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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운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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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처음으로 소설의 세계를 알게 해 준 사람은 김훈이다. 그래서 괜찮은 소설을 발견하게 되면 아무래도 김훈과 비교를 하게 된다. 김훈은 이런 식인데 다른 작가는 이런 식이구나, 라고. 내가 소설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앞서 말했지만 김훈은 한 문장으로도 사람을 홀린다. 그 문장이 쌓이고 쌓이면 문장의 감옥에 갇혀 때로 오랜 시간을 방황하게 되기도 한다.

 

 

 

 바둑에 비유하자면 김훈은 산 정상에서 바둑을 (실제로) 두는 도인들 중 한 명이다. 독자인 나는 바둑을 구경하며 곁을 지키는 강아지라고나 할까. 모형 건축물에 비유하자면 김훈의 건축물은 빈 공간으로 시작한다. 소설의 첫 페이지를 펼치면 그제서야 김훈은 벽돌을 쌓는다. 쌓는 벽돌이 성이 될지 너른 광야가 될지는 김훈도 모르고 독자도 모른다. 김훈은 글을 써나가면서 공간을 확보하고 그의 세계를 펼친다. 등장인물들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고 등장인물들이 가고자 하는 바를 잘 이해하며 숨 쉴 수 있는 여지를 곳곳에 남긴다. 그래서 그의 세계는 한없이 넓어질 수 있다. 그것이 비루하든 고독하든. 김훈의 소설은 그래서 독자가 소설에 빠져들기 쉽다. 건물을 짓는 걸 구경하다보면 독자도 덩달아 응원하게 되고 마치 같이 집을 짓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도 된다. 어느순간 고개를 들어봤을 때 김훈의 건축물에 들어와 헤메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물론 빠져 나오는 비상구를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김훈은 아니다. 비상구는 셀프. 본인이 알아서.

 

 

 

 김애란은 (이미 다 두어버린) 바둑의 해설자다. 소설의 첫 페이지든 마지막 페이지든 어느 부분에서 한 번 정도는 김애란의 완성된 바둑판이 드러난다.그래서 가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빠지기도 한다. 

 

 서윤이 태국 지폐를 꺼내 은지에게 건넸다. 그러곤 문득 자신이 벌써부터 은지의 영어에 의지하고 있음을 느꼈다. 외국인과 단둘이 있다면 어떻게든 얘기해볼 수 있을 텐데. 같은 한국 사람이 곁에서 자신의 영어를 '평가'하고 있다 생각하니 쉽게 입이 떼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 두 사람이 겪을 불화의 작은 씨앗이 될 터였다.                   (p.259 호텔 니약 따)  

 

 즉, 독자는 작가가 가리키는 방향 외의 다른 방향을 보기가 힘이 든다. 작가가 독자의 시선을 한정시켜 놓는다. 나는 왠지 작가가 일부러 '한정'시키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 이유는 김애란의 세계관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21세기 한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루함을 '한정'된 세계 속에서 진저리나게 느껴보라고, 일부러 '고립'시키는 것 같다. 고립이 효과적이기 위해선 아무래도 배경이 하나인 것이 유리하니까. 독자는 집요하게 반복되는 문장을 읽으며 배경 속에 서서히 스며들게 된다.

 

 

 장마는 지속되고 수박은 맛없어진다. 여름이니까 그럴 수 있다. 전에도 이런 날이 있었다. 태양 아래, 잘 익은 단감처럼 단단했던 지구가 당도를 잃고 물러지던 날들이. 아주 먼데서 형성된 기류가 이곳까지 흘러와 내게 영향을 주던 시간이. 비가 내리고, 계속 내리고, 자꾸 내리던 시절이. 말하자면 세계가 점점 싱거워지던 날들이 말이다.

                                                                                                               (p.85. 물 속 골리앗)

 

 물러지던 날들이 (있었다), 영향을 주던 시간이 (있었다), 자꾸 내리던 시절이 (있었다) 처럼 김애란은 하나의 배경을 제법 여러 번의 반복으로 해석한다. 그 반복은 술어를 생략하면서 리듬을 타기도 하고, 시야를 바꾸면서 배경이 확대되었다 축소되었다 한다. 자꾸만 비가 내리는 시절이라는 평범한 말을 '세계'라는, 그리고 '지구'라는 단어를 써서 시야를 바꾸고 '당도를 잃고''싱거워지던' 이란 형용을 쓰면서 단일한 배경의 음영이 바뀐다. 물론 이 사건은 '내게 영향을 주는 시간'이기도 해서 세계적인 상황은 개인적인 상황이 되어버리고, 나와 세계는 연결이 된다. 브리핑에 비유하자면 완공된 건축물을 한 장면 보여준 후, 암전이 되었다가 하나씩 한 부분을 훑으며 세세하게 보여주는 형식이다. 얼핏 봤던 전체를 떠올리며 혹은 떠올리려 애써며 독자는 김애란의 후래쉬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가게 된다. 얼핏 김애란이 쳐놓은 그물이 눈에 뻔히 보이는 듯해서 갑갑한 느낌이 들 듯도 싶지만 그물은 생각보다 커서 읽는 내내 갑갑한 느낌이 들기는 커녕 벌써 마침표가 눈 앞에 있는 걸 보며 아쉬움이 느껴질 정도다.

