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구걸을 하는데도 범죄라는, 가벼운 범죄라고 하여 경범죄라고는 하지만, 그런 법이 통과되었단다. 언제.. 올해. 참.

 

없는 사람이 좀 먹고 살겠다는데, 그걸 범죄라고, 범칙금을 내라고, 그것도 10만원 정도란다. 그 사람들이 그 돈을 낼 수 있다면 그렇게 구걸을 하지 않았으리라.

 

노동력이 필요하다면, 그들이 노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면 될 일이고, 그들의 행동이나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고, 두려움을 준다면 왜 그런 일이 발생했을까를 생각해서, 그 근본적인 원인을 치유할 생각을 해야지... 이거야 원, 네 행동은 네가 책임져라. 그것도 늘 힘없는 사람들에게만.

 

영국에서 산업혁명 시기에 실시했다는 구빈법이 생각났다. 말이 구빈법이지, 이는 없는 사람들을 강제로 착취하는 법이지 않았는가. 물론 법이 있는 사람을 위해서 작용할 때가 더 많지만, 그래도 최소한 없는 사람들의 생존은, 아니, 생존이 아니라 생활은 보장해 주어야 하지 않는가. 생활이 되어야 그 다음 일을 하지.

 

간단하게 눈에 보이는 일을 보이지 않게 하고 해결되었다고 하려고 하나, 원.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2012년 5,6월)에서 이 구걸을 다루고 있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다. 구걸이라는 말이 귀에 거슬린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것도 이들이 다른 범죄행위(강도, 절도)를 하지 않고, 오직 자기의 자존심을 굽히고 삶을 위해서 하는 행위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의 자존심을 세워줄 궁리를 해야지 어떻게 범죄자로 만들 생각을 하는지...

 

이번호는 진보신당 비례대표 1번이었던 청소노동자 김순자 씨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에 녹색당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들이 다 인권과 관계가 있다. 인권은 남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또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주변에서 겪을 수 있는 모든 것들에서 찾을 수 있다.

 

청소노동자든,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꿈꾸는 녹색당이든, 그리고 구걸을 하는 사람이든, 우리 인간의 삶에 대한 모든 이야기들이 바로 인권이다.

 

그 점을 이 책이 말해주고 있다. 우리가 보고 겪는 모든 것들, 바로 인권과 관련이 있음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스웨덴 패러독스 - 선진복지 대한민국을 위한 단 하나의 롤모델
유모토 켄지.사토 요시히로 지음, 박선영 옮김 / 김영사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곧 대선이 시작된다. 아니, 벌써 시작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이미 대선 예비 주자들의 행보가 시작되었으니 말이다. 누구는 이런 공약, 누구는 저런 공약을 내걸고 있다. 우리나라를 5년간 이끌어갈 사람이 내세우는 공약이다. 물론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고 말았지만 말이다. 그렇게 또다시 공약(空約)을 남발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있어야 한다. 면밀히 검토하고 생각하고, 그리고 실행해야 한다.

 

이 중에 요즘 최대 화두로 떠오르는 내용이 바로 복지이리라. 국회의원 선거, 그 전에 지방자치 선거에서부터 쟁점이 되었던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등등. 이런 것들이 우리 생활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고, 또 북유럽의 먼 나라 얘기만이 아니라 우리 얘기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가 실현해야 할 사항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이런 복지에 대해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 "스웨덴 패러독스"이다. 이미 우리의 오래된 미래라고나 할까. "복지국가 스웨덴"이라는 책과 내용이 겹치기도 하지만, 그래도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이번 대선과 관련해서는. 대선까지 가지 않더라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등에서 보여준 일들과 관련해서도 이 책은 참으로 유효하다.

 

국가가 집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 그 집에 사는 구성원들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아야 할 권리가 있고, 행복하게 살게 할 의무가 있다. 스웨덴은 국가를 국민의 집이라고 한다. 아니, 이게 스웨덴만의 주장이 아니라, 우리 인간이 국가라는 공동체를 유지하는 이유가 바로 그 집에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이리라.

 

그런데 집이 행복을 주지 않고, 나가라고 한다면, 네 스스로 네 살 길을 찾으라고 하다면, 그것도 전혀 살 길을 마련해주지 않고. 그 집이 과연 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스웨덴에서 한 장관(나중에 수상이 되었다고 하는데)이 한 말이 마음에 와 닿았고, 우리나라 집회 현장에서 온 구절과 겹치면서 너무도 마음이 아팠다. 스웨덴 장관이 한 말은 "빚진 사람에게 자유는 없다."이다. 즉, 빚을 지고는 제대로 살 수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빚을 지지 않게 해야 한다. 누가? 바로 국가가? 적어도 국가가 집이라면.

