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링, 문자가 왔다.

 

 

<대한약사회>

한국얀센과 협의를 통해 타이레놀현탁액 '약국판매분 5500원 / 편의점판매분6500원 / 조제용은 환불금액+10%(투약병2, 카드수수료, 로스율 등감안)로 도매상 수거 후 실시간(잔고차감, 익일정산 등)으로 약국에 정산하기로 했습니다. (...)

 

 

어머어머. 왠일이래. 그럼 약국에 판매 않고 남아 있던 물량도 판매분으로 쳐준다는 말인가? 보자..내가 가지고 있던 시럽이 몇 개더라..꺅. 100개도 훨씬 넘네. 이게 왜이렇게 많지? 칫, 보나마나 얼마전에 또 가격 올린다고 했겠구먼. 그래서 사재기한거구먼.ㅠ   근데, 5500원으로 쳐준다고? 그럼 앉은 자리에서 돈 버는 거임? 대체 얼마나? 어이쿠. 10만원도 넘네. 이런 재수를 봤나. 야호~ 돈 벌었다~~ㅠ.ㅠ

 

음..근데 뭐가 찝찝한데? 왜 이렇게 찝찝하지..

그나저나 쟤네들은 대체 왜 회수를 한다는 거지? 검색이나 해봐야겠다.

 

 

 

 

1.

간혹 제품에 하자가 있는 경우 제조사가 자진회수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건 해당 제조 롯트번호의 것만에 국한된다. 그전이나 그후의 롯트번호는 그냥 놔두지 모든 제품을 회수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는 말은 제품을 만들고 나서 도매에 깔고, 약국에 깐 이후에도 이미 팔린 제품에 들어간 성분의 함량에 대한 차후검사라든지, 오염물 발견이라든지, 시중에서 불량제품을 검수했다든지 등의 사후 관리를 지속적으로 한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서 이번 사건은 좀 의아했다. 도대체 제품을 어떤 식으로 만들었기에 이렇게 대량회수를 하는건지. 2011년 5월부터 하자가 있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그로부터 2년이나 지난 시점이 아닌가. 그시간 동안 166만 병이나 만들었으며 이중 80-90%는 이미 소진했다고 예측하던데, 그 오랜 시간 동안 사후 관리가 제대로 안 되었다니 이해가 안된다. 명색이 외자회사 아닌가. 궁금해서 검색해봤다.

 

 

 

 

4.26일자 기사 

 약사감시 결과, 한국얀센은 약액(시럽) 충전 공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자동화설비인 액체충전기로 충전하지 못한 나머지 약액을 작업자가 직접 용기를 이용해 수동으로 주입하는 등의 원인으로 일부 제품에서 주성분의 함량 초과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한국얀센은 이러한 제조 과정에서 작업자가 나머지 약액을 직접 용기를 이용해 수동으로 주입하는 것에 대한 관리기준서(SOP)조자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저작권자(c)라포르시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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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P는 표준작업지침서로써 GMP 현장에서 이뤄지는 업무 절차를 명시해 놓은 것이다.

SOP는 작업자가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지침으로 삼는 것으로, 의약품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서이다.

식약처 의약품품질과 관계자는 “액체충전기로 충전하지 못한 나머지 약액을 작업자가 직접 용기를 이용해 수동으로 주입할 경우 주성분 함량이 균질하지 않을 수 있다”며 “무엇보다 한국얀센은 이러한 수동작업을 하는데 있어서 SOP도 마련해 놓지 않아 표준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황당한 일이며 명백한 GMP 규정 위반이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얀세의 현지 생산공정에 대한 약사감시를 실시한 결과, 수동공정을 통해 제조된 제품이 전체의 0.6% 정도였다”며 “이 중에서 출고되지 않은 일부 제품 중에는 주성분 용량이 150%나 초과된 것도 있었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근거로 한국얀세이 2011년 5월 3일 자동화설비 교체 이후 생산·판매한 모든 제품(172개 로트, 약 167만병)을 강제 회수·폐기토록 결정한 것이다.

이 명령에 따라 한국얀센은 5일 이내에 회수계획서를 제출하고, 회수시작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회수를 완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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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 공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자동화설비인 액체충전기로 충전하지 못한 나머지 약액을 작업자가 직접 용기를 이용해 수동으로 주입하는 등..

 

이라구? 이게 무슨 말이지? 자동으로 시럽을 넣었는데 나머지 약액이 왜 생기지? 혹시 이런 말일까. 시럽 한 통이 100cc인데 자동화기계로 넣다보면 좀 덜 들어가는 경우가 생기고 그럴 경우 저울로 모자란 부분을 재어서 나머지를 작업자가 수동으로 넣는다는 말인가? 근데 자동화기계면 자동으로 100cc 용량을 맞출텐데? 이상하네..

 

 

 

 

 

2.

4.27일자 기사를 오늘 아침에 보고서야 이해했다.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aid/2013/04/27/10960625.html?cloc=olink|article|de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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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에 따르면 제조사인 한국얀센은 2011년 5월 자동제조설비를 바꾼 뒤 거품이 발생하자 수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어린이 타이레놀 물약 167만 병이 생산됐다. 식약처는 수작업으로 만든 약이 1만여 병에 달하고, 이 중 3300~5000병의 아세트아미노펜의 함량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의 손에 들어간 문제의 어린이 타이레놀은 2000~4000여 병으로 추정된다.

