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끝의 버섯
애나 로웬하웁트 칭 지음, 노고운 옮김 / 현실문화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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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이 책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단은 여기다.

생물이 생존하는 방식이 역사적으로 우연히 발생한 이종 간 관계interspecies relationships에 의존한다고 본다. 즉 생물종은 독립적이고 자립적인 단위가 아니며, '순수한' 자기 성분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모든 생물종은 다른 생물종과의 관계를 형성하며 서로의 신체를 오염시키면서 공진화했고 공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종 간의, 다종 간의 관계맺음은 우연적인 사건이기에 그것의 결과 또한 일관적이지 않고 불확정적이며 다양하다. 송이버섯 곰팡이가 여러 지역으로 이동해 퍼져나가는 과정에서 소나무 뿐 아니라 다양한 나무들과 관계를 맺으며 다양한 냄새와 색깔과 모양을 가진 송이버섯이 생겨나는 것처럼 말이다.(518쪽)

인간의 손길을 허락하지 않는 송이버섯이 상품이 되었다가 선물로 변해가는 과정이 흥미로웠고, 문명(?)의 삶을 거부하고 채집인의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했다. 곰팡이가 바위를 소화해 식물에게 양분을 제공하는 이야기에서는 묘한 감동이 느껴지기도 했다 .

인간에 의한 자연 파괴와 그로 인한 기후 위기를 인간에 대한 비난과 절망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공존의 삶으로 바꾸어가야 한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사유지처럼, 아니 사유지만큼 공유지 또한 인본주의의 산물이라는 지적도.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고, 인간들만으로 살아갈 수 없으며, 결국엔 비인간, 다른 생물종과의 관계맺음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진 새로운 환경 속에서 공존해야 함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번역가 노고운님의 해제를 먼저 읽었으면 좋았을거라는 생각을 3초간 했다. 좋은 책을 번역해주신 번역가님, 두꺼운 책을 출간해주신 출판사에 감사드리고, 너무도 근사한 버섯책을 여성주의 책으로 선정해주신 다락방님께도, 그리고 같이 읽어주신 알라딘 이웃님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급, 연말 시상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정을 넘기는 늦은 시간까지 시청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하는 단발머리 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의 엘리트 계층은 일본 자본(그중 일부는 전후 배상금으로 한국에 전달되었다)의혜택을 받는 것에 기뻐했다. - P215

그래서 송이버섯은 장기적인 관계를 가질 필요가 있는 사람에게 주는 이상적인 선물이다. 공급업자는 송이버섯을 자신들에게 일거리를 맡기는 회사에 준다. 한 식료품업자는 어떤 종교로새롭게 개종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정신적 지도자에게 바치기 위해송이버섯을 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송이버섯은 진지한 헌신의 표시다. - P233

이 책에 담긴 나의 생각 중 두 가지가 특히 중요하다. 첫째, 소외는 자본주의적 자산이 형성될 수 있는, 얽힘이 풀린disentanglement형태다. 자본주의 상품은 다음 단계의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발판으로 사용되기 위해 생활-세계에서 제거된다. 그 결과 중 하나는무한한 필요다. 다시 말해서 투자자가 원하는 자산의 크기에는 한계가 없다. 따라서 소외는 축적, 즉 투자 자본의 축적을 가능하게 한다.

이것이 나의 두 번째 관심사다. 축적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소유를 권력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자본이 있는 사람들은 공동체와 생태계를 전복시킬 수 있다. 자본주의는 통약성commensuration이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자본주의 가치 형태들은 차이의 거대한순환 회로를 가로지르면서도 번창한다. 돈은 투자 자본이 되고, 이는 더 많은 돈을 낳을 수 있다. 자본주의는 인간 및 비인간의 방식을 모두 포함하는, 모든 종류의 생계 방식으로부터 자본을 생산하기 위해 작동하는 번역 기계다. - P245

