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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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오래 되었다면 오래 된 책이다.

 

이미 5년전에 나온 책이니. 그럼에도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이 책에 나온 내용이 아직도 유효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효한 정도가 아니라, 이 책의 내용에서 한 발도 더 나아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삼성은 우리나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과연 그 비중만큼 책임을 다학 있나 하면, 흔쾌히 동의하기가 힘들다.

 

지금 우리나라 청년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회사 중의 하나가 삼성이 아닐까 하는데,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고, 삼성의 회장인 이건희가 고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을 때 저지 시위를 했던 학생회 학생들에게 다른 학생들이 우리 학교 출신들이 삼성에 입사하지 못하면 어떡하냐고 항의하기도 했을 정도의 기업인데...

 

2007년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의 비리를 고발하는 양심선언을 했다. 그리고 삼성에 대한 특별검사가 임명이 되어 수사를 했다. 결과는 무죄.

 

처벌을 받은 사람은 없다. 그리고 끝이었다.

 

제보는 있었고, 증거도 있었으나, 처벌은 없었다. 삼성은 그냥 삼성으로 존재했고, 그 삼성의 최고 지배자인 이건희는 여전히 이건희였다.

 

이런 삼성의 모습에서 우리나라를 보게 된다.

 

힘있는 사람이 독단적으로 결정을 하면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그를 옹호하고, 그의 말을 따르려게 한다. 여기에 돈이 필요하니 비자금을 만들어 비밀리에 일을 추진하게 되고, 이를 폭로한 사람은 조직에서 쫓겨나게 된다.

 

이게 지금까지 삼성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이루어졌던 일이다.

 

기업은 개인의 것이 아닌 기업 구성원들의 것, 또 사회의 것이니 이익은 고루 나누어야 하는데, 특정 개인에게만 이익이 흘러가고, 그것이 마치 그 개인의 능력인양 포장이 된다. 여기에 반대하는 사람은 견딜 수 없게 되고.

 

이런 과정에서 온갖 비리가 일어나고, 능력보다는 인맥이 중시된다. 마치 정치권에서 친박, 비박, 친노, 비노 하듯이...

 

기업경영이나 사회공헌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오너의 구미에 맞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만 중심에 포진하게 된다.

 

그런 상태로 기업이 유지되니, 세계적인 기업이라고 자부하지만... 운영은 전근대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홍보하지만, 그들만의 가족이고, 나머지는 그 가족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에 불과하게 된다.

 

이런 모습을... 검사로 복무하다, 법과는 거리가 먼, 나름대로 표준화된 기준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던 삼성에 입사했던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에서 겪은 일을 폭로한 책이다.

 

단지 삼성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지금 삼성을 보면 우리나라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변모하게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우리나라 역시 국민들의 생활을 책임지는 그런 나라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여전히 우리에겐 삼성을 생각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 많은 참조가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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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6-09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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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사장 분투기 - 개정판, 자영업으로 보는 대한민국 경제 생태계
강도현 지음 / 북인더갭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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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사장 분투기"

 

분투란 말은 '있는 힘을 다하여 싸우거나 노력함' 이라고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와 있다.

 

골목이란 마을이라는 의미로, 자기가 살고 있는 공간에서 함께 지내면서 생계 및 생활을 유지해 간다는 뜻이고, 사장이라고 했으니, 자기 자본으로 일을 꾸려가는 사람임을 말한다.

 

그런데.. 분투란 말과 붙어서 자기 자본으로 생활을 꾸려가려고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도 힘듦을 제목에서 말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한 때 잘나가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말대로 하면 억대 연봉을 받았던 사람, 그러나 넓은 오지랖 때문에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을 할까 하다가 손을 댄 것이 커피 파는 '카페' 사업.

 

협동조합으로 운영을 하지만, 이 역시 자신의 책임 하에 하는 일인데... 얼마나 성공하기가 힘든지, 아니 성공이 아니라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해가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잘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그렇다고 골목 사장들이 살아가기 불가능하다고만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무언가 방법은 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간이 지닌 마지막 끈이 바로 희망이고, 사람들의 의지 아니겠는가.

 

그런 방법들에 대해서도 '망하지 않기 위한 10계명'이라고 하여 이 책에서 나름대로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다.

 

왜 자영업자가 되는가? 정년이 보장이 안 되는 우리나라에서 50대 중반이면 다니던 직장에서 정년이나 명예퇴직이라는 구조조정의 다른 이름으로 일하던 곳에서 쫓겨나게 된다.