 식약처 이동희 의약품관리총괄과장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은 잘 녹지 않아 제품을 제조하고 남은 거품에는 덩어리가 생길 수 있다”며 “조사를 위해 확보한 약병 아래에 이 성분이 고농도로 들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식약처 조기원 의약품안전국장도 “남은 거품으로 약을 만들 수는 있지만 이를 위해선 식약처 지침에 따라 작업관리기준을 만들어 준수해야 하는데 한국얀센 공장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제약회사는 품질 관리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물약을 만들고 남은 거품을 폐기한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이런 공정 때문에 정상 제품에는 아세트아미노펜이 기준치의 90~110%가 들어 있는데 수작업 제품에서는 최고 154%(기준의 1.5배)까지 검출됐다.

 

2011년 이후 어린이 타이레놀의 부작용이 식약처에 10건, 한국얀센에 3건 접수됐다. 대부분 구토 등을 호소한 것이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과다 섭취할 경우 간이 손상되는데, 이런 사례는 아직 접수되지 않았다. 정상 용법대로 먹으면 간 손상 우려는 크지 않다. 하지만 장기 복용을 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응급센터 류정민 교수는 “일부 엄마가 아이가 열이 나면 걱정이 돼 2시간 간격으로 타이레놀을 먹이는 경우가 있다”며 “하루 10번 이상 먹이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도 아이들 감기가 어른보다 훨씬 오래가 타이레놀을 장기 복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식약처는 한국얀센이 지난달 18일 이런 문제를 파악한 뒤에도 제품을 시중에 유통하다 한 달여 뒤인 지난 22일에 신고한 점과 우수의약품제조관리(GMP) 기준을 무시한 점을 들어 조사가 끝나면 영업정지 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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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제 알았다.

수작업으로 약간 모자란 것을 채운다는 말이 아니라,

아예 수작업으로 하나의 시럽을 만든다는 말이구나. 

뭐든...이상하긴 마찬가지..

 

 

2011년도에 기계를 바꿨는데, 아마 더 좋은 걸로 바꿨겠지? 근데 기계를 바꾸고 나니 거품이 이전에 비해 더 생겼다. 그래서 이전보다 로스율이 더 심한 것 같다. 이건 아니다. 너무 아깝다. 남은 걸로 제품을 새로 만들자. 남은 시럼을 모아서 사람이 수작업으로 통에 주입을 해 완통을 만들었다. 그 수작업분이 1만병이다. 그럼 100cc 한 병당 0.6cc정도의 로스율이며, 167병당 1병의 로스율을 (수작업 방식을 씀으로써) 줄였다는 말이 된다. 로스율을 아까워하는 마음은 이해되는데. 문제는..

 

 

 

수작업을 할 때 약액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인데..

아니, 수작업을 하면 약액을 정해진 용량만큼 넣기가 어려워서 폐기하는 게 원칙이었다는 말인데..

 

 

 

 

3.

그러고보니 최근 들어 약 먹고 구토했다는 말을 제법 들었다. 그냥 단순 장염 정도로 생각했더니 그중엔 용량초과 타이레놀이 원인이 된 경우도 있을 수 있겠다, 싶으니 마음이 불편하다. 기존 용량보다 1.5배나 되는 제품도 있었다고 하는데 이런 복불복은 정말이지, 사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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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04-28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정말 찜찜하시겠습니다.
왜 그런 엉뚱한 짓을 했을까요 ?
오히려 그게 궁금한데요. 약이란 게 배율이 정확해야 한다는 건 개나 소나 아는 사실인데
왜 이런 무모한 짓을 했을까요.... 흠흠...

달사르 2013-04-29 13:19   좋아요 0 | URL
자본의 논리?

^^;;

수작업을 하는 사람이 마음고생을 했을 거 같네요.ㅠ.ㅠ

탄하 2013-05-03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억, 저도 조카땜에 이 얘기 듣고 깜짝 놀랐어요.
다행히도 저희 조카는 타이레놀 시럽은 안 먹었다네요.

성실도와 정직도는 기업의 크기와 명성하고는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여러상황들을 보면 정말 끔찍할 정도로 날림이 많더군요.
세상에, 봉재공장도 아니고 약을 수작업으로...에효...

달사르님도 놀라셨겠어요.
약국이 조용한 것 같아도 은근 소란스런 곳이군요.
달사르님네 약국에서 사 먹고 크게 탈 나는 아이들이 없길 바래요.

달사르 2013-05-10 15:09   좋아요 0 | URL
얀센코리아를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들어갔다는 말도 있고..
얀센은 얼마전에 다른 나라에서도 함량초과 건으로 인해 회수 사건이 있었어요. 제가 기억하기로는요.
그게 어느 나라에선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것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얀센이 자꾸 이런데 걸리네요.

분홍신님도 놀라셨군요. 조카가 어리니까 더 그렇지여?
저도 깜짝 놀랐어요. 이런 일이 다 있다니..이러면서요.

아고아고..어제 비 오고 나서 날이 이제 개이기 시작하네요. 근데 몸은 계속 찌뿌둥..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칭찬을 받으리라 잔뜩 흥분해 있던 나는

화도 못 내고

억울한 마음에 방안을 멤돌았다.

아직은 목을 보호해야할 때라 밖에 싸돌아 다니지도 못한다.