 

결론은, 김애란의 소설은 재미있다.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너무 재미있어서 후딱 읽게 된다. 물론 읽고 나면 가슴이 뻥 뚫린다거나 시원한 청량제를 들이킨 느낌 같은 건 없다. 그러나 확실한 건 책을 읽기 전의 세상에 비해 읽고 난 후의 세상이 변한 게 없지만, 그래도 뭔가 하나의 '열쇠'를 손에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김훈의 비루함이나 던적스러움과 약간 다른, 이 지겹고 불안하기 그지없는, 미래도 보이지 않는, 그래서 차라리 행복을 기다리는 게 지겨워지지만, 너는 자라 겨우 내가 되겠지만, 그 뿐이지만 말이다. 김애란 역시 '열쇠'를 독자의 손에 쥐어주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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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3-01-10 0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현재까지 읽어본 한국의 현대작가는 대략 김영하, 정이현, 김중현정도가 되고, 김애란, 김연수, 신경숙, 은희경 작가는 관심을 갖고 있는 작가들이에요. 위의 글을 보니까, 정말 김훈의 스타일을 잘 표현하신 것 같아요. 읽어가면서 소설이 펼쳐지는, 일체의 부연설명이 없는 현장감? 김애란 작가는 그에 비해서 3인칭으로 소설자체를 감상할 수 있는 작법인가봐요. 궁금합니다. 요즘 고전문학이나 다른 장르도 꾸준히 읽지만, 상대적으로 소홀이했던 한국의 현대소설과 작가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차차 모두 읽게 되겠죠?

달사르 2013-01-13 14:13   좋아요 0 | URL
트란님도 조금씩 현대작가들에게 관심을 보이시는 중이군요. 저도 그래요. 저도 조금씩, 아주 조금씩요.
생각해보면 중지했던 독서를 새로 시작할 수 있게 해주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독서를 스톱시키고 사유에 몰입하게 해주는 작가가 있는 거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전자는 아래 소설 체인지킹의 작가 이영훈, 후자는 김훈이에요. 김훈 소설은 읽고나면 한동안은 암것도 못 읽겠더라구요. 그 여운이 너무 진해서 말이죠. 그래서 김훈의 작품은 오래도록 생각을 하게 되요. 몇 달 혹은 몇 년씩 말이죠.

김애란의 3인칭 소설, 전지적 작가 시점은요. 좀 고리타분하지 않나 싶었는데 의외로 김애란의 문체와 잘 맞았어요. 깔끔하면서 허전한 그 무엇. 현대인이 잃어버리고 가는 그 무엇의 정체가 도대체 무언지, 그걸 김애란은 말하려고 하는구나, 싶었어요.

탄하 2013-01-11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물속 골리앗>이 있어 눈여겨보고 있던 책이예요.
그 단편은 정말 잘 쓴데다 제 경험과도 유사한 점이 있어 아주 마음 속 깊이 남아있죠.
허리까지 쏟아진 비,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 비, 끊겨버린 전기, 수도...
거기서 누군가가 그리워지는 마음.

저도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재밌다는 것에 매우 동의합니다.
이 책은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지금 쏙~!

달사르 2013-01-13 15:01   좋아요 0 | URL
네. 단편들 모음에 <물속 골리앗>이 있던 걸 저도 봤어요.

끊겨버린 전기, 수도..는 어쩜 인류의 가까운 미래일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읽으면서 더 섬짓해지더라구요. 분홍신님의 경우 유사한 경험이 있어서 더 그랬겠어요. 아..정말이지 누군가 그리워지는 마음은 저럴 때일수록 더 커지잖아요. 괜히 서글퍼지기도 하고, 불쌍해지기도 하고, 그러다가 이겨내야지, 마음이 생기기도 하고.

ㅎㅎ 분홍신님의 리뷰가 기대됩니닷!!!

라로 2013-01-12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김애란의 소설 한번도 읽어보지 못했어요!!
재밌다니 저도 읽고싶어요!! 어느것부터 읽을가요???갑자기 고민,,ㅎㅎㅎㅎ

달사르 2013-01-13 15:07   좋아요 0 | URL
나비님, 저는 김애란의 소설이 이게 두 번째에요. 장편을 하나 읽었는데 그건 저와 좀 안 맞더라구요. 그래서 한국작가는 나와 코드가 안 맞나..했거든요. 그래서 이 소설도 좀 주저하다가 읽었는데요. 읽고나서 대박! 외쳤지 뭡니까. 이 소설은 권해드리고 싶어요. 한참 나중에라도 말이죠. ^^

노이에자이트 2013-01-19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애란 씨가 이상문학상을 받더군요.역대 최연소라고 합니다.