 

이들이 갈 곳이 어디 있는가? 다들 취업이 안 되어서 난리인데.. 아무리 경력직이고 전문가라 하더라도 이미 나이든 사람은 갈 곳이 없다. 그럼에도 그들에게는 아직도 밑 빠진 독처럼 돈이 들어갈 곳이 많다.

 

50대 중반이면 연세 드신 부모님이 계시고, 아이들은 아직 직장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래저래 돈 쓸 일만 많은데... 직장이 없으면... 그야말로 난감하다. 막막하다.

 

이런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또는 손쉽게 뛰어드는 시장이 바로 자영업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가게다. 그래서 이 책의 1부에서 말하고 있듯이 "자영업 대란"이 일어난다.

 

이 자영업 대란이 20년 후까지도 지속될 거라는 전망.. 베이비 붐을 타고 태어난 많은 사람들이 퇴직을 하는 50대 중후반까지는 아직도 20-30년은 남았으니.. 앞으로도 걱정이라고 한다.

 

하여 얼마나 자영업으로 살아남기 힘든지를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설명해 주고 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암담하다. 도대체 앞이 보이지 않는다.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임대료다. 터무니 없이 비싼 임대료를 갚기 위해 뼈빠지게 일을 하지만.. 결과는 빚만 늘어나고 마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가게가 작으면 손님들이 많아도 망하고, 적어도 망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음을 여러 수치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을 언급하면서 한국적 해결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보다시피 우리나라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니 정말로 망하지 않을 10계명을 명심할 밖에. 십계명을 보면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인데.. 그럴 때 그냥 알고 있어 하고 넘어가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1. '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2. 처음부터 판을 크게 키우지 말라

3. 빚지지 말라

4. 아는 사람에게 더 잘하라

5. 손님은 왕이 아니라 신이다

6. 영업하라

7. 자신을 브랜드화하라

8. 혁신하기 위해서 문서화하라

9. 피드백을 듣자

10. 실행은 즉각적으로

 

자, 이런 자세로 자영업에 임하면 망하더라도 쫄딱은 망하지 않는다. 그 점을 명심하자. 하여 3부에서는 우리나라에서도 자영업자로 살아남을 수 있는 돌파구에 대해서,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있다.

 

길이 없다고 생각하는 곳에도 길은 있다. 루쉰의 말대로 길은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협동조합'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실천을 하고 있고, 자영업자의 바람직한 길로 협동조합을 추천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자영업 천국이다. 우후죽순처럼 가게들이 생겼다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고, 또 생기고, 사라지고... 이런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성공하는 자영업자는 손에 꼽을 정도다. 손에 꼽을 정도로 성공하지는 않더라도 인간으로서 품위를 유지하는 생활을 할 수 있는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현실을 직시하고, 또 혼자만이 아닌 함께 하는 자세를 지니도록 해야겠다.

 

오늘도 수고하는 자영업자들... 그들의 땀과 눈물이 이 책에서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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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K, 교회를 나가다 - 한국 개신교의 성공과 실패, 그 욕망의 사회학
김진호 지음 / 현암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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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한 밤에 높은 곳에 올라가 도시를 내려다 보면... 이곳저곳에서 빨간 십자가가 보인다. 빨갛게 멀리서도 보이게... 그런데 이게 한둘이 아니다. 이렇게 많은 교회가 있어나 싶을 정도로, 기독교 나라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많다.

 

오죽하면 예전에 한 집 걸러 하나씩 다방과 교회가 있다고 했겠는가. 이렇게 많은 교회들이 있는데 왜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종교가 기복신앙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인간의 도덕, 인간의 철학을 넘어선 단계가 바로 종교 아니던가.

 

그런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많으면 인간 세상의 추악함과 비루함을 넘어 신성한 아름다운 세상이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나 하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거린 적이 있었다.

 

특히 눈에 띠는 것은 개신교 교회의 십자가들이고, 그들의 선교이고, 그들이 말하는 말씀들이었는데... 그런데, 세상은 더 아름다워지기는 커녕, 이전투구의 양상을 띠고 있으니, 이게 뭔가 싶기도 하다.