 

당신 눈에는 고작이겠지만

나는

나는

아픈 와중에도

당장 해야할 일조차 미루며

그일에만 매달렸다구.

그런데 이게 다야. 이게 다냐구? (꽥!)

 

 

방안에서 소리나지 않게

고래고래 고함을 치다가 얌전히 의자에 앉아서 책을 폈다.

 

 

 

 

 

 

 

 

 

 

 

 

 

 

 

 

달이라..

 

몇일 전

내게 약주를 선물한 분과 같이

하늘의 달을 봤다.

누군가와 같이 하늘의 달을 보는 기분

오랜만이다.

 

 

그리운 사람과 같이

사방이 확 트인 너른 곳에서

하늘에 무수히 박힌 별과 달을 보며

공간의 흐름 속에 같이 흐르자 했던

오랜 약속이 떠올라 울컥했지만 웃으며 말했다.

 

"달이네요"

 

 

 

신경숙의 글은 처음 읽는다.

장편소설도 아니고, 단편소설도 아니고, 그저 짧은 소설이다.

 

신경숙의 글은 마치 약국에서 할머니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같다. 이빨 빠진 할머니가 말하기 전부터 당신이 먼저 웃으며 들려주는 이야기는 몇 마디 만으로 어떤 내용일지 다 알겠고, 뒤에 하는 말들은 그저 맞춰주기 위해 들어줄 뿐이지만 그래도 열심히 듣다보면  웃음이 비어져 나온다. 박장대소의 웃음이 터지진 않지만,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귀를 쫑긋 세우며 듣게 되진 않지만, 어디에서 웃어야할지 몰라 머뭇거리기도 하지만,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그 선한 얼굴을 대하면 그만 어떤 이야기라도 좋아, 라고 생각되고 마는 것이다.

 

신경숙이 쪽지처럼 숨겨둔 유머는 찾지 못했지만(반 개 정도는 찾기도 한 듯), 어쩜 할머니들은 잘 찾을 수 있을 것도 같다. 아니, 내가 할머니가 되면 그때는 금방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그저 달에게 힌트를 구할 뿐이다.

 

 

 

오늘처럼 신경질이 나는 날엔

나도 달에게 내 이야기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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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04-21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저는 고단한 몸을 이끌고 시장에 가 떡볶이와 막걸리를 사왔어요. 달사르님에게도 사발 가득 막걸리를 따라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크게 한 입 삼킨 뒤에 크- 하는거죠. 안주로 떡볶이도 괜찮은 궁합이었어요. 그렇게 주거니받거니 하다보면 괜찮아질까요, 달사르님?

달사르 2013-04-22 17:33   좋아요 0 | URL
고단한 몸에 넣어주는 막걸리는, 하루를 힘겹게 보낸 우리들에게 주는 선물 같아요.
등산 후 산자락에서 파전에 막걸리도 좋지만, 뭐니뭐니해도 고단한 하루 끝자락에 목을 타고 가는 막걸리가 보약입지요. 반가운 지인이 옆에 있어 주거니받거니 마시면 운치까지 있겠어요.

떡뽁이는 언제라도 반가운데, 술 친구로도 괜찮았군요.
오늘, 월요일인데 하루 잘 보내고 계십니까. 일요일 쉬지 못하고 일한 주 다음 날의 월요일은 되려 피곤한 줄 모르겠더라구요. 화요일이나 수요일 정도 되면 축 늘어지구.

저는 씩씩거리던 화가 다 풀렸구요. 이제 반성모드로 들어갔습니다. ^^

탄하 2013-05-03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위에서부터 쭉~~보다가 이거 날짜 보고는!
제가 소주이야기에 댓글 달고 곰방 올리신거네요.

신경숙의 글은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지만
그동안의 작품성격을 보면 '유머'와 친한 작가는 아닌 듯..ㅡ.ㅡ;

요즘 이 책이 많이 나가나봅니다.
단편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니고, 그저 짧은 소설.
어쩌면 작가도 홀가분한 마음으로 썼을지도 모르겠네요.
달을 바라보며 마음 속의 이야기를 하듯, 그렇게...

달사르 2013-05-10 15:1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본인은 나름 '유머'라고 생각을 해서 읽는 입장에서 약간 난처했다고나 할까요.
그왜 있잖아요. 아주 진지한 친구의 경우.
자신은 농담이라고 하고는 조용히 웃는데, 맞장구쳐야 될 순간이 언제인지 몰라 눈을 굴리게 될 때. 근데 그 친구가 너무 순해서 "야, 이거 안 웃기거든?" 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그런 경우.

이 책 읽고나니, 신경숙의 다른 진지한 책은 어떨까? 라는 생각은 들었는데요. 지금은 말고 다음에.
 

 

 

혼자 소주를 마셨다. 난생 처음 있는 일이다.

매일 밤.

 

 

 

 

 

 

 

 

매일 저녁, 술을 마시던 시절에는 술이 음료수였다.

다음날의 숙취해소는 해장국이 최고였고, 해장을 핑계로 또 술을 마셨다.

물론 많이 마시진 못했다.

많이 마시는 사람들 틈에 끼이면 조금만 마셔도 취한 기분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고 행복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마 '절대로' 혼자는 술을 마시지 않을 거 같애. 술은 자고로 둘이 마시거나 여럿이 마셔야지.

 

 

가끔 연락오던 친구는 뭐 하냐고 물으면 꼭 맥주를 마시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럼 술집에서 전화를 하는거니?

