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 서울의 삶을 만들어낸 권력, 자본, 제도, 그리고 욕망들
임동근.김종배 지음 / 반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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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을이라는 메트로폴리스가 국가의 통치과정을 통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를 살펴본 책입니다.

 

정치지리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학문의 관점에서 서울에서의 삶을 구성하는 공간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구성되어 발전되어 왔는지 한국전쟁 직후 1950년대부터 박정희 정권시대를 거쳐 군부정권시대, 문민정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대까지 조망한 책입니다.

 

서울시의 경우 초기 김현욱 시장부터 박원순 시장까지의 시정을 통시적으로 조망합니다. 

2013년 방송된 대담을 책으로 엮어낸 것이어서 형식적인 면에서는 내용의 딱딱함을 상쇄시키는 장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주제와 다루는 범위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이 어떻게 주민등록제도를 도입해 주민들의 전출입울 관리했는지부터 시작해 동사무소가 초기 한국 정치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살핍니다.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박정희 정권의 강남 개발과 아파트 도입 과정도 통치의 관점에서 살핍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건설업이 초기부터 한국정부의 정책을 통해 얼마나 특혜를 받으며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선분양제를 실시하게 되었는지를 보면 한국이 1970년대부터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성장해 왔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거래 관점에서 봤을 때 살 물건을 보지도 않고 선금부터 치르게 하는 희한한 분양제도를 단지 정치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 낸 겁니다.

지금 비대해진 한국의 건설업이 끊임없이 재개발 사업을 찿아나서고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이라는 황당한 토목공사를 벌이게 된 이유도 이런 건설업 초기의 과도한 특혜로 인한 비정상적 확장이 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부분은 정부와 주공이 최초 입안시 정책목표였던 주택사업(아파트 사업)의 ‘공공성’을 포기하고 수요에 따른 정책을 채택한 것입니다. 

 

1970년대 후반의 이런 정책전환으로 애초 계획했던 취약계층을 위한 저가형 아파트의 건설을 중단시키고 중산층 이상을 타겟으로 한 중대형 아파트 건설 정책을 폅기 시작합니다.

이는 한국의 주택정책이 초기부터 '시장주의'에 따라 움직였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주택정책을 총괄했던 건설부와 주공은 예산부족을 이유로 사실상 민간에게  물론 아파트 건설을 맡겨버려 사실상 이후 일어나게 되는 '부동산 투기'열풍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이런 초기 아파트 건설로 1970년대 중동에 건설했었던 현대 건설을 비롯한 대형 건설사들은 이들이 가진 유휴 건설장비를 놀리지 않고 새로 돈을 벌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거의 땅짚고 헤엄치는 쉬운 장사를 하게 된 것입니다.

 

1990년대 말에 찿아온 IMF 사태는 건설시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킵니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 보급이 이미 어느정도 완성되어 더이상 아파트를 지을 이유가 없어지고 건설사들은 재개발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삼성건설은 재개발 사업으로 건설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이 회사는 마포의 재개발로 사실상 마포의 거의 모든 재개발 아파트를 수주해 ‘래미안 신화’를 이룹니다.

 

현재 공덕동로타리부터 만리동 고개 그리고  아현동 산동네는 쪽은 모두 래미안 아파트로 뒤덮여 한국 전쟁 이후 이 곳에 있었던 오래된 동네의 모습은 더이상 찿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 책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풀어버릴 수 밖에 없었던 김대중 정부는 전임 김영삼 정부의 실정을 그대로 물려받아 시중 자금유통을 위해 어찌할 수 없이 이 정책을 취할 수 밖에 없었음을 적시합니다.

 

즉 성장위주/대기업 위주의 차입경영을 해온 한국 경제가 IMF사태를 맞으며 그 패러다임의 종언을 고하고 이후 새로운 패러다임을 잡는 과정에서 그 이전까지 고수해 왔던 강력한 정책 수단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죠.

 

또한 이미 준비된 정부로서 벤처/IT를 새로운 먹거리로 상정하고 정책을 펼쳤지만 오피스텔 분양붐과 IT 버블이 겹치면서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부동산 버블이 발생하고 맙니다.

 

오랫동안 수구정치가들이 정권을 잡아오던 중 처음으로 집권한 김대중 중도보수 정권은 많은 준비가 되어있음에도 외부 환경적 요인과 전임 정부의 과오를 뒤치닥거리하느라 원래 펴고자 했던 정책을 펴지 못한 상당히 불행한 정권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 하게도 후임 노무현 정권에서 부동산 가격은 그야말로 폭등합니다.

분양가 상한제를 다시 되돌리고 종부세를 도입하면서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정책대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청계천'이라는 최대의 '인공어항'을 만들면서 정치적 두각을 나타낸 이명박 서울 시장은 이후 정권을 잡으면서 '돈꿔서 집사라'라는 정책을 다시 도입하고, 4대강 사업을 실시하면서 당시 고사위기에 있던 토목업체들에게 일감을 줍니다.

물론 자신도 몫을 챙겼지요. 지금 그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으니 결과는 좀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이책을 읽으면서 새로 알게된 사실 중 하나는 정부의 강남개발이 상식과는 다르게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위한 체비지 매각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며 많은 서울시 공무원들이 공용지를 팔아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밖에 없어 도시계획의 '공공성'이 많이 훼손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1970년대 말 한국의 재정 상황이 좋을리는 없겠지만 정권의 목적에 따라 너무 '빨리 빨리' 정책을 진행한 것이 실기를 한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유럽이 100여년 넘게 걸려 발전한 것을 왜 굳이 30년 안에 따라 잡으려 했는지 지금으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중산층을 아파트로만 몰아넣은 삶을 살게 하면서 정치가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지지층을 만들기 위해 중산층이 가진 아파트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폭등시켰다면 우리는 한국에서 가장 저질스런 금권 정치(Plutocracy)의 일단을 경험한 것이 아닌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계 어느나라나 젠트리피케이션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폭력성과 무자비함에 서울을 따라올 곳은 별로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당의 보이콧으로 임대차보호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고 건물주들은 임차인들에게 비상식적인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는데도 '자유'라는 이름하에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곳이 바로 서울입니다.

 

최소한 도시생활이 인간적이지는 않더라도 상식적인 선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데 의의를 달 분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공간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순전히 '사진'을 찍으면서 순수한 의도로 시작되었습니다.

 

사진의 배경이 되는 장소를 알기 위해 공간에 대한 책을 보기 시작했고,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파트가 어떻게 생겼나 그 배경이 궁금했지요.

그리고 서울 토박이로서 현재의 서울이 지리적 관점에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서울이 너무 비인간화되고 또 분절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지요.

 

서울의 공간이 돈에만 휘둘리지 않고 제대로 정상화되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삶의 공간이라는 것이 항상 우리 눈앞에 존재하기 때문에 무심히 지나치게 되지만 권력자들은 공간의 계획과 통제를 통해 공간을 조작하고 그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일상의 모든 것들이 정치적이라는 명제는 새삼 되새기게 합니다.

 

책이 두꼅습니다. 400 페이지를 넘습니다.

물론 이야기되는 주제가 넓고 다양한 것도 이유이지만 내용 자체가 대담형식임에도 쉽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공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한번 독파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2013년 10월~11월에 대담을 진행하고 2015년에 책이 나왔기 때문에 일부 현 상황과 맞지 않는 부분은 있지만 이책에서 논의되는 1960-90년대의 서울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는 그 자체로 유효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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