 

어떤 때는 개신교의 욕망에 혀를 내두를 때도 있었고, 종교인들에게 세금을 내게 한다는 정책에 대해서,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때, 신성과 세속이 다르고, 신의 일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세속의 세금은 말이 안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럼에도 그런 신성이 왜 사람들 속에 들어오지 않나 하는 생각.

 

성경 구절에 매어 성소수자들의 집회를 방해하고 억압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다른 종교인들에 대해 거침없이 비난하는 모습들을 보며 이건 뭔가?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한 때 목사였고, 신학을 공부했던 사람이 개신교에 대해서 개괄하는 책을 내었다. 이 책이 나오자마자 읽고 싶었는데, 이러구러 하다가 읽는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시간이 흐르고 도서관에서 발견한 다음,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이 아직도 유효하다 싶어 읽기 시작.

 

"교회를 나가다"라는 말이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음을 먼저 이야기한다. 하나는 "교회에 나가다" 또 하나는 "교회에서 나가다"다.

 

개신교에 몸담고 그 곳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개신교와 거리를 두고 비판적 이야기를 하면서 개신교가 어떻게 우리 사회에 존재해왔나를 살피고 있는 책이다.

 

우리나라 개신교가 창대해지기 시작하는 기점을 저자는 러일전쟁시기로 잡았다. 러시아와 일본이 전쟁을 하는데, 그 무대는 우리나라가 되었고, 일본군의 만행을 피해 교회로 들어온 사람들이 많았다는 사실.

 

이 때 교회는 사람들을 위험에서 구해주는 존재였고, 이런 상태는 일제시대에도 유지가 된다고 한다. 자연스레 사람들은 자신들의 안녕을 위해서 교회에 나오게 되었고, 해방뒤 전쟁을 겪으면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역할을 하면서 개신교는 급성장하게 된다.

 

여기에 물론 정치권과의 영합도 있었음을 빼먹지 않는데, 이것이 우리나라 개신교가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성장하게 된 이유라고 한다.

 

그런데 1990년대에 들어와서 교회의 성장이 멈추고 오히려 하락세에 접어든다. 교회들은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대책으로 나온 것이 공격적 선교활동과 정치세력화다.

 

해외선교가 붐을 이루고, 또 기독교당을 만들어 정치권에 진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지만, 무엇보다도 이들은 대형 집회를 통해 자신들의 의사를 전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철저하게 극우친미성향의 집회를. 이것은 미국의 번영신학을 받아들인 결과가 지금까지 나타난 것이라고 판단하는데, 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개신교는 앞으로도 하락세를 멈추지 못할 것이라는 추론을 할 수 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번영신학은 그러한 자본주의적 체계를 가장 잘 반영하는 신앙적·신학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번영신학으로 무장하면서 정치세력화라는 종교전쟁을 벌이고자 하는 한국 기독교의 행보는 공공영역을 지켜내고 확장하려는 민주화의 노력에 커다란 장애물이 되고 있다. 252쪽.

 

개신교가 장애물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함께 번영하기 위해서는

 

정치세력화를 도모하는 오늘의 교회가 품어야 하는 생각은 '사회를 교회화' 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적 신앙을 사회적 영성화' 하는 것이다. 253쪽

 

이라고 한다.

 

개신교 내부에서 개신교의 성공과 실패를 살피고, 개신교가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주고 있는 점에서 이 책은 생각할 거리가 많다.

 

아마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가 제시한 대로 사회적 영성화된 개신교가 된다면, 개신교의 신도는 줄지 않고 늘게 되겠지. 그만큼 우리 사회도 영성이 풍부한,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위하는 사회로 바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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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에서 불어오는 바람 - 세월호 이후 인문학의 기록 우리 시대의 질문 1
노명우 외 지음, 인문학협동조합 / 현실문화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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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메르스, 지금 유행하고 있는 말이다. 재난이라고 하기도 하고, 사고라고도 하기도 하는데, 이를 다시 사건이라고 하면, 사고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책임을 지지 않았을 때 사건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매르스를 사건이라고 하면 우리 사회는 너무도 많은 사건 속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그 많은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는 이유는 사건을 제대로 해결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면 지나친 말이 되려나.

 

메르스가 아직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 무어라 할 수는 없지만, 이대로 가면 메르스 역시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책임자는 없이 사고만 일어난 결과가 될 가능성이 많다. 하긴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을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는 없겠지만, 방역을 통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을텐데, 그리 못하면 사건이 되는 것이지.