달사르 2013-01-21 13:17   좋아요 0 | URL
아. 그래요? 축하를 드려야되겠어요. 이상문학상 이미지와 맞는 듯해요.
 
체인지킹의 후예 - 제18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이영훈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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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설을 읽을 때면 사전을 옆에 놓고 읽어야 될 때가 종종 있다.  물론 종이 사전은 아니고 인터넷으로 단어 검색을 한다. 한국 사람이 한국어로 된 소설을 읽는데 도대체 모르는 단어가 그리도 많다면 그건 내가 교양이 떨어지는 이유도 크겠지만 작가가 부러 어려운 말을 집어넣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김소진이나 이문구 식의 구수한, 그러나 잊혀져가는 사투리나 아름다운 말을 문맥상 필요해서 중간중간에 끼워넣는다면 참을 수 있다. 오히려 그런 아름다운 단어를 새롭게 알게 되는 기쁨이 되기도 하니까. 그러나 현대물이면서, 문맥상 꼭 필요하지도 않으면서 어려운 말, 잘 쓰지 않는 말을 남발하는 소설을 읽게 되면 짜증이 난다. 몇 개 정도만 있으면 그래, 너 똑똑하구나..하고 말텐데 저기저기 허방다리처럼 박혀있으면 그야말로 책을 읽기가 싫어진다.

 

쉬운 단어로도, 그러니까 외국인이 우리나라 말을 배워서 소설을 쓴다고 쳤을 때도, 얼마든지 훌륭한 소설은 나올 수 있다. 아고타 크리스토퍼가 <존재에 세 가지 거짓말>에서 이미 증명을 해주었다. 이영훈은 한국 작가이지만 아고타 크리스토퍼와 같은 느낌이다. 명색이 작가인 그가 어려운 단어를 모르진 않을진대, 그렇다고 부러 쉬운 단어만을 찾아 쓰지도 않았다. 대신 그는 한 문장 속에서조차 홀리게 만드는 김훈의 미문(美文)과는 사뭇 다른 평범함 속의 아름다움을 문장으로 만들었다.

 

 

 

따뜻한 어느 여름날 밤, 병원 옥상에서 보험회사 직원 영호는 고객으로 만난 암환자 채연에게 청혼을 받는다. 자궁암이 걸린 주제에, 결혼도 했었던 주제에, 중학생 아이도 있으며 나이 마저 영호보다 8살이나 많은 주제에, 채연은 당당하게 영호에게 청혼을 한다. 당장 미래가 어떻게 될 지도 몰라 하던 일도 접고 신변 정리까지 해놓고 병원에 입원해 놓고서 말이다.

 

영호는 대답한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상사로부터 무슨 명령을 받은 사람처럼 영호는 대답한다. 배 속에서 따뜻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을 느끼면서. 자신은 저 말 말고는 다른 어떤 대답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머리를 밀어버려 반질반질 윤기가 나는 채연의 머리통에 바람이 산들, 부는 걸 눈으로 좇으면서.

 

 

 

영호가 채연에게 빠진 건 채연의  당당함 때문이었을까. 전국민의 상당수가 병력(病歷)으로 암을 가지고 있는 현대에서, 가족이나 친인척까지 따지고 들어가면 암과 연결이 안 되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은 시대에서, 아직도 암은 사람들에게 '무서움'의 대표주자이다. 그런데 여기 이 여자, 아주 당당하다. 자신이 암이 걸렸다는 걸 알자 보험회사에 직접 찾아가서 상황을 알린다. 처음 알았을 때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아마 눈이 빨개져서 한동안을 울었을 것이다. 얼마든지 전화로 말을 해도 되었다. 자신은 그러니까, 일종의 '피해자'인 것이다. 가해자가 없다고 피해자가 없는 건 아니다. 주위의 건강한 사람들 속에 자신만이 아프고 병들어 있다면 그것만으로 피해의식은 충분하니까. 혼란과 슬픔과 억울함, 이런 낯선 감정들이 채연을 훓고 지나간 뒤 채연은 말간 눈으로 세상을 정면으로 대한다. 입원하기 전 미장원에 가서 참담한 마음으로 의자에 앉아 수더분한 머리를 맡기는 대신, 머리가 한 올 한 올 빠지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머리를 밀어야하는 상황에 직면하는 대신, 자신의 선택으로 스스로 머리를 밀었다. 그리고 민머리가 되어서 햇볕이 따가운 여름날 낮에 거리를 걸어서 보험회사에 들른다. 그리고 채연과 영호의 첫 만남이 이루어진다.

