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독 온 겨레 어린이가 함께 보는 옛이야기 3
홍영우 글.그림 / 보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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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제목을 정해 놓았던 게 5월 중순 같은데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난다. 매일매일 새로운 뉴스로 이전의 쇼킹한 뉴스를 덮는 요즘이라 더욱 그렇다. 그때는 일본에 대한 뉴스로 한참 시끄러울 때였다. 국민 전체 아킬레스건, 일본 문제를 건드린 윤. 오므라이스 먹으며 독도를 갖다 바치는 건 아닌지 심하게 걱정했었다. 그때쯤, 몇 개의 시국선언이 눈에 들어왔다.  

 


아주 옛날 일이라 요즘 사람들은 모를 수도 있겠다. 노무현 대통령과 맞대결 후보였던 이회창의 지지율이 밤낮으로 엎치락뒤치락하던 때, 그러니까 대선을 한 달 정도 남긴 시점에 각종 단체에서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호남 지역 교수들에게서 시작된 시국선언은 교육계와 노동계까지 오랜 기간 계속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에서야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보수당의 대통령 후보로서 이회창은 양호한 사람이다. 본인 포함 그 집 남자 3명이 모두 군대에 가지 않은 신기록만 아니었다면, 이회창은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었을 것이다. , 그리고 IMF. 자질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회창은 대통령직을 수행할 만한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을 기억하자. 이회창에게는 적어도 보수의품격을 조금은 기대해도 됐었으리라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패악, 무엇보다이해할 수 없는특이한 정책과 그 정책의 집행에 대해서 비판하는 소리를.... , 듣기에도 피곤하다. 그래서 뉴스를 안 보고, 안 읽고 산다. 엉망이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건 모르고 당하는 고생이 아님을..... 힘주어 말하고 싶기는 하다.  


 

우리는 몰랐나. 우리는 정말 몰랐다고 말할 수 있나. 나는 사태의 결국, 윤석열의 당선에 언론이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김대중, 노무현도 적대적인 언론 환경에서 싸웠고, 지난한 혈투 속에 결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때와 지금의 다른 점은, 그때는 종편이 없었다는 점, 그때는 티비조선이 없었다는 점, 그때는 임영웅이 없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우리는 정말 몰랐나. 전 국민이 지켜보는 방송사 토론회에 나오면서 손바닥에자를 쓰고 나타나는 사람인 것을,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사람인 것을, ‘후쿠시마 원전 폭발은 없던 일이다. 원전 자체가 붕괴된 것이 아니어서 방사능 유출은 안 됐다라고 말하는 사람이었음을, 정말 몰랐다고 할 것인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잊은 듯한 미국에 대한 저자세 외교, 일본에 대한 굴욕 외교, 중국/러시아/북한에 대한 막가파 외교를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그다음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였고, 이제 백년지대계 교육 문제까지. 대통령 투표 결과로,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이전 정부조차 반국가단체라고 부르는 호기. 그 결기 혹은 객기를.  

 


우리는 정말 몰랐나. 몰랐다고 말할 수 있나. 윤석열이 아니면 이재명이었을 텐데. 평생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을 나는, 알고 있다. 험한 인생에, 흠과 결격사유가 왜 없을까. 하지만, 대통령 중심제의 이 나라에서 윤석열 vs 이재명이라는 선택지 앞에 사람들은 윤석열을 택했다. 윤석열도 싫지만, 조국이 더 싫고, 국민의힘이 밉지만, 민주당은 더 밉고... 그렇게 우리는 윤석열 보유국의 희한한 역사 속으로... 