 

우리나라 집회 현장에서 본 구호는 "해고는 살인이다"이다. 해고로 인해 가정이 파탄나고, 자신의 생명까지도 버려야 했던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고용 유연성이라는 이름으로 해고가 자유로와지고, 그 일로 인해 하루아침에 길바닥으로 내쳐진 사람들. 그들이 외치는 그 구호는 절절하다. 절실하다. "해고는 살인이다"

 

왜? 살 길이 없으니까. 도무지 출구가 보이지 않으니까. 여기에 스웨덴도 해고가 자유롭지 않냐고, 그 나라도 경쟁이 너무도 치열하다고, 사양산업은 가차없이 정리한다고, 그래서 실업자도 많다고 한다. 이 책에서도 그렇다고 한다. 다만 차이는 이들은 해고가 되어도 죽지 않을 수 있다. 기본적인 기본 수당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주택수당도, 학업수당도, 아동수당도, 게다가 의료비까지 지원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학비는 거의 무료라고 봐야하고. 여기에 해고자를 위한 재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해고는 죽음이 아니라, 새출발일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상태에서는 고용유연성을 받아들일 수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지급하는 그 나라에서는 비정규직이라고 차별받는 일도 드물테고...

 

녹색평론에서 "기본 소득"을 국민 모두에게 지급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이 뜬금없는 주장이 아니라, 이미 시행되고 있는 나라가 있다는 사실. 이런 사실들을 자꾸 알려야 한다. 그래서 대선이든, 총선이든, 지자체선거 등, 이러한 사항들이 공약(公約)으로 나타나게 해야 한다. 그래서 그 공약이 공약(共約)이 되게 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함께 하는 약속으로 말이다.

 

꿈같은 일이 아니다. 이는 현실에서 가능한 얘기다. 지난 대선에서 허경영의 공약을 웃기는 공약이라고 비웃는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구체적인 실행 방법에 대한 제시가 없었기에 꿈꾸는 소리라는 비웃음을 샀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우리도 할 수 있는 공약이다. 해야만 하는 공약이다. 우리나라가, 이 나라의 국가가 우리에게 집으로써 기능하려면 우리는 적어도 스웨덴과 비슷한 상황에는 이르러야 한다. 단지 경제성장이 안된다고 지레 포기해서는 안된다.

 

러미스의 책도 있지 않은가?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경제 성장만을 추구하지 말고,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초 생활이 보장되어야 한다. "빚진 사람에겐 자유가 없다"고 하지 않는가? 국민이 빚지지 않게 기본 소득을 보장해 준다면 "해고는 살인이 될" 수 없다.

 

정치인들이 이런 책을 읽고 자신의 정책을 입안하길 기다려서는 안된다. 오히려 우리들이 이런 책을 읽고, 이것이 공상이 아닌, 실현가능한 일임을 정치인들에게 알려야 한다. 이걸 하지 않으면 정치인의 자격이 없다고 끊임없이 알려야 한다. 그래야 변한다. 결코 먼 나라 얘기로 그치지 않고.

 

이번 대선 어떤 공약이 나오는지 잘 살펴보자. 그리고 그 공약이 어떻게 실현되어 가는지 두 눈 부릅뜨고 살펴보자. 그들이 안 하면 하게 하자. 이게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통합 진보당이 내홍을 겪고 있다. 단지 그들만의 내홍이 아니라,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문제로 심각하게 다가오고 있다.

 

녹색당도 진보신당도 이번 총선에서 정당을 유지할 득표를 얻지 못해 현재는 사라지고 말았는데... 진보라는 이름을 걸고 있는 이 정당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야권 연대의 덕도 있겠지만, 진보를 말하는 정당이 국회에서 나름대로 힘을 쓸 수 있는 여건이 마련이 되었는데... 그걸 살리지 못하고, 당권파, 비당권파 이런 식으로 갈등만 일어나고 있으니...

 

삶이 보이는 창 이번호에서 현대비정규직 노조원의 이야기가 르포로 있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할 이러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들을 위해 할 일이 많은데, 빨리 통합진보당의 문제가 해결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번호의 특집은 "가족"이다. 최근에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동성결혼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해서 미국 대선의 이슈로 이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고 하는데, 이번 호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많은 가족들을 갖고 있고, 이 가족들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다. 정상 가족을 넘어 다양한 가족을 인정해야 함을, 이번 호에서는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글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우리들의 삶을 깨우쳐주고, 또 우리가 올바르게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올바름을 견지하기 위해서 지녀야 할 기본적인 자세까지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03,811명

이번에 녹색당에 투표한 사람 수란다.