 

 

이 부분은 소설의 도입 부분이다. 고작 15장에 불과하다. 심사평을 맡았던 김영하의 말처럼 내가 감동받은 앞부분은 맥거핀에 불과할 수 있다. 이후 전개되는 내용은 특촬물(특수촬영물)과 보험사기를 양 축으로 해서 박진감있게 전개된다. 특촬물과 보험사기라는 내용을 끌어내기 위해 앞부분을 도입했다면 맥거핀이 맞을 수 있겠다. 그러나 만약 앞부분이 메인이라면, 특촬물과 보험사기 이외에 다른 어떤 부분이 와도 무방하지 않을까. 이영훈에게는 충분히 그런 능력이 있어 보이며 그는 앞부분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건 이 부분이다. 그가 단어를 얼마나 고심하며 이 부분을 썼을지, 아니면 아주 당연히 이 부분을 썼을지 모르겠다. 고심을 했다면 이 단어가 가장 합당했기 때문이며, 직관으로 썼다면 이 단어 외의 다른 단어는 생각할 가치조차 없었기 때문이겠다.

 

여름밤은 따뜻하다. 빛은 희미하고, 공기는 느릿하다.

 

청혼을 받은 영호가 그순간  자연에게서 언은 느낌이다. 밤이니 빛은 희미했겠지만 청혼을 받은 순간은 특히 더 그러했겠다. 채연 이외의 주변이 제대로 보이기나 했겠나. 게다가 공기는 느릿하다. 여름밤 공기는 후텁하기도 하고 습기에 절어있기도 할텐데 저순간 공기는 느릿하다.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하는 영호와 달리 주변의 상황은 느리게 돌아간다. 어쩜, 영원 같기도 했을 그 순간. 그 순간의 공기는 느릿해서 꿈인듯 생시인듯 느껴지며, 대답을 기다리는 채연의 드러나지 않는 애타는 마음도 느껴지며, 둘의 사람의 미래를 살짝 드러내준다.

 

이영훈이 채연에게 부여한 당당함이 보기 좋다. 채연의 당당함이 영호에게 전달되고, 아들인 샘에게 전달되는 걸 보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암 걸린 사람을 환자로 보지 않고, 세상 다 산 사람처럼 그리지 않고, 사랑도 할 수 있고, 자식 걱정도 할 수 있고, 숨을 쉬고 있는 하나의 인격체로 그려줘서 참 좋았다. 이영훈이 다작(多作)을 했으면 좋겠다. 이영훈이 오래도록 작품을 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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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3-01-04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이영훈의 짧은 단편은 별로였는데 장편은 좋나보군요.
여름밤은 따뜻하다. 빛은 희미하고, 공기는 느릿하다...
겨울밤은 차갑다. 빛은 짙고, 공기는 날카롭다....
아 뭐래 ㅋㅋ 그나저나 달사르님 오랜만이에요! 저 보는 거 오랜만이시죠?

달사르 2013-01-06 22:07   좋아요 0 | URL
장편작가와 단편작가는 아무래도 좀 표가 나는 듯해요. 호흡에서 차이가 나니까요. 둘다 잘하기는 힘이 들테니까요. 저는 이영훈의 이번 작품이 처음이에요. 단편도 찾아서 읽어볼 생각입니닷.

ㅎㅎ 맞아요. 오랜만! 소이진님 잘 지내셨지요? 이제 한 학년 올라갔겠네요. ^^

poptrash 2013-01-04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어요. 무척 재미있게.
저도 "여름밤은 따뜻하다. 빛은 희미하고, 공기는 느릿하다."라는 문장에서 잠깐 읽기를 멈췄어요.
별다른 문장은 아닌데, 정말 별다른 문장은 아닌데 이상하게 시선을 끌더라고요,

달사르 2013-01-06 22:10   좋아요 0 | URL
맞지여? 별다른 문장이 아닌데 자꾸 시선을 끌어서 이게 대체 뭔가..하면서 몇 번이나 봤다니까요.
저기 저 문장에서 공기는 느리다..를 넣어서 읽어봤더니 영~ 이더라구요.
느리다와 느릿하다의 차이점을 이 소설 읽으면서 알았다니까요. ㅎ

팝님도 이 소설 읽으셨다니 이제 우리의 겹침은 오에 겐자부로 외 이영훈도 포함이 되는군요? ^^

다락방 2013-01-04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이 책 읽어야겠다고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있었는데, 달사르님은 벌써 읽으셨군요. 달사르님 이제는 자주 오실건가요? 이렇게 자주 리뷰 써주실거에요? 어쨌든 저도 이 책을 읽어볼게요.

달사르 2013-01-06 22:14   좋아요 0 | URL
넵!! 올해는 자주자주 들를께요. 게으른 달사르는 저리 가라. 훠어이~~

다락방님에게 이 소설이 어떤 느낌을 안겨줄지 궁금합니다. 저는 무척 따뜻하게 읽었거든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소설에서 중시하는 게 무엇인지 알았어요. 바로 따뜻한 시선. 이게 있는 사람의 글을 제가 좋아한다는 걸 말이죠.

프레이야 2013-01-05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투유~~ 담아갑니다.
달사르님, 전 이영훈은 처음이에요^^
근데 확 끌리네요.

