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된 위기 -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한반도 핵위기까지, 얄타체제의 해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백승욱 지음 / 생각의힘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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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백승욱 교수가 저술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국제정세 분석에 대한 책입니다.

중국전문가로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중국- 대만 분쟁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이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중국의 대만침공이 현실화하면 북한의 핵도발이 한국의 안보에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당장 일어나는 일이 아니더라도 개연성이 충분한 사안이기 때문에 주목해야 할 사안임은 분명합니다.

책이 2023년 9월 출판되었는데, 10월에 일어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때문에 전체적인 분석의 맥락(context)를 조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우선 들었습니다.

이 책의 개정판이 나온다면 현재 2개의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마주한체 대선을 앞둔 미국의 정치적 상황이 긴급하게 고려되어야 할 듯 싶습니다.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부터 두개의 전쟁을 마주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전략적 선택 덕분에 당장 대만 위기가 표면에 나타나지 않았는데 극우 보수인 네탄야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에 가자(Gaza)지구를 근거로 한 하마스가 도발한 전쟁이 일어나 미국은 두개의 전쟁에 개입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역사적으로 우크라이나 지역이나 이스라엘 지역이나 모두 19세기 유럽의 제국주의 열강들이 부동항(不凍港)에 접근해 세력권을 넓히기 위해 진출하거나 석유에 대한 이권다툼을 해서 분쟁과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지역입니다.

우크라이나 인근의 발칸 지역에서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황태자가 암살되면서 발생한 전쟁이 1차세계대전이고, 나찌 독일이 우크라이나 지방을 포함한 러시아 서부로 진격하면서 사상최대의 전사자를 낸 제2차세계대전 동부전선의 독소전쟁이 일어난 지역도 같은 지역입니다.

이스라엘과 시나이 반도 지역은 이스라엘 건국 이전 영국이 오스만투르크제국을 와해시킬 목적으로 아랍인들을 지원해 아랍혁명을 일으켰고, 오스만 제국 붕괴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요르단, 이라크 등이 생겼고, 영국과 프랑스 미국이 이 지역의 석유패권을 지키기 위해 전쟁을 불사했던 곳입니다. 이스라엘의 건국에 영국과 미국의 영향력이 작용된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지요.

저자는 중국이 시진핑 집권이후 중앙집권적이고 권위주의적 통치로 이전의 집단지도체제에서 바뀌었고, 중화민족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 과거 제국주의 시절의 유산인 홍콩( 영국)과 대만(일본)을 중국으로 편입시켜 하나의 중국정책을 지속하지 않을 수 없고, 이런 정책방향이 홍콩과 관련해서 서구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그리고 대만과 관련해서 대만의 지정학적 위치때문에 미국과 마찰을 빚을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저는 이 주장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만의 경우를 부연하면, 대만해협은 예로부터 말레이반도의 말라카 해협부터 남중국을 있는 항로가 있는 지역이고, 아마도 동아시아에서 말라카 해협 다음으로 중요한 항로로 알고 있습니다. 이곳이 막히면 인도양에서 태평양 연안 접근이 불가능합니다.

거기다가 대만은 전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생산의 강자인 TSMC가 있는 곳입니다. 쉽게 말해서 대만이 중국으로 넘어가면 첨단무기체계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급에 문제가 되는 겁니다.

미국이 대만문제에 민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이 대만문제가 발생할 때 주일미군과 주한미군을 동원할 수 있다는 건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대만문제는 중국의 성립(1949)부터 문제가 되었던 사안으로 중국이 소련으로부터 한국전쟁 참천요청을 받지 않았다면그 당시 아마도 대만을 침공해 중국대륙을 공산당 단일지배체제로 통일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대만문제는 중국이 성립이후부터 중국지도부에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던 사안입니다. 역사적인 함의가 명백한 사안이니 이 문제는 중국에게 매우 민감할 문제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저자는 현 정세가 2차세계대전 이후 국가간 체계를 규정한 ‘얄타체제’가 흔들라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초강대국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미 영 소, 프 그리고 중국)이 상호견제 하에 서로의 영토를 침략하지 않는 국가간 체제가 얄타체제였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엔안보리 이사국인 러시아가 영토확장을 목적으로 타국을 침범한 사례로서 19세기 제국주의 열강들의 식민지 침탈과 다름 없는 것으로 ‘신냉전’으로 불릴 사항이 아니라 국가관계를 100여년 전인 제1차세계대전 당시로 되돌리는 퇴행적 상태로 되돌아간 것이지요.

