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에 나온 서울의 근현대 도시역사에 대한 책입니다.
그동안 여러권의 근현대 도시사책을 읽었는데 이 책은 동남아시아의 여러 도시들의 역사를 고찰한 아래의 책의 후속편입니다.
도시사학회& 연구모임 도시담화 지음, 동아시아 도시 이야기(서해문집, 2022)
아직 이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도시는 기억이다 ( 서해문집,2017)‘은 읽지 않아서 나중에 읽은 후 소개할 예정입니다.
책 내용으로 돌아가서, 여기 있는 내용 중 제게 인상깊은 서울의 ‘장소’ 몇 곳만 언급할까 합니다.
제1부 장소의 기억에 나온 더섯번 째 글 을지로, 호텔 스카이라운지의 풍경’, 그리고 제2부 현장의 삶의 두번째 글,‘ 혜화동, 일제강점기 신흥계층의 거주지’ 와 제3부 공간의 명암의 다섯번 째 글, ‘도축장, 유혈의 증거를 남기지 마라’ 입니다.
을지로는 일제시대 황금정으로 불리던 지역으로 이글은 현재 롯데호텔 자리에 있던 반도호텔과 조선호텔에 대한 글입니다.
두번째 혜화동은 조선시대 성균관과 반촌(泮村)이 있던 곳으로 제 개인사와도 연관된 지역입니다. 1980년대 명륜동에서 버스를 탈때마다 보던 기와집들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이곳은 지금 모두 없어졌지요. 이글은 1925년 이곳에 경성제대가 설립되며 나타난 변화에 대한 것입니다. 주위의 여러학교들이 학교총을 이루고 경성재대에서 공부하는 학생과 지식인들이 모여 새로운 문화를 상징하는 곳이 되었다는 이야기인데 조선시대 성균관에 전속된 노비들이 살며 쇠고기 도축을 하던 지역이 1920년대 들어 학교촌으로 변한 겁니다.
세번째는 도축장에 대한 이야기로 일제시대부터 이어진 도축장에 대한 이야기로 마장동에 도축장이 생기기 전의 역사입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고기를 즐기면서도 도축장은 혐오시설로 생각해 처음 도축장이 생길 때부터 경선의 외곽에 지어졌고, 현재는 서울시내에는 도축장이 없고 도축시설이 서울을 떠나 충북 음성으로 이전되었습니다.
이책에 나온 다른 지역, 즉 정동이나 명동에 대해서는 별도의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순우 지음, 정동과 각국공사관 ( 하늘재,2012)
야마모토 조호 외 지음, 명동 길거리 문화사(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 2019)
그리고 1970년대 개발이후 한국의 중심이 된 ‘강남’에 대한 연구서도 있습니다. 사실 서울의 장소와 공간에 대한 제 첫 관심도 어떻게 강남이 신기후처럼 갑자기 서울에 나타나게 되었는지에서 출발되었습니다.
한종수 강희용 지음, 강남의 탄생 (미지북스,2016)
박배균, 황진태 편집, 서울대SSK동아시아 도시연구단 기획, 강남 만들기, 강남 따라하기 ( 동녘 , 2017)
첫번째 책은 1970년대 한강 이남의 농촌이 어떻게 영동으로 개발되고 현재의 강남이 되었는지 도시발달의 역사를 추적합니다.
두번째 책은 ‘심상지리(imagined geography)에 관한 것으로 일종의 논문집입니다. 강남사람들이 강남의 경계를
어디까지 보는지, 그들이 서울의 다른지역 사람들에 비해 느끼는 우월감이 무엇인지 매우 흥미로운 글들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건축적 관점이나 도시개발 혹은 도시계획 관점에서 물리신 분들이 한번 보시면 좋을 책입니다.
그 외에도 서울의 근현대 도시답사에 대해서는 일본근세사와 전쟁사 전문이신 문헌학자 김시덕 교수님의 책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특히 이분의 강점이 잘 나타나는 부분은 일제시대 서울에 대한 부분입니다. 아래 소개하는 책도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책이지만 저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책입니다.
김시덕 지음, 서울선언 (열린책들,2018)
1925년 일어난 을축년 대홍수에 대한 글과 최초의 강남이었던 흑석동에 관한 글 그리고 일제가 새운 공업단지 영등포에 대한 글이 인상적이었고, 우리가 스쳐지나가듯 본 풍경에 대한 역사적 이면(裏面)을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서울의 풍경과 장소에 대해 관심을 가진 분들은 우선 서울에 관한 책을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역사에 관심이 없어도 당장 나의 부모님이 사셨던 장소를 나중에 찿을 수 없다면 그 상실감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한국이 너무나 급격하게 변하는 나라이긴 하지만 변화가 언제나 급작스럽게 그리고 폭력적인 파괴를 동반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변하는 것이 있다면 변하지 않는 것도 몇개쯤 있어야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