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 - 고미숙의 글쓰기 특강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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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직업이 아니라 삶임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글쓰기는 특정 사람들만, 소위 작가들이거나 학자들이거나 전문가랍시고 큰소리치는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당연히 해야할 삶임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마치 연애나 결혼을 모두가 다 할 수 있는 삶인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나뉘어 있다. 하나는 왜 글을 읽고 써야 하는가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고, 하나는 글쓰기의 실제 편이라고 하면 된다.

 

이렇게 글쓰기에 관해서 우리들에게 알려주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글쓰기가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또 읽기와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읽기만 하고 쓰지 않는다? 이 말은 안 읽었다는 말과 통함을 생각하게 된다.

 

그냥 읽기만 하는 것은 짝사랑과 다름 없다. 자기 마음을 상대방에게 전달하지 않은, 그래서 자기 마음 속에서만 끙끙거리다 끝난, 더 이상 진척이 없는 사랑. 하지만 사랑은 양방향이다. 일방이 아니다. 서로 주고 받아야 한다.

 

읽기에서 끝나면 양방향이 되지 않는다. 일방적이 된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냥 자기 속에만 갇혀 있게 된다. 그래서 써야 한다. 읽으면 써야 한다. 쓰기 위해서 읽어야 한다. 결국 읽기와 쓰기는 샴쌍동이처럼, 또는 연애를 하는 사람들처럼 한 쌍이 된다.

 

읽기는 곧 연애다. 책은 사람이다. 사람의 몸이다. 몸은 우주다. 몸이라는 단일체가 하나가 아니라 수많은 우주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우리는 안다. 같은 몸은 없다. 사람마다 모두 다른 몸을 지니고 있다. 또 같은(?같은 이라는 말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방금 전 나와 지금 내가 같을까? 지금 나와 조금 뒤 내가 같을까? 나는 다른 나들로 구성되어 있는 나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으니, 그래도 여기서는 '나'라는 추상적인 몸을 이야기 하자) 몸이라도 다를 수밖에 없다. 시시각각 다른 존재들로 구성된 몸, 그것이 바로 우리 몸 아닌가.

 

그렇다면 사람은 늘 다른 존재들로 구성된 우주다. 그렇기에 연애를 할 때는 우주와 우주의 만남이 된다. 자신을 닫아버리면 만남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는다. 자족적인 존재는 없다. 그런 존재는 썩어들어가기 시작한다. 부패한다. 하여 부패하지 않기 위해서, 살기 위해서 다른 존재와 소통해야 한다. 만나야 한다. 연애가 시작된다.

 

연애가 시작되면 자신을 열 수밖에 없다. 자신의 모든 것을 상대방에게 연다. 모험이다. 전존재를 건 비약. 그것이 연애다. 이렇게 연애를 시작하면 늘 만나던 상대에게서 같은 모습만 보지 않는다. 만날 때마다 다른 모습을 발견한다. 새로움의 발견. 그것의 지속. 이것이 연애다. 새로움이 발견되지 않는 연애, 파탄난다.

 

읽기는 그래서 연애다. 자신의 전존재를 걸되 늘 새로움을 찾아낸다. 이런 모험은 즐거울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하는 행위가 아니라 좋아서 자발적으로 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읽기가 그렇다. 이런 읽기에는 반드시 쓰기가 따른다.

 

연애를 하다 보면 결혼을 생각하게 된다. 함께 살고 싶어진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싶어진다. 무언가 새로운 존재를 만나고 싶어지는 것이다.

 

읽기에서 쓰기, 연애에서 결혼, 그리고 출산. 이렇게 비유해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출산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다른 즐거움을 만들어낼 수 있다. 아이가 아니더라도 함께 생산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비유가 그렇다는 얘기다. 읽기와 쓰기가 이렇게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는 것)

 

그렇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읽고 싶어진다. 그리고 쓰고 싶어진다. 그냥 쓰는 것이 아니라 잘 쓰고 싶어진다. 잘 쓰기 위해서 더 읽고 싶어지고, 더 공부하고 싶어진다. 그런 즐거움이 이 책에 너무도 잘 드러나 있다.

 

처음부터 읽기, 쓰기의 즐거움이 글에서 뚝뚝 떨어진다. 아, 이 사람은 이렇게 읽기와 쓰기를 좋아하는구나, 정말 즐기고 있구나, 그런 즐거움을 우리와 나누려고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연애를 하면 사람들 표정이 밝아진다. 너무 좋아 보인다. 잘 읽고 잘 쓰는 사람, 인생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우리는 잘 살기 위해서 읽어야 하고 써야 한다. 그냥 취미가 아니다. 삶이다.

 

그러니 읽고 쓴다는 것은 거룩한 일이자 통쾌한 일이다.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길이다. 읽기와 쓰기에 관한 책. 책 내용에 관해서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냥 읽어보면 안다. 읽기와 쓰기가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또 삶을 풍요롭게 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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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0-01-06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바로 쓰기 위해서 읽는 타입인데, 저랑 똑같은 생각을 가진 작가네요. 읽기를 연애와 결혼으로 비유하다니 신선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kinye91 2020-01-07 08:2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