원자력 발전소가 20기가 넘는 나라에서, 그것도 원자력에 관한 사항은 거의 다루지 않음에도 간혹 발전소에서 사고가 났다는 기사가 나는 나라에서, 반원자력을 주장하고 나선 정당에 대한 투표율이 0.48%

절망해야 하는가? 한 때 절망도 했었다. 가까운 후쿠시마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했고, 우리나라에서도 방사능이 검출되었으며, 오래된 원자력 발전소는 위험하게도 고장이 자주 나고 있는 상태이고, 그런데도 원자력 발전소를 더 짓겠다고 하는 나라에서 반원자력을 주장하는 녹색당에 대한 지지가, 그것도 녹색당원들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 지역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온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그 지지율이 1%도 안 되다니 말이다.

 

하지만 절망에서 끝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사표 심리가 크게 작용을 했을 거고, 투표장에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번에 비례대표 지지 정당은 너무도 많아서 정말로 관심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녹색당이 있는지도 몰랐을테니 말이다.

여기에 녹색당은 창당이 늦어졌고, 홍보할 수 있는 수단도 부족했고, 언론이 관심을 가져주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나 역시 기껏 녹색당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이 "녹색당 선언"이라는 책을 읽어서 알고 있는 사항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녹색당의 이번 지지율은 절망할 지지율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지 않고 홍보 수단도 부족했는데, 10만명이 조금 넘는 사람들이 찾기도 힘든 투표용지에서 녹색당을 찾아 지지했다는 사실은, 녹색당이 앞으로 가능성이 있다는 표시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 녹색당이 이 정도의 지지율을 얻는데는 "녹색평론"의 공도 컸다고 해야 하리라.

 

녹색당의 이념과 녹색평론의 주장이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고, 녹색평론 독자라면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반원자력, 환경, 생태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을테니 말이다.

이번호에서도 여기 쉬지 않고, 원자력, 좀더 명확한 언어로 말하자, 핵에 대해서 다뤄주고 있다. 이제는 언론에서 이미 끝난 일처럼 다루고 있는 후쿠시마 사태를, 녹색평론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이제 시작임을 계속 우리에게 환기시켜 주고 있다.

세상에 잊을 것을 잊어야지. 이건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는 속담처럼이 아니라,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는, 아무리 경고해도 지나치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이렇게 꾸준히 우리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이 책이 고맙다.

반핵 뿐만 아니라, 강정마을에 대한 이야기도 마음에 와닿는다.

 

해결된 문제는 하나도 없다. 그렇다고 해결되지 않을 문제도 없다. 반핵, 강정마을, 쌍용차, 기타 언론사 파업 등등 우리는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 해결해나가도록 계속 우리를 격려하는 책이 바로 이 녹색평론이다.

화창한 오월, 눈에 보이는 이 화창함 속에 우리가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우리가 얼마나 제대로 보아야 하는지 "녹색평론"이 말해주고 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은빛 2012-05-18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녹색당이 얻은 표는 솔직히 힘빠지는 결과이지만,
현실적인 여건들을 생각한다면 희망을 얻을 수 있는 득표율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선거제도와 정당제도 자체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비례대표를 더 확대하여 각 정당의 정책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선거구조로 가야하고,
지역구에서 출마하는 국회의원의 경우 해당 지역구를 위한 공약보다는
그 지역구를 대표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를 명확하게 드러나도록 해야 합니다.
정당제도는 이미 기득권을 가진 정당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소수정당들도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고 활동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노후원전 폐기와 신규원전 취소 그리고 일본산 수입식품 검역 문제, 밀양 초고압송전탑 문제, 강원도 골프장 문제, 제주 해군기지 문제,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 문제, 광우병 수입쇠고기 문제를 비롯한 각종 먹거리 안전 문제 등등 녹색당이 힘을 기울여 해야 할일이 많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곳곳에서 녹색당 당원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조금 힘이 빠져 있었는데, 용기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상 문학의 비밀 13
권영민 지음 / 민음사 / 201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런 작가를 행복하다고 해야 하나? 자신의 삶에서는 그다지 행복을 느끼지 못했는데, 사후에 이렇게 관심을 받는 작가를 말이다.

