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이 친구가 알려줬다, 오늘은 3월 2일.
새해, 최종의 최종의 최종의 아침.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최종, 최종의, 최종 아침.
우리집 아이들이 무언가 더 배우겠다고 새로운 분야에 마구 진출하지 않는 한, 내가 막둥이를 낳지 않는 한 (낳지 않을 예정) 이제 내게 입학식은 몇 번 남지 않았다. 아, 번개 맞은 것처럼 각성된 내가 어딘가에 입학하지 않는 한 (각성하고 싶다).
큰애 졸업식 전날 꽃다발을 사러 갔다. 그날 따라 남편이 일찍 퇴근해서 같이 가게 됐는데 꽃다발을 고르고 이런 작은 플랜카드를 보게 되었다. ‘새로운 출발을 축하해 / 우리 딸 최고’. 생화가 아니어서 그 다음주에 있을 작은 아이 졸업식에도 쓸 수 있겠다 싶었는데 남편이 ‘우리 아들 최고’ 플랜카드는 없냐고 물었다. 아들은… 꽃집 사장님이 말끝을 흐리셨다. 아들은(에게는) 꽃다발 잘 안 하죠? 내가 문장을 마무리해 드렸다. 네, 저도 아들 있지만... 아들들은 잘 안 하세요. 딸들은… 며칠 전에 오셔서 예약하시고, 딸 꽃다발이 제일 커야 하고, 제일 예뻐야 하고… 남편은 말문이 막혔고 나만 혼자 ‘그죠? 그죠?’를 연발했다. 나도 그랬기 때문에. 나는 미적인 감각이 1도 없으면서 3일 전부터 큰 아이 꽃다발 컨셉에 골몰해 왔는데 내 머릿속에서 그려내는 데는 한계가 있어서 고작 결론은 ‘그래, 핑크톤으로 가자’ 정도였다. 나만 그렇지 않다는 것, 딸 가진 엄마들 마음이 다 똑같다는데 나는 왠지 안심했다. 꽃은 남편이 골랐는데 사장님도 강력 추천하셨던, 요즘 가장 핫하다는 샤넬꽃. 남편이 한 번 더 이야기해서 ‘새로운 출발을 축하해 / 우리 아들 최고’ 플랜카드를 예약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큰애 졸업식 때 쓰고, 작은 애 졸업식 때 썼던 그 꽃다발을 오늘 또 들고 나왔다.
새롭게 시작하는 모든 입학생들에게 축하를!
오늘에서야 새해를 시작하는 모든 지각쟁이들에게 화이팅을!
아직도 2월의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 커피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