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김훈 작가의 문체를 좋아했지만 읽은 책은 소설집 ‘강산무진(2006)’ 밖에 없어 다른 책들이 궁금했던 차에 이 책을 읽었습니다.

짧지만 강하고 꾸미지 않는 단문으로 이루어진 훌륭한 소설이라는 평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영화개봉에 맞춰 새로운 장정으로 화려하게 꾸민 책이 나왔지만 저는 최초의 판본을 선택해 읽었습니다.

그래서 중고서점을 뒤져 한권 구할 수 있었는데 책 자체도 수수하고 글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영화로 만들어진 소설이고 영화를 본후 원작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고 생각해 보니, 김윤석, 이병헌 주연의 영화 ‘남한산성 (횡동혁 감독,2017)’ 은 원작을 상당히 잘 표현한 작품이더군요.

추운 겨울 눈 덮힌 남한산성으로 파천한 조선 조정의 막다른 길과 살기 위해 청에게 항복할 수 밖에 없었던 치욕의 역사를 소설은 담담히 묘사하고 있습니다.

병자호란 당시 조선은 임금이던 광해군을 폐하고 인조를 왕으로 내세우는 ‘반정’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는데, 당시 골수 대명 사대주의자들은 광해군이 펼친 명나라 청나라 사이의 등거리 외교를 못마땅히 여겨 그를 내치고 인조를 왕으로 내세운 것입니다.

그렇게 억지로 정권을 잡았으면 정치를 제대로 했어야 함에도 성리학의 명분에 사로잡혀 대명 사대주의 외교를 고집해 당시 중국의 패권이 명나라에서 청나라로 넘어가는 것을 간과해 버리고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이라는 전쟁을 불러 일으키게 되고 조선 역사상 처음으로 인조는 청에게 항복의 예를 하는 굴욕을 맛보게 됩니다.

책에 나오는 예조판서 김상헌과 이조판서 최명길의 논쟁은 유장하기는 하나 허망합니다.

살아야 후사를 도모할 수 있다는 충신 최명길이 왜 조정에서 신료들로부터 죽음을 강요받아야만 하는지,, 영의정 김류와 김상헌이 주장하는 명과의 의리가 남한산성 안에서의 절박함 사이에서 무슨 의미가 있다고 논쟁을 하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광해군이 명 청 등거리 외교를 행한 것도 임진왜란 당시 전쟁으로 국가가 얼마나 피폐해지는 지 몸소 체험한 후 어렵게 정권을 잡은 후 이루어 낸 것인데 결국 광해군을 몰아내고 정권을 잡은 이후 또 다시 나라를 전쟁으로 몰아넣은 것은 명분론에 집착한 당시 기득권 세력 서인들의 오판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슴 아픈 치욕의 역사를 기억하는 것도 영광된 역사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 책은 조선 중기 전란에 휩싸였던 조선의 격변기를 돌아보게 하는 마중물이 되기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한명기 교수의 ‘광해군(역사비평사, 2000)’ 을 읽은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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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 남도답사 일번지, 개정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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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이 책이 나올 때 처음 읽고 25년만에 다시 읽었습니다.

나올 당시 이미 ‘문화유산답사’열풍을 일으킨 책이고 저 역시도 20대 때 이 책을 길잡이 삼아 실제로 해남의 땅끝마을에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이후 이 책이 교과서에 실렸다고 해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이책을 다시 읽으면서 가장 인상이 남는 구절은 11장 ‘관동지방 폐사지’ 에 나온 것입니다.

‘사랑하면 알게되고,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 때에 보이는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 (p236)

이 책을 대표하는 구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이말은 이후 유홍준 교수의 이 답사시리즈를 대표하는 문구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읽은 책은 새로 개정된 최신판이 아니고 1994년도 출간된 중고책입니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25년전 읽었을 당시의 느낌을 다시 한번 느껴보기 위해서 입니다.

그리고 이 책에 실린 사진 도판 중 얼마나 많은 문화재들이 당시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워낙 개발에 목멘 나라라 천년 고찰이라도 얼마나 제대로 보전되었을지 회의적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 실린 양양 낙산사가 2009년 경 화재로 소실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었고 개발의 명분으로 종로의 유서깊은 피맛골일대와 청진동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것만을 쫓아 옛건물을 모조리 때려부수면서 오천년 역사를 가진 문화민족이라고 자랑하는 세태는 자가당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재는 그대로 두는 것이 최고의 보전이라고 이 책에서도 주장하고 있지만 경제적 이익 앞에 모든 것이 허망하게 무기력해지는 것 같습니다.

