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벌새」를 읽을 생각을 한 건 아니고, 정희진 선생님 글만 읽으려고 했다. 예약한 사람들이 많아 한참을 기다렸다가 오늘 대출해 왔는데, <작가의 말>을 읽고는 바로 읽기 시작해서 그 자리에서 다 읽었다. 내일 구역예배 차례가 우리집이어서 거실 빨래건조대 치우고 여기저기 쓸고 닦아야 하는데, 책에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이런 구절에서는 잠깐 책을 덮었다. 끓어오르는 이 느낌은 커피 때문인가 아니면 다른 그 무엇 때문인가. 




탈코르셋 주장이나 『82년생 김지영』은 중년 여성의 젠더 이슈가 아니다. 여성의 계급은 나이와 외모다. 나이 든 여성이나 장애 여성,이주 여성이 겪는 세계는 젠더로 환원되지 않는다. 한국의 기혼 중년 여성은 무엇으로 사는가. 남편이 출세하고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 ‘완벽한 가정‘은 드물다. 아니, 무엇보다 그것은 남편과 자녀들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이지, 타인이 대신할 수 없는 불가능의 영역이다. 엄마는 비난만 받을 뿐이다. 여성이 나이가 들면 전업주부든 여배우든 경력 단절 여성이든,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는 이들을 돕는 인프라가 전혀 없다. ([지금, 여기의 프리퀄 <벌새>], 정희진, 245쪽) 





내가 한국의 기혼 중년 여성이어서 그런가. 단어들이 하나하나 분리 되어서는 성큼성큼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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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19-10-24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다지도 새로울 것 없는내용의 ˝82년생 김지영˝ 책을 두고 난리 법석을 떠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에서의 젠더 이슈를 거론하기는 생각보다 척박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당분간 그 문제를 멀리하고 염두해 두지 않고 있었는데 순간 인용구절을 읽고 다시 발동이 걸리네요...ㅋㅋ 여성의 계급은 나이와 외모이고 그것으로 일차적으로 배우자의 선택할 수 능력이 생기는 것 같고.. 그 이후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종속되어 버리는 것 같아요.. 종속되지 않은 미혼의 상태는 자유로움은 있지만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결핍이 또다른 계급의 층을 만드는 것 같아요. ㅎㅎ

벌새 어여 읽어봐야겠네요 ^^ 감사해요..

단발머리 2019-10-28 13:55   좋아요 0 | URL
<82년생 김지영>은 이제 우리에게 하나의 현상이 되었다고 봅니다. 그 악의적인 평점 테러에도 불구하고, 주말에 100만을 돌파했다는 기쁜 소식이 들리대요. 저도 얼른 서둘러 봐야겠어요^^

수이 2019-10-24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새 찜!!

단발머리 2019-10-28 13:55   좋아요 0 | URL
벌새 찜!!

공쟝쟝 2019-11-04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영화보고 엄청 감명받아서 벌새 읽고 싶어요에 찜해 놓았어요. 근데 저자중에 정희진 대모님이 있단 말입니까?!!!

단발머리 2019-11-04 22:00   좋아요 0 | URL
일단 정희진 대모님은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이시지만 <벌새> 시나리오의 저자는 아니셔요. 해설이라고 이해하면 될까요? ㅎㅎㅎㅎㅎㅎㅎ

공쟝쟝 2019-11-04 22:04   좋아요 0 | URL
우왕 희진님의 해설 읽고 싶따 ㅠ0ㅠ

단발머리 2019-11-04 22:05   좋아요 1 | URL
아주 아름답다는 이야기만 전해드리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