 

메르스를 이야기하는 것은 질병의 사회학이라든지 하는 제목으로 질병에 관해서는 인문학적 성찰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질병을 나름대로 분석해낸다.

 

하지만 '세월호'라는 이름을 호명하면 모든 것이 멈춰버리고 만다. 아직도 2014년 4월 16일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월호 특별법'이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도대체 이 법이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지 메르스 때문에 방송이 되지 않으니 나같은 일반인들은 알 길이 없고.

 

아직도 바닷속에서 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9명이나 있는데, 실종자 수색부터 배를 인양하는 문제까지 어느 하나도 말끔하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객관적인 실체로 존재하는 실종자, 인양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데, 알려져 있지 않은 책임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지 알 수가 없다.

 

그냥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면 예전에 일어났던 수많은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그냥 사고로만 남게 되는 것은 아닌지.

 

'세월호' 하면 그래서 답답하다.

 

답답한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한데, 이 점에 대해서 인문학적으로 접근한 책이 나왔다.

 

'세월호 이후 인문학의 기록'이라고 되어 있는 이 책은 여러 사람들이 세월호에 대해서 인문학적으로 분석한 글들을 모았다.

 

어떤 책은 너무 이론적이다 싶을 정도여서 이런 내용을 일반인들이 꼭 읽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기도 하지만, 이론이란 세상을 해석하는 틀을 제공하는 것이니, 어려운 글들도 우리들이 사건을 바라보는 눈을 갖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겠다.

 

이 책을 읽으며 '세월호'는 아직도 진행 중임을, 이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는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없음을 생각하게 됐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비대칭'이라는 말이 나온다. 국가권력을 비롯한 힘을 지니고 있는 세력에 맞서 약자들이 견딜 수 있는 방법... 그것은 '비켜서서 대응하기'가 아닐까 한다.

 

정면으로 맞서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기에, 살짝 비껴서서 정면으로 날아오는 힘을 미끌어지게 하기... 그것이 힘이 없는 사람들이 비대칭의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세월호도 마찬가지다. 비켜서서 맞서기는 우리들 모두에게 필요하다. 팽목항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우리 모두의 가슴에 남아, 잊지 않고 사건을 해결하게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세월호를 잊지 않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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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책임 - 한홍구 역사논설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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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답답했다. 아니 답답함을 넘어 한심함까지... 딱히 누구에게라고 할 것도 없이 그냥 쯧쯧 하는 소리가 튀어나왔으니...

 

한겨레신문에 연재된 글이 대부분인 이 책은 그래서 읽은 부분도 있지만, 신문에 실린 시의성과는 달리 책으로 엮어졌을 때는 어떤 체계성이 느껴져서 더 역사책 다움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는데...

 

읽으면서 정치는 사법부 출신들, 교수 출신들(그것도 경제학분야나 사회학 분야가 많은데)이 아니라 역사학자들이 하는 편이, 아니 학자들은 먹물들 습성을 버리기 힘드니, 역사를 공부한 사람들이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옛날에 왕이 되기 위해서는, 또 관료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역사를 공부하지 않았던가. 하다못해 동양의 성인인 공자도 자신이 스스로 역사책(춘추)을 쓰지 않았던가.

 

역사를 알지 못하고 정치를 하면 같은 잘못을 반복해서 할 수가 있고, 현재에서 과거를 발판으로 미래로 나아가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러면 지금 우리는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있는가? 한국사가 학교에서 필수과목으로 지정이 되어 이제는 대학을 가고자 하는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우리나라 역사를 배워야 하는데... 그런데, 과연 이런 식의 교육으로 바른 역사의식을 지닐 수 있는가 질문을 하면 부정적인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아무리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고, 현재에서 과거를 해석하는 일이라지만, 그래도 역사는 그 자체로 존재하고, 숨길 수 없거나 속일 수 없는 일들이 있는데... 먼 후대에서라도 밝혀지는 진실이 있는데... 그런 진실에 한 발짝 더 다가가기 위해서 역사를 공부하는데...

 

이 책에 나와 있는 역사는 그리 먼 과거도 아니다. 우리나라 현대사다. 멀어야 일제시대다.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채 안된 역사를 우리는 너무도 쉽게 잊고 있지는 않았나 싶다.

