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책은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공포의 권력>이다. 일단 제목에서부터 전해지는 공포. 공포의 권력.

 


















이 책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인데, 갑자기 찰스 디킨즈의 <어려운 시절>이 생각난다. 3학년 2학기 텍스트 중 하나였던 <Hard Times>빅토리아 시기 영국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은 디킨즈의 여러 작품 중에서도 당시 산업사회의 이념을 정면으로 비판한 대표적인 문제작으로, 비판과 풍자의 신랄함과 날카로움뿐 아니라 화려한 수사와 흥미진진한 전개 등 뛰어난 대중성과 예술성이 결합된 작품<알라딘 책소개>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그 책을 읽는 시간은 전혀 즐겁지 않았기에 한 친구는 찰스 디킨즈의 이 책을 읽는 이 시간이, 진짜 ‘Hard Times’라는, 웃기지도 않은 이야기를 했고, 옆에 앉은 친구들은 밝은 웃음으로 응답하곤 했다. 어려운 시절이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내 전공은 방황이다.

 


경건한 마음으로 책을 준비했는데, 건수하님의 <어떡하나> 페이퍼를 읽게 되었다. 인용해 주신 9쪽에는 이런 문장이 보인다.

 


그녀의 사상의 흐름을 좇기 위해서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기반으로 한 고대 그리스 철학으로부터 헤겔과 마르크스의 사회학적 형이상학, 프로이트와 라캉의 정신분석학, 소쉬르와 벤베니스트·바르트로 맥을 잇는 기호학적 텍스트 이론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이 없이는 단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다(<공포의 권력>, 9)

 


단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다고 한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헤겔, 마르크스, 프로이트, 라캉, 소쉬르, 벤베니스, 바르트를 알고 가야 한다는데. ! 내가 읽고 있는 책이 바로 라캉에 대한 책이다.

 

 















사랑을 알고 인생을 알아야겠기에 라캉을 읽겠다는 친구가 권한 책인데, 사랑이 많이 나오기는 나온다.


 

사랑은 분열과 통합, 둘로 찢어짐과 하나로 온전함 사이에 있다. (33)


사랑은 비도덕적인 것이 아니라 초도덕적이다. (35)


사랑은 (데리다의 용어를 사용하자면) 리비도 경제 안의 불가해한 탈경제(l’aneconomie)를 이룬다. (37)


사랑은 주체와 타자 사이의 근접적이면서도 반융합적인 이원성이다. (39)

 


근데 여기 어디에서, 라캉 사상의 정수를 찾을 수 있나요. 저는 얼른 라캉의 핵심을 알아차리고 크리스테바에게 가야 하는데 말이에요.

 

 



방황하던 영혼은 제자리로 돌아온다. 알라딘 이웃님들이 참고서라 알려주신 <아브젝시옹과 성스러움>을 펼친다. 하지만 50쪽까지 읽고 이렇게 한 문장을 주웠다. 정말 간신히 주운 거다.

 















다시 말하면, 라캉이 상상계라고 명명한 어머니와 아이의 2자 관계에서부터 아이는 자신과 타자를 구분하는 의미화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초기 자아와 대상이 분리되는 과정에서 아브젝시옹 곧, 비천시가 일어나고 아브젝시옹이 문화 전반에 걸쳐 경계선의 문제를 다루는 개념으로 확장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유아가 대상 관계에서 자신의 내부와 외부를 분리하면서 느끼는 두려움과 거부감은 문화를 이루는 모든 경계선에서 일어나는 혐오감과 두려운 감정의 근원이다. (<아브젝시옹과 성스러움>, 26)

 

 



막다른 골목에 갇힌 듯한 느낌에, 드디어 다른 책을 찾기에 이르는데. 하얀 바탕에 빨간 글씨의 <감정의 문화 정치>가 눈에 띈다. , 재미있다. 바로 이거야! 하면서 서둘러 읽어 나간다. 이 책을 올해 상반기의 책으로, 사라 아메드를 올해 상반기의 작가로 나 홀로 선정한다. 3장의 제목이 공포의 정동 정치이다. 이 공포가 <공포의 권력>의 그 공포일까. 혼자 묻는다. 아닐 거 같은데. 혼자 대답한다.

 















라캉을 읽으면 조금 더 쉬울까. 친구가 알려준 <How to Read 라캉> 이북을 4,500원에 구입한다. 원래 5,000원인데, 10% 할인쿠폰을 썼다. 근데 이 책에서 나를 기다리는 사람은 라캉이 아니라 지젝인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지젝, 잘 쓰는구나. 뭐라 토를 달 수가 없네. 줄을 그으며 신나게 읽어 가다가.


 













 





, <공포의 권력> 읽으려고 했지. 이제 그만!

제자리로 돌아온다. <공포의 권력>을 펼친다.

 

 

내 전공은 방황이다.

내 전공은 방황이고,

나는 <공포의 권력>을 읽는다.

