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들의 결합체는 삶

 

죽음을 먹다

주검을 먹다

죽음들이

내게로 와

삶이 된다.

 

삶은

죽음들의 결합체.

죽음이 없다면

삶은

있을 수 없음을,

삶이

저 많은 죽음들을

껴안고 있음을,

죽음들이 모여

비로소

삶임을,

 

죽음을 먹으며

주검을 먹으며

죽음이 이어주는

삶의 책임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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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식목일

 

예전 같으면 공휴일이었을텐데...하긴 어제는 일요일이라서 어차피 쉬는 날이긴 하지만,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제외된 것은 좀 아쉽다.

 

자연의 소중함이 무엇보다도 절실하게 다가오는 요즘인데, 나무를 심는다고 공식적으로 나라에서 휴일로 정했던 날들을 휴일이 많다는 이유로 없앴으니, 두 가지 면에서 잘못하지 않았나 싶다.

 

하나는 세계적으로 일하는 시간을 줄여가는 추세인데, 그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것. 휴일이 많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자랑스러워 해야 할 일. 세계 최장 노동시간과 공부시간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이제는 반대로 놀 때 확실히 놀게해야 하고, 공부할 때는 열심히 하되, 쉴 때는 잘 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하는데...

 

봄에, 봄에 해당하는 아이들이 중간고사라는 괴물에 시달려 자신들의 청춘을 꽃피울 생각을 못하고 결실을 앞둔 가을에 해당하는 듯이 시들시들 살아가게 하고 있으니...

 

그나마 식목일은 휴일이라고 해서 아이들이 이 봄에 숨통 트이는 날이었는데... 새싹들도 보고, 나무들도 심고 그리고 자신의 인생도 계획하는 그런 날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기회를 앗아가다니... 이것이 첫째 잘못이고.

 

또 하나는 지구가 점점 사막으로 변해가는데, 나무 심는 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했다는 사실은 나무의 소중함에 대해서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형식적으로 몇몇 정치인들이 나무 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나라 차원에서 나무 심기를 장려한다면 중국이 사막화되어 간다고 걱정할 것이 아니라, 이미 사막으로 변해버린 거대 도시들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나무의 중요성을 생각하는 날이 될 수 있었을텐데...

 

그런 기회를 또다시 앗아간 잘못.

 

식목일... 한식과 청명과 거의 겹치는 그런 날. 나무 심기 좋은 날. 식물들이 옮겨 심어도 제 생명을 이어가기 좋은 날. 그런 날.

 

정현종의 시가 불현듯 생각났다. 이렇게 우리는 나무의 소중함을 잊고 지내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식목일을 맞이하여 다시 나무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시 한 편.

 

나무에 깃들여

 

나무들은

난 대로가 그냥 집 한 채.

새들이나 벌레들만이 거기

깃든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면서

까맣게 모른다 자기들이 실은

얼마나 나무에 깃들여 사는지를! 

 

정현종, 한 꽃송이, 문학과지성사, 1995년 초판 5쇄. 52쪽

 

짧지만, 이만큼 나무에 대해서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나무에 깃들여 우리도 살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나무에 대해서 잊고 지내고 있다.

 

비록 공휴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식목일을 즈음하여 나무의 고마움에 대해서, 나무들이 우리가 우려하는 황사나 미세먼지를 막아준다는 사실을 생각하면서.. 이런 시 한 편 읽자.

 

마음에 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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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일, 한 그릇의 밥을 먹는 일. 밥을 위해 내 몸을 굴리는 일. 내 정신과는 상관 없이 내 몸을 밥에게 넘기는 일.

 

하여 다른 삶을 꿈꾸는 일은 자신의 목을 조르는 일과 같이 괴로운 일.

 

그러니 결국 한 그릇의 밥을 위해 자신의 몸을 바치는 일은 치욕에 다름 아니고, 이런 치욕의 끝은 꿈꾸는 것을 넘어 행동으로 나아가는 일.

 

이 자리를 떠나 다른 자리로 가는 일. 그렇게 이동한 뒤에 남은 빛나는 철길을 남겨두는 일.

 

밥은 우리 삶을 지탱해준다. 지탱해주는 정도가 아니라 우리는 밥에 매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려고 해도 밥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움직이지 못한다.

 

하여 밥은 자신을 옭죄는 굴레가 되고, 꿈은 자신의 목을 조르는 고통이 된다. 그렇다고 해도 인간은 꿈을 꾸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는 꿈을 꾸어야 살아갈 수 있다. 밥만으로도 살 수 있으나 온전한 인간으로 살기 위해서는 꿈을 꾸어야 한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꿈을 꾸고, 그 꿈이 자신의 생을 위협할지라도 꿈은 우리를 더 나은 존재로 나아가게 한다. 그렇게 기차가 철길을 통해 다른 곳으로 가듯, 우리는 꿈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된다.