내친 김에 그 다음 권도 읽어보려 합니다. 제 기억에 시리즈 3권까지 읽고 그 이후의 시리즈는 읽지 못했던 것 같아 이번 기회에 천천히 읽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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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국부론 청소년을 위한 동서양 고전 5
김수행 지음, 아담 스미스 원작 / 두리미디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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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론 원전을 읽고 싶어 해설서로 선택해 읽은 책입니다.
고인이 되신 자본론 및마르크스 경제학 전문가이신 김수행 교수님의 후기 저작 중 한편입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만큼 18세기 스코틀랜드 출신 경제학자의 글을 한글로 해설하시는 쉽지 않은 일을 하신 것 같습니다.

국부론의 내용을 올바로 알려 시장만능주의자로 알려진 아담 스미스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이 책을 저술하셨다는 점이 마음에 남습니다.

마르크스 경제학 전문가인 저자는 마르크스가 가장 많이 인용한 저작이 바로 국부론이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아담 스미스는 시장만능주의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1. 보이지 않는 손 (an invisible hand)를 단 한번 국부론에서 언급했고

2. 그 언급도 상인 계급들과 제조업자들의 부에 편중된 정책을 가져온 절대왕정의 중상주의릉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왔고,

3. 예상과 다르게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을 아담 스미스 본인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지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4. 또한 아담 스미스의 노동가치설 ( 노동력만이 지대와 이운의 원천이라는 주장)이 마르크스에게 계승되어 마르크스 경제학의 기반이 되었다는 정치경제학사의 중요한 지점을 지적합니다.

18세기 스코틀랜드의 도덕철학/사회철학 교수였던 아담 스미스는 평생 독신으로 산 이로 무신론자였던 철학자 데이비드 흄의 절친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삶 자체가 기업만능주의,낙수효과를 지지하는 시장만능주의 경제학과는 동떨어져 있습니다.

국부론 원전을 읽기 전에 국부론의 배경과 저자 아담 스미스의 삶이 어떠했고 그가 국부론에서 주장한 바가 무었인지 200페이지 상당의 짧은 글을 통해 잘 알 수 있어 나름 좋음 책이라고 말씀드릴 수있습이다

다만 원문인용을 대신한 한국어 번역 문장이 너무 부자연스럽습이다. 국부론의 번역은 다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간략하게 여기서 글을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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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rds of Finance: The Bankers Who Broke the World (Pulitzer Prize Winner) (Paperback)
Liaquat Ahamed / Penguin Group USA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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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투자은행가 Liaquat Ahamed가 2009년 쓴 책으로 2010년 퓰리처 상(The Pulitzer Prize)을 수상한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미국,영국, 프랑스, 독일 소위 서구 4대 강국의 중앙은행장들이 통화금융정책을 통해 어떻게 1929년 세계대공황을 촉발시켰는지를 설명합니다.

따라서 지금으로부터 100년전인 1910년대부터 대공황이 촉발된 1929년 그리고 그 이후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인 1940년대까지 이들 4개국은행장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리고 어떤 기회에 중앙은행장이 될 수 있었는지를 보여줍니다.

따라서 이 책은 서구 4대 강국의 통화 금융정책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이들 중앙은행장들의 인생을 정리하는 평전이기도 한 것이지요.

이 책에는 당시를 주름잡았던 중요한 경제학자가 한명 등장합니다. 바로 존 메이나드 케인즈 (John Maynard Keynes)입니다.
이 유명한 경제학자는 직접 통화 금융정책을 집행하는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특히 영란은행과 영국 재무부, 그리고 영국 수상에게 직접 조언을 하면서 통화금융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물론 이 경제학자는 1929년 대공황과 그 여파로 금본위제 (Gold Standard)가 흔들리자 새로운 국제경제체제를 논의하기 위한 브레튼우드 협정에도 적극 참여해 새로운 경제질서를 만드는데 공헌합니다.

