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KBS 선정 도서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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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마지막 순간'이라는 작은 제목이 책 표지에 있다. 죽음을 앞에 두고 있는 환자에게 과연 의학이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성찰을 담고 있는 책이다.

 

의학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기술이다. 그런데 살릴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나이가 들어 죽음을 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 불치병으로 죽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에게 현대의학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를 살펴보고 있다.

 

연명치료라는 말이 먼저 생각나는데, 죽지도 못하게 하는 현대의학기술. 과연 그런 기술로 중환자실에 들어가 있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의사인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그런 삶의 연장이 별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죽음을 받아들이게 도와주는 의료행위를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주장을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환자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불확실한 미래가 아니라 현재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고 어떤 상태에 놓이고 싶지 않은지를 대화를 통해서 서로 확인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온갖 기기들로 연명하는 치료가 아니라 환자의 삶이 최후까지 인간다울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의학이 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요양원이 왜 문제인지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데, 지금 우리나라도 요양원에 들어가면 곧 죽을 거라는 인식이 있는데, 그 이유는 요양원에서는 개인의 자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요양원의 규칙대로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말에 따라서만 행동해야 한다. 인간은 자율적 존재인데, 그 자율성을 치료라는 목적으로 박탈당한 사람들이 지니는 상실감은 심리적인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육체적인 문제에까지 영향을 준다고 한다.

 

요양원에 들어가면 급속도로 상태가 더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다시는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요양원은 그동안 살아온 장소에서 그 사람을 떼어내 전혀 다른 자유가, 개인의 사생활이 전혀 보장이 되지 않은 공간으로 옮겨놓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요양원보다는 나은 곳이 미국에서는 어시스티드 리빙 시설이라는 곳이다. 사람들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곳. 그러나 지금은 많이 상업화되어 요양원과 비슷해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곳은 사람들이 살던 방식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장소들이 많이 생겨나고 호스티스 케어라는 이름으로 집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의료행위도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호스티스 케어라고 하면 치료를 중단하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시키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호스피스 케어는 그 사람이 원하는 생활을 할 수 있게 돕는 의료활동을 하면서 죽음을 맞이하게 하는 과정이었다. 그러니 의료 행위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해오던 생활, 또는 자신이 꼭 해야만 한다고 하는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 수술한 다음에 병실에 누워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끝을 알고 그것을 인간답게 마무리할 수 있게 해주는 의료행위라는 것. 이점을 새로 알게 되었고...

 

하지만... 만약 가난한 사람이라면? 이 책의 저자는 의사이고, 부모도 의사였기에 또 이 책의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환자들도 그런 의료비를 부담할 수 있었기에 호스피스 케어가 가능했다면, 그렇지 못한 사람은? 이란 의문이 들었다. 가난한 사람도 자신이 이런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아직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그렇지 못함에 씁씁한 마음이 생기고.

 

죽음이라는 끝을 향해 어떻게 죽을 것인가? 그야말로 웰빙(well-being)이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듯이, 이 책 제목은 웰 모탈(well mortal)인데, 이를 웰다잉(well-dying)이라고 해도 좋겠다. 잘 죽는 것은 잘 사는 것만큼 중요하다.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죽는 사람의 역할'이라는 것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는가에 따라 남은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자신이 치료한 환자들의 사례와 자기 아버지, 특히 의사였던 아버지가 종양이 생기고 그것을 치료하고 죽어가는 과정 속에서 잘 죽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인간이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있는 책이다.

 

사실, 병원 중환자실에 들어가 보라. 온갖 기기들을 온몸에 꽂고 누워 있는, 의식이 있다고 할 수 없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중환자실에 오기 전까지 어떤 일을 했고, 또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자신의 최후를 어떻게 맞고 싶은지 중환자실에서는 알 수가 없다. 오로지 생명 연장만을 추구할 뿐이다.

 

그러나 시각을 바꿔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용기를 발휘한다면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에 변화를 줄 수 있다. 그래 적어도 죽을 때 함께 해온 사람들에게 한 마디는 해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동안 함께 해서 너무 행복했다. 나머지 인생들을 잘살기 바란다 등등, 감사와 축복의 말을 해줄 수 있는 종말. 그것이 고종명 아니겠는가.

