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루즈로트레크 - 세기말 파리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초상 시공아트 61
버나드 덴버 지음, 이윤희 옮김 / 시공아트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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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시간에 배운 적이 없는 사람이다. 불행하게도. 미술에 관해서는 학창시절에 배운 것 말고는 그 이상의 지식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끔, 정말로 아주 가끔, 아마도 삶의 전반에 걸쳐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미술관에 들르기는 하지만, 그 미술품들은 나와는 너무도 멀리 있다.

 

그냥 지나쳐가는 작품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집에 걸어두려고 구입하려고 하면 그 가격은 내 경제생활과는 터무니 없이 멀어 비싸기만 하다.

 

이번에 수덕사에 갔을 때도 수덕사 선박물관에서 전시회를 하고 있었는데... 서양화가의 작품... 채색이 참 화려하고 벗을 주제로 한 그림들은 따스함과 포근함이 저절로 느껴지는 그런 그림들이었는데... 그림 밑에 붙어 있는 가격표는 입을 다물게 하고 말았다.

 

집에 걸어두고 보아도 좋을 그림들이 집에 걸어둘 수 없는 가격을 하고 있었으니... 그럼에도 미술가의 그 지난한 여정의 결과물을 그 정도 가격에 판매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하니...이래저래...

 

로트레크라고도 하고 툴루즈-로트레크라고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긴 이름을 외우기 힘들어 하니 그냥 로트레크라고 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는 생각이 든다.

 

19세기 후반에 주로 활약을 하고, 20세기가 되는 순간 세상을 떠나버린 사람. 신체의 불구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확보한 사람. 그렇다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지지 않고 다른 선배 화가들의 작품에서도 배울 것을 배운 사람.

 

우리가 알고 있는 인상파와도 관련이 있고, 이 책에 고흐라는 이름도 제법 언급이 되고, 또 드가라는 이름도 언급이 되고 있으니,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을 뿐이지 그는 당대에 미술계에서는 꽤 알려진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그의 그림은 대중들이 생활과 멀지 않다. 요즘 말로 하면 주로 연예인을 그렸다고 할 수 있다. 당시에는 카바레에서 춤추는 사람이 연예인이라고 할 수 있으니... 또 일상생활을 하는 세탁부 등을 그렸고, 자신의 친구들도 역시 그림에 등장한다.

 

무엇보다도 그는 포스터를 예술작품으로 한 단계 격상시킨 공로가 있다고 한다. 그냥 막 그리고 한 번 쓰고 버리는 포스터가 아니라 예술품으로 거리를 장식하고, 그 다음에는 판매도 되어 소장되는 그런 그림으로 포스터를 인식시켰다고 한다.

 

단순한 색채와 선명한 인물 이미지, 그리고 일본판화풍에서도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렇듯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낸 화가라고 한다. 

 

단지 그는 불구였으며 나중에는 알콜중독까지 걸려 오랜 기간 제정신을 잃고 살게 되지만, 그래도 귀족 집안 출신답게 경제적으로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화가 구본웅을 떠올리게 한다.

 

그에 대한 평은 긍정과 부정으로 갈린다고 하는데...요즘 그의 작품은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다고 하니, 그리고 이 책의 끝부분에 피카소에 미친 그의 영향도 이야기해주고 있으니, 그는 나름대로 화단계에서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화가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미술은 나와는 거리가 먼데... 이렇게 로트레크처럼 우리와 가까이 하려는 화가도 있을텐데... 한때 돌아가신 김점선 화가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민중화가들이야 지금도 우리네 삶 속에서 함께 지내고 있으니 더 말할 것도 없고...

 

툴루즈-로트레크...

 

생소한 이름이었지만, 도판이 많이 수록된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것도 전기식으로 태어남부터 자람, 그리고 죽음까지 시간의 순서대로 책을 전개하고 있고, 그 중간중간 그의 작품과 해당되는 다른 화가들의 작품이 함께 실려 있어서 로트레크란 사람을 알아가는 재미도 주고, 또 그림을 감상하는 기회도 제공해주고 있는 책이다. 