책 제목을 다시 보면, 'Lords of Finance'로 이는 우리말로 ' 금융의 지배자들' 정도로 번역될 수 있습니다. Lords라는 말이 귀족이나 지체높은 사람들을 의미한다면 이정도의 번역이 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에는 2009년 '금융의 제왕'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습니다).
그리고 부제가 'The Bankers Who Broke the World', 즉, '세계를 망가뜨린 은행가들'입니다.

즉 이 책 제목으로 이 책의 모든 내용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이 책은 서구 4대 강국의 중앙은행장들의 통화금융정책에 대한 잘못된 결정으로 세계를 유래가 없는 대공황 (the Great Depression)으로 몰고 갔다는 의미입니다.

 

이들 중앙은행장들의 과오는 이 책의 맽음말(Epilogue)에 저자가 친절하게 잘 정리해 놓았습니다. 아마도 가장 중요하고 읽기 편한 장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 살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첫째, 각국의 중앙은행은 설립 초기 어떤 역할을 했는지, 즉 각국 중앙은행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보는 것이죠.

두번째는 각국의 중앙은행이 어떤 통화금융정책적 실수를 했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들이 이렇게 판단할 수 밖에 없는 그 근거가 된 당시의 경제상황을 살펴보는 것이지요.

 

우선 첫째, 각국의 중앙은행의 기원을 간략하게 살펴봅니다.

 

우선 미국의 경우 미국의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 Board)는 191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1907년 미국의 경제공황을 JP Morgan의 도움으로 막은 이후 중앙은행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1913년 최초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설립됩니다. 하지만 당시만해도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실권이 없는 상태였던 실제적인 권한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산하의 연방준비은행 중 가장 규모가 큰 New York Fed가 행사했습니다.

이 New York Fed의 수장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중 한명인 Benjamin Strong으로 이 사람 역시 JP Morgan 출신 은행가입니다.

 

영국의 경우 잘 알려진 영란은행 (The Bank of England)가 이미 대영제국 시기이던 18세기 설립되어 있었고 이 은행은 1차 세계대전이전까지 사실상 전세계 금융의 마지막 보루역할을 했습니다. 따라서 19세기 세계졍제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금본위제(Gold Standard)유지를 정책의 죄고목표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프랑스의 중앙은행 (Banque De France)의 경우 독립된 금융기관이라기 보다는 부유한 프랑스귀족들의 사교모임과 같은 조직이었고 이런 조직의 형태는 심지어 프랑스혁명이후에도 지속되었지만 1910년대 대대적인 조직개편으로 당시 이 은행 이사회를 장악하던 프랑스 귀족들을 축출하는 개혁을 단행하게 됩니다.

 

독일의 중앙은행 (Reichebank)는 프랑스의 중앙은행보다는 관료조직에 가까운 조직으로 독일 재무부의  하부조직으로 기능했습니다.

 

이들 중앙은행의 정책결정을 보려면 이들이 처한 처지를 우선 살펴보아야 합니다.

1차 세계대전이후 미국은 채권국이었고 영국,프랑스, 독일은 모두 채무국이었습니다.

미국은 1919년 체결된 파리강화조약이후 채권국으로 전쟁채무의 변제를 요구했으며, 이는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 (Gold Bullion)의 불균형을 가져오게 됩니다.

 

즉 미국으로 많은 양의 금이 유입되면서 유럽제국들은 금 보유량 부족에 시달리게 된 것입니다.

 

이에 따라 미국은 금유입에 따른 통화팽창, 즉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이었고, 영국 프랑스 독일은 통화량의 낮아져 불황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래서 영국은 불황을 감내하는 정책을 택하게 되고 독일은 인위적인 통화팽창정책을 취하게 됩니다.

 

영국의 불황감내정책, 즉 디플레이션(Deflation)을 감내하는 정책은 영국 산업의 위축을 가져왔으며 이는 더 더욱 영국의 금보유량을 축소시켜 불황의 악순환을 자초하게 됩니다.

수백만의 영국인들이 실업자 신세가 되었지만 영란은행장인 Montague Norman은 대영제국시절부터 지켜온 금본위제를 사수하고자 가격 상승을 용인하는, 즉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키는 파운드화의 평가절하를 용인하지 않는 정책을 폅니다.

