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나의 『나를 숨쉬게 하는 것들』은 요가 안내서나 요가 자세에 대한 책이 아니라 요가를 배운 뒤 바뀌어 버린 삶에 대한 책이다. 우울증과 비만,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암울한 20대를 보내던 저자가 요가를 만난 후 그의 생각, 꿈, 인생이 어떻게 변했는지 이야기한다.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역시 첫 직장에서의 사직 권고, 급여 지급 소송, 공황 장애를 겪던 저자가 요가를 통해 일상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지금 현재, 요가를 수행하는 자신의 몸과 자신의 감각에만 집중하면서 숨쉬기, 힘빼기를 다시 배우고, 자신의 인생도 이렇게 새로운 호흡, 새로운 자세로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
『아무튼, 요가』는 위의 책들보다 요가에 대한 설명이 훨씬 더 전문적이다. 패션 일을 하던 저자가 뉴욕에서 요가 강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뉴욕 입성만 해도 이야기 거리가 될 텐데, 거기에 더해 올라가지 않는 영어 점수와 요가 이야기라니. 책은, 저자가 무척이나 대답하기 싫어하지만 사람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이효리 요가 잘하는 거예요?(잘하는 거 맞아요?)”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이효리, 이효리 요가 자세 핀차 마유라사나, 이효리의 요가 선생님 한주훈.
지역 주민 복지 차원에서 무료에 가깝게 운영되어 1년 이상 참여했던 요가 수업의 선생님은 수업에 참여하는 연령대를 고려해 어려운 동작 없이 수업을 진행하셨다. 70퍼센트 이상이 맨손 체조라 여겨질만큼 쉬운 동작이었고, 고난위도의 동작들은 알아서 ‘저강도’로 진행했기에 어렵지 않게 수업을 따라갈 수 있었다. 집에서도 요가를 해보겠다며 거실에 요가매트를 깔고 야심찬 도전을 시작했던 1인은 나이키앱의 ‘플로우요가 25분’에서 절망하고 만다. 엎드려뻗쳐 자세를 비롯해 대부분의 자세가 상체의 힘을 이용한 것들이어서, 선생님과 함께 했던 요가와는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에서 파생되어 특정한 호흡과 함께 특정한 위치에 동작을 데려가는 캐주얼한 형태로 변형된 빈야사 요가가 바로 플로우 요가라는 걸 알게 됐다. 궁금한 것은, 내가 조곤조곤한 음성의 요가 선생님께 배운 요가는 도대체 무슨 요가인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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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크람 요가는 저자가 제일 오랫동안 수련한 요가인데, 인도인 요가 강사 비크람 차우더리의 이름을 딴 요가 스타일이다. 요가룸의 온도를 40도까지 올린 상태에서 비크람이 구성한 ‘비크람 요가 26자세’를 가르치는데, 핫요가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외에 요가 강사를 직업으로 결정한 이후에 저자는 테라피 요가, 임산부 요가, 산후 요가, 키즈 요가를 수련하고, 각각의 지도자 과정을 이수한다.
선생님이 시작하라고 계속 눈으로 사인을 보냈는데도 한참 후에야 눈치를 채고는 나도 모르게 외운 말들을 읊기 시작했다. “Hello everyone, welcome to class. Please, stand center of your mat, face to mirror, feet together, heels and toes touch, interlock all ten fingers underneath your chin, let’s begin with Pranayama deep breathing…. 내 목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약기운 때문인지 너무 울어서인지 아니면 두려워서인지,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그런데도 나는 계속 읊고 있었다. 그렇게 몽롱한 상태로 60분 수업을 정말 기계처럼 구령을 쏟아내며 마쳤다. 그때 난 처음으로 깨달았다. 무지막지하게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되기도 하는구나. (52-4쪽)
첫번째 요가 수업에 대한 이야기는 요가에 대한 이야기면서 동시에 영어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모든 훈련의 시작은 모방이고, 최고의 모방은 ‘외우기’에 있다고 생각한지 꽤 오래됐다. 무엇에도 정통하지 않고 어떤 전문가도 아니며, 요가와 영어 둘 다 안 되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런데 그렇게 강사 트레이닝을 하면서 영어가 늘고 이제 학교를 갈 수 있게 되었는데, 패션계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부서 간이고 동료 간이고 할 것 없이 치열하게 헐뜯고, 싸우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이런 것들이 지긋지긋하게 느껴졌다. 그전에는 사회생활이 워낙 그런 것이니 어쩔 수 없다 그냥 받아들이고 옷 만드는 일 자체의 즐거움만 생각하자고 했는데, 이제는 다시 돌아갈 생각만 해도 너무 끔찍하게 느껴졌다. 그냥 요가를 가르치고 싶었다. 몸을 움직이는 것, 건강한 것, 그런 것들을 계속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다이어리를 펼쳐놓고 전업으로 요가를 가르쳐서 먹고살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적어보기로 했다. (89쪽)
보통의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을 두고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라고 말한다. 저자는 잘하는 일(패션)이 있었는데, 하고 싶은 일(요가 강사)을 택하고, 후에는 하고 싶은 일을 잘하게 된 케이스이고, 경제적인 성공을 이루고 명성까지 얻는다. 꿈을 이뤘다. 요가를 선택해서,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서 모두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그런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는 얼만큼은 희망적이고, 또 아주 가끔은 그런 희망적인 이야기가 듣고 싶기도 하다. 희망적이어서. 아무튼 요가.
마지막으로 요가 수련 욕구를 200% 올리는 이효리의 요가 수행 사진.
탄성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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