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양], 있어 보이는 책

평생을 가도 읽게 되지 않을, 읽을 법 하지 않을 책을 대출했다. 알라딘서재에 이 책이 소개되었을 때, 나는 생각했다.

‘아, 책이 너무 있어보인다.’

어렵고 중요한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는다고 해서, 그 책을 읽는 사람이 지적으로 변하는 건 아닐 테다. 하지만, 척 봐도 쉽게 읽혀지지 않을 것 같은 책을 쉽게 편안하게 읽어내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 그 사람은 너무 ‘있어 보인다’ 혹은 ‘똑똑해 보인다’.

 

 

 

 

 

 

이 책에 대한 느낌이 딱 그랬는데,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은 책이었고, 그래서 읽게 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도서관 신착도서칸에 잘 정리되어 있어, 대출을 하고 읽기 시작했다. 앞부분은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외계인이라니...

 

 

 

 

 

끝까지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어려워 보이는 책을 읽고 있다는 생각에, 공연히 기분이 좋아진다. 있어 보인다. 아니지, 모양 난다.

 

2. [대성당]과 [남해금산]

 

 

 

 

 

 

친구가 책을 사 준다고 했다. 나는 계속 괜찮다고 했는데, 친구는 계속 책이름을 말하라고 했다. 카톡으로 내가 사고 싶었으나 아직 사지 못한 책, 두 권의 사진을 보냈다.

친구가 말했다. “너가 넘 고급져 보여. 너가 나의 친구라니 뿌듯하다.”

내가 답했다. “자랑스럽고 따뜻한 사람이 될게....”

친구가 말했다. “지금도 그려 ㅋㅋㅋ”

교과서 빼고는 읽은 책이 없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이 친구는, 대학교 4학년 때 만났다. 내가 읽고 있는 책을 내게 빌려서 다 읽고 나서는, 새 책을 사서 책장에 고이 꽂아두는걸 좋아라 했다. 사람이, 책을 많이 읽지 않아도 삶에 대한 직관과 통찰력을 소유할 수 있다는 걸, 나는 이 친구를 통해 알게 됐다.

내가 이 글을 올리는 곳은 알라딘서재라, 나는 안다. 뭐, 이런 이야기를...

위의 두 책은 말 그대로 베스트셀러에 속하는 책들이다. 좋은 소설이고, 좋은 시집이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많이 읽히는 책들이다. 책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보았고, 알았으며, 이미 읽었을만한 책들이라는 거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우리나라 평균 성인 1인당 연간 독서량이 9.2권, 하루 평균 독서시간이 23.5분이다. 성인 10명 중 3명은 일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 내가 하루키를 읽으면, 음, 하루키 책은 다 읽었지. 내가 밀란 쿤데라를 읽으면, 음, 밀란 쿤데라도 다 찾아 읽었지. [정체성] 이건 못 보던거네, 하는 H언니를 제외하고는, 내 주위 사람들은 대체로 책에 대해 관심이 없다.

보통의 사람들은, 이승우의 신간이 나온 것을 모르고, 고병권의 문장이 좋다는 걸 모르고, 대성당의 저자가 ‘레이몬드 카버’인지 모르고, [남해금산]이 시집 제목인지도 모른다. 보통의 사람들이 그렇다.

[대성당]과 [남해금산]을 읽는 나를 ‘고급지다’고 생각하는 내 친구가, 보통의 사람, 그냥 평범한 사람이란 얘기다. 하지만, 친구에게서 ‘고급지다’는 이야기를 들은 나는, 기쁘기도 하고, 조금 우쭐해지기도 했다.

그래, 내가 책 좀 읽지.

[모양]과 [대성당], 그리고 [남해금산]을 앞에 두고 하는 생각이다.

“모양 나는군”에 더하여 “고급져 보이기"까지 한다.

전체적으로는 '고급진 모양새'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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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8-08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남해금산이 시집인 줄 몰랐으며, 저 모양이란 책도 지금 처음 알았습니다. 그러므로 결론은 단발머리님이 고급져 보인다는 겁니다!!

단발머리 2014-08-08 18:42   좋아요 0 | URL
아하하.... 너무 부끄럽습니다.
다락방님이 고급져 보인다니, 완전 으쓱합니다.
고급져 보이는 걸 넘어서서, 실제로도 고급스러워지도록 노력하겠....... 사와요~~~^^

icaru 2014-08-08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모양, 이라는 책 참말 고급져보여요! 저렇게 뭐랄까요? 미시사라고 하나, 모양이면 모양, 의자면 의자 나무면 나무,., ㅎ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길게~~~ 세밀하게 넓고 깊고 자세하게 풀어쓰는 작가도 그렇고, 그런 걸 즐겨 읽는 독자층도 그렇고 참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이성복은,, 시인 김수영을 닮지 않았나요? 외모가? 눈이 퀭~
저도 이성복의 시를 찾아 읽었던 때가 있었던 것 같은데 .. 시 하나에 꽂혀서요.
제목도 기억 안나고,, 내용은

비오는 날? 버스에서? 음악을 듣고 있으면, 본래는 내가 저 속(음악)에서 살았는데? 여기서 이렇게...

그리고, 책 안 읽어도 통찰력 있는 사람이야기 대박 공감해요~
ㅎㅎㅎ

단발머리 2014-08-08 18:45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내용도 완전 고급져서 조금 읽어보니, 금방 현기증이 납니다. @@ 슬쩍 훑어본 내용중에는, '얼룩말'이야기가 주의집중되더라구요.

저도, 이성복 시인 외모 좋아하지만, 그래도 김수영에.... 김수영 시인은 참, 당시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아름다운 외모인것 같아요. 사람이 좀, 부족한게 있어야지, 너무 이기적입니다.

아무개 2014-08-08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성당 리뷰 기대합니다요
전 이책이 어디가 왜 좋은지 전혀 모르겠더라구요

고급져보이는 단발머리님의 리뷰는 어떨지
궁금해요 ^^

단발머리 2014-08-08 18:49   좋아요 0 | URL
아.... 아무개님이 모르시면, 저도 모른다는데 일단 한 표를 던지구요. 그래도 읽어보고는 싶어요.
김연수의 번역이니 더 기대가 되기도 하구요.

리뷰는 쓰게 되겠지만, 기대는 말아주시구요. 궁금은 해 주세요~~^^

2014-08-08 2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09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