 

그런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미리미리 준비해야 함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많은 대화가 있어야 함을, 그리고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밝혀야 함을 이 책에서는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의료계도 점차 이 책에서 주장한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지 않나 하고, 개인들도 그렇게 죽음을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일이라고 생각해야 할 때임을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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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을 읽는 변호사 - 1만 명 의뢰인의 삶을 분석한 결과
니시나카 쓰토무 지음, 최서희 옮김 / 알투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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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나카 쓰토무라는 일본 변호사가 쓴 글이다. 운을 읽는다기보다는 어떻게 해야 운이 좋은 삶을 살 수 있을지, 그런 운이 좋은 삶이 얼마나 풍요로운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표지 그림이 유명하다. 카유보트가 그린 창가의 남자. 이 남자를 니시나카 변호사라고 생각하자. 책에도 나오는데 그는 창가에서 길가 사람들을 바라보다, 그 사람들이 자신의 건물로 들어올지 다른 건물로 갈지를 맞추기 시작한다. 나중에는 거의 정확하게 맞추는데,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맞추는 것이다.

 

  사람 나이 40이면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오래 된 말을 떠올릴 필요도 없이 얼굴 표정에서 그 사람의 상태가 어느 정도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변호사로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본 그의 경험에 의하면 그렇다. 변호사가 얼굴 표정으로 사람을 판단한다, 좀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그에게 오는 사람들은 뭔가 문제가 있어서 오는 사람들이니 무언가 공통적인 면을 지니고 있었으리라.

 

반면 다른 건물로 들어가는 사람들은 표정이 밝았다고 한다. 그 건물이 어떤가 했더니 자원봉사하는 사람들이 일하는 그런 건물이기도 했다는 것. 그래서 니시나카 변호사는 말한다. 운이라는 것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따라오는 것이라고.

 

결국 운이 좋다는 말은 성실하게 남을 배려하면서 착하게 살았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 삶에서 운이 따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이 책은 그런 이야기를 한다. 나만을 위해 살지 말아라. 함께 사는 곳이다. 그러므로 함께 살 수 있어야 한다.

 

이 글에서 이야기한 것 중에 세 가지가 머리 속에 남아 있다. 우선 하나는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살 때 유통기한이 가장 적게 남은 물건을 사는 사람 이야기. 보통 우리는 유통기한이 많이 남은 것을 고르고 골라 사는데, 이 사람은 반대로 유통기한이 가장 짧게 남은 것을 고르고 골라 산다는 것이다.

 

왜 이리 손해보는 일을 할까? 아니라는 것. 유통기한이 짧은 것을 살수록 마트는 순환이 잘 되고, 그래서 버려지는 물건이 적어지며 따라서 가격을 올리지 않고 좋은 물건을 계속 팔 수 있게 되니, 소비자도 역시 좋은 물건을 계속 살 수 있게 된다는 것. 그렇다. 이런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함께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이것이 결국 운으로 자신에게 돌아오게 되고.

 

두번째는 그가 속해 있던 법률사무소에서 사람을 뽑을 때의 일화. 심혈을 기울여 뽑은 사람이 못 오겠다고 했을 때, 그 난감한 상황에서 창업자인 변호사가 지원서 중 아무 것이나 뽑아들고 그 사람에게 연락을 하라고 했던 장면.

 

도대체 지원서 내력도 보지 않고, 면접도 보지 않고 그렇게 결정한 이유는, 바로 자신의 사무소를 지원했다는 것. 즉 자신의 사무소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을 지닌 사람이니 누구를 뽑아도 오히려 고마워해야 한다는 것. 이 장면을 보면서 정치를 한다는 지원자 가운데 제비뽑기로 아무나 뽑아서 임기 내에 정치를 하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다.

 

자신은 정치를 하고 싶어하고 그런데도 제비뽑기로 뽑히니 선거운동으로 수많은 시간과 돈을 낭비할 필요없고, 다른 사람에게도 소음을 제공하지 않아도 되고 그게 그거인 공약을 가지고 고민하지도 않게 하니... 한번 시도해 볼 만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고.

 

세번째는 우리나라 교육과 관련지어서 봉사활동에 대가가 따르면 제로에 해당한다는 말. (마찬가지로 자신이 한 일에 어떤 대가가 따르면 그건 봉사가 아니라고 한다) 세상에 학생들 봉사활동에 점수를 주어 입시에 참고자료로 쓰고 있으니, 그게 무슨 봉사활동인가? 입시활동이지.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고,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해야 하는데, 우리는 내가 하는 일을 모두가 알게 기록해서 점수로 남겨야 하니, 하지 않은 일도 했다고 기록하게 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그건 운을 살리는 봉사활동이 아니라 운을 죽이는 봉사활동이다. 이런 일은 지양해야 한다. 봉사활동에 무슨 점수? 그 발상 자체가 우습지만 무섭다.

