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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가 되는 삶들 - 모더니티와 그 추방자들 ㅣ What's Up 4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정일준 옮김 / 새물결 / 2008년 8월
평점 :
"쓰레기가 되는 삶들"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나왔다. 바우만의 책을 읽고 있는데, 이 책은 바우만의 다른 책들보다도 먼저 읽어야 할 책이다. "현대성과 홀로코스트"를 제일 먼저 읽고, 다음 정도에 읽었으면 좋았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바우만의 여러 저작들을 발표된 년도와 상관없이 주욱 읽어가고 있는데, 읽으면서 바우만이 어떤 말을 하려고 하는지 대충은 짐작이 된다. 그런 선상에서 이 책은 이전에 읽은 바우만의 책보다는 훨씬 쉽게 이해가 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쓰레기:사용할 수 없어서 버려진 물건. 또는 사람. 사람다운 행실을 하지 못하는 사람 등등
참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말인데, 이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오히려 "버려지는 사람들" 또는 "버려지는 삶" 정도로 해석하면 될 듯 하다.
현대가 발전하면서 세계 경제는 발전하는데, 근대 초기에는 영토가 넓어서, 이는 다른 말로 하면 식민지를 개척할 수 있는 미개척지가 많아서 잉여 인력을 그곳으로 보내면 되었는데, 현대에는 더이상 개척할 땅이 없기에 자신들의 땅에서 구획을 지어서 버려지는 사람들을 몰아넣어야 한다는 얘기가 이 책의 핵심이고...
시대가 소비시대로 바뀌면서 계속해서 새것을 추구하게 만들고, 빠르게 만들고, 쓸모있음이 지속되지 않게 만들어 인간의 삶이든, 물건이든 쓰레기를 양산하게 만드는 세상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런 세상 속에서 사람들 역시 사회 전반의 변화를 추구하지 못하고 개인적인 해결책만 추구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니 자연스레 불안과 공포가 조장이 되고, 버려지는 사람들은 사회를 위협하는 존재로 낙인이 찍히며 사회에서 필요하지 사람들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어디에서도 필요하지 않은.
예전에는 그래도 쓰레기를 치울 사람이 필요했는데... 그들 중에서는 존재의 상승을 이룬 사람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들은 그들만의 공간에서 생활하게끔 구획되고 분리된다고 하고... 이들을 다른 사람으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자신들의 생활을 보호하게 하는, '우리'와 '그들'로 분리하는 사회가 되었다고 한다.
문제의 분석이 정확하다. 정확한 분석이 되고 있는데, 그래서 답답하다. 어째야 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에도 적용을 시키면 우리 사회에서도 이렇듯 쓰레기가 된 삶들이 꽤 있지 않은가. 대도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숙자들... 이들을 사회경관을 해칠 뿐만이 아니라 사회불안의 요인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또한 언제 해직이 될지 모르는 노동자들, 비정규직들, 그나마 그런 일자리도 얻지 못하는 사람들. 여기에 외국에서 들어온 이주노동자들. 이들은 사는 공간도 정해져 있다시피 해서 정말로 사람들을 구획했다는 말이 들어맞는 경우가 된다.
또 자신의 삶터를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빼앗기는 사람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안전하다고 해서 지속적으로 안전하다고 보장할 수 없는 그런 사람들. 얼마나 많은가. 얼마 전까지 농사짓던 땅이 수몰이 되거나, 개발로 수용이 되거나, 거대한 송전탑이 지나가거나, 갯벌이었던 곳이 육지가 되어버리거나, 강 옆의 한적한 곳이 강이 되어버리거나...
이런 불안들이 우리를 더 깊은 불안으로 내몰고, 깊은 불안들이 우리를 하나로 뭉치게 하기 보다는 내 살 길은 내가 찾아야 한다는 식으로 내몰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도대체 해결책은 무엇인가? 바우만도 이 책의 말미에서 이런 질문을 한다. 우리는 어떡해야 하는가?
이걸 우리 사회에 적용해야 한다. 우리는 어떡해야 하는가? 당장 할 수 있는 일. 나만이 아니라 함께 할 수 있는 일.
신뢰가 중요하다고 바우만이 지적했듯이 우리 사회도 서로간의 신뢰를 확보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신뢰를 바탕으로 좀더 나은 미래를 꿈꾸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바우만의 현실 분석을 우리의 미래에 적용하는 일이 되지 않겠는가.
역시 추상적인 말일 뿐이다. 어떤 구체적인 해결책이 나와야 하는데...
조급해 한다고 해서 나올 것도 아니지 않은가. 우리 사회를 비롯한 현대에는 "쓰레기가 되는 삶"을 양산하고 있는 기제들이 있는데, 그 기제들에 대해서 정확하게 분석을 했다면 대책은 나올 수밖에 없지 않을까.
맑스의 말대로, 인간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만 제시한다고... 자, 문제점이 나왔다. 그게 왜 문제인지도 나왔다. 그것을 알았다면, 우리 모두가 안다면 이제 시작이다. 해결책을 찾아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