-아니. 집에서 혼자 마셔. 냉장고에 캔맥주를 한가득 사놓고 매일 저녁마다 마시지. 오늘은 괜히 울적해서 너에게 전화한거야.

-혼자서 술이 마셔지니?

-술은..혼자 마시는거야.

 

 

나는 지금 혼자서 술을 마신다.

술병이 평창수, 라는 걸 보고 감을 잡았겠지만 순도 40도의 안동소주다.

매실이나 다른 무엇으로 3년간 숙성시킨 약주.

세상에 널린 소주의 순도가 점점 떨어져가는 판국에 혼자서 40도의 소주를 마신다. 그것도 밤마다 한 잔씩.

 

가끔 내 몸이 모르모트가 되는 걸 허락할 때가 있다.

대개는 지적 호기심

약간의 필요성

어쩌면 절실함

 

지금은 치료의 목적이니 절실함 쪽이 절반은 넘어섰고

나머지는 호기심이다.

기왕에 먹기로 약속한 약주니,

만들어 주신 분의 성의는 눈물겹기 그지없고,

나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매일밤 소주를 마신다.

 

 

 

혼자 마시는 소주는 다행히 외롭지 않았다.

책이 나와 함께

마셔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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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04-20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무척 땡깁니다 ! 오늘 술 마실려다..제가 요즘 치질이라 술 마시면 안 된다고 해서
안 마시고 있는데 참기 힘드네요..

2013-04-20 2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4-21 2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4-22 1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4-20 2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4-20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Forgettable. 2013-04-21 0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알라딘에 애주가가 많아(?) 행복합니다 ㅋㅋㅋ 좋은건 함께할때 더 좋은 ㅋㅋ 저도 혼자 술 자주 마시거든요^^

달사르 2013-04-21 21:24   좋아요 0 | URL
ㅎㅎㅎ 뽀 님도 애주가시군요? ^^
전 벌써 일주일째 애주가 행세를 하고 있습니닷.
음주 포스팅을 종종 볼 때마다
나는 언제 저런 거 해보나..싶더니 그날이 이렇게 어이없이 오다니욧! ㅎㅎㅎ

이렇게 술꾼이 되고보니, 동지 된 느낌입니다요. 뽀 님. ^^

hnine 2013-04-21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사르님, 제가 예전에 알던 어떤 아이는, 술을 아주 좋아하던 아이였는데 자기는 절대 혼자서는 술을 안마신다는 자기만의 규칙을 가지고 있다고, 누가 묻지도 않는데 큰소리 뻥뻥 치곤 했었답니다 ^^ 혼자 마시면 여럿이 마실때보다 훨씬 많이 마시게 된다나요? 아무쪼록 술이 달사르님 옆에서 친구 노릇 잘 해주었기를 바라는데, 제가 술에게 좀 말해둘까요? 고분고분, 달사르님 하자는대로 옆에서 좋은 친구 역할 잘 해주라고요.

달사르 2013-04-21 21:38   좋아요 0 | URL
아. 그럴 수도 있군요. 혼자 마시면 그런 불상사가..
그 아이는 아직도 여전히 혼자선 술을 마시지 않을까요? 아님 저처럼 그 규칙을 깨버렸을까요? ㅎㅎ 미래는 알 수 없는 법이니 그 아이도 저처럼 규칙이 깨졌을 거다! 에 일단 한 표를.

아..hnine님. 어제까진 보약 같은 느낌으로 한 잔씩 마셨는데
오늘은 정말 술 마시는 기분으로, 취하고픈 맘으로 한 잔 마시게 될 거 같아요.
하아...이럴 때 옆에 술이 있으니 무척 다행이다..라고 생각이 드니, 응? 이건? 술꾼의 자세 같은데요? 하하하.

탄하 2013-04-21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창수'라는 것을 처음 보므로, 소주잔에 콜라를 드시는 게 아닌가 했네요.^^

이런 게 약주군요. 매실에, 숙성에, 40도(?까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의 정성...
어쩐지, 무슨 일이 있으시기에 홀로 잔을 기울이시나 했더니 그래도 몸보신 차원이라 다행입니다.

저도 옛날에는 가리는 술 없이 잘 마시고,
2차,3차, 횟수를 거듭해도 거절하지 않고,
사람이 많으나 홀로 있으나 잘 마셨는데...
이젠 안 마신지도 어언 3년이 넘은 것 같아요.

옛날부터 알았던 사람들에겐 "산부인과쪽으로 안 좋아져서.."
새로 만나는 사람들에겐 "저는 술을 좋아하지 않아요"라는
뻔뻔한 거짓말로 잘 속여 넘기고 있죠.^^

근데, 혼자 마시는 술 뒤편에 책이 있으니까 외로워보이진 않네요.
한 잔씩 마시면서 책을 읽는 것도 참 좋은 기분이거든요.

* 아흑, 달사르님 페이퍼에 일등하기 정말 힘들다!

달사르 2013-04-21 21:50   좋아요 0 | URL
ㅋㅋ 제 페이퍼 스타일을 곰곰 생각해보니 주로 주말에? 올라는 듯 합니다. 아마 근무하는 주말 빼고? ㅎㅎㅎㅎ
그나저나 분홍신님 방에 몇 번이나 가봤지만 페이퍼 안 올라왔더군요!
지금 계절이 왠지 분홍신님 바쁘실 계절 같애서 얌전히 참고 기다리고 있습니다만. 힛.