 



그 일, 그 정치적 결정이 내 삶에 영향을 미치기 전까지, 그때까지는 그냥 모른 척 한다. 길을 걷다가 젊은이들 158명이 한 자리에서 죽었는데도 사람들은 모른 척한다. 멀쩡한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 해도 모른 척한다. 북한을 자극하고, 일본에 엎드리고, 미국 파티에서 대통령이 바보가 되어 돌아와도, 우린 다 모른 척한다. 그리고 방사능 오염수를, 우리 집 앞마당에 붓는다니 그제야 조금 정신을 차리려고 하다가, 수능 문제 가지고 설레발을 쳐대니 그제야, 사람들이 조금씩 말을 하기 시작한다. 진짜 이상한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음을 재차 확인하는 슬픔

 

 


이미 알고 있는 이 절망과 앞으로도 많이 남아있는 암담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신기한 독>을 읽어보며 생각해 보자. (유부만두님, 보소서!! 이 부분은, 유부만두님 특별 헌정입니다^^)  

 

 


옛날 어느 마을에 농사꾼 하나가 살았다. 괭이질하다가 괭이에 뭐가 걸려 살펴보니 커다란 독이다. (예의 그 주인공, 신기한 독이다) 모양이 찌그러진 헌 독이라 그냥 버릴까 하다가 아까워서(재활용 정신) 집에 가져와서는 그 속에 괭이를 넣어두었다. 다음날 일하러 가려고 괭이를 꺼내니 괭이 하나 나오고, 독 안에 괭이 하나 더. 그것마저 꺼내니 하나 더? ? 이건 뭐지? 1+1도 아니고? 신기한 마음에 엽전 넣어보니, 엽전에도 같은 현상이…. 농사꾼의 신기한 독 이야기는 소문을 타고, 마을 부자 영감 귀에 들어간다. 부자 영감은 이 밭의 원래 소유자였던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들먹이며 신기한 독의 소유권을 주장한다. 마음씨 착한 농사꾼은 이 독을 부자 영감에게 주려고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부자 영감 행복해질 그 꼴이 보기 싫어 원님에게 재판을 받으라 권한다.

 


원님 앞에서 이루어지는 하나 더의 기적. 이제 부자 영감이 문제가 아니라 원님이 문제다. 신기한 독이 탐이 난 원님은 두 사람에게 이 귀한 물건을 나라에 바치라 명을 내린다






그러고는 그날 퇴근길에 그 독을 자기 집으로 가져간다. 무얼 넣으면 좋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면서. 대청 마루에 고이 모셔둔 소중하고 소중한 신기한 독. 독 안을 들여다보시던 원님의 늙으신 아버지, 독 안으로 쏙 들어가시고. 아버지 꺼내니 다시 아버지. 그 아버지 꺼내니 또 아버지. 마루 가득한 아버지들의 뜨거운 한 판. 아버지들의 야단법석에 신기한 독은 깨지고 마루에는 아버지만 그득. .

 

 



책은 선택에서부터 이미 하나의 경향이다. 어느 방향으로든 가게 되어 있다. 작가, 그림, 출판사가 모두 그렇다. 나는 <신기한 독>을 골랐다. 선택은 아이들이 하겠지만 아이들의 선택은 어디까지나 내가 도서관에서 선택한 책의 범위 안에있다. 이야기를 읽고 그림을 본다. 그리고, 이 장면에서 내가 묻는다.

 


 


원님이 그 독을 자기 집으로 가져가네. 이것 봐. 원님은 그 신기한 독에 무엇을 넣을까 고민하느라 완전 즐거운 표정이다, 그치? 근데 이 사람들은 뭐하고 있어? 마을 사람들은 뭐하고 있는 거 같아? 잘 봐봐, 이 사람들, 뭐하고 있는 거 같아? 눈을 흘기면서 입을 삐죽빼죽하고 있잖아, 그치? 이 사람들….. 원님 욕하고 있다? 내가 보기엔 그래. 원님이 재판 받으러 온 농사꾼과 부자 영감에게 이 신기한 독을 나라에 바치라 하고서, 그 신기한 독을 자기 집으로 가져 가잖아. 그러면 안 되는데. 그걸 막을 수는 없어, 왜냐하면 원님이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뭐해? 욕을 한다, 그렇지? 그때는 여론이라는 말도 없었을 테지만 말이야. 평판은 무시할 수 없거든. 사람들이 욕을 하고 있어. 그게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원님이 포졸을 앞세워 그 신기한 독을 자기 집으로 가져가는 걸 막을 수는 없지만, 욕은 할 수 있으니까. 욕을 해야지, 원님 욕을원님 욕 많이 해야 해. ! 원님 나빴어! 이렇게 욕을