 

이렇게 이 책은 운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보다는 그 운이라는 것이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든 잘살고 싶을 테니까. 그런 사람들에게 자기계발서보다 더 좋은 책이 바로 이런 책이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고 하는데, 바로 그 운이 자신의 삶이다. 삶에 따라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 운이다. 그런 운이 우리 삶에서 70%를 차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당연함을 수많은 사람을 만나본 변호사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읽어 볼 만하다. 무겁지 않게... 그러나 많은 생각을 하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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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사온 2022-07-19 0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운칠기삼을 깊이 생각 못했는데 운이라는 것을 살아온 삶에 따라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아주 자연스러운 거 같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kinye91 2022-07-19 0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서울대학교 최고의 ‘죽음’ 강의 서가명강 시리즈 1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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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무슨 공포물 같지만, 그렇지 않다. 시체를 매주 볼 수 있는 사람, 경찰이거나 의사(법의학자 포함)이거나 장의사다. 그들은 시체를 볼 수밖에 없다. 병으로 인한 사망이든, 사고로 인한 사망이든 이들 중 어느 한 쪽을 거치지 않는 죽음은 없으니까.

 

그 중에 이 책은 법의학자 이야기다. 법의학에 관해서 강의를 한다기보다는, 또 법의학자로서 부검을 하면서 만나게 된 시체들 이야기보다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죽음을 강의한다는 것은 곧 삶을 강의한다는 것이다. 왜 우리가 메멘토 모리라고, 죽음을 기억하라고 하겠는가. 삶을 잘살기 위해서다. 즉 메텐토 모리는 카르페 디엠을 상기시키는 말이다.

 

유한을 인식하는 순간, 그 유한을 무한처럼 살 수 있게 된다. 죽음이라는 미래를 현재로 들여오면 현재를 잘살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렇게 카르페 디엠, 현재를 즐기기 위해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해야 하는 것이다.

 

법의학자로서 법의학에 관한 내용은 1부에 국한된다. 그러니 무슨 시체를 통해서 특이한 사례를, 또는 통쾌하게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 책은 2부와 3부에서 더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죽음에 대한 인식이나 법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2부라면 3부에서는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는 것이 바람직한 삶인지를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 이것이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일이라는 것, 죽음을 스스로 맞이하기 보다는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냥 사라져 가게 되는 것이 지금의 현실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중환자실에 들어가는 순간, 가족들과 이별을 하는 시간은 오지 않는다. 의식불명 상태에서 그냥 기계에 의존해 있다가 어느 순간 사망선고를 받게 된다. 사람들 품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할말을 하고 세상을 뜨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 점을 2부에서 보게 된다.

 

내 죽음을 의사에게 맡길 수밖에 없는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존엄사라고 자신의 죽음을 선택하는,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그런 활동을 인정하는 사회로 바뀌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병원(또는 요양원)에서 죽을 수밖에 없다. 

 

죽음을 확증해주는 사람이 바로 의사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그런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하여 죽음을 확인해주는 그런 구조에 대한 비판보다는 죽음에 임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를 미리 정해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소설가 이문구를 예로 (내가 혼수상태가 되거든 이틀을 넘기지 마라. 소생하지 않으면 엄마, 동생 손잡고 산소호흡기를 떼라. 절대 연장하지 마라. 화장 후에는 보령 관촌에 뿌려라. 문학상 같은 것 만들지 말고 제사 대신 가족끼리 식사나 해라. 나는 이 세상 여한 없이 살다 간다. - 242쪽) 들고 있는데... 그처럼 그렇게 죽음을 준비하고 받아들인다면 죽음에 있어서도 주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3부에서는 그래서 죽음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한다. 죽음,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것.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는 말이 있지만, 유한한 생명은 우리는 그 유한성을 인정해야 한다. 유한한 삶을 인정하는 순간, 유한 속에서 무한을 추구할 수 있다.

 

죽음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도 그렇다.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은 그래서 시체를 검안, 검시하는 법의학자 이야기로 시작해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잘살 수 있나를 생각하게 하는 것으로 끝난다.

 

결국 죽음은 삶의 다른 이름이다. 그 점을 생각한다면, 바로 이 순간 충실하게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끝부분에 있는 말을 인용하면서 글을 맺는다. 좋은 말이고, 이렇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 죽음을 준비하는 활동이란 특별하지 않다. 삶을 열심히 사는 것이 곧 좋은 죽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삶이 열심히 사는 삶일까?

... 첫째, 사랑하는 사람에게 평소 사랑한다는 말을 직접 그리고 자주 해야 한다.

