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세계사를 바꾼 식물이라니... 일본 사람들이 쓴 책에는 이런 제목들이 많은지... 최근에 읽은 책도 '세계사를 바꾼 12가지 신소재'였는데...

 

세계 역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존재들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책들인데... 이번에는 식물이다. 식물은 식량으로 쓰이기도 하고, 관상용으로 우리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기도 한다.

 

이 책에서 언급한 식물은 감자, 토마토, 후추, 고추, 양파, 차, 사탕수수, 목화, 밀, 벼, 콩, 옥수수,  튤립이다.

 

이 중에 식량으로 쓰이는 식물들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고 있는데 5개를 고르면, 옥수수, 밀, 벼, 감자, 콩이라고 한다.

 

이들 다섯 식물은 우리들이 살아가는데 필수인 식물들이다. 그런데 감자와 토마토는 한때 유럽에서 악마의 식물이라고 해서 경원당하기도 했다는데... 감자에 독성이 있는 것까지야 배척받을 이유라고 해도, 성경에 없는 식물이라고 배척했다는 데는 서양사람들의 맹목적인 교조주의에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세상을 자기들 중심으로 해석했기에, 다른 대륙에서 온 식물을 악마 취급한 것일텐데... 그럼에도 자신들이 굶주림에 허덕이게 되니, 자연스레 이런 식물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야말로 세계사를 바꾼 식물이 되는 것이다.

 

감자는 특히 아일랜드에서 감자 농사가 흉년이 들어 대기근이 일어났을 때 미국으로 이민간 사람들, 그 자손들 중에 미국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나타났으니... 세계사를 바꾸었다는 말을 붙여도 될 성 싶고... 여기에 오랫동안 항해하는 선원들에게 나타난 괴혈병을 방지하는데도 감자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하니...

 

인류가 굶주림에서 해방되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한 식물들(감자, 옥수수, 밀, 벼, 콩)도 있고, 음식을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게 하는 향신료 (후추,마늘)도 있고, 건강을 유지해 주는 식물들(토마토, 차, 양파)도 있고, 우리 몸을 따뜻하게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식물(목화)도 있으며, 입맛을 살려주는 단맛을 내는 식물(사탕수수)도 있으며, 눈을 즐겁게 해주는 식물(튤립)도 있다.

 

이들이 우리 인간 곁에 다가오게 된 유래를 알려주고, 이들이 한 역할도 알려주고 있다. 그렇다고 식물을 인간만이 이용했다고, 식물들은 인간에게 피해만 입은 존재라고 할 수 없다고, 식물들 역시 자신들의 종을 유지하기 위해 인간들을 이용하기도 했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한다.

 

이는 인류가 지구에서 유일한 종이 아님을, 인류만이 지구상에 존재한다면 인류도 생존할 수 없음을 명심하라는 말로 들린다.

 

다양한 식물들과 동물들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이들은 또한 먹고 먹히는 생태계 속에서 서로가 공존하는 쪽으로 진화해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식으로 삼는 쌀은 많은 영양소를 지니고 있는데, 그래도 부족한 영양소를 콩이 가지고 있어, 콩과 쌀을 함께 먹으면 거의 완전식품에 가깝다고 하는데... 우리들 식생활이 콩을 반찬으로 하는 식단이 발전된 것이 공연한 일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나라 콩 생산량은 소비량의 5%정도라고 하는데...

 

다양한 영양소를 갖춘 안전 영양식으로 일컬어지는 쌀은 유일하게 아미노산인 라이신이 부족하다. 이 라이신을 풍부하게 함유한 식품이 바로 대두다. 반대로 대두에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메싸이오닌(Methionine)이 부족하지만 쌀은 메싸이오닌이 풍부한 식품이다. 그러므로 쌀과 대두를 적절히 조합해서 먹으면 모든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다. (252쪽)

 

한국은 대두 자급률이 5퍼센트도 안 될 정도이고 일본도 10퍼센트를 넘지 않는다. (260쪽)

 