줄리아 크리스테바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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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4-01-14 2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단발머리님을 위한 가이드 하나 드리자면요. (잠시 자기 소개 : 크리스테바 최애로.. 크리스테바 이리가레 읽으려고 라캉 읽는 여자인데여!! ㅋㅋㅋ) 집에 한권씩은 다 갖추고 있다는 동녘에서 나온 <프랑스 현대 철학사>에 줄리아 크리스테바 편은 <공포의 권력>을 해설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알았냐고요? 바디우 앞장이더라고요.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01-14 22:05   좋아요 1 | URL
집에 한 권씩은 다 갖추고 있다는 동녘에서 나온 <프랑스 현대 철학사> 없는 사람 어째야 하나요? 네? 😳

공쟝쟝 2024-01-14 22:08   좋아요 0 | URL
그거 베스트셀러가 아니구나…? 역시…

수이 2024-01-15 07:49   좋아요 2 | URL
프랑스 현대 철학사_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 철학_으로 읽은 나는 쟝님의 독자인가 봅니다, 찰떡같이 알아들었어 ㅋㅋㅋ가 베셀이었으면 대한민국 베셀의 역사가 다 바뀌겠다. 왜 라캉의 에크리가 출판되고난 후 이거 하나도 안 팔릴걸_ 하고 라캉이 그랬다는데 15만부 팔렸다고 했나? 푸코도 말과 사물도 출간되고 1년 안에 2만부 넘겨 팔렸고_ 근데 이게 소위 전문가들만 사서 읽은 게 아니라는 사실. 그래서 내가 멋도 모르고 프랑스를 좋아하나 사대주의 섞여서_ 그런 생각이 문득. 근데 나 그거 안 읽고 언젠가 돈 없어서 팔아버렸던 거 같아 알라딘에 ㅋㅋㅋㅋ

공쟝쟝 2024-01-14 2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우울증 부분 저도 밑줄쳤어요. 상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도, 욕망해 얻은 그것에 대해 실망하는 것도. 두가지 다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단발머리님은 대상a가아니라 abject때문에 끙끙대고 있을 것이 눈에 훤한 바… 내일 갈 때 크리스테바 정리 노트 사진 찍어갈게요 ㅋㅋ

단발머리 2024-01-14 22:08   좋아요 1 | URL
네…. 근데 <프랑스 현대 철학사>로 검색되는 책이 없는데용? 😳

공쟝쟝 2024-01-14 22:20   좋아요 2 | URL
아앍 ㅋㅋㅋ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 철학> 입니다. 친절한 안내 드리고.. 알라딘에서 이런 말 좀 그렇지만… 밀X의 서재 (정기구독자인데요, 이북 마니 삽니다 알라딘님) 있습니다.

단발머리 2024-01-14 22:11   좋아요 0 | URL
아... 처음이구나. 처음이긴 해요. 처음이자 마지막 될 확률 어마어마어마어마어마!

공쟝쟝 2024-01-14 22:2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러브는 역시 원라스트러브 💘 ㅋㅋㅋㅋ
아 그리고 중간에요. 제가 <감정의 문화정치>에서 공포-부분 안읽고 이런 말씀 드리긴 뭐하지만, <처음>에서 아브젝트 개념과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 개념을 유비하더라고요. 즉 호모 사케르가 크리스테바에게는 모성, 여성성(아브젝트)인거죠. 공포-혐오와 그 정동. 에 대한 내용들이 얼추 비슷할 지도? 모른다에.. 삼십원 겁니다.

수이 2024-01-15 07:50   좋아요 1 | URL
강의 기대됩니다 쟝님, 시간아 얼른 흘러!

건수하 2024-01-17 21:14   좋아요 0 | URL
<처음 읽는~ > 크리스테바 부분 읽었는데, 이것도 어렵… 역시 <경계에 선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입문용으론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수이 2024-01-15 07: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누구야 누구 우리 단발님 라캉 읽게 한 사람 혼나야겠다. 근데 지젝 만난 건 잘한 거 같은걸요. 다음은 지젝 가나요?

단발머리 2024-01-16 13:39   좋아요 0 | URL
지젝 말고 조국! 푸하하하하하하! (진심이에요! 푸하하하하하하하)

건수하 2024-01-15 13: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공포의 권력> 2장 읽는 중인데요... 라캉의 상상계/상징계와 크리스테바의 기호계/상징계의 차이, 아브젝시옹의 개념, 그리고 정신분석에 대한 사전 지식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전 <경계에 선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정리는 잘 안 되고 제 머릿속에서만.... <아브젝시옹과 성스러움>도 어려워보이네요.

다락방 2024-01-15 16:27   좋아요 2 | URL
오 <경계에 선 줄리아 크리스테바>도 사러 갑니다..

건수하 2024-01-15 22:22   좋아요 1 | URL
말려야 하나 했지만 상금도 타셨고.. 이미 사신 것 같아서 ㅎㅎ 도움이 되길 바랄게요 다락방님 ^^

단발머리 2024-01-16 13:41   좋아요 1 | URL
건수하님 / 저는 <아브젝시옹과 성스러움> 읽다가 다시 <공포의 권력>으로 후퇴한 상태라서요. 일단 이 진도를 빼놓으려고 하는데... 허참..... 생각보다 쉽지는 않고요. 정리하면서 읽어야할 듯 한데, 제가 쭉죽 읽는 스타일이라서요. 큰일입니다 ㅋㅋㅋ

다락방님 /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경계에 선 줄리아 크리스테바> 좋은 구절 인용 좀 (굽신굽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