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정신의학(psychiatry)관련서를 잘 읽지 않는데 우연히 읽게 된 책입니다.

책을 읽은 동기는 역시 스마트폰과 더불어 수많은 정보가 지속적으로 알고리즘(algorithms)울 따라 필터링되어 주입되는 스마트폰 중독의 시대에 아이를 어떻게 키울것인가에 대한 고민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이 스마트폰 중독 현상을 일부 언급하지만 대체로 약물중독이나 알콜중독 일반의 병리적 현상을 정신과 의사(Psychiatrist)로서 저자가 상담했던 다양한 임상사례를 통해 설명합니다.

저자가 환자를 만난곳이 실리콘 밸리의 스탠포드 대학병원이고 이 지역이 이미 의사들의 처방으로 구할 수 있는 마약성 진통제펜타닐(Fentanyl)중독이 사회문제가 된 곳이기에 어쩌면 저자의 책이 나온 건 이런 미국의 상황이 큰 몫을 했다고 볼수 있습니다. 저자가 스탠포드에서 중독관련 의학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정신과의사인 저자가 쾌락-고통의 균형이라는 이론적 관점에서 현대사회가 절제(abstinence)보다는 즐거움(pleasure)을 과도하게 추구하는 사회이고 경제 자체도 디지털로 이행되면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들을 끊임없이 충족시키는 메카니즘으로 운용되어 점점 쾌락에 중독되고 쾌락에 중독되면 일상적인 작은 기쁨에 무감하게되고 이 중독된 쾌락이 사라질 경우 더 극심한 고통을 겪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이런 설명은 정신의학(psychiatry)은 물론 신경과학(neuroscience )과 뇌과학(brain science)의 최신 연구결과에 따른 것입니다.

따라서 중독성이 높은 스마트폰도, 그리고 세상을 잊고 몰립하게 만드는 게임도 모두 절제(abstinence)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책에서 보면 이런 중독증상을 치료하는 방식(process)는 그것이 술이든 섹스든 마역이든 담배든 모두 마찬가지였습니다.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은 저자에 따르면 ‘중독’의 정도를 측정하는 가장 일반적인 지표라고 하는데 저자는 심지어 현재의 경제사회가 과소비(overconsumption)를 조장하고 중독을 갈망하게 하는 (addiction craving)으로 작동한다고까지 언급했습니다.

이미 거대 플랫폼 기업이 클릭에 따른 취향(preference)을 분석해서 좁고 한정된 방향의 정보만 선별해서 노출하는 상황이고 기업의 신제품 출시도 역시 제품의 포장만 바꾸는 식으로 밀어내기를 하는 상황이므로 경제 시스템 자체가 과소비를 부추기는 식으로 작동한다는 지적은 맞다고 봅니다.

책을 읽고 난후 이제는 스마트폰 중독 유튜브 중독 등 약물 중독이외의 다른 중독과도 싸워야 하는 신세계가 되었다는 걸 절감합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상상할 수 없었던 병리적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실리콘밸리의 백만장자들이 자신들이 만든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자신들의 자녀들에게 제한하고 아날로그식 옛방식의 교육을 진행한다는 건 그들이 자신이 만든 상품의 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신과의사인 저자도 중독관련 전문가 입장에서 자녀들이 고등학교에 갈때까지 스마트폰을 제한했다고 언급했습니다.

따라서 제가 보기에 한국에도 초등 중등학교에서는 스마트폰을 제도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사항은 교육관료들이 편의적 업적쌓기 따위의 관점에서 행할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학교에서 컴퓨터와 텔레비전과 각종 비디오 자료를 이용한 수업이 진행되는 마당에 스마트폰까지 교육에 이용하는 건 이익보다 손해가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첨단교육이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빛좋은 개살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상황이 이런데 교육당국의 잘못된 대처때문에 아이등읫 문해력이 저하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예전에 선생님들이 국어책 낭독을 시키고 서당 훈장님들이 천자문을 외우게 하고 암송을 시켰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왜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일기쓰기를 매일시키고 검사를 했는지 말입니다.

