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식목일

 

예전 같으면 공휴일이었을텐데...하긴 어제는 일요일이라서 어차피 쉬는 날이긴 하지만,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제외된 것은 좀 아쉽다.

 

자연의 소중함이 무엇보다도 절실하게 다가오는 요즘인데, 나무를 심는다고 공식적으로 나라에서 휴일로 정했던 날들을 휴일이 많다는 이유로 없앴으니, 두 가지 면에서 잘못하지 않았나 싶다.

 

하나는 세계적으로 일하는 시간을 줄여가는 추세인데, 그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것. 휴일이 많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자랑스러워 해야 할 일. 세계 최장 노동시간과 공부시간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이제는 반대로 놀 때 확실히 놀게해야 하고, 공부할 때는 열심히 하되, 쉴 때는 잘 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하는데...

 

봄에, 봄에 해당하는 아이들이 중간고사라는 괴물에 시달려 자신들의 청춘을 꽃피울 생각을 못하고 결실을 앞둔 가을에 해당하는 듯이 시들시들 살아가게 하고 있으니...

 

그나마 식목일은 휴일이라고 해서 아이들이 이 봄에 숨통 트이는 날이었는데... 새싹들도 보고, 나무들도 심고 그리고 자신의 인생도 계획하는 그런 날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기회를 앗아가다니... 이것이 첫째 잘못이고.

 

또 하나는 지구가 점점 사막으로 변해가는데, 나무 심는 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했다는 사실은 나무의 소중함에 대해서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형식적으로 몇몇 정치인들이 나무 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나라 차원에서 나무 심기를 장려한다면 중국이 사막화되어 간다고 걱정할 것이 아니라, 이미 사막으로 변해버린 거대 도시들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나무의 중요성을 생각하는 날이 될 수 있었을텐데...

 

그런 기회를 또다시 앗아간 잘못.

 

식목일... 한식과 청명과 거의 겹치는 그런 날. 나무 심기 좋은 날. 식물들이 옮겨 심어도 제 생명을 이어가기 좋은 날. 그런 날.

 

정현종의 시가 불현듯 생각났다. 이렇게 우리는 나무의 소중함을 잊고 지내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식목일을 맞이하여 다시 나무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시 한 편.

 

나무에 깃들여

 

나무들은

난 대로가 그냥 집 한 채.

새들이나 벌레들만이 거기

깃든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면서

까맣게 모른다 자기들이 실은

얼마나 나무에 깃들여 사는지를! 

 

정현종, 한 꽃송이, 문학과지성사, 1995년 초판 5쇄. 52쪽

 

짧지만, 이만큼 나무에 대해서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나무에 깃들여 우리도 살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나무에 대해서 잊고 지내고 있다.

 

비록 공휴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식목일을 즈음하여 나무의 고마움에 대해서, 나무들이 우리가 우려하는 황사나 미세먼지를 막아준다는 사실을 생각하면서.. 이런 시 한 편 읽자.

 

마음에 새기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