달사르 2013-01-06 22:28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저도 처음이에요. 프레이야님의 녹음 목록에 이영훈 소설도 들어가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란 생각이 들긴 했어요.

조작된 마음과 진실된 마음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구분하게 된다..이런 느낌이 책 읽으면서 자꾸 들었어요. 도대체 책의 어느 부분이냐고 콕 찝어달라면 말은 못해주지만요. 저는 이영훈이 후자쪽, 진실된 마음으로 쓴 글의 느낌이 났구요. 좋은 독서 시간이 되길 바래요.

탄하 2013-01-06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이거예요. 제가 좋아하는 달사르님 글 스타일.
깊이 빨려들면서 넓게 번지는 느낌.
다작하시길 바라는 작가라니, 저도 궁금해집니다.
피유, <개그맨>의 김성중도 관심가는 신인작가인데 한 사람이 더 늘었네요.
어디 이들뿐이겠어요.^^

달사르 2013-01-06 22:35   좋아요 0 | URL
앗. 이런 스타일 좋아하세요? ^^

깊이 빨려들면서 넓게 번지는 느낌이라..제가 개인적으로 '번지다'란 서술어를 좋아하는데요. 물감이 번지듯 사람 간에 서로 번지는 그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나타나는 걸까..에 관심도 많구요. 그래서.. 분홍신님의 칭찬은 부끄러워하면서도 마구마구 받는 저니까, 입을 좌우로 길게 찢으며 기뻐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

김성중..은 이름을 들어본 작가에요. 저도 한 편 정도는 읽어본 듯도 해요.
 
안철수의 생각 -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
안철수 지음, 제정임 엮음 / 김영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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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포인트 100만, 넘겨버려요! 정치적인 생각이 제로인 우리 언니 같은 사람도 이 책 사려고 하는 정도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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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2-08-01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더운 여름에는, 특히 한국처럼 습하고 더운 여름에는 책을 읽고 생각하는 것이 쉽지 않은가봐요. 전체적으로 원래부터 active하신 분들 말고는 서친분들의 reading과 글이 조금 slow down된것 같네요. 달사르님은 어떻세요?

달사르 2012-12-30 22:27   좋아요 0 | URL
좀 오래도록 slow 했네요. ^^

이제 여름 다 지나가고 가을도 지나가고 흰눈이 줄기차게 펑펑 내리는 한겨울이에요. 트란님 계신 곳은 춥지 않나요? 시차가 여기랑 많이 나니까 그쪽은 무슨 계절인지 궁금하네요.

전 책을 읽는 것 마다 실패하고, 이제 겨우 한 권 성공한 듯 합니다. 그러니까, 그동안 책을 안 읽었다는 이야기가 되나요? 히힛. 그치만, 한 권이 성공했으니 이제 두 권 째에 도전을 해볼라구요. 트란님은 여전히 책 많이 읽으시지여?

transient-guest 2013-01-01 09:14   좋아요 0 | URL
정말 오랫만이에요. 자주-라고 하면 거짓말이구요, 달사르님 생각날때 가끔씩 들려도 아무 말씀이 없으셔서, 걱정아닌 걱정을 했답니다. 이제 2013년이에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좋은 일 가득하시고, 서재활동도 또 활발하게 해주세요. 건강하시구요.ㅎ 여긴 겨울이래도 눈은 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춥긴 매한가지네요.

달사르 2013-01-02 18:26   좋아요 0 | URL
넵. 그럴게요. 올해는 서재를 좀 자주 들락거릴려구요. 여기를 안 들어오니 책도 안 읽히는 거 있지요.
여기서 자주자주 봅시다~~~

라로 2012-08-06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사르님 언니는 저와 비슷한 과인가 봐요!!ㅋㅋ
저도 사려구요.헤~~~