 

미술관에 가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그렇게 하기가 힘든 지금... 이 책을 통하여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괜찮은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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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 가는 시인이다. 그가 사회의 여러 면에 눈을 주고 있음을 시를 통하여 또는 다른 글들을 통하여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시집 전에 그의 시집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여 헌책방에서 이 시집을 본 순간 망설이지 않고 집어들게 되었다. 헌책방에 있는 책 치고는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2012년에 나온 시집인데... 이 정도 가격은 해야지 하는 생각도 있고, 이 시집은 제목도 마음에 들었고, 한 번은 꼭 읽어봐야지 했던 시집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손에 들고 읽은 이 시집... 몇 편의 시를 넘기자 눈에 딱 들어온 시.

 

"얼음놀이"

 

이 시집은 이 시 하나로 되었다.

2014년 1월. 우리 사회에 닥친 얼음놀이.

아니, 우리 사회라기보다는 말 못하는 짐승들, 특히 철새들과 오리와 닭들에게 닥친 얼음놀이.

 

따뜻하게 살아 있어야 할 생명들을 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또 그들이 병들었음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한 마리가 또는 여러 마리가 감염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반경 몇 킬로미터 이내의 새들이 죽임을 당해야 하는 그런 현실.

 

사람들도 이동 중지가 내려진 상태. 그럼에도 철새들... 자신들의 본능에 따라 살기 위해서 이곳으로 왔을 뿐인데, 전염병의 주범으로 낙인 찍히고, 또한 자신들도 감염되어 죽어가는데도 사람들의 고운 시선을 받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 올 겨울.

 

세상도 추운데, 새들은 더욱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 그들을 얼음나라로 초대하고 있다. 아니 초대가 아니라 강제 연행이다. 그들은 그냥 얼음이 되고 있다.

 

이 시 하나... 2014년 1월을, 또 몇 년 전의 구제역 파동을... 그런 우리들의 얼음놀이를 이 시 하나로 표현하고 있다.

 

뭇 생명들은 모두 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데... 단지 자신들의 종족이 병에 걸렸다고 함께 순장당해야 하는 그런 비극. 이 엄청난 연좌제.

 

순장이 없어진 지는 논의거리가 안 되더라도 연좌제가 없어진 지가 언젠데... 그건 사람에게만 해당되는가? 아니, 우리에게도 연좌제가 없어졌는가? 과연 그러한가. 우리도 이렇듯 어느 한 순간에 얼음놀이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아닌가. 바우만의 논의처럼 "쓰레기가 되는 삶"이 되는 것은 아닌가.

 

화려한 군무. 철새들을 보러 오는 많은 사람들. 철새는 귀한 손님. 우리가 잘 맞아들여야 한다고 하는 믿음. 철새들을 위해서 먹이를 놓아주던 마음씨.

없다.

조류독감. 일명 AI라는 그 무시무시한 질병 앞에서는 지금껏 쌓아왔던 철새들과 인간들의 관계도, 가금류라고 집에서 기르던 닭과 오리들과의 관계도 없다. 농민들의 생계도 없다. 그냥 땅 속으로 묻힐 뿐이다. 얼음이 될 뿐이다.

 

이것을 시인은 얼음놀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잘 놀던 일명 "얼음 땡".

 

아이들의 놀이에서는 얼음이 되어도 살아날 수가 있었다. 다시 움직일 수가 있었다. 따뜻한 온기를 지니고 펄펄 뛰어다닐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얼음놀이는 단 한 번의 참여로 끝이다. 다시는 따스함을 지닐 수 없다.

 

영원히 잊혀질 뿐이다. 사라질 뿐이다. 꽁꽁 언 땅에 꽁꽁 언 몸을 꼭 뉘일 뿐이다. 숨 쉴 공간 하나조차 없이, 온기 하나조차 없이 그렇게 갇힐 뿐이다. 2014년 1월에. 

 

올해 쓴 시가 아님에도, 예전에 우리나라가 겪었던 조류독감, 그리고 구제역 파동을 이렇게 얼음놀이로 표현했다. 지금은 단지 짐승들에게만 해당하지만... 이것이 인간에게도 적용되던 순간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홀로코스트...

 

아, 사람은 이토록 무서운 존재구나! 남의 생명으로 자신의 생명을 이어가는 것이 뭇생명의 운명이라지만, 이렇듯 절멸로 가는 길을 갈 수도 있는 종족이 바로 인간이구나!

 

슬프다. 시인은 이 시집의 말미에서 '나는 여전히 시가/아름다움에의 기록의지라고 믿는 종족이다'라고 했는데... 이 얼음놀이는 바로 우리의 비극적 현실을 표현함으로써 이런 모습에서 벗어나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고 봐야 하는데...