분홍신님이 술에 대해 그런 역사가 있단 말이죠. 흐음.
술 약하실 줄 알았더니 아니었쓰. 2,3차까지 거뜬하셨다니..대단대단..
근데, 아무리 그랬어도
이제 3년이나 안 마셨으면
일주일이나 줄기차게 마신 내가 더 잘 마실지도? ^^


넵! 저도 약주는 엄마가 담근 맛없는 약주나 먹어봤는데요. 이렇게 제대로 된 약주는 처음 마셔봐요. 정말 약이 되는 걸 알겠더라구요. 술 마신 다음 날 더 펄펄 나니..이거 원~
 

 

 

 

 

 

 

 

 

 

 

 

 

 

 

 

-너를 만나기 위해 내가 이러이러한 일들을 겪었고 힘든 시간을 다 지나왔던 거 같애.

-이 하나의 사건을 이야기하기 위해 작가가 등장인물들에게 이러저러한 사건들을 갖다붙인 거 같애.

 

-너를 만난 것도 행운이지만, 너를 만나기 전의 나의 과거 또한 나에게는 소중해. 그것이 비록 아픔의 추억일지라도. 온전히 나만의 것이니까.

-이 하나의 사건은 심히 놀랍지만 등장인물들의 과거 또한 과거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어. 그러니 등장인물들에게 마음이 가는 거겠지.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소설이다. 전자의 이야기가 아닌, 후자의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소설가. 소설을 만들기 위해 이야기를 지어내는 게 아니라,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하고픈 이야기를 맘껏 하게 해주는 소설가.

 

 

7년 전 초고를 만든 소설은 몇년 전 신문에서 본 기사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박 작가는 "어느 사람이 무작위로 여러 사람에게 '모텔에 들어가는 것을 봤다'고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이를 받은 사람 중 반이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돈을 보내왔다는 기사를 보면서 모텔에 대해 써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집필 계기를 설명했다.

 

으악. 7년이나 잡고 있던 작품이라니. 작가의 끈기에 일단 박수를. 자신의 분신이랄 수 있는 하나의 작품을 저렇게 오래 품고 있다는 건, 그 만큼의 애정이 있다는 말. 이 소설은 허리 아래의 이야기가 있는 소설이다. 모텔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 모텔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이야기.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 약국도 어쩌면 허리 아래 이야기를 직업상 해야 되는 장소다.

 

 

1.

임신 테스트기를 사러 온 신혼의 부부가 약국에 들렀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목적이 뚜렷한 여자가 들렀고 남자는 약국 밖에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배회하다 부인의 부름을 받고 약국 안으로 끌려 들어왔다. 다른 사람들이 여럿 있었는데도 여자는 스스럼없이 이런 말을 했다.

-결혼하고 이제 6개월이 지나가는데 왜 이렇게 임신이 안되는지 모르겠어요. 혹시 남자가 조루면 임신이 잘 안 되나요? 조루면 정자가 난자까지 가기 힘이 들까요?

말하는 여자 말고는 모든 이의 얼굴이 붉어졌다. 특히 남자는 머리를 손을 매만지며 문을 열고 나갈 폼을 취하고 있었는데 여자의 진지한 나무람에 다시 자리에 앉았다. 나 역시 얼굴이 붉어질 농담의 내용이 아니라, 여자의 진지한 고민임을 알고 정자세를 취하고 대답을 했다.

-아직 오래 되지 않아서 조금 더 기다려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두 분 다 나이가 어리시니. 금슬이 좋으면 또 애기가 늦게 들어서잖아요. 지금은 배란테스트기를 사용해서 배란기를 맞춰서 임신준비를 해보시구요. 정 답답하면 그때 병원을 가 보세요. 아마 여자분의 경우, 남자분의 경우, 각각의 경우를 다 검사할 거에요. 요새는 직업 때문에 정자의 수가 작아지는 경우도 꽤 많기도 하구요.

-어머. 그래요? 어떤 직업이 그렇죠?

-제 친구가 비행기 조종사인데, 그 직업도 그런 모양이더라구요. 게다가 환경호르몬이 좀 위험합니까. 직업 뿐만 아니라 남자의 정자에 위해가 되는 물질 또한 상당하지요.

-그런데 조루를 치료하려면 어떤 방식을 써야 될까요?

여자는 임신보다 조루가 더 심각한 눈치다. 임신을 빙자해서 남편의 조루를 치료하고픈 걸까. 자고로, 병은 떠벌리고 다녀야 낫는 법이다.

-조루인지 아닌지는 시간상으로 따진다기 보다는 부부간의 만족도로 따지는 경우가 크구요. 남자는 심리적으로 조루가 올 수도 있어요. 생전 처음 해보는 행위여서 서투른 신혼의 조루도 꽤 되구요. 그리고 부인과는 안되면서 다른 여자와는 잘 되는 경우, 이런 사람은 심리적인 경우고요. 심리적인 상담에 병행해 '졸로푸트'라는 처방약을 쓰기도 해요. 그렇지 않은 경우는 '비아그라' 같은 약 처방도 있구요. 조루라는 상황이 사람에 따라 다 다른거니까, 일단 부부간에 대화를 먼저 해보는 게 좋을 거에요. 내가 원하는 건 이런 건데, 넌 어때? 라든지 어떤 부분이 특히 좋았어? 라든지. 말로 털어놓고 시작을 하면 의외로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도 하거든요.

