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처음 페이퍼백 버전이 처음 나온 책입니다.
책 타이틀이 보여주듯이 이 책은 ‘소금’을 둘러싸고 벌어진 여러 역사적 사건과 소금으로 만들 수 있는 여러 음식에 대한 문화사입니다.
‘음식 저술 (Food Writing)’으로 일가를 이룬 작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분이 지은 첫번째 책으로 ‘대구 (Cod)’에 대한 저술이 있는데, 기회가 되면 역시 읽어보고 싶습니다.
모두 알다시피 소금은 염전에서 생산되기도 하지만 소금광산에서 채취되기도 합니다.
중국 쓰촨지역에서는 4천여년 전부터 땅속에 묻혀있는 암염층에서 소금을 캐왔는데, 20세기 들어와서 채굴을 멈추었습니다.
소금을 만들기 위해 해수를 염전에서 증발시키거나 팬 위에서 불을 지펴 수분을 증발시키는 것이 일반적인 소금제조 방식이었으나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소금을 대량생산하기위해 소금이 가열하는 온도를 낮추어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진공식 증류방식 ( vacuum evaporation)이 도입되고 요오드를 첨가하게 됩니다.
산업혁명의 발상지 영국은 위와 같은 소금의 대량생산을 선도했으며, 해외시장 확보를 위해 전통적인 소금 생산지인 인도 벵골만의 소금 생산을 저지했습니다.
영국은 식민지의 생산을 억제시키고 본국의 생산품을 식민지에 수출하는 방식으로 부를 늘려갔습니다. 인도의 경우 소금 생산을 금지했고, 결국 이 정책은 인도 독립운동의 한 단초가 됩니다.
소금은 생산 자체도 이 책의 주제가 되지만 소금을 이용해 만들어온 수많은 음식이 또한 주제가 됩니다.
중국의 경우 소금으로 만드는 각종 장류가 있고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전세계에서 만들어지는 각종 생선 젓갈도 있습니다.
소금은 냉장고가 발명되기 전 생선과 육류를 보관하는데 매우 중요한 식재료였습니다.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에서 청어 (Herring)을 소금에 절여 보관했었고 , 이태리 시칠리아에서는 지중해의 참치를 잡아 염장해 보관하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위와 같은 사실 외에 이책에서 처음 읽었던 인상적인 부분을 아래에 소개합니다.
첫째, 중국에서 소금 생산의 역사기록 중 가장 이른 것은 기원전 8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중국은 소금을 요리에 직접 사용하기 보다 간장과 같은 장류를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이런 장류를 만드는 지역은 지중해 동남아시아 등으로 주로 생선으로 장류를 만들었습니다.
두번째, 소금은 음식에만 사용된 것이 아니라 고대 이집트에서 미이라를 만드는데 사용되었습니다. 내부 장기를 모두 제거한 시신을 천연소다(natron)에 며칠간 담가 보존력을 올린 것입니다. 이집트의 미이라들이 5천년이상 지났지만 피부가 그대로 보존될 수 있었던 소금성분을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19세기, 이집트 테베(Thebes)와 사콰라 (Saqqara)의 미이라를 카이로로 반출하는데 당국은 미이라를 염장생선(salted fish)로 분류해 세금을 매겼습니다.
셋째, 유럽에서 소금광산에서 소금을 캐서 사용한 대표적인 종족은 켈트 (Celt)족으로 오스트리아의 잘쯔부르크(Salzburg; 소금도시), 할슈타트(Hallstatt; 소금 도시)등 지명으로 남은 대표적인 소금 생산지가 있습니다.
독일어권에서 생산되는 양배추 소금절인요리인 자우어크라우트(Sauerkraut)와 소금에 절인 육류(salted meat도 위의 소금 광산 지역의 암염으로 가공되는 대표적인 이 지역 음식입니다. 한국의 김치에 해당되는 자우어크라우트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약간 달리 불렸지만 레시피가 기록으로 남아있는 대표적인 음식이었습니다.