앞으로 세계가 어떤 식으로 변해갈 지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식량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식량을 자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쌀만으로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쌀과 잘 어울리는 콩 자급률이 이 정도라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각 식물에 얽힌 이야기, 그리고 새로운 이야기를 전달해 주고 있다.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식물들을 무심코 지나쳤었는데, 그 점을 반성하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시에 살기 위해 진화 중입니다 - 도시 생활자가 된 동식물의 진화 이야기
메노 스힐트하위전 지음, 제효영 옮김 / 현암사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시는 자연이라기보다는 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도시는 자연에 상반되는 말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도시가 팽창한다는 것은 자연이 축소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결국 도시화는 다른 생물들이 살아가기 힘든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에게도 무한한 잠재력이 있고,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있듯이 다른 존재들에게도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있다. 자신의 종이 지구상에서 멸종되기를 바라는 종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고, 멸종하지 않기 위해서는 환경에 맞춰 자신을 변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진화라고 한다면, 도시에서도 진화는 맹렬히 일어나고 있다고, 아니 자연에서보다도 더 빠르게,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

 

엄청난 속도로 변하는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에 맞춰 자신들의 몸이나 행동방식 등을 바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게 가능한가? 진화란 오랜 시간에 걸쳐서 일어나는 현상 아닌가. 그러므로 짧은 시간에 일어난 것은 진화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책은 다양한 사례를 들어 도시에서도 진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에 도시에 적응하는 생물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들이 이렇게 변화하는 것은 살아남기 위해서다. '이기적 유전자'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모든 종은 자신들의 종이 유지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종의 유지를 위한 방향으로 변화한다. 이게 진화다.

 

도시화를 막을 수 없는 생물들 처지에서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도시에 적응해야 한다. 도시뿐만이 아니라 인간에게도 적응해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생태계를 재편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핵심 종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21세기 어느 시점부터는 지구 생태계가 만들어내는 전체 에너지의 절반가량이 직간접적으로 우리를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 생태학에서는 이처럼 중심 역할을 담당하는 생물을 핵심 종이라고 한다. 인간은 전례 없이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핵심종이다. 더 나아가 초 핵심종, 생태계를 조정하는 슈퍼 생물 종이라 할 수 있다.(313쪽)

 

이렇게 인간들로 인한 자연의 재편에 다른 생물들과 무생물들도 적응하려고 한다. 그들 역시 자신의 종을 지구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하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많은 변이들을 일으키고 후손들에게 물려준다. 그 환경에 맞게, 가능하면 빠르게. 학창시절 과학시간에 배운 산업화 되자 나방들이 어두운 색으로 자신들의 색깔을 진화시킨 내용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종이 성공할까? 아니다. 지금도 지구상에는 많은 종들이 사라지고 있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멸종위기 식물, 동물이라고 해서 보호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그럼에도 인간이 만들어내는 다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존재들은 계속 나오게 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도시에서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생물이 한 종류라면 도시의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생물은 수십 가지다. 도시는 진화를 촉발하는 발전소 역할을 하는 동시에 생물학적 다양성이 크게 사라지는 곳이기도 하다. 생물학적으로 얼마나 흥미 있는 현상이건, 전 세계 생물을 보존하려면 이와 같은 현상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오염되지 않은 청정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감시하고, 탐구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311쪽)

 

그렇다. 도시화를 거부할 수는 없다. 그리고 도시화에 걸맞게 진화한 생물종들도 많다. 하지만 그보다 사라진 종들도 많다는 것, 종의 다양성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그것이 인간의 생존에도 위협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하여 도시에서도 생물들이 진화하여 적응한다는 것을 밝힌 저자조차도 자연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저자는 도시화가 되어도 생물은 적응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기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할 듯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진화에 성공하는 생물도 있지만, 실패하는 생물이 더 많을 것이고 생물 종의 다양성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이미 도시화가 된 것을 되돌리기는 힘들다. 도시에 적응한 생물들, 미생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되고, 더이상 자연 환경을 파괴하는 개발을 멈추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그리고 도시에서도 자연을 들여오는 노력도 해야 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생태계 최정점에 서 있는 우리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 책에서 사례로 든 도시에 적응한 생물들의 다양한 모습이 흥미롭고 놀랍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런 사례들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가령 일본에 있는 까마귀들... 자동차가 정차했을 때 타이어 밑에 호두를 놓아두고 자동차 바퀴에 깨진 호두를 자동차가 떠나자마자 먹어버린다는 그런 사례... 또 우유병을 따고 속에 든 크림을 먹어치우는 박새 등등) 그런 것들과 더불어 우리 인간은 지금의 환경에 적응만 하는 종이 아니라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엔지니어 역할을 하는 핵심 종이라는 것을 명심한다면... 이 책은 지구라는 별에서 다양한 존재들이 공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하여 저자는'다윈의 조언이 담긴 도시 설계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293-308쪽)