... 둘째, 죽기 전까지 자신이 진정 하고 싶었던 일, 즉 꿈꾸고 있던 일을 해야 한다.

... 셋째, 내가 살아온 기록을 꼼꼼히 남겨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남겨줄 자산이 있어야 한다. ... 넷째, 자신의 죽음을 처리하는 장례 등에 필요한 최소한의 돈을 모으기 위해 경제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기를 바란다.

... 다섯째, 지금 건강하다면 건강을 소중히 여기고 더욱 건강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267-269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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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 - 고미숙의 글쓰기 특강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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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직업이 아니라 삶임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글쓰기는 특정 사람들만, 소위 작가들이거나 학자들이거나 전문가랍시고 큰소리치는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당연히 해야할 삶임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마치 연애나 결혼을 모두가 다 할 수 있는 삶인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나뉘어 있다. 하나는 왜 글을 읽고 써야 하는가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고, 하나는 글쓰기의 실제 편이라고 하면 된다.

 

이렇게 글쓰기에 관해서 우리들에게 알려주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글쓰기가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또 읽기와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읽기만 하고 쓰지 않는다? 이 말은 안 읽었다는 말과 통함을 생각하게 된다.

 

그냥 읽기만 하는 것은 짝사랑과 다름 없다. 자기 마음을 상대방에게 전달하지 않은, 그래서 자기 마음 속에서만 끙끙거리다 끝난, 더 이상 진척이 없는 사랑. 하지만 사랑은 양방향이다. 일방이 아니다. 서로 주고 받아야 한다.

 

읽기에서 끝나면 양방향이 되지 않는다. 일방적이 된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냥 자기 속에만 갇혀 있게 된다. 그래서 써야 한다. 읽으면 써야 한다. 쓰기 위해서 읽어야 한다. 결국 읽기와 쓰기는 샴쌍동이처럼, 또는 연애를 하는 사람들처럼 한 쌍이 된다.

 

읽기는 곧 연애다. 책은 사람이다. 사람의 몸이다. 몸은 우주다. 몸이라는 단일체가 하나가 아니라 수많은 우주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우리는 안다. 같은 몸은 없다. 사람마다 모두 다른 몸을 지니고 있다. 또 같은(?같은 이라는 말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방금 전 나와 지금 내가 같을까? 지금 나와 조금 뒤 내가 같을까? 나는 다른 나들로 구성되어 있는 나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으니, 그래도 여기서는 '나'라는 추상적인 몸을 이야기 하자) 몸이라도 다를 수밖에 없다. 시시각각 다른 존재들로 구성된 몸, 그것이 바로 우리 몸 아닌가.

 

그렇다면 사람은 늘 다른 존재들로 구성된 우주다. 그렇기에 연애를 할 때는 우주와 우주의 만남이 된다. 자신을 닫아버리면 만남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는다. 자족적인 존재는 없다. 그런 존재는 썩어들어가기 시작한다. 부패한다. 하여 부패하지 않기 위해서, 살기 위해서 다른 존재와 소통해야 한다. 만나야 한다. 연애가 시작된다.

 

연애가 시작되면 자신을 열 수밖에 없다. 자신의 모든 것을 상대방에게 연다. 모험이다. 전존재를 건 비약. 그것이 연애다. 이렇게 연애를 시작하면 늘 만나던 상대에게서 같은 모습만 보지 않는다. 만날 때마다 다른 모습을 발견한다. 새로움의 발견. 그것의 지속. 이것이 연애다. 새로움이 발견되지 않는 연애, 파탄난다.

 

읽기는 그래서 연애다. 자신의 전존재를 걸되 늘 새로움을 찾아낸다. 이런 모험은 즐거울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하는 행위가 아니라 좋아서 자발적으로 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읽기가 그렇다. 이런 읽기에는 반드시 쓰기가 따른다.

 

연애를 하다 보면 결혼을 생각하게 된다. 함께 살고 싶어진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싶어진다. 무언가 새로운 존재를 만나고 싶어지는 것이다.

 

읽기에서 쓰기, 연애에서 결혼, 그리고 출산. 이렇게 비유해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출산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다른 즐거움을 만들어낼 수 있다. 아이가 아니더라도 함께 생산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비유가 그렇다는 얘기다. 읽기와 쓰기가 이렇게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는 것)

 

그렇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읽고 싶어진다. 그리고 쓰고 싶어진다. 그냥 쓰는 것이 아니라 잘 쓰고 싶어진다. 잘 쓰기 위해서 더 읽고 싶어지고, 더 공부하고 싶어진다. 그런 즐거움이 이 책에 너무도 잘 드러나 있다.