달사르 2012-12-30 22:29   좋아요 0 | URL
선거가 끝이 나고 이제야 겨우 제정신으로 돌아오는 듯 하네요. 며칠 동안은 여기가 어디? 하면서 살았는데 말이죠. ^^
나비님이 저희 언니랑 비슷한가요? 하하. 성격도 왠지 닮아보이긴 해요. 완전 순딩이 같은 느낌. ^^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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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전작주의자를 하고 싶어하는 일 인이다. 그러나 출간된 모든 책들을 단박에 읽지는 않을 것 같다. 하루키가 소설을 일년에 몇 권씩 내어준다면야 아낌없이 읽겠지만, 완벽한 하루키월드가 그렇게 금방 나올 수도 없는 일이고 하니, 내가 양보를 해서 천천히 읽을 노릇이다. 그 와중에 하루키에 대한 갈망을 채울 수 있는 책이 에세이류일 것이다. 작년의 <잡문집>도 그렇게 생각하고 읽었다. 소설과는 다른 줄 알고 읽었지만 예상 외로 속 깊은 이야기가 많아서 아직까지 소화를 못하고 간간이 책을 들춰보며 소화를 하는 중이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이 책은 작년의 잡문집과 또 다르다. 이 책은 그러니까, 하루키가 썼지만 하루키류 소설과는 완전 빠빠이~를 한 책이라고나 할까.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사람들은 왜 책을 읽을까. 나는 또 왜 책을 읽을까. 책에는 구원이 있을까. 책에는 내가 바라는 그 무엇이 있어서 내가 책을 읽는 걸까. 그저 심심해서, 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아주 약간이라도 상위의 조건에 무엇이 포함될지 궁금할 때가 있다.  책과 무관한 삶을 대체적으로  살다가 책이란 신기한 세계를 기웃거릴 즈음 만난 조르바는 내게 책을 안 읽는 삶도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 책을 버리라고도 말을 한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경기를 할 노릇이다. 조르바는 책을 읽지는 않지만, 책을 읽고도 얻기 힘든 그 무엇을 가지고 있다. 자유. 하늘로부터 직접 내려온 듯한 그 선천적인 자유스러움. 그 자유가 참 보기 좋았다. 저자 니코스 카잔차키스 역시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일진대 조르바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데는 책이라는 매체로 인해 자칫 '교조주의'로 빠질 우려에 대한 배려일 것이다. 매번 책을 읽으면서 감동지점을 찾거나 교훈을 찾는 일이 사람들에게는 익숙하다. 책은 대개의 경우 삶의 휴식을 위해서 혹은 위로가 필요해서 읽는 경우가 많기에. 그리고 그런 (생을 흔드는) 감동적인 책과의 조우를  한 사람의 경우 다음 번 책에서 또 그런 지점을 알게 모르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멋진 경험은 내 생각에는 삶에서 한 두권의 책이 고작이지 않을까. 아니, 그런 (생을 흔드는 내지는 삶을 바꾸는) 감동적인 책을 접하게 된 것 자체가 행운이라 불러야 되지 않을까.

 

모든 책은 분명 목적이 있다. 그 목적이 교육이든 감동이든 경험이든 그 무엇이든. 그렇다면 그 무엇 중에는 '아무것도 안느끼기', '아무것도 감동안하기' 같은 것도 있지 않을까. 조르바가 만약 수많은 책들 중에서 한 권을 고른다면, 왠지 하루키의 이 책을 고르지 않을까 싶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계속 웃음이 나왔다. 이 책은 하루키라는 이름을 가진 동네오빠가 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는 기분이다. 하루키 오빠가 약국에 손님으로 약을 사러 들어왔다가 말끝에 무슨 화젯거리가 생겨 둘이서 신나게 이야기를 하듯이.

 

"요새 가뭄이 들어서 채소 가격이 장난이 아니에요. 다행히 이번 비로 채소들이 물을 많이 먹고 싱싱해져서 채소값이 좀 떨어졌으면 좋겠어요. 이제 농민들도 좀 한숨 돌리겠지요? 그런데 채소 이야기가 나오니 말이죠. 그 뭐냐..그..아, 맞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이란 영화에서 노인이 이런 말을 하잖아요? ....꿈을 좇지 않는 인생이란 채소나 다름없다...라고요. 캬..멋진 말이에요."

"그런데, 채소라면 어떤 채소 말이죠?"

"글쎄, 어떤 채소일까. 그렇지, 으음, 뭐 양배추 같은 거려나?"

"와하하하하"

"그런데 양배추요리는 뭐가 맛있던가요? 뭐니뭐니해도 실처럼 가늘게 채를 썰어 사발 가득 담아 마요네즈를 뿌려 먹는 게 젤루 맛있지 않나요?

"맞아요 맞아. 그런데 양배추롤 만은 정말 먹고 싶지 않아요. 젊은 시절 날마다 지겹도록 만들어봐서 말이죠."

"아하..그렇게 많이 양배추를 혹사시킨 거에요? 양배추 입장에서는 당신이 싫겠어요. 하하하"

"음..그럴지도요. 그러고보니 채소마다 마음이 있고 사정이 있겠어요. 채소의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면, 제가 이상한 사람일지도요? 양배추 아가씨가 나를 싫어하면 안되는데. 하하하"

 

대화가 끝나고 나면 손님은 약국을 나가서 가던 길을 가고, 나는 손님을 잊고 다시 하던 일을 하고 말이다. 그렇게 가볍고 산뜻한 대화다. 깊은 생각은 물론 삶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사람이 매번 깊은 생각만을 하고 살 순 없다. 아무리 성대한 만찬이라도 연속으로 두 끼 이상은 지겹듯이. 대신 매일 먹는 김치나 깍두기 같은 메뉴는 우리 곁을 늘 지키며 부담스럽지 않다. 이 책은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책에서 무언가를 애써 얻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그러니까, 청개구리를 위한 책이라고나 할까. 어쩌면 무언가를 얻으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그리고 음..혹시, 이런 책이 오히려 쓰기 더 힘들..지는 않을까? 무언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더 쉽지 않을까. 타인에게 뭔가를 전해주려는 욕심을 버리고 이런 담담한 글쓰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작가라면, 자기도 모르게 묘사나 아포리즘을 글 여기저기에 집어넣을텐데 이 책은 묘사도 없고, 아포리즘도 없다. 즉, 일체의 장식이 없는, 아무 맛도 나지 않는 한천 같은 책이라고나 할까. 다행히 나는 한천을 좋아한다. 그리고 이 책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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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2-07-06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지 않고도 얻는 경험을 존중하다는 자세는 말처럼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렵습니다.우리나라 대졸자들이 학번을 내세우며 벽을 쌓는 것은 중학교나 고교 졸업하고 바로 사회생활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이른 사회경험을 들으려는 자세가 애초에 없기 때문이죠.아마 한국의 대졸자는 조르바에게조차 학번을 물어볼 겁니다.