 

1. 내버려 둬라 

2. 반드시 토종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3. 청정 자연을 일부 남겨 두자

4. 분리하려면 제대로

 

이 말들이 지닌 의미를 곰곰 생각해 보자. 그게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미래 방향에 참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떨림과 울림 - 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세계 그리고 우리
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우주는 떨림이다. 정지한 모든 것들은 떨고 있다.' (5쪽) 정지와 떨림. 떨림은 운동 아닌가. 그렇다면 우주는 운동을 하지 않을 때가 없다는 말이다. 우주는 쉬임없이 운동하고 있고, 그것을 우리가 느끼든 느끼지 않든, 또 알고 있든, 모르고 있든 우주는 운동하고 있다는 말로 바꿀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눈에는 정지한 것들은 운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눈이 볼 수 있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 수학, 물리학이 필요하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존재를 연구하고 그들의 떨림을 수치와 같은 방식으로 우리 눈에 보여주는 것이 바로 수학, 물리학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들 삶에 수학과 물리학은 가까이 다가오게 된다.

 

물론 이 책은 수학 이론이나 물리학 이론을 설명해 주지 않는다. 우주부터 시작하여 원자까지를 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인간도 원자로 구성되어 있고, -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로 이야기하지만 이 세포 역시 원자로 구성되어 있으니 - 또 아주 거대한 우주도 결국은 원자들의 결합일 뿐이라는 것, 그러니 결국 만물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물리학이 우리 삶에서 뗄 수 없는 존재이기에 '물리학이 인간적으로 보이길 바라는 마음'(7쪽)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물리학 하면 연구실에 있는 특정한 과학자라는 직업을 가진, 하얀 옷을 입은 그런 사람들의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과 더불어, 물리학이 얼마나 아름다운 학문인지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썼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발로 제목에 나타난다. 떨림이라는 말이 물리학이라면 울림이라는 말은 인문학에 어울리는 말이다. 공명한다고 해야 하나, 함께 울리는 것, 함께 떨리는 것, 떨림을 함께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울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울림이 있으려면 물리학을 멀리해서는 안 된다. 강단에서만, 연구실에서만 물리학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 왜 물리학이 우리 곁에 있어야 하는가를 평범한 사람들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설득이라기보다는 알려주어야 한다. 그래서 그 사람 마음을 울려야 한다. 아, 물리학도 이렇게 아름답구나! 하는 마음이 들게.

 

이 책은 우주부터 시작한다. 광대한 우주, 약 138억년의 역사를 지닌 우주부터 시작하는데, 빅뱅에서 시간과 공간의 탄생을 이야기하면서 결국 우주는 원자로 이루어져 있음을 이야기해준다.

 

광활한 우주를 보면 신비한 마음을 느끼는데, 그것을 인간이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 매력적인 일이다. 본다는 것은 안다는 것, 안다는 것은 기억한다는 것, 기억하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니, 우선 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렇다고 본다는 것이 꼭 눈에 보이는 것을 본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는 우주를 보지만 우주의 아주 적은, 또는 아주 작은 부분만 볼 수 있다. 또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실체로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기도 하다. 그래서 본다는 것이 명확해지도록 해야 한다. 그게 바로 과학이자 수학이다.

 

시간과 공간을 이야기하면 자연스레 미래가 나오고 미래가 나오면 예측가능성이 나온다. 즉, 불확실성을 확실하게 하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종교, 철학에서도 추구하지만 물리학에서는 원자들을 중심으로 추구할 수 있다고 한다.

 

하여 다양한 이론들이 나오지만 그 이론들을 암기할 필요는 없다. 그런 물리학 이론들이 우리들 삶을 해석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면 된다. 뉴턴의 역학에서 아인슈타인, 그리고 양자역학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불확정성의 원리도 나오고 또 끈이론과 같은 말도 나오지만, 그것들에 대해 깊게 설명하기보다는 우리들 삶과 관련지어 설명하기에 과학이 우리들 삶에서 꼭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다른 말로 하면 물리학이 우리 삶에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삶을 해석하고 더 잘 알게 해준다는 것, 그리고 우리 인간 자체를 설명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물리학 이론들을 통해 알게 된다.