 

비참을 빗겨가지 않고 비참을 그대로 드러내어 비참을 극복하게 하려는 몸부림. 이것이 바로 이 시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2014년 1월.

철새들...

가금류들...

정말로 이 얼음놀이에서 벗어나 따뜻한 빛을, 볕을 쬘 수 있게 되기를...

우리네 삶에서 따뜻한 볕이 내리쬐어 우리 모두가 그 볕을 온몸으로 받을 수 있기를...

 

얼음놀이

 

살처분,이라고 했다.

집단 살해,라고 말할 수 없으니까.

TV를 끄고 나는 구역질을 시작했다.

 

얼음놀이를 시작해 얼음집에 들어오면 얼음닭 얼음돼지가 되어 살 수 있어 병들지 않았는데 왜 내가 죽어야 해요? 왜 함께 죽어야 해요? 질문은 용납되지 않아 얼음집에 들어와 얼음놀이 할 테야 닭이, 오리가, 돼지가, 소년이, 소녀가, 쿵쾅쿵쾅 얼음! 얼음! 외치는 소리

 

'몸서리치다'

 

얼음집 주련에 내려진 붉은 글씨

이 말은 얼음집의 절창

몸속에 서리가 들어차는 것

몸 밖에 서리가 들이치는 것

몸에 내린 서리를 치우고 싶은 것

치우기 위해 치떠는 것

치떨며 온몸에 서리가 꼭꼭 들어차는 것

 

서리: 살처분할 수 없는 물들의 깍지 끼기

 

몸서리치는 새들아 돼지들아 얼음집에 들어와라 쿵쾅쿵쾅 얼음! 얼음! 슬픈 마녀의 머리카락처럼 자라라, 얼음아, 얼음집을 머리카락 그물에 넣어 먼 하늘로 날아갈 테다 머언먼 하늘에 서리를 풀듯 너희를 풀어놓을 테다 따뜻한 햇살 닿아 얼음이 녹으면 너희는 새로운 날개를 얻어라 존중받는 발굽과 쫑긋한 청력을 얻어라

 

김선우,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창비. 2012년 초판 1쇄. 34-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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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가 되는 삶들 - 모더니티와 그 추방자들 What's Up 4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정일준 옮김 / 새물결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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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가 되는 삶들"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나왔다. 바우만의 책을 읽고 있는데, 이 책은 바우만의 다른 책들보다도 먼저 읽어야 할 책이다. "현대성과 홀로코스트"를 제일 먼저 읽고, 다음 정도에 읽었으면 좋았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바우만의 여러 저작들을 발표된 년도와 상관없이 주욱 읽어가고 있는데, 읽으면서 바우만이 어떤 말을 하려고 하는지 대충은 짐작이 된다. 그런 선상에서 이 책은 이전에 읽은 바우만의 책보다는 훨씬 쉽게 이해가 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쓰레기:사용할 수 없어서 버려진 물건. 또는 사람. 사람다운 행실을 하지 못하는 사람 등등

 

참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말인데, 이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오히려 "버려지는 사람들" 또는 "버려지는 삶" 정도로 해석하면 될 듯 하다.

 

현대가 발전하면서 세계 경제는 발전하는데, 근대 초기에는 영토가 넓어서, 이는 다른 말로 하면 식민지를 개척할 수 있는 미개척지가 많아서 잉여 인력을 그곳으로 보내면 되었는데, 현대에는 더이상 개척할 땅이 없기에 자신들의 땅에서 구획을 지어서 버려지는 사람들을 몰아넣어야 한다는 얘기가 이 책의 핵심이고...

 

시대가 소비시대로 바뀌면서 계속해서 새것을 추구하게 만들고, 빠르게 만들고, 쓸모있음이 지속되지 않게 만들어 인간의 삶이든, 물건이든 쓰레기를 양산하게 만드는 세상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런 세상 속에서 사람들 역시 사회 전반의 변화를 추구하지 못하고 개인적인 해결책만 추구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니 자연스레 불안과 공포가 조장이 되고, 버려지는 사람들은 사회를 위협하는 존재로 낙인이 찍히며 사회에서 필요하지 사람들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어디에서도 필요하지 않은.