넷째, 대구에 대한 이야기 역시 빠질 수 없습니다. 카톨릭 교회에서 매주 금요일 육류 섭취를 금하게 되고 그 대용식으로 소금에 절여 말린 대구가 사용되었습니다. 주로 추운 바다에서 잡히는 대구는 유럽 전체의 수요 증가로 전 유럽에 공급되었고 염장에 필요한 소금의 수요도 같이 늘었습니다. 프랑스 브리타니 해변에서 수확한 소금은 해수를 증발시킨 것으로 대구 염장 수요 증가로 전 유럽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다섯째, 청어 염장 발효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스웨덴의 국민 통조림인 스트뢰밍 (Strömming)에 대한 것으로 북유럽지역에서 청어를 염장발효한 것으로 지독한 냄새로 유명합니다. 서유럽에서는 이 통조림이 발효된 것이 아니라 썩은 것 (rotten)으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여섯째, 신대륙, 특히 북미 지역은 독립 초기 영국의 소금 정책과 갈등을 빚었습니다.
영국은 대표적인 소금인 리버풀 소금 (Liverpool Salt)을 팔 최적의 시장으로 북미 지역을 꼽았고 실제로 많은 양의 리버풀 소금이 이 지역에 팔렸습니다.
문제는 북미 지역도 암염을 비롯한 소금자원이 풍부하게 있어서 영국산 소금을 수입할 이유가 없는데도 영국이 북미지역으로 소금 수출을 강행하고 북미의 소금산업 억제를 강제한 것입니다. 영국은 인도에서와 동일한 정책을 북미지역에도 시행한 것입니다.
뉴잉글랜드 지역의 케이프 코드(Cape Cod)지역이 대표적인 초기 염전지대라면, 뉴욕주 오논다가 (Onondaga)지역은 육지의 소금 산지로 이후 19세기에 이리 운하(Erie Canal)이 건설되며 이 지역 소금이 최대 국내시장이 뉴욕시로 접근가능해집니다. 이리운하와 허드슨 강을 통해 대량으로 소금을 소비지인 뉴욕시까자 운반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버지니아의 카나와 (Kanawha) 소금은 담배농장의 유휴 노예노동력을 사용해 값싼 소금을 미 남부지역에 공급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남북전쟁 (the Civil War)당시 북부(Union)는 남부(Confederate )지역의 소금 산지를 전략적으로 봉쇄하여 군인들에게 필수적으로 지급되어야 할 소금부족 사태를 일으켜 북부의 전쟁 승리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이 당시 영국에서 수입된 소금이 뉴올리언스 항구를 통해 미 남부 전역에 공급되었으나 항구가 북부군에게 봉쇄되어 남부는 전쟁 수행을 할 수 없게 됩니다. 거기에다 뉴욕과 뉴잉글랜드 등 북부의 소금산지의 소금 생산량이 남부를 앞서 있었던 것도 역시 남부 패배의 한 원인으로 생각됩니다.
일곱번째, 산업적인 측면에서 본 소금산업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의 마지막 파트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초기 필요에 따라 수많은 영세 소금생산자나 염전업자들이 난립되어 있던 소금 시장은 20세기 들어 거대 소금회사 두곳으로 과점화됩니다( 이 책이 나온 시점이 2003년이므로 17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상황인지는 확인이 필요합니다)
미국의 거대 곡물기업 카길 (Cargill)과 머턴 (Morton) 두 회사가 현재 세계 소금시장을 양분하고 있다고 합니다.
너무나 흔해서 별로 그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는 대표적인 식재료가 바로 소금이고 , 다른 식재료와 다르게 인간이 섭취하는 광물질로서 지질학(Geology)의 연구 대상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는이스라엘과 요르단 국경에 있는 사해 (the Dead Sea)가 왜 일반 해수보다 염도가 더 높은지 ( 사해 염도 30% 대 일반 해수 3%)에 대한 해답을 찿기 위해 지질학자들이 연구를 해오고 있지만 아직 얻지 못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소금없이 생물들은 살수가 없고 그래서 수많은 염장음식과 소금을 이용한 발효음식이 발달하게 됩니다.
아시아지역의 각종 장류와 유럽의 햄, 소시지, 치즈와 각종 염장 생선은 냉장고가 없던 시절 음식을 오래 저장할 수 있어 먹을 것이 부족한 혹한의 시기를 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총 26장 3개 파트로 이루어진 이 책은 음식이나 식문화에 관심이 있는 분들 누구나 읽어보면 좋을 듯 합니다. 학자가 쓴 책이 아니어서 지나치게 딱딱하지 않고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