달사르 2012-07-11 10:34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저는 회사 같은 데는 다녀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구요. 다만 약국에서 어르신들이 학교가 어디냐, 학번이 뭐냐를 물으시는 건 많이 접했어요. 내가 어디 나왔는지 자기들이랑 무슨 상관인지? 의아해하면서, 물론! 가르쳐주진 않았죠. 가르쳐줄 이유가 없으니까요. 대신 그게 왜 궁금하냐고 반문은 많이 했습니다. 그러면 어르신들은 인근의 어디 약국은 어디 학교 나왔고, 등등을 주르륵 꿰고 있더라구요. 도대체 저걸 왜 알고 있는건지? 이해가 안되더라구요.이해관계가 없는 경우도 이러할 진대, 회사나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는 갖가지 다양한 사례가 있을 수 있겠구나..생각했어요. 조르바에게조차 학번을.하하. 그치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점점 늘어난다고 생각하렵니다. 제 맘대로요.히힛.


책을 읽지 않고도 얻는 경험과 짧은 가방끈을 같은 의미로 보시는 거지여? 음..그렇게 해석되기도 하겠어요. 노이에자이트님은 제 생각에서 한걸음 더 나가신거네요. 과연, 멀리 내다보시는 센스가.. ^^

저는 요즘 대졸이 아닌, 고졸 지인들이 참 많이 생겼어요. 그들과 이야기할 때 대화가 학교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는데요. 물론 무의식이긴 했지만, 그래도 제가 뭔가 잘난 척을 하진 않았나..좀 생각해봐야겠어요.근데 학교 이야기 말고도 이야기꺼리가 무척 많아서 학교 따위(!)는 생각나지도 않았긴 해요. 하하.

transient-guest 2012-07-07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작을 위한 책이 추가되나봐요. 하루키 에세이 전집이 또 왕창 쏟아져 나오던데, 중복이 있더라도 모두 구하고 싶은건 책수집가로서의 마음인것 같네요 (겹치는 책이 좀 있답니다 제가..ㅋ).
여러가지 책이 있고, 각각 맞는 때와 필요가 있지만, 저에겐 책은 그냥 친구같아요. 분석해서 무엇인가를 얻어내지 않아도 같이 있으면 그냥 넉넉한 그런 친구. 또 옛 친구처럼 한켠에 꽂아두고 잊어버렸다가 다시 만나도 좋은 그런 사람같이.
위의 상상은 참 재미있네요. 저도 가끔 유명인이 제 사무실에 케이스를 의뢰하러 오면 어떨까하는 다소 발칙한(?) 상상을 하거든요..ㅋㅋ

달사르 2012-07-11 11:36   좋아요 0 | URL
겹치는 책은 놔뒀다가 담에 지인에게 나눠주는 행복을..ㅎㅎ
요즘 하루키 에세이가 다섯 권인가 왕창 나왔다지여? 저것도 한꺼번에 안 사고 야곰야곰 살려구요. 트란님 접때 말씀처럼 저거는 품절 우려가 없으니까요. ㅎ

아! 친구! 갑자기 제 친구가 보고 싶어지네요. 책 같은 친구. 친구 같은 책. 문득 생각날 때, 그리울 때 연락할 수 있는 친구. 가끔은요. 그 그리움을 증폭시키기 위해 일부로 막 연락하고픈 거 참을 때도 있어요. 그러다가 막상 전화했는데, 상대방이 너무 반갑게 맞이해줄 때 그때의 그 기분..정말 좋더라구요. 그런 좋은 관계를 트란님은 책에게 발견하셨군요. 와.

ㅋㅋㅋ. 맞지여? 그런 상상하믄 재미있어염. ^^

라로 2012-07-08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소같은 책인거라고 저 혼자 이해,,^^;;
저는 하루키 에세이 좋아하고 채소같은 얘기 좋아하는데,,,덕분에 넘어갈 번 한 책을 건졌어요,,^^;
참!!이 리뷰의 제목 너무 좋아요!!!^^

달사르 2012-07-11 13:43   좋아요 0 | URL
어. 맞아요. 뤼야켈레벡님. 식물성 책, 채소 같은 책.
책 읽다가 말이죠. 양배추 이야기가 나오니까 양배추를 가지고 무슨 요리를 해보지? 싶어져서 요리 상상하느라 막 침을 질질 흘렀다니까요. ^^

히. 캄사합니닷!!! 정말로 저런 동네오빠 한 명 있었으면 좋겠어요. 흐흐흐.