이 결정적인 정책실패로 영국은 1차 세계대전 이전의 압도적 금융제국의 지위를 내려놓게 되고 금융의 헤게모니는 미국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반면 1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으로 전쟁채무국인 독일은 그들이 감당하기 힘든 전쟁채무의 부담을 금태환과 관계없는 화폐발행으로 대응하게 되고 이는 1920년대 독일은 최악의 하이퍼인플레이션 (Hyperinflation)의 늪에 빠지게 됩니다.

아직 금본위제아래 있었지만 금 보유량과 상관없이 마구 발행된 독일 마르크화는 그 가치가 폭락했고, 사실상 마르크화로 빵과 생필품을 구매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화폐가치가 사실상 무의미하게 된 1920년대 독일은 빈부격차도 심해져 하층민은 더 더욱 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반면, 프로이센 제국이 무너진 이후 혼란기에 돈을 번 부자들은 수도 베를린에서 흥청망청 먹고 마시고 즐기는 휘황찬란한 삶을 이어갔습니다.

 

미국은 앞서 말하대로 유럽의 금이 미국으로 대량유입되면서 통화팽창에 의한 인플레이션을 관리해야 하는 입장이었고, 전통적으로 국내정책에 더 우선을 두는 미국정치인들은 유럽, 특히 영란은행의 Montague Norman과 지나치게 밀착한 관계를 보여주는 Benjamin Strong에 대해 불편함을 내비쳤습니다.

국내우선주의를 내세우는 정치인들에 비해 New York Fed라는 사실상의 미국 중앙은행을 이끄는 이 은행가는 보기 드믄 국제주의자로서 유럽의 국가들, 특히 같은 앵글로 색슨 국가인 영국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실제로 그렇게 실천했습니다.

 

1920년대 영국은 조선업, 철강업 등 사양산업이 대부분인 영국이 디플레이션 정책으로 대량실업과 경기 침체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당시 새로운 산업이었던 자동차, 전화, 텔레비전, 가전등의 등장으로 산업적으로 대단한 성장을 하고 있었던 때였습니다.

물론 이러한 경제호황은 1929년 대공황을 만나 상당부분 쇠퇴하게 되지만 이때의 산업적 기반 확립이 2차 세계대전이후 미국이 세계를 주도해 나가는데 발판이 되었다는데 의의를 제기하기는 힘듭니다.

 

프랑스의 경우,1차 세계대전의 채무국임에도 영국과는 조금 다른 정책을 썼습니다.

영국과 마찬가지로 금보유량이 부족했던 프랑스는 금 보유량을 늘리기 위해 통화의 평가절하(devaluation)을 용인했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면서 상품가격을 끌어올렸고, 시장이자율이 낮아지면서 경제가 활성화되는 효과를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유럽의 주변국들로부터 그리고 미국으로부터 금이 유입되기 시작했습니다.

금 본위제하에서 중앙은행의 일방적인 통화 평가절하는 사실 정도에서 벗어나는 것이었지만 프랑스는 금본위제 유지보다는 경제활성화를 택했고, 이미 전쟁으로 피폐해진 민중들에게 실업과 고율의 세금을 부담하라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약간의 트릭으로 프랑스는 경제적 이득을 보았고 주변국인 영국과 독일은 더 깊은 침체의 길을 걷게 됩니다.

프랑스의 자뭇 이기적인 이런 경제정책은 안그래도 사이가 좋지 않은 영국과의 관계가 더욱 악화되는 계기가 됩니다.

 

주의할 점은 이 당시 미국, 영국, 프랑스 모두 아직 금본위제라는 국제경제체체를 유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1920년대를 통과하면서 1차 세계대전 이전 무리없게 작동되는 금본위제는 사실상 작동이 불능이 되었고, 중앙은행이 통화가치와 페그시켜야 하는 금괴는 대부분 미국과 프랑스에 몰렸고, 독일과 영국은 만성적인 금 부족에 시달렸고, 따라서 통화가치의 하락위험에 직면하고 있었습니다.

 

독일은 앞서 말한 하이퍼인플에이션의 시기를 지나 결국 통화개혁을 단행하게 됩니다.

종이와 같은 구 마르크로는 도저히 경제를 지탱해 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죠. 이책의 또 다른 주인공인 Hjamar Schacht 는 새로운 마르크화를 도입하면서 부족한 금을 대신해 영국 파운드화에 마르크를 페크시킵니다. 그리고 그의 솜씨로 마르크화는 점차 안정화되었습니다.

