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8, 13, 15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시리즈 중에 이렇게 세 권을 대출했다. 정희진 선생님이 강의 중에 언급하셨던 책이라 마음 같아서는 15권 전체 다 읽고 싶지만, 실패의 기억 때문에 자꾸 미루게 된다. 재미가 없는데다 어렵다는 이유다. 대출한 책들 중에 제일 먼저 펼친 책은 색깔 한 번 기막히게 고운 8번 ‘개혁과 (종교) 개혁’. 모든 공부의 시작은 진정 어원이던가.
2. 과학하고 앉아있네 06 : 김대수의 사랑에 빠진 뇌
생물체의 가장 강력한 본능인 생존과 번식 중에 번식을 선택(?)한 수컷 사마귀의 아련한 마지막 모습. 이렇게까지 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안타깝다.
남자의 뇌는 항상 배우자를 찾고 있다거나(24쪽), (동화를 통해 확인되듯 여자에게는) 왕자가 상징하는 경제적인 능력이 중요하다(33쪽)는 주장을 과학자가 말하면 ‘과학적’ 사실이 되는 건가. 또 한 번 안타깝다.
3. 프리모 레비의 말
프리모 레비의 마지막 인터뷰집이다. 레비는 3번의 인터뷰를 조반니 테시오와 진행했다. 4월 부활절을 앞둔 금요일에 테시오가 전화를 했고, 다음주에 다시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기로 했었는데, 그 약속은 영영 잡을 수 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레비의 이모를 통해 그의 가족에 대한 기억들을 더 많이 수집하고 싶다는 테시오의 말에 레비는 이렇게 답한다. “불행하게도 기억을 간직한 사람들이 이제 더는 그것을 지탱할 수가 없습니다(43쪽)”. 그는 자신의 미래를 알고 있었던 것일까. 그렇게 해서라도 기억의 무게를 떨쳐내고 싶었던 걸까.
4. 미친 사랑의 서
스콧은 젤다의 외모적 특징과 성격적 특징을 등장인물에 입혔을 뿐 아니라 젤다의 동의하에 그녀의 일기와 편지에서 내용 일부를 통째로 가져다가 자기 소설에 집어넣은 것이었다. 당시 젤다에게는 이 ‘표절’이 한낱 장난쯤으로 여겨졌고, 그들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유지하게 해주는 집안의 가장을 지원하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했다. 그러다 어느 날 피츠제럴드 부부의 파티에 참석한 한 유명한 연극평론가가 우연히 젤다의 통통 튀는 일기를 읽고 관심을 보이며 출판 의사를 비치자, 스콧이 당장 반대하고 나섰다. 자신의 소설과 단편 작품의 재료로 써야 했으니까. (52쪽)
반 정도 읽었는데 끝까지 읽어야할지 잘 모르겠다. 창작물인 문학 작품이 완성된 후에는 작가의 손을 벗어나 그 자신의 운명대로 나아간다고 믿지만, 작품의 창작자가 그 작가라는 점은 바뀔 수 없으니까. 스콧 피츠제럴드를 빼고, 톨스토이를 빼고, 헤밍웨이를 모른 척 하고 나면 남는 건 누구일까. 버지니아 울프, 실비아 플라스 이야기는 읽고 싶은데, 끝까지 읽을 수 있을지.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5. James and the Giant Peach
로알드 달의 작품에서 어른들은 하나같이 멍청하고 못 생겼고 욕심쟁이다. 어쩌면 그래서 아이들이 그의 책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보기에 어른들은 멍청하고 못 생겼고 제 멋대로니까. 이 책에서는 제임스의 두 고모가 그렇게 그려지고 있는데, 고모들에게서 탈출하면서 제임스에게는 새로운 삶, 위험천만한 모험이 펼쳐진다. 복숭아를 타고(?) 곤충들과 떠나는 신나는 여행. 이제는 복숭아가 아니라 사과의 계절. 올 여름 아름답게 사라져버린 복숭아들을 생각하며 읽는다. 고마웠다, 복숭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