 

예전에는 그래도 쓰레기를 치울 사람이 필요했는데... 그들 중에서는 존재의 상승을 이룬 사람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들은 그들만의 공간에서 생활하게끔 구획되고 분리된다고 하고... 이들을 다른 사람으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자신들의 생활을 보호하게 하는, '우리'와 '그들'로 분리하는 사회가 되었다고 한다.

 

문제의 분석이 정확하다. 정확한 분석이 되고 있는데, 그래서 답답하다. 어째야 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에도 적용을 시키면 우리 사회에서도 이렇듯 쓰레기가 된 삶들이 꽤 있지 않은가. 대도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숙자들... 이들을 사회경관을 해칠 뿐만이 아니라 사회불안의 요인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또한 언제 해직이 될지 모르는 노동자들, 비정규직들, 그나마 그런 일자리도 얻지 못하는 사람들. 여기에 외국에서 들어온 이주노동자들. 이들은 사는 공간도 정해져 있다시피 해서 정말로 사람들을 구획했다는 말이 들어맞는 경우가 된다.

 

또 자신의 삶터를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빼앗기는 사람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안전하다고 해서 지속적으로 안전하다고 보장할 수 없는 그런 사람들. 얼마나 많은가. 얼마 전까지 농사짓던 땅이 수몰이 되거나, 개발로 수용이 되거나, 거대한 송전탑이 지나가거나, 갯벌이었던 곳이 육지가 되어버리거나, 강 옆의 한적한 곳이 강이 되어버리거나...

 

이런 불안들이 우리를 더 깊은 불안으로 내몰고, 깊은 불안들이 우리를 하나로 뭉치게 하기 보다는 내 살 길은 내가 찾아야 한다는 식으로 내몰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도대체 해결책은 무엇인가? 바우만도 이 책의 말미에서 이런 질문을 한다. 우리는 어떡해야 하는가?

 

이걸 우리 사회에 적용해야 한다. 우리는 어떡해야 하는가? 당장 할 수 있는 일. 나만이 아니라 함께 할 수 있는 일.

 

신뢰가 중요하다고 바우만이 지적했듯이 우리 사회도 서로간의 신뢰를 확보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신뢰를 바탕으로 좀더 나은 미래를 꿈꾸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바우만의 현실 분석을 우리의 미래에 적용하는 일이 되지 않겠는가.

 

역시 추상적인 말일 뿐이다. 어떤 구체적인 해결책이 나와야 하는데...

 

조급해 한다고 해서 나올 것도 아니지 않은가. 우리 사회를 비롯한 현대에는 "쓰레기가 되는 삶"을 양산하고 있는 기제들이 있는데, 그 기제들에 대해서 정확하게 분석을 했다면 대책은 나올 수밖에 없지 않을까.

 

맑스의 말대로, 인간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만 제시한다고... 자, 문제점이 나왔다. 그게 왜 문제인지도 나왔다. 그것을 알았다면, 우리 모두가 안다면 이제 시작이다. 해결책을 찾아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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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가기로 하다. 어디로 갈까.... 가까운 곳... 하루만에 돌아볼 수 있는 곳. 무언가 볼 수 있는 곳. 하여 선택한 곳이 홍성...

 

만해 한용운 생가가 있는 곳이라는 이유만으로, 또 근처인 덕산(예산)에 수덕사가 있다는 이유로 고르게 된 곳. 특히 홍성에는 김좌진 생가도 있다고 하니... 겸사 겸사...

 

가면서 홍성은 한우도 유명하고, 또 가다가 남당항이라는 곳에 가면 맛있는 해산물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생각이 났으니... 구경할 것과 먹을 것이 풍부한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늘 카메라를 잊고 다닌다는 사실. 사진을 찍어서 기념할 것들도 있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충전은 해놓고도 카메라를 집에 놓고 오고 말았으니.. 출발하고 한참 뒤에 아, 카메라! 하고 말았으니... 참... 

 

그래도 여행은 의미 있다. 카메라 대신 눈에, 마음에 마음껏 담아 오기로 작정하고...

 

먼저 아침에 출발했으니 점심을 먹어야지 하고 들른 곳은 남당리. 오호라, 새조개 축제란다. 새조개가 새랑 닮아서 붙인 이름인데.. 맛도 일품이다. 다만, 조금 비싸다는 것이 흠이기는 하지만... 어쩌겠는가, 남당항까지 갔으니 맛있게 먹을밖에.

