38   좋아요 0 | URL
제 글을 좋게 보는 분들은 있어도, 매일 제 글은 자주 읽는 팬 같은 분은 없어요. 다락방님, 단발머리님, 양철나무꾼님처럼 편안하게 책 내용을 알려주는 분들이야말로 독자들이 자주 보고 싶고, 가장 선호하는 글을 쓰십니다. ^^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서평대회용 글은 해당도서를 읽으려는 독자와 제 글을 심사하는 사람(출판사 직원)이 본다고 염두하면서 써요. 독자에게는 이 책의 장점과 단점을 알립니다. 대부분 출판사 서평대회 심사는 출판사 직원이 합니다. 그러면 출판사에서 작성된 서평과 다른 독자서평을 참고하지 않고, 나만의 책 소개를 합니다. 출판사용 서평, 언론사 서평, 그리고 독자 서평에 있는 내용을 쓰면 글의 개성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서평에서 직원에게 이렇게 어필하는거죠.

˝난 이 책을 남들과 다른 관점으로 읽었는데, 나는 내 방식대로 책을 소개하겠다. 어떻소? 출판사 담당자, 마음에 듭니까?˝

이렇게 쓰면 심사위원의 눈에 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제 생각이 틀릴 수 있어요. 항상 이런 방법으로 썼는데, 당첨되지 못한 적도 있었으니까요.

말이 쓸데없이 길어졌습니다. ^^;;

2016-03-12 1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3-12 12:5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양철나무꾼님, 단발머리님 글의 공통점은 글에 공감하는 분들이 있다는 점입니다. 만나지 못한 사람들의 마음이 잘 알고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듯이 글을 쓰시니까 가능한 일이죠. 문장력이 좋다고 해서 좋은 글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을 웃기게 하고, 재미있게 해주고, 공감하게 만드는 글이 잘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