많은 사람이 곰팡이가 식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동물에 더 가깝다. 곰팡이는 식물처럼 햇빛을 통해 영양분을 만들지않는다. 동물과 같이 곰팡이는 먹을 것을 찾아야만 한다. ...물에서만이 아니라 마른 땅에서도 식물이 자라는 이유는 지구의 역사가 펼쳐지는 동안 곰팡이가 바위를 소화하면서 식물이 섭취할 영양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박테리아와 함께 곰팡이는 식물이 자라는 흙을 만들었다. 또한 곰팡이는 나무를 소화한다. - P252

그들은 "연구할수록 공생symbiosis은 예외가 아니라 ‘규칙‘인 것 같다....자연은 개체나 게놈보다는 ‘관계‘를 선택하는 것 같다"라고 썼다." - P261

아마도 내가 이러한 붕괴 현상을 포장하려고 하거나 레몬으로 레모네이드를 만들려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전혀 그렇지않다. 내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대규모의, 상호 연결된, 막을 수 없어 보이는 숲의 황폐화이고, 가장 지리적으로, 생물학적으로, 문화적으로 독특한 숲조차도 여전히 파괴의사슬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은 동남아시아에서처럼 사라지는 숲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간신히 쓰러지지 않고 서 있는 숲에도 영향을 미친다. 만약 우리의 모든 숲이 그러한 파괴의 바람에 뒤흔들린다면, 자본주의자가 그 숲을 원하거나 내팽개치거나 간에 우리는 흉물스럽고 불가능하게 된 상태의 그 폐허에서 살아가야 하는 도전을 받게 된다. - P379

진보 이야기를 빼면 세상은 무서운 곳이 된다. 폐허는 버려졌다는 공포를 담아 우리를 노려본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아는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지구를 파괴하지 않는 것은 더 어렵다. 다행히 여전히 인간과 비인간의 일행이 함께 있다. 파괴된 우리 풍경들의 제멋대로 자란 변두리를자본주의적 규율, 확장성, 그리고자원을 생산하는 방치된 플랜테이션 대농장의 가장자리를 여전히 탐험할 수 있다. 우리는 잠복해 있는 공유지의 냄새를 그리고찾기 힘든 가을 향기를 여전히 붙잡을 수 있다. - P497

그리고 들이는 노력과 시간에 비해 그 금전적 대가가 매우 낮다. 그런데도 한국의 출판 시장을 살펴보면 너무나 많은 외국 서적이 훌륭하게 번역되어 있다. 신자유주의적 인간이 되지 못한 사람들, 즉 현재 우리 사회의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거나 못하는 사람들이 번역을 하고 있고, 그 사람들의 수가 아주 많다는 뜻이 아닐까? 물론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번역은 주변자본주의적이다. - P529

나도 모르죠. 하나의 생물종은 잠재적으로 유전적 물질을 교환할 수 있는,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 유기체 집단입니다. 이것은 성교를 통해 번식하는 유기체에 적용됩니다. 그래서 생물 복제lone를 통해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가 일어나는 식물에서부터 이미 생물종 개념에 문제가 생깁니다. ㆍ 척추동물에서 자포동물로, 산호로,... - P413

벌레로 이동하면, DNA 교환 방식과 집단 형성 방식이 우리와 매우 달라집니다. 곰팡이나 박테리아로 가면 시스템 자체가 완전히 다릅니다. 우리의 기준으로 본다면 완전히 이상합니다. 수명이 긴 복제 생물은 갑자기 성적sexual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큰 덩어리의 염색체 전체에 도입되는 이종 교배가 가능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는 다배체화 또는 염색체 복제도 이루어집니다. 다른 박테리아를 수용하는 것을 뜻하는 공생화symbiotization를 하기도 하는데, 다른 박테리아 전체를 자신의 일부로 만들 수있거나 다른 박테리아의 DNA 중 일부분을 자신의 게놈으로 변환할 수 있을 때 발생합니다. - 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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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4-11-02 15: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단발머리 2024-11-02 16:45   좋아요 1 | URL
😜😝🤣😍

다락방 2024-11-02 2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꺅 >.<

단발머리 2024-11-03 10:14   좋아요 0 | URL
😜😝🤣😍

건수하 2024-11-03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단발머리 2024-11-03 15:00   좋아요 0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