 

 


이제 겨우 1년 지났고, 앞으로도 4년이 남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대한민국을 경험하게 될 것 같은 불안한 예감. 선거를 통해 당선된 대통령, 탄핵도 어려울 것 같은 상황. 그래도 여기가 내 방이고 내 담벼락이어서, 나는 원님 욕을 여기에 쓴다. 신기한 독 마음에 든다고 집에 가져다 놓으면 아버지 쏙 들어가셨듯이, 검찰 앞세워 수사권 마음대로 휘두르면 결국 신기한 독은 깨지고 마당에 아버지만 가득할 것이다.  

 


 

일본 방사선 오염수 방류 반대한다.

일본에 대한 굴욕 외교 반대한다.   

북한에 대한 적대적 외교 노선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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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3-07-01 18: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그저 맘 달랠 500원 어치 옛날 이야기를 원했을 뿐이에요. ㅠ ㅠ 속상한 뉴스에 지쳐서 트위터를 지우고 왔는데 옛 이야기에 용산 발라놓으심;;;

그나저나, 이 “이상한 독”은 제가 읽은 “30일의 밤”에 나오는 ‘이상한 상자/문’과도 닿아 있어요. 나 아닌 다른 나, 멀티버스의 제임스들이 다른 우주를 탐내며 투쟁하는 액션 스릴러 드라마! 추천은 500원 어치만 해드림.

그러니까 원님의 아버지, 본체의 그 분은 호기심에 이상한 독/상자를 통과해 멀티버스를 만든 거죠. 근데 문제는 들어간 곳으로 나왔기에 그 멀티버스는 바로 여기 이곳 현생에 쏟아졌어요. 우짜지요?
도플갱어의 규칙 (서로 만나면 하나만 남고 사.망.)은 통하지 않고 멀티 아닌 멀티버스의 착각으로 또같은 복제 아부지들만 가득. 원님은 강제 복제 멀티 효도로 여생이 꽉 채우실텐데.

독이 깨졌으면 멀티버스 아버지들도 퇴장하셔야 하는데 아무래도 한 번 이 세상에 올라와 으리으리한 원님이 내 아들이라 기분 좋으신 분들은 그냥 이 세상이 내 세상이다 하며 유병장수 하실 거란 말이죠. 아…. 이거 진정 끔찍하게 다크한 조선시대 sf 이야기네요. 그 뒷수습의 여파가 마을 사람들에게 미칠 테니까요.

마을 사람들이 원님의 독 사유화를 막을 수 있었을까요? 이 스토리 라인에서? 아니면 현실에서? 첨에 그 독을 땅에서 파낸 사람이나 욕심쟁이 이웃이나? 결국 누군가의 집에서 ‘이걸 죽이지도 없애지도 못해서 인생의 업보고 저주’가 될 존재들을 잔뜩 불려 놓지 않았을까 그래서 다른 버전의 수습 못 할 비극을 주위 사람들, 후세에 남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나쁜 원님의 이 우주는 독을 파낸 순간 부터 망조가 들었던 것이고… 이미 원님의 세상은 디스토피아.

아 무섭잖아요.

단발님 좀 밝고 재밌고 뒷처리 깔끔한 옛이야기로 제 맘 달래주세요. 더운데 진땀 나요.

단발머리 2023-07-01 21:11   좋아요 0 | URL
하하하 정말 그랬네요. 옛이야기에 용산 발랐군요. 용산 땅콩쨈 샌드위치....

˝30일의 밤˝의 ‘이상한 상자/문˝ 이야기에 급 관심이 갑니다. 멀티버스가 ㅋㅋㅋㅋㅋ 아, 여기에 멀티버스가 나오는군요.