 

처음부터 읽기, 쓰기의 즐거움이 글에서 뚝뚝 떨어진다. 아, 이 사람은 이렇게 읽기와 쓰기를 좋아하는구나, 정말 즐기고 있구나, 그런 즐거움을 우리와 나누려고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연애를 하면 사람들 표정이 밝아진다. 너무 좋아 보인다. 잘 읽고 잘 쓰는 사람, 인생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우리는 잘 살기 위해서 읽어야 하고 써야 한다. 그냥 취미가 아니다. 삶이다.

 

그러니 읽고 쓴다는 것은 거룩한 일이자 통쾌한 일이다.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길이다. 읽기와 쓰기에 관한 책. 책 내용에 관해서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냥 읽어보면 안다. 읽기와 쓰기가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또 삶을 풍요롭게 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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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0-01-06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바로 쓰기 위해서 읽는 타입인데, 저랑 똑같은 생각을 가진 작가네요. 읽기를 연애와 결혼으로 비유하다니 신선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kinye91 2020-01-07 08:2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조세현의 사진의 모험 - 대한민국이 사랑한 사진가 조세현이 전하는 찍사의 기술 혹은 예술가의 시선
조세현 지음 / 김영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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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그림이 통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점을 이 책의 후반부에서 발견하고 기뻤다. 그래, 예술은 모두 통하지, 꼭 그림과 사진만이겠는가? 사진과 그림이 시각예술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면, 음악과 사진은 감동을 준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닐 수 있고, 시와 사진은 또다른 점에서 비슷하다.

 

예술은 서로 통할 수밖에 없다. 바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사람들을 감싸안아주기 때문이다. 사진을 보면서 위로를 받기도 하고, 그림을 보면서도 또 시를 읽으면서도, 연극 영화를 보면서도 그런 경험을 한다. 그만큼 예술은 우리들의 삶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이 책은 사진가 조세현이 사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는 책이다. 자신이 어떻게 사진가가 되었는지, 어린시절 처음으로 필름을 주웠던 일에서부터 대학을 사진학과로 가게 된 일, 그리고 여러 유명인들과 사진을 찍게 된 일들과 그밖에 사진의 다른 여러 면들을 쉽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래서 쉽게 읽을 수 있고, 덤으로 조세현이 찍은 사진도 볼 수 있다. 화려한 칼라보다는 흑백사진을 좋아한다는 그. 그가 흑백사진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 장면이 있는데, 이상하게도 사진을 잘 볼 줄은 모르지만 나는 흑백사진에서 어떤 깊이와 편안함을 느꼈었다.

 

그 점을 조세현은 '흑백에는 이야기가 있다. 직설이 아닌 은유라서 좋다. ...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흑백사진을 통해 간단하고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예술과의 공통점은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을까? 바로 이렇게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새겨둘 만한 구절이다.

 

  쉽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능력을 닮은 사진과 음악은 형제이다.

  사진의 또 다른 형제는 시다. 영혼이 자유로운 시인과 사진가는 서로 닮았다.  ... 사진은 시처럼 간결하고 감각적이다. (193-194쪽에서)

 

요즘은 사진을 누구나 따 찍을 수 있다.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이면 모든 것이 다 된다. 그래서 조세현은 사진을 찍으라고 한다. 사진을 찍을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아름다움을 찾는다. 아름다운 것을 찍으려 한다.

 

이렇게 사진 찍기가 일상이 되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그가 사진을 통해서 유명인들만을 찍지 않고 고아와 같이 어려운 환경이 있는 사람들도 찍는 이유는 단지 사진 속에 그들을 가두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진을 통해 그들이 좀더 밝은 곳으로 나올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가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사진 강의를 하고 그들로 하여금 사진을 찍게 하는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고,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사진 강의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시각장애인이 사진을 찍는다는 것을 방송을 통해서 보기는 했지만, 이 책에서 그들이 어떻게 사진을 찍는지에 대해서 더 알게 되었고, 사진을 통해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는 모습을 알게 돼 좋았다.

 

이런 저런 사진에 얽힌 이야기들이 나와 사진 초보인 내게도 읽을 만하다고 생각되었으니, 사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읽으면 더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조세현이 말하고 있듯이 우리나라 곳곳에는 시가 쓰여 있고, 그 시만큼 많은 사진들이 있으니, 사진, 우리가 멀리하려고 해도 멀리할 수 없는 존재이니 사진에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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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4 2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5 07:0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