 

생각보다 새조개의 양이 많아서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 어떤 식당(수덕사 근처 식당이다)에서 본, '수덕사도 식후경'이라고 홍성 유람도 식후경이다. 배가 찼으니... 목적지를 향해 가는 길밖에는 없는데...

 

먼저 가는 길에 고산사를 들르고, 이어서 김좌진 장군 생가를 들르기로 하다. 청산리대첩으로 유명한 분. 요즘 한국사 교과서 문제로 시끄러운데, 직접 일본군과 맞서 싸웠던 장군이 이 사태를 보면 어떤 말을 할까... 어떤 심정이 될까...

 

생가는 생각보다 커다란 규모였다. 아, 양반이었지, 학교까지 세울 정도였으면 나름 사는 집안이었겠지 하는 생각에... 잘 꾸며놓은 생가와 김좌진 장군 기념관. 그리고 동네 이름이 이제는 김좌진 장군의 호를 따서 '백야로'가 되어 있으니... 이렇게 독립운동가를 기리면서도... 한국사 교과서 문제가 불거지다니...이런 이율배반이 있나 싶기도 하다.

 

한데... 이 김좌진 생가에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정문의 해설과 기념관의 해설에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는 점. 김좌진 장군은 박상실이라는 사람에게 암살당했다고 되어 있는데... 박상실은 공산주의자로 알려져 있는데... 기념관의 해설에서는 일제의 밀정인 김일성(金一星:우리가 알고 있는 그 김일성이 아니다)이 사주한 박상실에 의해 암살되었다고 되어 있다.

 

무엇이 맞는지... 집에 김좌진 장군에 관한 책이 있어, 분명히 김좌진 장군은 말년에 아나키즘에 경도되었고, 아나키즘을 적대시하던 공산주의자에 의해서 암살되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돌아와 찾아보니...

 

김좌진은 1930년 1월 24일 공산주의자 박상실에 의하여 살해당하였다. 그 이유는 그가 한족총연합회의 최고책임자일 뿐만 아니라 공산주의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무정부주의자들과 가깝게 지냈기 때문이었다. (박환, 식민지시대 한인아나키즘 운동사. 선인, 2006년 초판 2쇄. 250쪽에서)

 

이렇게 되어 있다. 김좌진 장군 같이 중요한 인물에 대한 기록은 명확하게 남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김좌진 장군 생가과 기념관에서는 일치된 기록을 남겨야지...

 

다음에 이제는 '만해로'를 따라 만해 한용운 생가에 도착. 김좌진 장군의 생가가 기와집이라면 만해의 생가는 초가집이다. 아주 작은... 그런 초가집. 여기에 만해 문학체험관이 있고, 민족시비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초가집이야 만해의 생가를 복원해 놓은 것이니 뭐 한 눈에 들어오고, 다만 만해의 글씨가 새겨져 있는 현판이 있어서 사진을 찍는 의미도 있어 좋았다고 해야 하는데... 민족시비 공원을 한 바퀴 휘 돌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우리가 아는 시인들의 시가 시비로 길을 따라 곳곳에 서 있는데... 지금 생각나는 시인만 해도, 백석, 윤동주, 이육사, 조지훈, 김남주, 조태일, 김달진, 유치환, 구상 등이 있으니 ... 한 번 볼만한 곳이다.

 

그리고 만해문학체험관. 이곳은 만해의 숨결이 담겨 있는 곳이다. 둘러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곳이기도 하고, 만해의 유물들을 만나보기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적어도 만해에 대해서 공부를 했다면 한 번은 둘러보면 좋을 곳이라는 생각을 하고...

 

이제는 수덕사로 향했다. 수덕사... 유명한 절이다. 큰 절이라고 해야 하나... 내게는 만공 스님으로 유명한 절인데... 몇 번을 가봤었는데.. 오래간만에 가 보니, 많이도 변했다. 대웅전의 고풍스러운 모습을 빼고는 전혀 옛 기억을 되살릴 수가 없다.

 

정말로 와 본 지 오래 되었나 보다. 미술관도 생기고 성보박물관도 생기고... 성보 박물관에서 만공스님의 자취를 좇기도 하고, 미술관에서는 이응노 화백의 자취를 느끼기도 했으니... 이것만으로 됐다.

 

하루 여행 온 목표는 다 달성한 셈이다. 저녁은 이제 수덕사 근처의 산채비빔밥. 맛있게 먹고.. 돌아오는 길.