전 뭐랄까요. 원님에게 남은 것이 아버지라는 점에서, 효를 당연시하고, 강제하고, 장려하는 문화 속에서 ‘효의 실천‘이 얼마나 어려운것인지를, 특히 아버지요. 강조하고 싶지 않았나 싶어요. 어머니는 가정 경제에 여러모로 보탬이 되니까요. 얼마 전에 여성의 나이가 84세가 되어야 가사 노동에서 ‘비로소‘ 해방된다는 기사를 봤어요. 늙으신 아버지라니, 권위를 내세우는 아버지(이 놈아, 나를 얼른 여기에서 꺼내라!!)가 대청 마루 한 가득 ㅋㅋㅋㅋㅋ 욕심 내고 권력의 사유화 추구하더니ㅋㅋㅋ 원님이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벌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그것도 용산과 똑같네요. 우앗, 평행우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님의 독 사유화는 막을 수는 없었을것 같아요. 글쎄요, 저는 이 신기한 독이 착한 농사꾼의 집에 계속 있었더라면... 하는 나이브한 생각을 가지고 있기는 합니다. 다만 저는 못된 짓 하는 원님을 ‘욕해야 한다‘에 방점을 찍다보니, 사실 이 생각을 못 했더랬습니다.

멀티버스와 디스토피아를 소환해주시는 유부만두님 식견에 저는 또 댄스를 ㅋㅋㅋㅋㅋ(오늘 에어켠 켰어요, 그래서 댄스 가능합니다)

깔끔한 옛이야기 만나면 다시 한 번 소개 타임 갖겠습니다. 근데 전반적으로 전래동화는 장르가 호러에요. 그죠? ㅋㅋㅋㅋㅋㅋ

2023-07-01 1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01 1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수하 2023-07-01 1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이야기 읽어본 듯도 한데… 그런데 끝이 저렇게 무서운 이야기인 줄 몰랐어요. 어릴 때는 무섭다고 생각 못한 거겠죠 ^^;

저도 모르게 누군가가 여러 명인 세상을 상상해 버렸습니다….. 🥶

저는 요즘 ‘장도리’를 보며 후원하며… 그 힘으로 견디고 있어요.

단발머리 2023-07-01 18:19   좋아요 1 | URL
그림이 귀엽고 글씨도 적어 진입 장벽은 낮은데 ㅋㅋㅋ 마무리가 장난 아니죠? 초고령화 사회에 가장 무서운 이야기 되시겠습니다.
저, 장도리 검색하고 왔습니다. 그림이 귀엽네요. 수하님에게 화이팅을 주는 고마운 장도리 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7-02 0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욕심많고 비열한 원님!
부전자전이라고 원님이 닮았을 자기 아버지가 그득하게 되면.....원님만 괴로운 인생이면 될텐데...괜스레 모든 화를 불쌍한 백성들이 뒤집어 쓰게 생겼네요.
현생의 우리처럼요ㅜㅜ

좀 밝은 이야기로 옛이야기 3탄을 기대하겠습니다.
단발 님 참 이야기꾼이십니다.^^
하지만 나라 이야기는...에혀....ㅜㅜ

단발머리 2023-07-04 18:29   좋아요 1 | URL
원님 아버지는 원님처럼 욕심쟁이일테니까요. 원님이 고생 많이 해야할텐데... 책나무님 말씀처럼 불쌍한 백성들이 원님 아버지 봉양해야 하나 급 걱정되네요.

3탄도 기다리시면 제가 또 ㅋㅋㅋㅋㅋㅋ 책을 많이 읽을게요!!

독서괭 2023-07-03 1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윽 저는 저 이야기에서 독에 빠진 사람이 아버지가 아니라 아들인 걸로 봤었어요. 아버지 쪽이 훨씬 무섭네요;;; 아마도 원님보다 원님 아내가 더 무서웠겠죠? 저라면 도망갈 듯..

단발머리 2023-07-04 18:30   좋아요 1 | URL
아들이 독에 빠져도 큰일이지만 ㅋㅋㅋㅋㅋ 역시 아버지 쪽이 무섭겠죠. 아내, 자식,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가 여럿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님은 고생 좀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