 

1번은 허리 아래의 이야기는 병원 진료실 안, 보고 듣는 사람이 의사 한 명 뿐인 공간에서 내밀하게 하는 게 좋다, 라던 내 생각이 깨져 버린 계기가 되는 이야기다. 저런 이야기를 병원까지 가서 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거며, 저 이야기가 그토록 숨겨야 되는 이야기인 것인가, 라는 의문점이 생겼기 때문이다. 처음엔 남편의 부끄러움이 먼저 눈에 들어와 제발 여자가 입을 다물었으면, 라고 생각했지만 기왕에 여자가 입을 열었고 남자 또한 나가지 않고 내 이야기를 듣는 판국에야, 나로선 최선을 다할 일이다. 다양한 방법, 다양한 경우의 수에 대한 이야기를 객관적인 입장의 사람에게 듣게 되면 아무래도 자신들의 상황 또한 객관적으로 볼 수 있으니까.

 

 

2.

가끔 이른 저녁 약주를 드시고 헤롱거리는 상황에서 콘돔을 사러 오시는 아저씨가 있다.

-어떤 게 좋아?  이거는 말이지. 촉감이 무뎌서. 요새는 그런 거 있다믄서. 건조하지 않게 하는 거.

-아. 네. 그렇지요. 여성분의 아래가 건조한 경우는 질 윤활제가 있지요.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서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기면 아래가 건조해지니까요. 여성분이 자꾸 아파서 피하시면 이걸 쓰시는 것도 괜찮죠. 요새는 나이 드신 분도 많이들 찾으세요.

-그래? 그럼 이걸 쓰면 물이 줄줄 흐른단 말이지. 여자는 자고로..

얼굴이 무척 붉어지지만, 성희롱과 제품 설명의 아슬한 경계에서, 이 사람들이 이런 궁금점을 또 어디에서 물어보겠나 싶어서 붉어짐을 참고 말을 한다. 대부분의 경우는 이렇게 노골적인 표현을 쓰지 않고 점잖게들 말을 하신다. 그러나 어떤 표현을 쓰던 궁금한 건 매한가지고, 내가 답해야 하는 방식 또한 일관적이어야 한다. 가끔 흰머리의 노인이 오셔서 러브젤을 찾을 때, 늙은 할머니가 투덜거리면서 러브젤을 찾을 때, 그럴 때는 괜히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죽어도 좋아'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그들의 절절한 마음은 아직 늙지 않은 나에게도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다.

 

 

3.

혈압이나 당뇨, 기타 고지혈증 같은 질환과 똑같이 신경정신과, 비뇨기과, 산부인과적 질환은 같은 등급이다. 더 높고 더 낮지가 않다. 되려 더 상담이 필요한 부분이 후자의 가능성이 크다. 몸을 팔기 시작해 서울에서 지방으로, 다시 시골 소도시로 급이 떨어져 내려온 어느 여자는 피임약을 일년 내도록 먹는다. 생리를 하게 되면 몸을 팔 수가 없기 때문이다. 3주 복용 후 1주를 쉬어야 된다고 그렇게 잔소리를 해대도 소용이 없다. 다방 업주가 여자가 생리하는 꼴을 봐주지 않기 때문이며, 여자 또한 빨리 돈을 벌어야 되기 때문에 둘의 마음이 맞은 셈이다. 한동안 그렇게 먹던 여자는 어쩌다 좋은 남자를 물어 시집을 갔고, 가자마자 아이를 씀풍 낳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풍문으로 들은 이야기이지만 왠지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예술과 외설의 한끗 차이처럼

보통 사람들의 외설과 자신의 생활 속 일상은 섞인다.

 

 

 

<에메랄드궁>의 여자, 연희 또한 아이를 씀풍 낳았다. 남의 남자를 유혹해 임신도 하고, 야반도주도 했으나 행복은 쉽사리 찾아오지 않았다. 그 순간엔 죽어도 좋을 듯이 사랑했던 남자가, 지금은 곁에 있는 것 만으로 싫으며, 밥 먹는 것도 꼴 보기가 싫다. 힘들게 번 돈과 우연히 남편에게 생긴 돈을 합해 차린 모텔. 그곳에서 그들은 일을 하고, 잠을 자고, 생활을 한다. 시골 소도시 조차 밤이 되면 불야성인 모텔을 올려다볼 때면, 모텔을 드나드는 사람이 아니라 모텔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나는 궁금해졌다. 그들은 하루종일 무얼 하며 지낼까. 모텔을 지키는 사람. 모텔을 청소하는 사람. 모텔을 들락거리는 사람. 모텔에 달세를 끊고 기거하는 사람. 모텔에 몸을 팔러 오는 사람. 모텔 인근에서 포장마차를 하는 사람. 그리고 그들의 가족까지.

 

모텔에 얽혀 갖가지 사연을 주렁주렁 매달며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어쩜 그 주인은 콘돔을 사러 내 가게에 들렀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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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03-31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도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네요.
옛날에 동네 약사들은 죄다 여성이더라고요. 콘돔을 사야 하는데
도무지 말은 못하겠고 막 돌아다니다가 나이 지긋하신 남성분이 게식는 거 보고 냉큼 문열 열고 들어가는데
그 나이 지긋한 아저씨는 온 데 간 데 없고 불쑥 젊은 딸이 나오는 겁니다.
아버지, 어서 들어가서 식사하세요...
뭐 드릴까요 ?