최소 교육에서는 ‘효율(effectiveness)’이라는 얼토당토않는 경제용어는 나오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반복하고 실수를 알고 교정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일에 ‘효율’이라는 관료적이고 경제적 잣대를 들이대면 모든 걸 망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도 알아보니 한국어판이 번역되어 있습니다.

도파민 네이션, 애나 램키 지음, 김두완 번역 (흐름출판,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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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동대 이승희 교수께서 2018년 번역하신 책입니다.
중국어판 출판년도가 2011년이니 한국어판은 좀 늦게 출판된 경우입니다.

책의 특징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주로 서구 유럽인들이 중세 그러니까 몽골의 유럽침력이후 원나라시기부터 1949년 신중국 성립, 개혁개방시기와 베이징 올림픽시기까지를 아우르는 방대한 시기를 다룹니다.

중세와 근세시기 중국을 다녀간 대표적인 인물인 이탈리아의 마르코 폴로와 마테오 리치도 빠질 수 없는 인물이고, 현대에 와서는 미국 중국의 태두인 존 패어뱅크스 교수, 그리고 언론인 에드가 스노 그리고 미국의 장성이었던 스틸웰 장군도 눈에 들어옵니다.

오랜가간 중국의 수도였고 현재도 수도인 베이징을 바라보는 서구인의 시선 (viewpoint)의 변화에 대해 서술하고 있고, 이 시각은 기본적으로 서구가 비서구를 타자화해서 바라보는 오리엔털리즘(Orientalism)을 따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근대 이전 서구는 아나톨리아를 경계로 한 동방이 신비로운 미지의 땅으로 여겼지만 근대 이후로는 러시아의 슬라브민족을 포함해 그 동쪽의 나라들을 유럽 서구문명의 타자인 ‘비문명’ 혹은 ‘야만’으로 상정해 인식해 왔습니다.

그래서 베이징을 방문한 서구인들은 대체로 베이징이 오랜 역사를 간직한 신비로운 곳이길 발랬고, 베이징의 정체된 분위기를 용인했고, 경제발전으로 베이징의 곳곳에 현대식 건물들과 공장이 들어서고 공해 등 각종 도시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원저자께서 서구의 문학에서 나타난 중국과 중국도시의 이미지를 연구하시는 분이어서 중세이후 서구에서 바라본 중국인식을 일별할 수 있었습니다.

베이징 관련해서 이전에 읽었던 유명한 책 한권 소개합니다.

한국에서 임어당(林語堂)으로 알려진 린위탕이 쓴책으로 한국에 2001년 번역된 책입니다.

베이징 이야기, 린위탕 지음, 김정희 옮김 (이산, 2001)

중국관련서를 전문적으로 출판하던 이산에서 낸 책인데 절판이어서 구할 수 없는 점이 아쉽지만 베이징에 관련해서 늘 언급되는 책이어서 소개합니다.

한국도 도시이야기를 하면 서울을 빼놓고 말할 수 없듯, 중국도 오랜시간 수도였고, 중국의 중심이었던 베이징을 이야기하지 않고 중국을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오늘 소개한 책은 가볍게 일기에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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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계승범 교수님께서 최근 펴내신 책입니다.

저자께서 밝혔듯이 이 책은 이전의 연구논문들을 모아서 펴내신 책으로 조선 중기이후 조선사대부들을 집어삼켰던 이데올로기인 사대주의(事大主義)특히 명나라가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원군을 보내 조선을 구했다고 여겨 명나라를 아버지로 조선을 자식으로 생각하는 부자관계로 보는 강상(綱常)의 의리가 양국의 외교관계를 규정지었고, 이는 또 근본주의적 성리학을 신봉하는 조선이라는 나라와 지배엘리트인 양반사대부들의 정체성(identity)를 규정해 대청제국과 새로운 관계를 전혀 정립할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근본주의적 성리학자들의 이런 강고한 이데올로기가 피할수 있었던 전쟁인 병자호란을 피하지 못한 원인이었고, 조선은 청나라에게 삼전도에서 항복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광해군이 선조의 마지막 왕비인 인목대비(仁穆大妃)를 유폐시켜 강상(綱常)의 의리를 저버렸다는 명목으로 반정을 일으키고 집권한 인조는 반정의 명목이 무색하게도 아버지인 명을 버리고 짐승처럼 여겨지던 오랑캐인 여진족인 청나라 홍타이지에게 항복의 예를 다하고 머리를 조아립니다.