다만 문제는 이후 독일경제가 활성화 되지 않아 만성적인 금부족에 시달리고 따라서 독일은 대규모의 해외차입을 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독일은 미국과 영국에서 대규모의 해외차입을 합니다.

미국과 원인은 다르지만 독일의 이런 대규모 해외차입도 마찬가지고 통화팽창을 가져오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독일은 1930년대까지 해외 차입에 의존해 경제정책을 유지해왔고,이를 통해 전쟁채무를 갚아왔습니다.

하지만 영국의 파운드화에 페그된 마르크화는 영국의 경제가 침체된에 따라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고, 미-영-드-독 4개국 중앙은행장들의 통화금융정책 논의에도 한발 물러서 있을 수 밖에 없는 처지였습니다.

 

영국은 프랑스의 과도한 금보유로 인한 자국 경제의 침제에 과민한 반응을 보였지만 자신들이 대영제국을 이루었던 근간이 금본위제의 기본을 무시할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기도 했습니다

 

19세기까지 영국은 식민지 수탈과 대외무역으로 전세계의 외환보유고 (금보유고)를 독점하다시피하고 이를 기반으로 런던의 금융시장을 발전시켰습니다.

1차 세계대전이후 더이상 전쟁이전의 금본위제를 유지할 수가 없는 상황임에도 영국은 대영제국의 기반이던 금본위제에 집착하게 되지만, 인플레이션 유발정책보다 디플레이션을 통한 경기침체정책을 택하고 경제가 반등하기를 기다렸지만 이미 미국의 신산업(자동차, 전기, 가전 등)에 밀린 영국의 사양산업(철강업, 조선업 등)으로 인해 더이상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결국 이 서구 4개국 중앙은행장들의 경제정책의 실패과정을 살펴보면 나타나는 중요한 배경은 바로 금본위제(Gold Standard)라는 제도에 있습니다.

 

서구에서는 가장 귀한 금속인 금을 통화에 페그시켜 금의 가치에 따라 통화가치를 평가해왔습니다.
이 시스템은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별 어려움없이 작동했으나 이 전쟁이 남긴 전쟁부채로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미국이 가장 많은 금을 보유하는 채권국이 되었고, 프랑스가 자국 프랑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하락시키며 금보유량을 늘리는데 앞장선 반면, 영국은 디플레이션 정책을 취하면서 금본위제를 지키려 했지만 실패했고, 독일은 마르크화 과다 발행으로 인한 통화증발로 지독한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고 이후 해외차입에 의존하게 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렇게 금본위제가 작동하지 않게 되자 새로운 국제금융질서를 재편하기 위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서구 4대 강국은 1943년 미국의 브레튼우드에 모여 논의를 시작합니다.

 

결국 이책에서 미-영-프-독 4대강국 중앙은행장들의 정책실패를 이야기하려면 1차 세계대전이 어떠 유산을 남겼는지 살펴보아야 하고, 1차 세계대전 이전의 세계금융제도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보아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 면에서 단순히 1929년 미국의 주식시장 대폭락으로부터 시작된 대공황시기를 미국내의 시각으로 보는 것은 단순한 설명이고, 이 책이 4개국 중앙은행장의 정책적 실패의 시각에서 대공황을 바라본 것은 상당히 신선한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책적 실패를 바라다 보려면 또한 은행가 뿐만 아니라 각국의 정치인들의 생각도 살펴보아야 하기 때문에 당시 정권을 잡았던 정치인들이 어떤 경제정책을 펼치려고 했는지 어떤 논의를 거쳐 정책을 결정했는지 여러 에피소드를 많이 담고 있습니다.

결과가 아닌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역사서를 읽는 주요한 이유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미국 국내적 요인과 더불어 국제적인 요인을 같이 살핀 드믄 시각의 책이기 때문에 퓰리처상을

받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대학때 국제금융 교과서에 간략하게 서술되어 있던 금본위제라는 제도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그리고 금본위제에서 달러본위제로 가치의 기준이 바뀐다는 것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변화인지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책에 대해 몇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1. 거시경제학이나 국제경제에 대해 공부를 하신분들이 보기 편하실 것이라는 점입니다. 경제학의 기초가 없이는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2. 이책이 한국어로 2009년도에 번역된것으로 아는데 600페이지 정도 된다고 하더군요. 원서로도 본문만 507페이지에 이릅니다. 꼬박 한달을 읽었으니 1930년대 대공황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지 않다면 추천드리기 어렵습니다.