아버지 약사분은 흐뭇한 표정으로 딸을 지켜보고 있더란 말이죠.
결국 박카스 하나 먹고 나왔습니다. ( 실화임.. )

달사르 2013-03-31 22:5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어린 시절의 이야기였나요? 겨우 한 군데 찾아서 안심을 하다가 순간 엄청 당황하셨겠어요. ㅎㅎㅎㅎㅎ. 아무래도 머쓱해하면서 들어오는 남정네들이 꽤 되죠. 차라리 얼굴을 모르면 상관없는데 아는 단골이라든가..의 경우는 콘돔을 살 때는 모르는 약국 가서 사더라는..

실은..약사들도 다른 약국에 들어가서 콘돔 사는 게 좀 부끄럽더라는 이야기를 하는 걸 들었습니다.
당장 저부터도..아..자신이 없어요. ㅋㅋㅋㅋ

다락방 2013-03-31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달사르님. 한수철님 말씀처럼 좋은 소설이 탄생할 것 같아요. 음, 제가 생각하기엔 한창훈의 [나는 여기가 좋다] 류의 소설이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요. 도전해봐요, 응원할게요!!

달사르 2013-03-31 23:04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이 소개해주시는 한창훈의 책을 읽어봐야겠어요.
모기장에 모기 들어오듯 단속을 해도 해도 들어오는 그놈의 정, 에 관한 이야기라니요.
급호감이 갑니다요. (헤헤. 다락방님의 리뷰를 벌써 훑어봤지용~)

일기 쓰듯 조금씩 조금씩 분량을 만들어볼까요? ^^

탄하 2013-04-07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뜻한 그린이네요.
민트색도 있어서 아주 시원합니다.

흐흐..예술과 외설의 한끗차이...^^
약국의 처방, 상담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지네요.
'이걸 쓰면 물이 줄줄 흐른단 말이지'에서 철푸덕..ㅋㅋ

어찌보면 동네 구멍가게에서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피어나는 곳이 약국인지도 모르겠네요.
진짜 약국에서 벌어진 일로 소설 한 권 써보셔도 좋겠어요.
정말 재밌고, 느끼는 것도 많아요.

달사르 2013-04-09 21:37   좋아요 0 | URL
색깔 이쁘지여? 둔황에 가서 슬쩍... 힛.

철푸덕..ㅠ.ㅠ 부끄럽습니다..ㅠ.ㅠ ㅎㅎㅎㅎ

이래저래..부탁받은 일도 마무리하고, 몇 가지 일 좀 더 정리해놓고..
제가 능력이 되는지 끄적거려라도 보게요.

하루키는 일과 마치고 어두컴컴한 부엌(인가 그 비스무리한 곳)에서도 글을 썼다던데..과연 작가가 된 사람들은 정말 그럴 만큼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 같애요.
 

 

 

 

 

 

 

 

 

 

 

 

 

 

 

나머지 두 명은 줄곧 창밖 어둠을 응시했다. 어둠 속에서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무엇인가를 보기는 하는 것일까. 어둠 속에 볼만한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을 나는 의심하지 않는다. 어둠은 늘 자기 속에 무엇인가를 담고 있었다. 어둠이 어두운 것은 그 안에 담고 있는 무엇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의 눈은 무엇인가를 보기 위해 열려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군인들이 지어 보이는 침울하고 완고한 표정은 그들과 같은 목적지를 향하고 있는 나에게 모종의 불안을 불러일으켰다. 불러일으키다니! 나는 무의식중에 불러낸 하나의 단어에 움찔했다. '불러일으켰다'고 하는 것은 그것이 내 안에 웅크리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불러내진 것들은 불러내질 때까지 누군가 불러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아주 작은 부름에도 즉각 반응하는 것이다. 심지어 불안은 누군가 불러 주지 않을까 봐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퇴근 무렵 약국은 갑자기 바빠졌다. 약속 시간이 빠듯한데 장기 처방전이 왔다. 카톡도 자꾸 띠링띠링 울린다. 몇 십 분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약국 문을 닫고 불을 끈 후 정리를 하기 위해 의자에 앉았다. 폰을 열었다. 여러 개의 문자 중 짧은 문자가 눈에 들어온다.

 

처방 프로그램을 끄고 컴퓨터를 끄려던 내 손이 멈칫했다. 내 마음보다 머리 속 뉴런이 보다 빨리 내 손에 정보를 전달했다. 컴퓨터 끄지마.

 

나는 여기저기를 클릭하면서 음악을 찾아 헤매고 글을 찾아 헤맸다. 컴컴한 어둠 속에서 홀로 밝은 컴퓨터는 조용한 음악을 들려주었다. 두둑. 눈물이 자판 위의 두 손등에 떨어진다. 애써 참으며 눈 안에 감추려던 눈물이 어느새 넘쳐 흘러버렸다. 짤막한 일상의 문자였지만 그 속엔 말하지 않은 것들,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가득 담고 있었다. 나 역시, 입 밖에 내지 못하는 말들을 삼켰고 그 말들은 속절없이 눈물이 되어 떨어졌다.