근본주의적 성리학자들인 사대부에게는 하늘이 무너지고 인간의 도리를 저버린 일이 발생한 것이었고 수직적 계급사회였던 양반사대부들은 사회의 기강이 무너져 그들이 가진 기득권을 놓칠까봐 매우 두려워한 상태였습니다.

중국 한족입장에서는 동쪽의 오랑캐(東夷)일 뿐으로 여겨진 조선이 스스로 소중화( 小中華)를 자처하고 이미 민주족이 중원을 장악한 중국에서도 중국문화전통이 이어지지 않아 조선만이 중화의 후예라고 자처한 인식은 너무 과도한 근본주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경제활동과 군사력 증강을 소홀히 여기고 윤리와 명분만 중요시 여기는 심약한 척화주의자(斥和主義者)들이 경전이나 인용하면 허황된 논박을 이어가는 사이 배고픈 백성들은 굶어죽고 전쟁터에서 포로로 끌려가는 일이 흔했습니다.

제가 보기엔 조선은 일 안하는 세습귀족인 양반과 경제활동과 군사력 모두 감당해야 하는 평민들로 갈라진 사실상 두개의 사회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현재의 기준으로 조선중기사회를 평가할수는 없지만 분명히 힘을 잃어가는 나라인 명나라에 대한 의리만 강조하고 중국의 현실적 지배자인 만주족의 청나라를 오랑캐로 취급하며 상대하지 않는 처사는 분명히 이상한 처신입니다. 더구나 전쟁을 하면 질줄 알면서도 전쟁불사를 외치는 상소를 한다는 건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이 책에는 힘이 없어 오랑캐로 여겨온 청나라에 굴복을 한 뒤 조선의 사대부들이 청나라에서 보내온 국서의 내용을 위조(僞造)하며 대명사대주의를 끝까지 고수하려는 안타까운 역사왜곡, 기억조작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현실적 준비를 게을리해서 나라를 존망의 위기에 처하게 만들어놓고,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기 위해 사료의 사실을 왜곡하고 조작합니다. 헛된 명분없이는 권력도 유지하지 못할만큼 무능했다고 평가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계승범 교수님은 조선중기 광해군, 인조 시기에 대한 책을 여러권 쓰셨는데 제가 읽었던 몇권을 소개합니다.

모후의 반역(역사비평사,2021)

위에서 언급한 인목대비유폐와 인조반정에 대한 책입니다.

중종의 시대(역사비평사,2014)

조선이 어떻게 유교국가가 되었는지를 고찰한 책입니다.

그리고 책후반부에 언급한 대보단(大報壇)과 19세기까지 이어진 대명사대의식에 대한 책도 있습니다

정지된 시간: 조선의 대보단과 근대의 문턱 (서강대 출판부,2011)

위의 책을 읽으면서 명나라가 망했는데도 대명사대의식을 버리지 못하고 청나라 몰래 명나라 군주에 대한 제사를 지내는 조선의 지배층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19세기 말인 고종 당시까지 제사가 이어졌다는 사실에는 경악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책에도 나오지만 군주에 대한 충성은 바뀔 수가 있고, 시원찮은 군주는 백성의 이름으로 바꿀 수도 있는 정치사상이 유교입니다. 특히 역성혁명(易姓革命)을 인정한 맹자같은 선진유교(先秦儒敎)의 관점에서 볼때 근본주의적 성리학(性理學)은 너무 사변적이고 경직적이며 지나친 윤리학이라는 생각입니다.