 

그리고 더 나은 사람이 된 뒤에 우리는 우리가 어떻게 그 길을 걸어왔는지 흔적을 남긴다. 그 때는 힘들었지만, 나중에는 빛나게 되는 흔적을.

 

밥이 치욕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밥은 우리 삶의 기본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밥 때문에 자신의 꿈을 접는 사람이 나오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

 

무상급식 중단을 선언한 경상남도 지사처럼, 밥으로 사람들을 치욕으로 몰아가서는 안된다. 적어도 밥은 우리를 치욕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더 나은 존재로 나아가게 하는 힘을 제공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밥이 꿈을 뒷받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바로 사회의 몫이다. 그런 생각이 든다.

 

어떤 의도로 쓰여졌는지는 모르겠지만, 헌책방에서 구한 이성복의 "남해 금산" 시집에 실려 있던 '치욕의 끝'을 읽으며 든 생각이다.

                             치욕의 끝

 

치욕이여,

모락모락 김 나는

한 그릇 쌀밥이여,

꿈꾸는 일이 목 조르는 일 같아

우리 떠난 후에 더욱 빛날 철길이여!

 

이성복, 남해 금산, 문학과지성사. 1998년 재판 6쇄.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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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이제는 완연한 봄. 먼저 나왔던 꽃들이 지고, 새로운 꽃들이 다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세상은 이렇게 변해가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여전히 그대로다.

 

그 놈이 그 놈이고, 그 정당이 그 정당이고, 그 정치가 그 정치고,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데, 실감 경제는 더 안 좋아지고 있고.

 

한 마디로 무언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괴리가 심하게 생기고 있는 세월이지 않나 싶다.

 

이런 때 '삶'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는 일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놓치기 쉬운 일들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바로 지식인들 아니겠는가.

 

이런 지식인들 이제 역할을 해야 할 때인데, 지식인들이 역할을 하지 못하면 세상이 어지러워진다.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으려는 사람들, 불온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고, 그러한 불온한 사람들이 세상을 건강하게 한다.

 

그 역할, '삶이 보이는 창'이 해주고 있다고 보는데...

 

이번 호에서 '저항하며 창조하는 우리 시대의 문학'에서 문인들이 이 시대에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고 있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서 우리가 다르게 보는 시각을 제공해주고, 바르게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해준다.

 

그래서, 가끔 '삶창'을 읽자.

 

우리 시대의 감추어진 면, 우리가 놓치고 있던 면을 '삶창'을 통해서 볼 수 있다.

 

삶창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깨어 있어야 함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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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내 마음 속에 피워야 하는 꽃들

                      - ‘세월로 닫힌 생명들, 세월을 넘어 꽃 피게

 

아직은 차가운 땅,

새초롬히 고개 내민 제비꽃

하나 하나는 차가움에 몸을 떠나

함께 하며 따스한 바람을 맞아 몸을 흔든다.

머리 위엔 산수유꽃이

추위를 잊히려는 듯 노란 빛을 발하고

산수유꽃 위론 목련이

환하게 하얀 빛을 뿜어내고 있다.

세상이 환하고, 따뜻해지니

새생명들은 연둣빛 몸을 가지런히 내어놓고

길 가 개나리꽃들이 노란 자태를 뽐내고

매화꽃들은 설화(雪花)와는 다른 따스함을 보내고 있다.

부끄럽다고 살포시 얼굴을 드러내는 진달래꽃

꽃천지를 만들 벚꽃들이 몽우리를 맺고

바람은 동장군을 잊고 봄처녀를 맞이해

뜨거운 사랑의 숨결을 내뿜는다.

세상이 조금씩 생명의 온기로 더워지고

땅은 그 온기로 더욱 부드러워지는

이 봄에,

 

차마

따스한 바람도 사랑의 숨결도 느끼지 못하고

꽃도 피우지 못하고

새생명이 재잘거리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엄혹한 동장군의 감옥에서 나오지 못한 생명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세월이 약이라고 곧 잊게 된다는 말을 버리고

세상 봄에 피어야 하는 꽃들을

내 맘 속에 피게 해

봄이 오면

언제나 봄이 오면

세상의 꽃들과 함께

내 마음 속에 피워야 하는 꽃들이 있음을

잊지 말자고, 꼭 기억하자고……

이 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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