 

문득, 조용한 어둠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혼자 만의 공간에 있을 수 있는 잠시의 이 시간이 한때는 얼마나 진저리났던 시간인지는 더이상 떠오르지 않는다. 어둠이 무서워 밤에 불을 끄면 아침까지 절대로 눈을 뜨지 않았던 어린 시절은 저 만치 가버리고 이제는 어둠의 위로에 안식의 한숨을 내쉰다. 한때는 눈물 조차 말라버려 퍼석거리는 감정의 시기도 있었다. 울고 싶을 때 눈물이 나오지 않는 그 갑갑함은, 이산화탄소로 가득한 공간에 입에만 산소 마스크가 물려져 있어 겨우 숨만 쉴 뿐, 온몸의 모공이 막혀 그야 말로 기막힌 상황이랄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 이렇게 눈물이 흐르고 마음이 어지러운 상황이 나쁜 것 만은 아니다. 그래. 또 기운 내보자. 힘겨움이 다가오면 다시 흘러갈 때까지 지켜봐야지.

 

문단속을 다 마치고 퉁퉁 부은 눈을 가리기 위해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나섰다. 번화가에 접어드니 책정리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승우 리스트를 만들자 해놓고 몇 달째 그대로다. 집에 가면 이승우 책이 도대체 몇 권이나 있는지 좀 찾아보자. 한 번 읽고 나서도 자꾸자꾸 읽고 싶어지는 책을 쓰는 사람.

 

집에 와서 책을 찾으니 제법 높이가 쌓인다. 그중 한 권을 대충 집었다. <한낮의 시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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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불안을..책에게 들켜버린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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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03-31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종 정말 신기할 때가 있어요. 책 말이에요. 저도 어제 아비정전 새로운 스틸컷을 보고 마음이 싱숭생숭...
장만옥은 왜 양조위를 만났을까 ?

노트북이 나열된 책장 앞에 있어 자연히 책이 보이는 구조인데 갑자기 < 모두 다 예쁜 말들 > 이 생각나더군요.
다시 읽으려는 게 아니라 그냥 꼭 찾아야겠다는 것... 다 뒤져보았습니다. 한 30분 걸린 것 같네요. 새벽에

코매긔 다른 5권은 찾았는데 딱 그 책만 없더군요. 생각해 보니... 헤어진 여자가 가져갔던 책입니다.
책은 어떤 식으로든 어느 한 시점을 반영합니다.

달사르 2013-03-31 18:3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이승우의 많고 많은 책 중-10권도 넘음-에서 하필이면 저 책을 집어들었는지요.
읽다가 악! 소리가 나왔지 뭐에요.

4월이 되어가니 아비정전이 생각나는 거 같애요. 저는 내일이 마침 생일이라 친구에게 아비정전 비디오 사달라고 졸랐답니다. 힛.

<모두다 예쁜 말들>은 다락방님 책소개로 읽게 된 책이네요. 저도 이 책이 무척 좋았던지라, 이 책을 알고 있는 사람 보믄, 괜히 반갑고 그래요. ^^

헤어진 여자라..난 헤어진 남자에게 책 선물 같은 것도 안 했나봐요. 기억에 없다니..ㅠ.ㅠ (추억에 얽힌 책이라..알싸한 무언가가 있네요. 괜히 코 끝이 시큰?)

탄하 2013-04-07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정말 오랜만에 왔나봅니다.
그간 페이퍼가 2개나 올라왔는데 하나도 못 읽고...ㅠ.ㅠ

이승우라는 작가는 참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가인가봐요.
저도 어느분(dreamout님 아세요?) 서재에서 <지상의 노래>에 감동하시는 페이퍼를 보고 그 책을 샀는데,
음, 제가 늘 그렇듯 사 놓고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다른 분들도 이승우님을 잘 아시는 것 같았어요.
근데 오늘 보니 달사르님까지...!

발췌하신 글을 보니 그 이유를 알 듯 합니다.
저는 요만큼만 읽었는데 벌써 매료되네요. 항..
달사르님은 이승우 작가의 책 중 어떤 것이 가장 맘에 드셨어요?
<지상의 노래> 읽고 다른 작품을 하나 더 읽고 싶네요.

달사르 2013-04-09 21:3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2개나!!!!

정말..올해는 좀 페이퍼를 많이 써보고 싶은 생각인데..올해도 벌써 4월이에요.ㅠ.ㅠ
담에 분홍신님 들를 때 깜짝 놀라게 페이퍼 한 10개 정도 올려보고픈데 말이죠. 마음만 굴뚝. 힛.

아..저도 이승우님을 다른 분 소개(저는 다락방님. 힛.)로 알았어요. 그분도 이승우님 책에 완전 감동받으셨는데요. 제가 감동받은 건 한 일년도 훨씬 지난 뒤..? 일 거에요. 제가 처음에 읽은 책은 어렵기도 하고 감동보다는 생각할 거리가 많은 쪽이어서요. 그래서 담에 다시 읽자..하고 미뤄두고 한참 뒤에 우연히 다른 제목의 책을 읽었는데 그때는 와~했거든요.

그래서 이승우 책 왕창 사놓고 한 두달에 한 번씩 읽고 또 읽고 그래요. 가장 마음에 든 책은..그래서 아직 뽑지 못하고 있어요. 좀더 더 읽어보고 이렇게 페이퍼도 좀 올려보고..일단, 그럴려구요.


지상의 노래는..저도 아주 좋았던 느낌입니당.~~~(좀더 묵혀서 리뷰 쓸려고 아직 못쓰고 있는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