현재 유교경전에 대한 해석도 주자성리학 일변도에서 벗어나 좀더 다양한 각주본이 나오는 게 이런 성리학의 경직성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병자호란과 척화파의 명분론을 읽게되면 역사적 사실을 알게되어 좋은 점도 있지만 답답한 마음이 더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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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감히 볼 수 없었던 책 중 하나가 영국의 천체물리학자(Astrophysicist)이자 이론물리학자(Theoretical Physicist)인 스티븐 호킹 (Stephen Hawking)의 책입니다.

일반대중을 독자로 수식(equation)없이 설명했다고 해도 주제자체가 물질과 시간의 기원을 다루는 등 대단히 철학적이고 근본적이라 물리학에서 하는 질문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습니다.

솔직히 호킹박사가 쉽게 설명한 공간과 시간의 기원이나 에너지와 물질은 사실상 하나라는 아인쉬타인의 유명한 공식설명도 제가 잘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스티븐 호킹이 남긴 유고(遺稿)를 그의 딸 류시호킹과 호킹의 일생을 영화로 만드는 데 참여했던 에디 레드메인 (Eddie Redmayne)이 서문(Foward)을 그리고 칼텍(Caltech)에서 연구했던 동료천체물리학자 킵 트론 (Kip S. Thorne)이 들어가는 글 (introduction)을 썼습니다.

책은 총 10장으로 이루어져 10가지 질문에 저자가 답하는 형식입니다. 210쪽 정도의 분량이니 작은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리학에 문외한인 저로서는 호킹박사의 글을 통해 오히려 아인쉬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일부나마 알게된 것이 소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아인쉬타인이니 파인만 같은 학자들은 학문 자체보다 그들의 삶이 더 관심대상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이 참에 호킹박사의 첫 저작 ‘시간의 역사 (A Brief History of Time,1998)’를 읽어보려 합니다. 오래전 읽으려고 했지만 솔직히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한가지 더 말하고 싶은 건 천체물리학자인 호킹은 물리학에 한정해서 우리에게 천체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문학 특히 자연과학 전반에 걸쳐 폭넓은 설명을 합니다. 그가 자연과학 전통이 강한 캠프리지에서 활동을 한 영향도 있지만 이론물리학자가 수식을 배제하고 일반인의 언어로 최신 연구성과를 설명하려는 노력도 그렇고 그들의 지적전통과 타학문, 예를 들면 분자생물학이나 유전학을 물리학적 관점에서 설명하는 능력은 매우 놀라웠습니다.

자신의 문야를 학제적으로 역사적으로 바라보고 그런 설명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는 생길 수 없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도 과학자들이 문학이나 역사를 인용해서 좀더 유려한 서술을 할 능력이 있는 저술가가 나오기 자랄 따름입니다.

개인적으로 무슨 이론이든 그 이론이 나오게 된 배경을 알지 못하면 이론의 내용도 알 수없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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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rlin Wall : 13 August 1961 - 9 November 1989 (reissued) (Paperback)
Frederick Taylor / Bloomsbury Paperbacks / 2019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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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헌책방에서 발견해서 읽은 책입니다.

이전에 언급한 적 있지만 1989년의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1990년의 독일통일은 이후 일어난 소련의 붕괴를 가져온 역사적 변곡점의 하나입니다.

1945년 제2차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냉전(Cold War)체제가 붕괴되고 미국이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일극체제의 시작을 알리는 계기가 됩니다.

이후의 신자유주의의 전성기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The Great Recession)을 만나기 전까지 30여년간 이어집니다.

에 책은 영국의 독일사학자 프레드릭 테일러 (Frederick Taylor)가 2007년 출간한 책으로 독일의 수도인 베를린시에 대한 근현대사를 비롯해 제2차세계대전의 종전 결과 베를린이 동서로 분할되는 과정, 그리고 동독 당국이 1961년의 베를린 위기(Berlin Crisis)를 계기로 베를린 장벽이 건설되는 과정, 장벽 건설을 전후해 동독과 서독이 어떻게 상호교류를 이어갔는지, 장벽 건설이후 어떤 동독 젊은이들이 장벽을 건너려다 희생되었는지를 설명해줍니다.