 

겨우 28살에 세상을 떠난 작가를 우리는 아직도 천재니 뭐니 하면서 그를 기리고, 그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연구자들 말대로 그가 남긴 작품보다도 훨씬 더 많은 연구자료들이 축적되어 있으며, 또 많은 연구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그 작가가 바로 이상이다. 이상이라는 필명으로 더 유명한 김해경. 아니 우리는 김해경이라고 하면 그를 알지 못한다. 인간 김해경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작가 이상만이 존재하고 있는 형상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이상을 이해하는데 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이번 이 책은 이상을 13가지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그의 삶과 그의 작품을 전체적으로 놓고, 이 13가지면(오감도에 나오는 13인의 아해와 연결이 되기도 하고) 어느 정도 이상의 진면목에 다가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하는 책이다. 

 

1. 이상과 동경 그리고 일본어 시

이상은 동경에서 죽는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동경에 가고 싶어 했다. 왜? 그에겐 동경이란 최신 문학(예술)의 본거지라는 생각이 있지 않았을까? 제대로 된 문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이 현대 문명을 대표하는 도시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고 싶다는 생각이 그를 동경으로 유인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이상 문학을 이해하는데, 동경은 하나의 열쇠가 된다. 이상 문학의 정점과 한계를 설명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이상은 동경에 가지만, 곧 실망하고 만다. 동경 역시 서울과 마찬가지로 가짜 도시이다. 근대문명의 대표지가 아니라, 근대 문명을 근근이 흉내내고 있는 도시일 뿐이다. 그에게는 아마도 뉴욕이나 기타 파리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존재하는 도시가 그가 꿈꾸는 문학을 대표하는 곳으로 자리 매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의 머리 속에 있는, 그의 이상 속에 있는 문학은 현실에 존재하는 도시에서는 찾을 수 없다. 아니, 찾아서도 안된다. 바로 문학은 현실과 이상의 갈등 속에서 현실을 넘어서는 이상의 세계를 좇아가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 이상에게 이상적인 도시가 현실로 나타난다면, 그 때는 이미 그의 문학은 현실 속에 묻혀버려 더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상이 동경에 실망한 것, 그것은 또다른 문학을 자신이 창조하려는 뒷걸음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일보 전진 이보 후퇴! 그랬으면 좋으련만, 그는 이보 후퇴에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현실의 절망이 그의 삶을 더이상 지탱하지 못하게 하고 말았다. 더 앞으로, 더 나은 문학으로 나아가야했는데 말이다. 그래서 동경은 이상 절망의 종착지라고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그가 초기에 일본어로 시를 썼다는 사실도 우리가 명심해야 한다. 어쩌면 일본어가 그의 의식을 지배하고, 그의 문학이 이 일본어식 사고에 대한 우리말의 극복 과정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일본어로 쓴 시를 어떻게 번역하느냐에 대한 문제도 그의 문학을 이해하는 하나의 길이 될 것이다.

 

2. 오감도와 언어의 창조

이상을 일약 유명하게 만든 작품이 오감도이다. 조감도의 오자냐 아니냐 말들이 많은 작품이기도 했지만, 일본어 시에 조감도란 시가 있으니, 이는 조감도의 오자라고 보기보다는 이상이 의도적으로 언어를 창조했다고 보는 편이 좋겠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세상인데, 새가 내려다 보았다고 하는 것이 조감도라면 이 새 중에서도 까마귀가 내려다 본 세상, 그것이 바로 오감도라고 할 수 있다. 조감도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사항과, 그리고 까마귀에서 연상할 수 있는 사항을 종합하여 이 시를 감상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면서 아해라는 말을 단지 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저 높은 하늘에서 바라보면 땅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아이처럼 작게 보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 다시 인식하게 해주기도 했으니...

 

난해하기로 유명한 오감도 이지만, 이 오감도에서 다른 작품들의 언어 창조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이상이 유명한 고사에서 그를 뒤틀어서 자신의 작품을 진행한다든지, 한자어를 교묘하게 바꾸어 작품을 이끌어간다는 사실을, 그가 숨겨놓은 위트와 유머 등을 찾아내는 재미를 느껴야 한다는 사실.

 

그것이 이상을 이해하는 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할까.

 

3. 구인회와 삼사문학

이처럼 철저히 개인주의자인 것처럼 보이는 이상이 몸담은 단체가 바로 구인회다. 세상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사람이, 그것도 새까맣게 보이는 세상을 관조하는 사람이 관여한 단체라니... 아홉 사람이 모여서 친목단체(?)와 비슷한 모임을 가졌다 해서 구인회인데...

