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기로 하다. 어디로 갈까.... 가까운 곳... 하루만에 돌아볼 수 있는 곳. 무언가 볼 수 있는 곳. 하여 선택한 곳이 홍성...

 

만해 한용운 생가가 있는 곳이라는 이유만으로, 또 근처인 덕산(예산)에 수덕사가 있다는 이유로 고르게 된 곳. 특히 홍성에는 김좌진 생가도 있다고 하니... 겸사 겸사...

 

가면서 홍성은 한우도 유명하고, 또 가다가 남당항이라는 곳에 가면 맛있는 해산물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생각이 났으니... 구경할 것과 먹을 것이 풍부한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늘 카메라를 잊고 다닌다는 사실. 사진을 찍어서 기념할 것들도 있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충전은 해놓고도 카메라를 집에 놓고 오고 말았으니.. 출발하고 한참 뒤에 아, 카메라! 하고 말았으니... 참... 

 

그래도 여행은 의미 있다. 카메라 대신 눈에, 마음에 마음껏 담아 오기로 작정하고...

 

먼저 아침에 출발했으니 점심을 먹어야지 하고 들른 곳은 남당리. 오호라, 새조개 축제란다. 새조개가 새랑 닮아서 붙인 이름인데.. 맛도 일품이다. 다만, 조금 비싸다는 것이 흠이기는 하지만... 어쩌겠는가, 남당항까지 갔으니 맛있게 먹을밖에.

 

생각보다 새조개의 양이 많아서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 어떤 식당(수덕사 근처 식당이다)에서 본, '수덕사도 식후경'이라고 홍성 유람도 식후경이다. 배가 찼으니... 목적지를 향해 가는 길밖에는 없는데...

 

먼저 가는 길에 고산사를 들르고, 이어서 김좌진 장군 생가를 들르기로 하다. 청산리대첩으로 유명한 분. 요즘 한국사 교과서 문제로 시끄러운데, 직접 일본군과 맞서 싸웠던 장군이 이 사태를 보면 어떤 말을 할까... 어떤 심정이 될까...

 

생가는 생각보다 커다란 규모였다. 아, 양반이었지, 학교까지 세울 정도였으면 나름 사는 집안이었겠지 하는 생각에... 잘 꾸며놓은 생가와 김좌진 장군 기념관. 그리고 동네 이름이 이제는 김좌진 장군의 호를 따서 '백야로'가 되어 있으니... 이렇게 독립운동가를 기리면서도... 한국사 교과서 문제가 불거지다니...이런 이율배반이 있나 싶기도 하다.

 

한데... 이 김좌진 생가에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정문의 해설과 기념관의 해설에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는 점. 김좌진 장군은 박상실이라는 사람에게 암살당했다고 되어 있는데... 박상실은 공산주의자로 알려져 있는데... 기념관의 해설에서는 일제의 밀정인 김일성(金一星:우리가 알고 있는 그 김일성이 아니다)이 사주한 박상실에 의해 암살되었다고 되어 있다.

 

무엇이 맞는지... 집에 김좌진 장군에 관한 책이 있어, 분명히 김좌진 장군은 말년에 아나키즘에 경도되었고, 아나키즘을 적대시하던 공산주의자에 의해서 암살되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돌아와 찾아보니...

 

김좌진은 1930년 1월 24일 공산주의자 박상실에 의하여 살해당하였다. 그 이유는 그가 한족총연합회의 최고책임자일 뿐만 아니라 공산주의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무정부주의자들과 가깝게 지냈기 때문이었다. (박환, 식민지시대 한인아나키즘 운동사. 선인, 2006년 초판 2쇄. 250쪽에서)

 

이렇게 되어 있다. 김좌진 장군 같이 중요한 인물에 대한 기록은 명확하게 남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김좌진 장군 생가과 기념관에서는 일치된 기록을 남겨야지...

 

다음에 이제는 '만해로'를 따라 만해 한용운 생가에 도착. 김좌진 장군의 생가가 기와집이라면 만해의 생가는 초가집이다. 아주 작은... 그런 초가집. 여기에 만해 문학체험관이 있고, 민족시비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초가집이야 만해의 생가를 복원해 놓은 것이니 뭐 한 눈에 들어오고, 다만 만해의 글씨가 새겨져 있는 현판이 있어서 사진을 찍는 의미도 있어 좋았다고 해야 하는데... 민족시비 공원을 한 바퀴 휘 돌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우리가 아는 시인들의 시가 시비로 길을 따라 곳곳에 서 있는데... 지금 생각나는 시인만 해도, 백석, 윤동주, 이육사, 조지훈, 김남주, 조태일, 김달진, 유치환, 구상 등이 있으니 ... 한 번 볼만한 곳이다.

 

그리고 만해문학체험관. 이곳은 만해의 숨결이 담겨 있는 곳이다. 둘러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곳이기도 하고, 만해의 유물들을 만나보기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적어도 만해에 대해서 공부를 했다면 한 번은 둘러보면 좋을 곳이라는 생각을 하고...

 

이제는 수덕사로 향했다. 수덕사... 유명한 절이다. 큰 절이라고 해야 하나... 내게는 만공 스님으로 유명한 절인데... 몇 번을 가봤었는데.. 오래간만에 가 보니, 많이도 변했다. 대웅전의 고풍스러운 모습을 빼고는 전혀 옛 기억을 되살릴 수가 없다.

 

정말로 와 본 지 오래 되었나 보다. 미술관도 생기고 성보박물관도 생기고... 성보 박물관에서 만공스님의 자취를 좇기도 하고, 미술관에서는 이응노 화백의 자취를 느끼기도 했으니... 이것만으로 됐다.

 

하루 여행 온 목표는 다 달성한 셈이다. 저녁은 이제 수덕사 근처의 산채비빔밥. 맛있게 먹고.. 돌아오는 길.

 

한 가지 아쉽다고 한다면 수덕사에서 윤봉길 의사를 기념한 '충의사'가 근처에 있는데... 그냥 지나쳐 왔다는 것.

 

홍성과 예산.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지역. 인물이 참 많기도 하다. 이런 인물들을 우리가 기억하고 기념한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우리 민족의 정기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리라.

 

수덕사의 만공 스님도 일제시대에 조선 불교와 일본 불교를 통합하려는 총독의 움직임에 반대 성명을 일갈한 분 아니던가. 그래서 조선 불교가 조선 불교로 존재하게 했던 분 아니던가...  

 

하여 한국사 교과서 문제로 뒤숭숭해진 마음을 홍성,예산 여행으로 다잡고 왔다고도 해야겠다.

 

단순한 여행으로 그치지 않고 우리 역사 속 인물을 만나고 온 길이기도 하고, 우리 문학을 만나기도 한 날이기도 하고... 세속과 초월해야 하는 종교도 세속에 참여할 수 있음을 느끼고 온 날이기도 하니...

 

무엇보다 벗들과 함께 한 여행. 좋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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