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의 서재 6일째다. 너무 좋다.
친구가 밀리의 서재 구독권을 줬다. 늦은 봄이었다. 너무 더워서 책장 넘기기 힘들 때, 재미있는 전자책 왕창 봐야겠다,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나에게 ‘여름’은 없었다. 나의 여름, 나의 휴가, 나의 휴식은 없었다. 올해는 없었다. 그래서, 구독권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그저께 필통 사이에 구독권이 빼꼼히 보여서, 이거는 기한이 없나? 하고 확인해 봤더니, 왜 없겠나. 12월 31일까지다. 어머나, 친구가 2개월 구독권이라고 했는지, 3개월 구독권이라고 했는지 잊어버렸는데, 3개월이라면 이미 한 달이 없어지고 만 상태. 부랴부랴 회원가입을 하고 앱을 깔고 책 서핑에 나섰다. <나의 서재>도 꾸며 보았다.
흐뭇한 광경을 만끽하며 서랍에 고이 모셔져 있는 크레마 사운드를 꺼내 피씨와 연결했다. 누워서 크레마로 책 읽는 나의 모습, 크흐흐. 하지만, 헤매고 돌고, 돌고 헤맨 후에 밤 11시 반에 얻은 결론은, 내 크레마 사운드로는 밀리의 서재를 볼 수 없다는 것. 괜찮다, 괜찮아.
급하게 선택한 책들이기는 하지만 나름 신중하게 고른 이 책 중에, 나는 (내가) 유시민의 책이나 베블런의 책이나 혹은 정지돈의 책을 읽을 줄 알았다. (제일 먼저 다운받은 책은 유시민의 책이고, 제일 먼저 열어본 건 정지돈의 책). 그러나, 사실인즉슨 금요일 오후부터 토요일 아침까지 잭 리처와 함께했으니. 그는 언제 어디서나 최고다. 온몸이 무기요, 몸을 휘두르면 살인 병기이며, 잘 먹고, 잘 자고, 무엇보다 말 잘하는 사람이다. 크고 빠르고 정확하며, 어떤 사람보다도 강하다. 그런 사람과 1박 2일을 함께했다.
나쁜 사람일 것 같은 사람이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가, 다시 속임수에 능한 사람이 되었다가, 다시 그저 그런 사람으로 변하는 순간마다 재미있었고, 피해자인 줄 알았던 사람이 거짓말쟁이가 되었다가 살인 기계로 변신하는 과정은 놀랍고 끔찍했다. 자세히 알고 싶지 않은 부분도 보게 되어 조금 무섭기도 했다(겁 많은 사람).
여기저기 돌아보니, 100자 평과 비슷한 ‘한 줄 리뷰’ 기능이 있던데 장강명의 ‘한줄 리뷰’가 간간히 눈에 띄었다. 내가 아는 장강명일까 했는데, 내가 아는 (나쪽에서만 아는) 소설가 장강명이어서 반가웠다. 장강명 바로 밑에 ‘한 줄 리뷰’ 남길까 말까 생각 중이다. 계획대로라면 다음 책은 『유한 계급론』이 되어야 하는데, 잭 리처를 만나지 않을까 싶다. 리처, 나의 리처. 나만의 잭 리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