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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에서 불어오는 바람 - 세월호 이후 인문학의 기록 ㅣ 우리 시대의 질문 1
노명우 외 지음, 인문학협동조합 / 현실문화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메르스, 메르스, 지금 유행하고 있는 말이다. 재난이라고 하기도 하고, 사고라고도 하기도 하는데, 이를 다시 사건이라고 하면, 사고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책임을 지지 않았을 때 사건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매르스를 사건이라고 하면 우리 사회는 너무도 많은 사건 속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그 많은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는 이유는 사건을 제대로 해결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면 지나친 말이 되려나.
메르스가 아직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 무어라 할 수는 없지만, 이대로 가면 메르스 역시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책임자는 없이 사고만 일어난 결과가 될 가능성이 많다. 하긴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을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는 없겠지만, 방역을 통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을텐데, 그리 못하면 사건이 되는 것이지.
메르스를 이야기하는 것은 질병의 사회학이라든지 하는 제목으로 질병에 관해서는 인문학적 성찰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질병을 나름대로 분석해낸다.
하지만 '세월호'라는 이름을 호명하면 모든 것이 멈춰버리고 만다. 아직도 2014년 4월 16일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월호 특별법'이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도대체 이 법이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지 메르스 때문에 방송이 되지 않으니 나같은 일반인들은 알 길이 없고.
아직도 바닷속에서 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9명이나 있는데, 실종자 수색부터 배를 인양하는 문제까지 어느 하나도 말끔하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객관적인 실체로 존재하는 실종자, 인양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데, 알려져 있지 않은 책임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지 알 수가 없다.
그냥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면 예전에 일어났던 수많은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그냥 사고로만 남게 되는 것은 아닌지.
'세월호' 하면 그래서 답답하다.
답답한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한데, 이 점에 대해서 인문학적으로 접근한 책이 나왔다.
'세월호 이후 인문학의 기록'이라고 되어 있는 이 책은 여러 사람들이 세월호에 대해서 인문학적으로 분석한 글들을 모았다.
어떤 책은 너무 이론적이다 싶을 정도여서 이런 내용을 일반인들이 꼭 읽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기도 하지만, 이론이란 세상을 해석하는 틀을 제공하는 것이니, 어려운 글들도 우리들이 사건을 바라보는 눈을 갖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겠다.
이 책을 읽으며 '세월호'는 아직도 진행 중임을, 이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는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없음을 생각하게 됐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비대칭'이라는 말이 나온다. 국가권력을 비롯한 힘을 지니고 있는 세력에 맞서 약자들이 견딜 수 있는 방법... 그것은 '비켜서서 대응하기'가 아닐까 한다.
정면으로 맞서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기에, 살짝 비껴서서 정면으로 날아오는 힘을 미끌어지게 하기... 그것이 힘이 없는 사람들이 비대칭의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세월호도 마찬가지다. 비켜서서 맞서기는 우리들 모두에게 필요하다. 팽목항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우리 모두의 가슴에 남아, 잊지 않고 사건을 해결하게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세월호를 잊지 않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