 

그렇게 역사를 망각의 늪에 빠뜨려버린 결과 우리나라 역사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이 되어 버렸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얽혀 버렸는지 하나하나 풀 수가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알렉산더처럼 한 칼에 자를 수는 없는 일. 그것이 통쾌해 보일지라도 알렉산더의 해결책은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문제를 덮어버린 결과만 낳게 되니 말이다.

 

일제시대부터 꼬인 일들을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기에 꼬이고 꼬여 지금 누구도 풀 수 없고, 또 풀려고 하지도 않는 상태가 되어버린지도 모른다.

 

그것을 "역사와 책임"이라는 제목으로 분석해내고 있다. 도대체 우리는 어떤 일에 대해서 책임을 진 적이 있는가? 그 때 책임져야 했을 사람들이 책임을 회피한 것만이 아니라 오히려 출세의 길을 달린 것이, 더 큰소리를 친 것이 바로 우리 현대사의 모습 아니던가.

 

그런 현대사의 민낯을 가감없이 보여준 것이 이 책이다.

 

우선 세월호부터 시작한다. 배를 버리고 팬티바람으로 탈출한 선장. 이 선장의 모습에서 6.25당시 서울을 버리고 한강다리도 끊어버리고 저 혼자 도망친 이승만을 떠올린다. 세월호 선장은 실형을 선고 받아 감옥생활이라도 하지만, 서울을 버리고 도주한 이승만은 돌아와서 오히려 서울에 남아 있던 사람들을 처벌한다.

 

여기서 우리의 역사는 책임에서 벗어나 버렸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오히려 책임져야 할 자가 큰소리를 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다음에는 간첩사건이다. 실제로 간첩들이 존재했음은 이미 사실로 밝혀졌지만, 억울하게도 조작된 간첩사건이 있었음을, 그것도 엉성한 논리로 간첩으로 몰아갔음을,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렇게 했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때도 마찬가지다. 간첩 조작사건의 주역들이 처벌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출세가도를 달렸다는 우리 역사의 슬픈 모습.

 

간첩 조작사건과 비슷한 사건이 바로 내란죄, 내란 음모죄에 관한 역사적 사실이다. 대통령이 된 자부터 유명 정치인까지 도대체 내란죄로 한 번 안 걸린 사람이 없을 정도니... 한 마디로 내란 공화국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이런 내란 공화국에서 진정한 내란은 단 세 차례라고 한다. 5.16과 유신체제, 그리고 12.12에 연결되는 5.17. 그러나 이들은 모두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이들은 그들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내란 사건들을 조작해 낸다.

 

정권에 위협이 되면 모두 내란이다. 이건 문제다. 국가와 정권을 의도적으로 혼동하고 있는 것인데...이런 역사에서 배운 것이 없는지 다시 내란 음모죄로 한 정당을 해산시켜버렸다.  

 

이 다음에는 지금 정권의 실세가 되어 있는 과거 실세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주로 안 좋은 역사를 만드는데 참여 했던 사람이거나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이다. 이들 중 정점에 서 있는 사람이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김기춘이다.

 

그의 인생 역정을 통해 우리 현대사의 질곡을 분명하게 볼 수 있다. 에고... 마지막 장은 야당에 대한 이야기.

 

야당이 바로 서야 정권교체고 뭐고 할 수 있는데, 야당이 야당답지 못하니 역사학자로서 야당이 어떨 때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지를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서 이야기해주고 있다. 이 이야기에 과연 야당 정치인들이 귀를 기울였는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지금 현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우리나라  정치 역사는 정말로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얽히고 설켰다. 어떻데 풀어야 할지 막막하게도 말이다.

 

그러나 역사는 계속 축적된다. 역사는 계속 공부된다. 이런 축적과 공부를 통해서 우리는 역사를 기억한다. 기억한 역사는 재반복되는 것을 막는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이 아무리 복잡하게 얽혀 있더라도 차근차근 하나하나 풀어가면 언젠가는 풀리게 되어 있다. 결코 조급해서는 안된다.

 

이게 바로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잘못을 알면 바로 잡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잘못인 줄 알고도 고치지 못하는 사람을, 책임지지 않는 사람을 골라내기 위해 역사를 공부하기 때문이다.

 

한국 현대 정치사에 얽혀 있는 '고르디우스의 매듭'. 이것을 풀 수 있는 사람은 정치가가 아니라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라는 공화국을 살아가고 있는 시민, 깨어 있는 시민이다. 역사는 정치가만이 아니라 시민들이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이토록 지리멸렬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는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이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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