 

과학을 왜 배우는지 고민하는 학생에게 많은 도움이 될 책이다. 또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이니 과학 역시 과학으로만 존재하지 않음을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의 뒷부분에 나오는 말에서 그것을 생각하게 된다.

 

'과학자가 자신이 하는 일의 사회적 결과에 대해 과학적 의심을 하지 않을 때, 그 과학은 재앙이 될 수 있다.' (266쪽)

 

과학은 이렇게 우리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실감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사를 바꾼 12가지 신소재 - 문명의 기반이 된 '철'부터 미래를 이끌 '메타물질'까지!
사토 겐타로 지음, 송은애 옮김 / 북라이프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사를 바꾸었다는 말보다는 우리 삶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가 되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만큼 우리 삶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재료들을 다루고 있는데, 세계를 바꾼 것이 어느 순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 지속적으로 계속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열두 가지 신소재가 무엇일까? 지금은 신소재라고 하지도 않지만 처음 우리 곁에 왔을 때는 신소재였을 것이다.

 

금, 도자기, 콜라겐, 철, 종이(셀룰로스), 탄산칼슘, 비단(피브로인), 고무(폴리아이소프렌), 자석, 알루미늄, 플라스틱. 실리콘

 

이 물질들의 이름만 보고는 무슨 신소재야 할 것이다. 그만큼 이제는 우리 생활에 익숙한, 아니 필요불가결한 존재가 된 물질들이다.

 

금, 철, 종이, 비단, 고무야 지금도 널리 쓰이고 있으니 더 말할 것도 없고, 도자기는 요즘은 신소재 또는 세라믹이라고 해서 새로운 요소로 더욱 발전하고 있으며, 콜라겐은 동물에게서 추출한 것으로 우리 인간의 생명을 연장해 주는 쪽으로 발전을 하고 있다고 한다.

 

흔히 음식을 먹을 때 콜라겐을 섭취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최근에는 재생 의료의 재료로 많이 쓰이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가 동물에게서 재료를 얻어 우리 생활을 윤택하게 했다면, 식물에게서 얻은 것이 바로 셀룰로스다. 종이의 재료가 되는 것.

 

이 말은 인간은 다른 존재들의 도움으로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는 것인데, 지금처럼 자연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우리 삶을 유지해 간다면 우리들 생존에도 문제가 생김은 분명하다. 그것을 가장 잘 알려주는 것이 플라스틱과 실리콘이 아닌가 한다.

 

언제 어디서고 만날 수 있는 재료, 우리가 쓰고 있는 재료가 플라스틱인데, 그만큼 플라스틱은 잘 사라지지도 않아 유기체에 계속 축적되고 있다고 한다. 환경단체에서 보여주는 끔찍한 사진으 플라스틱의 위험성이 보도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이 플라스틱 알갱이들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로 우리 몸에 축적된다는 것이다.

 

어떤 부작용을 일으킬지 알 수 없는 물질.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물질이 자연 속에 분해가 되어 사라지지 않는 현상, 신소재를 사용할 때 이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플라스틱이 보여주고 있다.

 

실리콘은 접착제로 쓰는 실리콘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생각해야 한다. 탄소가 인간이라면 실리콘의 재료가 되는 규소는 인공지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우리들 삶을 위협하는 존재로까지 부상한 인공지능. 그 인공지능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실리콘이라고 하니, 신소재들이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을 측정하기는 무척 힘들다.

 

탄산칼슘이 뭔가 했더니, 진주라고 생각하면 된단다. 지구에 생명체가 존재하게 된 것이 이 탄산칼슘의 도움이기도 했다고 하니, 이산화탄소가 공중을 가득 메우지 못하고 석회암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산화탄소는 물에 쉽게 녹으므로 바다에 흡수되어 탄산이 되고, 더 나아가 바닷물 속에 풍부한 칼슘이온과 만나 불용성의 탄산칼슘이 되어 가라앉는다. (121쪽)

 

여기에 탄산칼슘은 알칼리성 물질이기에 토양에도 도움이 되어 인류가 식량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러한 탄산칼슘 중에 진주가 보석으로 우리에게 귀중하게 다가왔지만, 지금처럼 환경오염이 지속되면 탄산칼슘이라고 할 수 있는 산호초가 대량으로 사라진다고 한다. 그것은 우리들의 생존에도 위협이 되는 것이다.