 

이 구인회가 이상에게 중요한 이유는 이상의 후원자 노릇을 구인회가 했다는 사실. 거기다 구인회의 작품집인 시와 소설을 이상이 편집했다는 사실. 그를 아껴 준 사람인 김기림, 정지용이 구인회의 주요 구성원이었다는 사실은 이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여기에 이상이 유명해지게 하는 오감도를 신문에 실어주는 이태준까지. 이들이 모더니즘을 표방한, 리얼리즘을 반대한 사람들이라면, 이상의 뒤를 잇겠다는 삼사문학 동인들은 모더니즘을 더 밀고 나가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을 보며 이상은 자신은 19세기와 20세기에 발을 걸쳐 놓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더라도 과연 삼사문학 동인들이 이상 문학의 수준을 뛰어넘었던가. 그건 아니라는 게 문학계의 평가 아니던가.

 

이상은 즉자를 넘어 대자로 나아간 모더니스트라면, 삼사문학 동인들은 아직도 즉자의 단계에 머무른 상태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즉 정과 반의 단계를 거쳐 합의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그냥 그 세태, 정의 단계에 머물러 있던 사람들, 그들이 삼사문학이라면, 이상은 반의 단계를 거쳐 합의 단계에까지 이르려고 했던 사람이 아닐까 한다.

 

4. 결핵과 일상성 그리고 영화, 그림, 금홍이와 그의 가족

이상 소설이나 시는 그의 일상 생활과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다. 오죽했으면 금홍과의 만남과 이별을 그린 소설이 봉별기이고, 또 자신의 동경유학과 죽음을 그린 소설이 종생기이겠는가. 그래서 이상의 일상성이 모더니즘의 기법을 통해 작품에 드러나고 있다.

 

이상은 화가로서도 성공할 수 있었다. 그는 그림에도 상당한 소질을 발휘했고, 입선을 한 적도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소설에 삽화를 직접 그리기도 했고, 또한 박태원의 소설에 삽화를 그리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림이 단지 그림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그의 문학 작품을 이해하는 하나의 수다으로서도 기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한다면 이상에 대해서 더 깊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예전부터 우리나라는 문학과 그림이 함께 존재하는 경우가 많았으니 말이다.

 

이런 저런 이유때문에 이상의 일상생활과 작품을 동일시하려는 경향도 있지만, 그의 작품에 나타난 서사는, 내용은 그의 일상과 반드시 일치한다고 봐서는 안된다. 작품은 작품 나름대로의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상의 일상이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리라. 그의 결핵이 그의 작품을 추동하는 힘이 될 수도 있었다는 사실과, 작품 곳곳에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사실로 미루어보아도 그렇다.

 

현대의 일상이 어떻게 작품으로 들어왔는지 파악하는 일, 이상 문학을 이해하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5. 이상 문학의 텍스트

28세에 요절했다는 사실이, 그의 문학 텍스트를 확정짓는데 힘들게 한다. 그의 사후에 김기림으로부터 정리되기 시작한 작품집이 여러 학자들을 거쳐 계속 수정되고 정리되고 있으니 말이다.

 

적어도 문학 연구를 하려면 텍스트 정본이 확립되어야 하는데, 아직도 이상의 텍스트는 정본 확립 중이다.

 

많은 학자들의 연구 결과물이 중요한 이유가 그것이고, 아직도 이상이 우리에게 현재진행형인 이유가 이것이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말이 있다.

장님이 코끼리의 특정 부위만 만져서는 코끼리의 진짜 모습을 알 수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코끼리를 제대로 알 수 있을까?

다각도로 접근하면 된다.

이상도 마찬가지다.

그를 천재로 규정하든, 서구의 기법을 흉내낸 작가에 불과하다고 규정하든, 이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텍스트의 정본을 확정하고, 이상 문학에 이르는 다양한 길들을 가봐야 한다. 그 때서야 우리는 이상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노력 중의 하나다. 이상 문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거나 생각해볼 만한 주제를 13개로 정리해주고 있다. 하나하나 생각할 거리이다.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라고 이상은 절규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에게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가 아니라, 우리에게 문학적 영감을 계속 불어넣어주는, 우리에게 도전 의식을 계속 불어넣어주는 작가다. 천재다.

그에게 다가가는 길은 무수히 많다. 아직도 열려 있다. 그런 면에서 그는 천재다. 우리는 그가 숨겨놓은 그 어떤 것들을 계속 찾아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