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ven Husbands of Evelyn Hugo』는 일생 말기에 회고록을 쓰려는 Evelyn Hugo의 과거와 그녀의 작업을 돕는 Monique의 현재가 겹쳐지며 서술된다. 일곱 명의 남편을 가졌던 에블린과 이혼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니크. 자신이 가진 아름다움을 통해 가난에서 탈출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에블린과 그녀가 가르쳐준 기술(?)을 토대로 더 나은 자리에 오르려는 모니크. 모니크의 제일 중요한 질문, 최종 질문은 이것이다. 7명의 남편 중에 에블린이 가장 사랑했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녀의 진짜 사랑은 누구였을까. 중간 정도 읽으면 답을 알 수 있는데 알려 줄수는 없겠다

 

 


모니크가 아빠를 회상하는 장면이다.

 


He told me he wanted to do work that invigorated him. He said, “You have to do that, too, Monique. When you’re older. You have to find a job that makes your heart feel big instead of one that makes it feel small. OK? You promise me that? (89p)

 


heart feel big. 가슴 벅차게 하는 일이라. 자신을 작게 느끼게 하는 일 대신, 가슴 뛰게 하는 일을 하라고. 그런 일을 하라고 모니크의 아빠가 말한다. 6살의 모니크에게 약속하자고 한다.

 


어디 일만 그럴까. 가슴 뛰게 하는 사람이 있고, 펄떡이는 가슴조차 냉랭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이 있고, 만날 때마다 기분 상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딸에게 주는 레시피』에서 공지영은 말했다. 친구와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쇼윈도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그래, 괜찮아. 나 오늘 쫌 멋진 거 같애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 친구는 좋은 친구. 친구와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쇼윈도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초라해 보인다면 그 친구는 다시는 만나지 말아야 할 친구. (정확히는 아니고, 대략적인 내용이 그랬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에서 잭 니콜슨은 연인에게 고백한다. ‘당신은 나를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었어요.’ 결국 좋은 우정이란, 좋은 사랑이란 그런 게 아닐까. 나를 더 나은 내 모습으로 만들어주는 힘. 내 안에 숨어있는 근사한 내 모습을 발견해 주는 힘. 그리고 그것에 대해 알려주는 힘.

 



자기 과시와 인정 욕구에 목숨을 거는 우리 인간이, 우리 사람 종이 타인에게 기대하는 건 뭘까. 정확한 상황 인식, 냉철한 사태 파악, 객관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판단. 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이해와 공감, 지지와 격려가 아닐까. 그 앞에 따뜻한이 추가되면 더욱 그럴 테고.

 


heart feel big. 가슴 벅차게 만드는 사람을 만났다. 라떼를 마시고, 책 이야기를 한참 하고 나니, 가슴이 한껏 벅차올라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한참이나 숨을 가다듬어야 했다. 엘리베이터 속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근사해 보였다. 그 사람도 그랬으면, 그 사람도 그걸 알았으면 좋겠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syche 2022-02-10 04: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런 사람을 만나고 오셨다니 부러워요!

단발머리 2022-02-10 18:06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이게 웬 횡재인가 했습니다^^

책읽는나무 2022-02-10 07: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가슴 벅차게 만들어 주는 사람@.@
만남의 시간동안 책 얘기를 내내 할 수 있는 사람!!!! 독서 수준이 비슷한 사람이라 그게 가능한 사람!!!
부럽기도 하고, 왠지 어마어마한 모임인 것같아 보입니다ㅋㅋㅋ
원서 책에 대한 이야기라니....@.@
거기다 울프언니!!!!

단발머리 2022-02-10 18:08   좋아요 2 | URL
어마어마한 모임은 아닌데 책이랑 커피가 같이 있으니까 그래 보이는 것 같아요. 원서는 그림을 위해서 찬조 출연했어요 (부끄럽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사진에는 원서 아니겠습니까?
울프언니 책은 슬쩍 넘겨봤는데 번역자 이름에 혹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ini74 2022-02-10 11: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라하게 만드는 친구 ㅠㅠ가끔 있죠 야 자랑할려면 돈 내고 해 하고 싶은 ㅎㅎ 무심하게 놓여진 책들이 넘 예쁩니다 ~

단발머리 2022-02-10 18:09   좋아요 1 | URL
저는 진짜 자랑 잘 들어줄 수 있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돈만 많이 내시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 예쁘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심하게 하는 것 같던데, 사실은 전문가의 손길입니다^^

다락방 2022-02-10 12: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과 커피와 디저트와 친구라니. 아 역시 행복은 가까이에 있는 거였어요!! >.<

단발머리 2022-02-10 18:11   좋아요 1 | URL
맞아요, 다락방님.
저는 좋아하는 사람과 하고 싶은 거 딱 하나만 말해보라 하면 ‘조용한 커피숍에서 커피랑 케익 먹으면서 이야기하는 거‘만 생각나요. 완전 비싼 커피, 전문가가 해준 커피 아니라고 해도 말이죠. 행복은 커피숍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02-10 1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라떼 마시기 전에 낮맥 마신 친구는 행복해 죽으려고 했을 거 같아요. 좋은 사람 만나고 오면 반짝반짝 빛이 나고 내가 더 예뻐지고 더 환해지고 더 건강해지는 느낌 있죠. 그 사람도 좀 알았으면 2 :)

단발머리 2022-02-10 18:12   좋아요 1 | URL
네, 많이 좋아하는 것 같더라구요. 낮맥이 주는 즐거움이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반짝반짝 빛이 나고 더 예뻐지는 느낌을 제가 알고 있다는 걸, 그 친구가 안다는 걸, 제가 알고 있습니다. 푸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