그리고 1989년의 동유럽 자유화와 갑자기 다가온 베를린 장벽의 붕괴현장을 마치 눈앞에서 보듯 묘사합니다.

개인적인 언급을 하자면 베를린 장벽 붕괴당시 겨우 대학초년생이었던 저는 당시 미디어에서 전해지는 놀라운 기사에 충격을 먹었긴 했지만 당시의 상황이 역사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1990년 쯤으로 기억하는데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북방정책’의 일환으로 당시 소련과 한소수교를 한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 한중수교도 이루어져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1990년대 내내 중국과 소련이 기회의 땅이라고 언급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 책에는 단 한줄만 나오는데,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1989년 중국 베이징의 천안문에서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있었고, 중국 당국은 이 시위를 유혈진압합니다. 이후 역사는 이 사건을 ‘천인문 사태’로 명명합니다.

당시 소련과는 전혀 다른 정책을 추진하던 중국은 체제에 위협적이라고 판단한 시위를 두고 볼 수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영국입장에서 독일은 두번의 세계대전에서 적으로 싸운 나라이고, 제2차세계대전이후 베를린분할에 참가한 국가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하고 1990년 서독이 동독을 사실상 흡수통일해서 유럽의 강대국으로 부상하지 ‘거대독일’의 악몽을 잊지 못하던 당시 영국 수상 마라렛 대처 (Margaret Thatcher)는 독일 통일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당시 대처는 제2차세계대전 당시 나찌독일의 영국폭격을 몸소 겪었던 인물 중 한명이었기 때문입니다.

본문만 총 18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668쪽에 이르는 분량으로 읽기 만만한 양은 아닙니다. 저도 여러 책과 같이 읽다보니 완독에 시간이 걸렸습니다.

2024년 현재 신냉전 (New Cold War)가 도래했다고 주장하는 식자들이 등장했습니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대체로 자유주의적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영미권 식자들이 최근 발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그리고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고 고사시키려는 미국의 대중적대정책으로 일어난 대결양상을 이렇게 정의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이 러시아에 실존적 위협을 가져다 준 이유때문에 발발했다는 견해가 있고, 하마스가 촉발시킨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사실상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인종청소(Ethnic Cleansing)을 하는 수준으로 학살하고 있어 이스라엘 국가존립의 정당성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작년 미국 유수대학에서 일어났던 대학총장들의 연달은 사임의 배후에 월가에서 돈을 번 유태계 사업가들이 사임압력을 가했다고 알려져 파문이 일었습니다. 월가를 장악한 유태계 자본가들이 이스라엘의 건국(1945)을 재정적으로 지원했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현재 미국 바이든 정부가 살상무기를 이스라엘에 지원하는 것도 이들 유태계 거물들의 영향이라고 볼 수 밖에는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신냉전(New Cold War)’가 도래했다는 주장이 아직 논란이 많은 주장입니다. 지난 세기 일어났던 자본주의 공산주의의 대결 양상과는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신냉전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려고 합니다. 별도의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동서독의 분단과 베를린 분할은 제2차세계대전 승전국이 유럽에서 패전국 독일에 행한 조치였고, 아시아에서는 패전국 일본이 아닌 조선이 38도선을 기준으로 분할되었습니다. 베를린이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에 의해 분할 점령된 것과 다르게 일본의 도쿄는 미국이 단독점령했습니다.

소련이 사할린과 홋카이도 점령을 추진했었지만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전세계를 하나의 체스판으로 생각한다면 미국이 유럽에서 독일을 분할점령한 방식을 일본에 그대로 적용하지 않은 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저는 여기에 미소간 한반도 분할점령의 비밀이 숨어있다고 생각합니다. 1945년 미국 소련 일본 간에 어떤 이면적 합의가 있었는가? 왜 악의축( Axis of Devil)이라고 불렸던 두 패전국 독일과 일본은 전후 다른 방식으로 처리되었는가? 이 질문이 전후 한국과 일본의 경제사회사를 결정하게 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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