 

알루미늄도 마찬가지다. 철보다 가볍고 산화에 강한 물질. 이 물질을 사용하게 되면서 기계문명이 급속도로 발전하게 되었다는 것 등등.

 

새로운 물질에 대한 이야기, 지금 우리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접하고 있는 물질들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내고 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더 많은 물질이 있음을 또한 그러한 물질을 어떻게 써야 할지를 생각하게 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른 방식으로 보기
존 버거 지음, 최민 옮김 / 열화당 / 201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시작하기 전에 존 버거는 한국의 독자들에게에서 일본 사람이 쓴 하이쿠를 인용하고 있다. 이 하이쿠 내용이 그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 준다고 할 수 있다.

 

부자들을 위해                                  Writing shit about new snow

새 눈에대해 너절한 글을 쓰는 것은         for the rich

예술이 아니다. (5쪽)                          is not art.

 

이 말은 예술은 특정 집단을 위해서만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도 예술은 특정 집단, 부유하고 교육을 많이 많은 시간 여유가 많은 사람들에게 향유되는 경우가 많다.

 

가난한 사람들은 예술을 감상할 시간이 없고, 예술품을 살 돈도 없으며, 모처럼 시간이 나면 피곤한 몸을 쉬게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니 자연스레 예술은 부자들에게 속하는 것처럼 여겨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안 되는데... 존 버거가 주장하는 것이 바로 이것 아닐까 한다.

 

'다른 방식으로 보기'라고 번역했는데, 왜 그렇게 번역했는지를 옮긴이의 말에서 설명해주고 있다. 원래 책에 있는 WAYS라는 말, 방법들이다. 방법들이니 하나의 방법만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쪽으로 해석이 되고, 그러니 다른 방식이라는 말로도 통용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만큼 이 책은 하나의 관점을 제시하지 않는다. 주류로 자리잡은 관점을 따라하지도 않는다. 예술을 보는 방법이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 내가 처해 있는 자리에서 예술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도 있음을, 곧 본다는 것은 해석한다는 것임을 존 버거는 알려주고 있다.

 

어떤 장에서는 아무런 문장도 없이 그림들만 나열하고 있다. 이런 장들이 이 책에서는 세 장이나 나온다. 정말로 많은 그림들이 그냥 주욱 배열되어 있을 뿐이다. 존 버거가 어떤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그 그림을 보는 방식은 이 책을 읽는 사람에 따라서 다양할 수밖에 없다.

 

자신도 기존 관점을 따르지 않고 있지만 이 책을 읽는 사람들도 존 버거의 관점을 따라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듯하다. 너만의 방식으로 그림을 보아라. 이 말은 너만의 관점을 확립해라가 될 텐데...

 

하지만 이게 참 힘들다. 특히 우리나라 교육을 충실히 받은 사람들은 더더욱 힘들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교육은 정답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있는 정답을 찾는 훈련만을 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관점은 대학 입시에 치명적이다. 특히 수능에서는 다양한 관점이란 있어서는 안 된다.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대입에서 수능의 비율이 더 확대되고 있는데 수능은 바로 다양한 관점을 말살하는 우리나라 교육의 정점이다.

 

오로지 하나의 관점만을 찾는 연습, 또 찾아야만 대학이라는 곳에 진학할 수 있다는 것. 그렇게 자라온 사람들이 어떻게 다른 관점을 잘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다른 관점은 곧 틀린 관점이 되고, 그런 관점은 통용되어서는 안 되는 관점이 되는 것이다.

 

오로지 주류의 관점만이 횡행하는 사회,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가 아니라 다양성이 언제부터인가 위험시 된 사회, 하여 질문은 없어지고 정답만 있는 그런 교육만이 존재해 왔다. 이런 과정을 거쳐 왔으니, 존 버거의 책을 읽으며 그가 한 말인 '계속 싸워 나가시기 바랍니다!'(5쪽)가 아프게 다가온다. 싸울 수 있으려면 기존 관점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예술을 보는 관점이 하나의 관점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이 있을 수 있음을, 그리고 그 관점들은 모두 받아들여져야 할 관점들임을, 이것이 예술만이 아니라 우리 생활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마지막 장에 있는 광고에 대한 글, 또 여성의 누드화에 대한 글도 다양한 관점이 존재할 수 있음을, 그리고 강자의 관점이 아니라 약자의 관점으로 예술이나 광고를 봐야함을 생각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