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838-1842년 행한 남태평양( 피지, 사모아,하와이), 개척 이전 서부 콜롬비아 강( 오레건, 캘리포니아, 캐나다 접경지역) 및 남극대륙 탐험에 대해 한국에는 놀랄만큼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미국이 160여년 전 행한 남태평양/ 남극 탐험을 알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1830년대 미국은 아직도 서부 지역, 캘리포니아와 오레건 주의 영토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고, 그 이전시기부터 대서양과 인도양 그리고 태평양 항로를 따라 항해를 해온 유럽 ( 특히 영국과 프랑스) 세력과 달리 대양 항해 혹은 탐험의 역사가 일천한 신생국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남태평양/ 남극 항해를 이끈 미 해군 소속 찰스 윌키스 중위 ( Lieutenant Charles Wilkes)는 미 해군성으로부터 항해선단의 선장(Captain)으로 임명받지도 못한 상태로 전대미문의 항해를 하게 됩니다.
측량에 남다른 재능을 보인 찰스 윌키스는 4여년간의 항해동안 그 이전 서구 어느 나라에서도 측량하지 못한 피지군도와 남극 대륙을 측량하고 해도를 작성하는 성과를 거두지만 군인으로서의 오만함과 휘하 선원들을 무자비하게 또 폭군과 같은 스타일로 지휘해 능력에 비해 그의 업적을 인정받지 못합니다.
4년간의 항해가 끝난후 그는 뉴욕에서 열린 군사법원( Court Martial)에 회부되어 그가 행한 지휘가 적절했는지 심판을 받습니다.
능력은 있으나 오만하고 고집불통인 개인적 스타일로 그는 바라던 해군제독이 되는데 오랜 세월이 걸렸습니다.
긴 항해 이후 그는 자신의 업적을 내보이기 위해 항해일지를 기반으로 공식 항해기를 집필하였고 자신이 지휘한 항해 기간 수집한 남태평양 섬에 서식하는 동식물들을 표본과 식생에 대한 도판들을 전시하는 일에 책임을 맡게 됩니다.
그의 항해에서 수집한 이 표본과 각종 기록들은 후에 워싱턴에 세워지는 스미소니언 박물관 소장품의 근간이 됩니다.
이후 미국은 서부개척시대가 열리고 캘리포니아 골드러시가 일어났고 멕시코와 전쟁을 하게 되어 현재와 같은 서부지역 영토를 확보하게 됩니다.
같이 동행한 과학자들도 이후 식물학, 민족지학 (ethnography), 인류학 (anthropology), 그리고 진화이론(evolutionary theory)등을 선도하는 학자들로 뚜렷한 업적을 남겼습니다.
이 책의 제목 자체가 ‘영광의 바다(Sea of Glory)로 미국의 알려지지 않은 ‘영광스런 항해’에 대한 책이므로 한국인의 입장에서 쇼비니즘적 측면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항해를 진행한 배경과 시기에 더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시기는 미국의 아직 열강에 들지 못했던 신생 국가의 시기로 흔히 하는 시대구분으로 남북전쟁 이전시기입니다.
1853년 일본에 전함을 끌고와 강제개항시켰던 미 해군 페리제독 (Commodore Matthew Perry)도 동시대의 사람이고, 거의 동일한 시기에 영국의 찰스 다원(Charles Darwin)이 영국 군함 비글호( HMS Beagle)를 타고 갈라파고스 제도를 탐사하던 시기입니다.
1858년 다윈은 ‘종의 기원(the Origin of Species) 원고를 이 항해에 참여했던 과학자 아사 그레이 (Asa Gray)에게 보내기도 합니다.
이 항해를 통해 미국은 후발주자로서 유럽 열강들처럼 자연과학적 지식을 대항해를 통해 축적하기 시작했고 그 기반도 1850년대 설립된 스미스니언 박물관이 기반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찰스 윌키스가 작성한 남태평양 및 미 대륙 서부의 측량자료와 해도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유일한 해도로서 사용되어 이후 미국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지속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영어권에서 대중적인 항해/ 모험/ 해군 관련 서적들은 그 자체로 영어권 국가들에게 과거의 영광에 대한 기록이면서 상당히 제국주의적 성향을 띄게 됩니다.
이 책의 저자인 내새니얼 필브릭 (Nathanial Philbrick)도 전미 도서상 (National Book Award)를 수상한 유명한 해양전문 작가입니다. 이 작가의 책들은 대부분 항해의 해양의 역사 분야로 각종 해전 및 항해 관련 서적이 많습니다만 저는 이번에 처음 이 저자의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이후 읽고 싶은 이 저자의 책은 ‘In the Heart of the Sea (2000)’라는 책으로 멜빌의 마스터피스 ‘모비 딕 (Mobi-Dick)’과 관련되어 그가 영감을 받은 실화에 대한 이야기로 알고 있습니다. 한번 읽으려 했었지만 여건때문에 읽지 못했습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이 가졌던 패권을 가져오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9세기 남북전쟁 전후로 미국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복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복기에 있어 미국이 어떻게 아시아와 태평양에 영향력을 확대했는지를 알기 위해서 미국의 해양력 확대의 과정을 살피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이를 바탕으로 일본을 자신들의 우방으로 끌어들이고 일본의 한국 침탈을 방조하였고, 대륙세력인 러시아와 중국과 충돌하면서 20세기 패권의 향방을 결정지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미국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양의 관련 도서들이 세심한 참고도서 목록과 함께 존재합니다. 여전히 수많은 기밀 문서들이 있겠지만 일단 공식 출판된 관련 도서를 훑어보아도 상황을 복기하는데 큰 무리는 없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