이 말은 앞으롯 한국을 비롯해서 동아시아의 국제관계가 어떻게 요동칠지 알 수 없다는 말이고 대통령이 함부로 북한을 ‘끝까지 타격하겠다는 ’호전적인 발언을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겁니다.

제2차세계대전 종전후 전후처리과정을 보면 미국이나 중국 그리고 소련 모두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이념이 다른 상대와도 대화를 했습니다.

뉴라이트쪽에 계신 분들이 납득하실지 모르겠으나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식민주의를 종식시키기 위해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을 종전후 전후질서를 만드는데 동반자로 삼았고, 스탈린은 중국 공산당의 마오쩌뚱이 아닌 국민당의 장제스와 우호조약을 맺고 중국이 일제를 상대하기를 바랬습니다. 독소전쟁 피해에 대한 전쟁배상금 문제와 폴란드 임시정부문제 등 유럽문제에 더 중점을 둔 소련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이 중국대륙에 진출하지 않고 중국이 소련의 적국인 일본을 상대하는게 두개의 전선에 참여하지 않는 최선의 방안이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전후 일본을 파트너로 삼기 전 중국을 파트너로 삼아 일제의 중국 침략을 막았고, 이를 위해 국민당 장제스와만 손을 잡았을 것 같지만 중국 공산당의 마오쩌뚱과도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중국 대륙이 공산당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죠지 마샬 장군을 중국에 특사로 보내 국민당과 공산당의 연합정부를 만드는데 힘썼습니다.

필요하면 누구와도 손을 잡는다는 걸 이런 역사적 사실을 보며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윤석열 정부 그 누구도 국가관계의 역사를 들여다 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혈맹이라고 목을 매고 있는 미국이 90 여년전 중국과 관계를 맺으려 애쓰고, 소련의 스탈린과 잘 지냈더는 사실을 알면 매우 놀랄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제2차세계대전 종전 후 그 누구도 미국과 소련이 적대적이 될 줄 알지 못했고 그럴 의도도 없었다는 겁니다.

2차 세계대전의 연합국쪽 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그리고 소련이었습니다. 소련이 이 전쟁의 전승국이었고, 미국의 동맹이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어요. 냉전적 상황을 불변인 것처럼 생각하고 그에 기반해서 경직하게 사소하는 버릇은 그래서 매우 위험합니다. 한치 앞도 모르는 게 세상사라는 단순한 사실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말이죠.

반대로 패자는 나찌 독일, 이탈리아 그리고 일본이었습니다. 미국 측 표현대로 악의 축(Axis of Evil)이죠. 이 용어는2000년대 9.11이후 ‘테러와의 전쟁’ 당시 부시 미국대통령이 처음 쓴 말이 아닙니다. 원래는 2차세계대전 패전국들을 지칭하는 말이었습니다.

따라서 아직도 우파와 다른 목소리를 ‘빨갱이’운운하는 건 무식의 소치라고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패전한 일본이 본인들이 항복하지 않아 미국이 떨어뜨린 원폭에 피해자 운운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원인제공을 일본이 스스로 했는데 말입니다.

미국은 이전 도쿄를 비롯한 일본의 대도시에 소이탄(Incendiary munitions)을 퍼부어 도시를 초토화시켰는데도 항복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미군들은 그 당시 일본을 이해할 수 없다고 증언합니다.

난징에서 중국인들 목베기 시합을 하는 등 중국인들을 참혹하게 학살하고도 자금 자신들이 원폭피해자라고 피해자 운운하는 일본을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미국의 필요에 따라 미국의 안보우산 아래 들어간 일본이 제2차세계대전 전범국이라는 역사적 사실은 잊으면 안될 겁니다. 냉전상황에 가장 큰 이득을 본 전범국 중 하나라는 사실을 말이죠.

끝으로 2차세계대전 패전국인 독일은 동과서로 분단되고 수도 베를린은 영국 미국 프랑스와 소련이 분할점령했습니다. 얄타회담의 합의로 말입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패전국인데도 미국이 단독으로 일본을 점령(occupied)했습니다. 소련이 홋카이도에 진주하려고 했지만 진주하지 못했습니다. 얄타회담에서 미국은 소련의 대일전 참전을 약속받았는데도 종전 후 소련의 일본 진주는 일어나지 못했고 따라서 독일처럼 일본은 분할점령되지 못했습니다. 전쟁 중 동맹을 맺었던 두 패전국이 종전이후 다른 방식으로 처리된 것입니다. 독일이 분할점령되었으면 일본도 독일처럼 분할점령되어야 하는데…… 저로서는 이 상황이 미스터리이고 또 불편합니다. 대신 한반도가 두동강 나고 소련은 북한지역에 진주했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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