 

3. 원서에는 영어뿐만 아니라 독일어와 불어도 같이 나옵니다. 해당언어를 같이 이해해야 좀 더 이해가 빠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4. 하지만 경제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2008년 촉발된 경제위기를 비롯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경기침체의 원인과 과거의 공황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과거의 대공황, 특히 1930년대의 대공황과 그 이전 1907년의 경제위기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일독하기를 권합니다. 교과서에서 보지 못한 위기의 원인에 대해 경제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투자은행가 출신 저자가 상세하고 재미있게 설명해 줍니다. 경제가 오히려 숫자 그 이상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준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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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 서울의 삶을 만들어낸 권력, 자본, 제도, 그리고 욕망들
임동근.김종배 지음 / 반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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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을이라는 메트로폴리스가 국가의 통치과정을 통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를 살펴본 책입니다.

 

정치지리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학문의 관점에서 서울에서의 삶을 구성하는 공간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구성되어 발전되어 왔는지 한국전쟁 직후 1950년대부터 박정희 정권시대를 거쳐 군부정권시대, 문민정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대까지 조망한 책입니다.

 

서울시의 경우 초기 김현욱 시장부터 박원순 시장까지의 시정을 통시적으로 조망합니다. 

2013년 방송된 대담을 책으로 엮어낸 것이어서 형식적인 면에서는 내용의 딱딱함을 상쇄시키는 장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주제와 다루는 범위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이 어떻게 주민등록제도를 도입해 주민들의 전출입울 관리했는지부터 시작해 동사무소가 초기 한국 정치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살핍니다.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박정희 정권의 강남 개발과 아파트 도입 과정도 통치의 관점에서 살핍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건설업이 초기부터 한국정부의 정책을 통해 얼마나 특혜를 받으며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선분양제를 실시하게 되었는지를 보면 한국이 1970년대부터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성장해 왔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거래 관점에서 봤을 때 살 물건을 보지도 않고 선금부터 치르게 하는 희한한 분양제도를 단지 정치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 낸 겁니다.

지금 비대해진 한국의 건설업이 끊임없이 재개발 사업을 찿아나서고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이라는 황당한 토목공사를 벌이게 된 이유도 이런 건설업 초기의 과도한 특혜로 인한 비정상적 확장이 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부분은 정부와 주공이 최초 입안시 정책목표였던 주택사업(아파트 사업)의 ‘공공성’을 포기하고 수요에 따른 정책을 채택한 것입니다. 

 

1970년대 후반의 이런 정책전환으로 애초 계획했던 취약계층을 위한 저가형 아파트의 건설을 중단시키고 중산층 이상을 타겟으로 한 중대형 아파트 건설 정책을 폅기 시작합니다.

이는 한국의 주택정책이 초기부터 '시장주의'에 따라 움직였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주택정책을 총괄했던 건설부와 주공은 예산부족을 이유로 사실상 민간에게  물론 아파트 건설을 맡겨버려 사실상 이후 일어나게 되는 '부동산 투기'열풍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이런 초기 아파트 건설로 1970년대 중동에 건설했었던 현대 건설을 비롯한 대형 건설사들은 이들이 가진 유휴 건설장비를 놀리지 않고 새로 돈을 벌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거의 땅짚고 헤엄치는 쉬운 장사를 하게 된 것입니다.

 

1990년대 말에 찿아온 IMF 사태는 건설시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킵니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 보급이 이미 어느정도 완성되어 더이상 아파트를 지을 이유가 없어지고 건설사들은 재개발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삼성건설은 재개발 사업으로 건설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이 회사는 마포의 재개발로 사실상 마포의 거의 모든 재개발 아파트를 수주해 ‘래미안 신화’를 이룹니다.

