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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에 관하여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임경선'이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건, 한겨레 칼럼을 통해서였다. 기혼이 분명하고, 딸 아이도 하나 있는 듯 한데, ‘임경선의 남자들’이라는 고정칼럼 속 그녀의 이야기는 너무 거침없어서, 격주로 연재되는 칼럼을 재미있게 읽어 내려가는 한 주부 독자는 가슴 가득 뿌듯함을 느낌과 동시에, ‘근데 임경선씨 남편은 이 칼럼 안 읽나?’ 하는 의문이 종종 들었다. (읽지 않았다고 한다. 71쪽) 나는 그렇게 ‘임경선’을 알았다.

 

 

출판시장 경향에 대해서는 아는바 없는 문외한이지만,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요즘은 책의 ‘외양’, ‘표지’ 및 ‘외연’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것 같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속담이 여기에도 해당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쁜 책을 보면 읽고 싶어지는 마음이 더 일어나는 건 사실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그렇다. 나는 예쁜 표지의 책을 좋아하고, 깔끔한 장정의 책을 사랑하며, 개정판을 기다리고, 새 책을 아끼는 사람이다.

임경선의 새 책은 작고 예쁘다. 환한 표지가 눈에 띈다. 왼쪽, 오른쪽, 앞태, 뒤태 모두 예쁘다. 적당한 두께의 첫 표지 역시 맘에 쏙 든다. 하지만, 산뜻한 그녀의 책, 쉽게 읽혀지는 그녀의 문장은 다양한 ‘생각거리’를 제공해 준다. 마냥 빨리 읽히지 않는다. 이렇게 예쁜 책에서도, 이렇게 다양한 깨달음과 ‘음, 맞아, 그래.’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주위를 압도하는 두꺼운 장정의 책 속에서도 ‘재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하겠으나.

가능한가, 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책은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자발성, 관대함, 정직함, 성실함, 공정함을 화두 삼았으며, 마지막은 정신과 전문의 김현철님과의 대담이다.

인간관계에 대한 그녀의 조언에 긍정한다.

인간관계도 환경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러운 흐름을 타는 것이라는 것. 새로운 친구가 생기고, 그리고 자연스레 멀어져가는 친구도 있다는 이야기 말이다. 그녀의 문장을 따라간다.

나도 예전에는 왜 이렇게 멀어졌을까 자꾸 분석하고 시시비비를 가리거나 그 관계의 끈을 다시 이어보려고 애썼는데 돌이켜보면 그것은 나나 상대를 위하는 일이 전혀 아니었다. 단지 그 관계에서 내가 부족하거나 나쁜 사람이 아님을, 나는 인간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님을 입증하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102쪽)

 

친구를 ‘관리’하는 일은 내가 괜찮고 의리 있는 인간임을 세상을 공표하기 위한 전시용 우정 관계에 가깝지 않을까. 밀물과 썰물 사이에서 어느덧 내 곁을 여전히 자연스레 지키고 있는 그 사람이 지금의 내 사랑스러운 벗이다. (223쪽)

 

그래도 잘 모르겠다. 난, 그녀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귄 것처럼, 예전 친구와 소원해질 수도 있다는 그녀의 말이 맞다고 생각하는데도. 나는 왜 죄책감이 드는 걸까. 나는 왜 미안할까. 왜 나는, 그 친구에게, 그 친구들에게 내가 먼저 연락을 해야겠다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왜 그런 걸까. 도대체 왜.

결혼, 육아, 가사노동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는 재미있다. 남의 집안을 들여다 보는 일은 언제나 재미있다. 가사 도우미의 도움을 받지는 않지만, 반찬은 좋은 걸로 구입해서 먹는다, 이런 부분 말이다.

또, 이 부분은 어떤가. 병원에서 수술받고 회복하며 홀로 누워있는 시간을 바란다는 그녀의 변태적 심리. 그 변태적 심리를 100% 공감하는 나의 변태적 심정.

 

 

 

이것 말고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있지만, 시간이 없는 관계로, 신간평가단 리뷰 마감일이 내일이며, 아직 한 권 더 남아있는 관계로다가, 나머지는 다음 기회에...

마지막으로, 그녀의 에세이에서 제일 좋았던 혹은, 제일 인상적이었던 문장들을 적어본다. 나는 무려 이 문장들을 이 책 5쪽에서 발견했다.

돌이켜보면 커오면서 부모님으로부터 잔소리나 설교를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부모님은 진로나 이성 문제에 대해서도 개입을 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사소한 것부터 중대한 결정에 이르기까지 선택은 나의 몫이었고 실천과 책임은 그에 따른 당연한 의무였다. 부모님은 자식의 자율성과 창의성 배양을 위해 일부러 그랬다기보다 그저 자신들의 삶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5쪽)

 

내가 추구하는 부모상이 이렇다. 너무 바빠서, 자신들의 삶에 집중하느라 선택의 많은 부분을 자식에게 양도하는 부모. 그런 엄마, 내가 추구하는 어머니상이다. 어머니는 무슨, 엄마 노릇도 제대로 못하는데.

엄마, 이게 내가 추구하는 엄마상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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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05-21 14: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부분 맘에 들어요. 너무 바빠서 자신들의 삶에 집중하느라 선택의 많은 부분을 자식들에게 양도하는 부모.. 결코 방치가 아님을 본인들은 알죠~~이런 부모이고 싶어요.

단발머리 2015-05-21 15:16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삶을 추구하기는 하는데 가끔 폭풍 잔소리가 휘몰아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잔소리하는 내 자신도 혼미하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인생 선배`이고 싶어요. 따뜻한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인생 선배요. 내 아이다, 하는 순간 잔소리 폭풍이~~ 휘리릭!!!

cyrus 2015-05-21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미혼이라서 부모님의 입장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그래서 제가 만약에 부모라면 어느 선에서 아이의 삶에 개입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을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15-05-22 13:46   좋아요 0 | URL
저도 그게 많이 고민이예요.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지나치지 않도록, 아이의 삶에 욕심내지 않도록 하려 합니다.
사실, 어려워요~~~

AgalmA 2015-05-22 0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병원에 있는 게 좋아서 맛없는 밥을 참으며 눈치보며 굳이 병원에 더 있었다는-,-)...내친 김에 호텔을 갈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아프니까 사치다!하며 그러나 나는야 환자;;
임경선씨 부모님이랑 제 부모님 닮은 꼴ㅎ;; 방임형 자유를 주신 제 부모님을 원망한 적 많았어요. 단발머리님도 신중하심이...

단발머리 2015-05-22 13:49   좋아요 0 | URL
임경선씨 부모님 같은 캐릭터는 사실 흔하지 않은데, Agalma 님도 그런 특별한 환경에서 자라셨군요.
아... 어느 점에서 부모님께 원망이 들었는지, 저 좀 알려주세요. 참고하고 싶네요~~ 신중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