 

한 가지 아쉽다고 한다면 수덕사에서 윤봉길 의사를 기념한 '충의사'가 근처에 있는데... 그냥 지나쳐 왔다는 것.

 

홍성과 예산.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지역. 인물이 참 많기도 하다. 이런 인물들을 우리가 기억하고 기념한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우리 민족의 정기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리라.

 

수덕사의 만공 스님도 일제시대에 조선 불교와 일본 불교를 통합하려는 총독의 움직임에 반대 성명을 일갈한 분 아니던가. 그래서 조선 불교가 조선 불교로 존재하게 했던 분 아니던가...  

 

하여 한국사 교과서 문제로 뒤숭숭해진 마음을 홍성,예산 여행으로 다잡고 왔다고도 해야겠다.

 

단순한 여행으로 그치지 않고 우리 역사 속 인물을 만나고 온 길이기도 하고, 우리 문학을 만나기도 한 날이기도 하고... 세속과 초월해야 하는 종교도 세속에 참여할 수 있음을 느끼고 온 날이기도 하니...

 

무엇보다 벗들과 함께 한 여행. 좋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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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에서 구한 시집이다. 저자의 서명도 들어 있고, 또한 곳곳에 줄도 그어져 있는. 읽은 사람의 흔적이 오롯이 들어나 있는 시집이라고나 할까.

 

김기택이 시집 중에서 [사무원]을 읽은 적이 있다. 기발한 상상력이라기보다는, 현실을, 세상을 이렇게도 자세하게 들여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 시집인데...

 

세상을 관찰하는 힘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어서 좋은 시집이다.

 

그런 기대를 이번 시집에서도 저버리지 않는다. 이렇게 관찰할 수도 있구나. 이런 관찰을 토대로 표현할 수도 있구나.

 

상상력이란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가까이에 있음을. 시란 어디선가 뚝 떨어지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세상을 잘 바라보는데 있음을, 이 시집은 보여주고 있다.

 

이 시집을 읽다가 요즘 뉴스에서 많이 나오는 미세먼지가 함께 떠올랐는데...

 

예전에는 봄이면 며칠 동안 황사로 고생을 했는데... 이제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오죽했으면 미세먼지로 인한 폐질환 환자가 30%나 늘어났다고 하겠는가. 먼지에서 가끔은 흙냄새도 나는데... 이 먼지들은 생명의 먼지가 아니라 죽음의 먼지일 뿐이다.

 

세상이 점점 이러한 먼지로 쌓여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이 먼지들을 털어내고 생명이 넘치는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어야 하는데...

 

김기택이 이번 시집에서 이 미세먼지와 정반대되는 내용을 지닌 시가 있다. 그 시의 제목은 '맑은 공기에는 조금씩 비린내가 난다'

 

맑은 공기에는 조금씩 비린내가 난다

 

겨울 아침, 창문을 여니 찬 산바람이 들어온다

맑은 공기에는 언제나 조금씩 비린내가 난다

맑은 공기가 더 맑아지는 비린내

아침 냄새가 더 어침 냄새 같은 비린내

그 비린내를 마시니

폭포를 먹은 듯 머리가 세차기 헹구어진다

 

플 속에 사이좋게 섞여 썩고 있는

무수한 눈과 귀, 손과 발의 냄새들

마른 풀과 낙엽에서 녹아나오는 푸른 냄새들

아직도 공기 속에서 떠돌아다니는

투명한 심장과 미세한 허파와 안개 같은 핏줄들

희미한 냄새만 남은 웃음소리들 흐느낌들

 

덜 깬 잠을 때리는이 냄새에는 귀신 냄새가 서려 있다

깊이 들이마시면 허파가 시리다

귀신들도 비린내처럼 맑은 곳에서만 산다

이 냄새들이 산 속으로 계곡으로 더 깊이

절과 굿당을 불러들이고 있다

이른 아침이면 비린내는 이슬에 흠뻑 젖어 있다

 

김기택, 소. 문학과지성사. 2005년 초판 4쇄. 35쪽

 

이런 냄새... 맑은 공기. 살아 있는 것들을 포함한 그런 냄새. 이 겨울. 창문을 열지 못하고,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는 말을 듣고 있는 지금. 맑은 공기 속에서 느껴지는 비린내. 그것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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