 

현재 공덕동로타리부터 만리동 고개 그리고  아현동 산동네는 쪽은 모두 래미안 아파트로 뒤덮여 한국 전쟁 이후 이 곳에 있었던 오래된 동네의 모습은 더이상 찿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 책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풀어버릴 수 밖에 없었던 김대중 정부는 전임 김영삼 정부의 실정을 그대로 물려받아 시중 자금유통을 위해 어찌할 수 없이 이 정책을 취할 수 밖에 없었음을 적시합니다.

 

즉 성장위주/대기업 위주의 차입경영을 해온 한국 경제가 IMF사태를 맞으며 그 패러다임의 종언을 고하고 이후 새로운 패러다임을 잡는 과정에서 그 이전까지 고수해 왔던 강력한 정책 수단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죠.

 

또한 이미 준비된 정부로서 벤처/IT를 새로운 먹거리로 상정하고 정책을 펼쳤지만 오피스텔 분양붐과 IT 버블이 겹치면서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부동산 버블이 발생하고 맙니다.

 

오랫동안 수구정치가들이 정권을 잡아오던 중 처음으로 집권한 김대중 중도보수 정권은 많은 준비가 되어있음에도 외부 환경적 요인과 전임 정부의 과오를 뒤치닥거리하느라 원래 펴고자 했던 정책을 펴지 못한 상당히 불행한 정권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 하게도 후임 노무현 정권에서 부동산 가격은 그야말로 폭등합니다.

분양가 상한제를 다시 되돌리고 종부세를 도입하면서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정책대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청계천'이라는 최대의 '인공어항'을 만들면서 정치적 두각을 나타낸 이명박 서울 시장은 이후 정권을 잡으면서 '돈꿔서 집사라'라는 정책을 다시 도입하고, 4대강 사업을 실시하면서 당시 고사위기에 있던 토목업체들에게 일감을 줍니다.

물론 자신도 몫을 챙겼지요. 지금 그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으니 결과는 좀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이책을 읽으면서 새로 알게된 사실 중 하나는 정부의 강남개발이 상식과는 다르게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위한 체비지 매각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며 많은 서울시 공무원들이 공용지를 팔아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밖에 없어 도시계획의 '공공성'이 많이 훼손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1970년대 말 한국의 재정 상황이 좋을리는 없겠지만 정권의 목적에 따라 너무 '빨리 빨리' 정책을 진행한 것이 실기를 한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유럽이 100여년 넘게 걸려 발전한 것을 왜 굳이 30년 안에 따라 잡으려 했는지 지금으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중산층을 아파트로만 몰아넣은 삶을 살게 하면서 정치가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지지층을 만들기 위해 중산층이 가진 아파트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폭등시켰다면 우리는 한국에서 가장 저질스런 금권 정치(Plutocracy)의 일단을 경험한 것이 아닌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계 어느나라나 젠트리피케이션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폭력성과 무자비함에 서울을 따라올 곳은 별로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당의 보이콧으로 임대차보호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고 건물주들은 임차인들에게 비상식적인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는데도 '자유'라는 이름하에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곳이 바로 서울입니다.

 

최소한 도시생활이 인간적이지는 않더라도 상식적인 선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데 의의를 달 분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공간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순전히 '사진'을 찍으면서 순수한 의도로 시작되었습니다.

 

사진의 배경이 되는 장소를 알기 위해 공간에 대한 책을 보기 시작했고,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파트가 어떻게 생겼나 그 배경이 궁금했지요.

그리고 서울 토박이로서 현재의 서울이 지리적 관점에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서울이 너무 비인간화되고 또 분절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지요.

 

서울의 공간이 돈에만 휘둘리지 않고 제대로 정상화되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삶의 공간이라는 것이 항상 우리 눈앞에 존재하기 때문에 무심히 지나치게 되지만 권력자들은 공간의 계획과 통제를 통해 공간을 조작하고 그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일상의 모든 것들이 정치적이라는 명제는 새삼 되새기게 합니다.

 

책이 두꼅습니다. 400 페이지를 넘습니다.

물론 이야기되는 주제가 넓고 다양한 것도 이유이지만 내용 자체가 대담형식임에도 쉽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공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한번 독파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2013년 10월~11월에 대담을 진행하고 2015년에 책이 나왔기 때문에 일부 현 상황과 맞지 않는 부분은 있지만 이책에서 논의되는 1960-90년대의 서울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는 그 자체로 유효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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