탄하 2012-07-08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하루키의 새 에세이를 읽으셨군요.
리뷰를 보니 이전보다 훨씬 소소한 생활의 이야기가 주재료인 듯하네요.
그림으로 치면 피카소가 말년에 그린 심플한 드로잉처럼
그저 순진하고 가식없이 맘가는대로 쓴 글, 이렇게 이해해도 좋을지...
삶이 불편할 때 편안한 글이 마주하고 싶다면 이 책이 딱일 것 같습니다.

달사르 2012-07-11 13:45   좋아요 0 | URL
넵. 힘을 뺀 하루키야요. 하루키는 이번 에세이에서는 힘을 빼기로 작정한 듯합니다. 다음에 힘이 들어간 에세이를 읽게 되면 또 어떤 느낌일지 기대가 될 정도로 말이지요.
하루키가 자기 말로 낯도 가리고 부끄럼도 많고..라고 하는데요. 정말 그런 거 같애요. 거기에 플러스 알파로 장난꾸러기 하루키도 살짝 들어가고 말이지요.
정말 읽다보면 동네오빠가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는 느낌이라니까요? 하하

프레이야 2012-07-09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사르님, 땡스투유~~~

달사르 2012-07-11 13:46   좋아요 0 | URL
워매. 캄사요. 프레이야님~
확인했어염. 히힛.
땡스투, 좋아염~ >.<

마녀고양이 2012-07-09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익숙한 하루키의 문체.....
저는 하루키 매니아인데, <잡문집>이 별로라는 평이 하도 많아서 결국 안 사고 버티는 중이었거든요.
그런데 달사르님의 페이퍼를 보니, 사르르 넘어가버리네요.
아이, 참. 클났어요 클났어. ^^

달사르 2012-07-11 13:50   좋아요 0 | URL
그지여? <잡문집>이 별로라는 평이 많긴 해요. 저는 좋았는데 막상 리뷰를 쓸려니 그 느낌을 살리질 못해서 아직까지도 머리 속에 갖고만 있어요. 하하.

하루키의 익숙한 문체도 저 채소..에세이에는 별로 없다고 보셔야될 거에요. 물론 심플한 문체는 여전하지만요. 낯선 장소를 소개할 때 독자가 익숙해지도록 배경서사에 신경쓰는 부분이라든지, 여자의 구두 같은 소소한 배경에 특정언어를 쓰는 부분이라든지..그런 건 거의 빼버렸더라구요. 그런건 담에 쓸 소설을 위해서 아껴놓는건지 아니면 아예 분리를 하자는 의미인지 모르겠지만요. 암튼, 신선함도 있고 낯섬이나 당황스러움도 있고..그리고 편안함도 있고 그랬어요. ^^

책읽는나무 2012-07-14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하루키에 좀 빠졌다가 요즘 시들해졌지만..그래도 하루키 신간이라고 하면 좀 눈여겨봐지더라구요.
빠졌었던 기억은 옛사랑을 기억하는 것과 똑같겠죠?^^
에세이집을 읽어보리라 그리 맘먹어도 잘 안되네요.
책을 잘 안읽어서 그런가봐요.에휴~

헌데 하루키가 동네오빠라고 가정하여 약국에 들러 하루키 오빠랑 나누는 대화는 참말로 멋집니다.
영화의 한 장면인데요?
그냥 아는 이들끼리 오다 가다 만나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장면들이 책이나 영화에 나오잖아요.
근데 들어보면 결코 가벼운 대화 수준이 아닌 분명 무게감이 있는 대화인데,님의 말씀처럼 무게 있는 대화를 나누었음에도 또 언제 그런 대화를 나눴냐는 듯이 서로의 일을 찾아 가잖아요.
전 그런 장면을 볼때마다 실제로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무척 궁금했거든요.
오오~ 내가 생각한 딱 그장면을 달사르님이 그것도 하루키 오빠랑 대화를 나눠버리시다니~~
무척 아름답고도 왠지 모르게 질투가 나려네요.ㅎㅎ
이건 정말 비가 와서 그런거에요.비 때문이라고 체면을 걸어야만해요.ㅋ

달사르 2012-07-16 20:49   좋아요 0 | URL
히히히히. 빨간 부분은 실지로 책에 나오는 부분이구요. 나머지 부분은 제가 끼어맞춘 거랍니다.
간혹 저녁 조용한 시간에 정말 저렇게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거든요. 특히!!! 남정네와 말이지요. 꺄하하하.
그럴 때 기분이 참 좋아요. 왠지 운치도 느껴지고 말이죠. 매대를 사이에 두고, 한쪽은 약을 사러 왔고 다른쪽은 약을 팔기 위해 서 있지만, 그것과 상관없는 이야기도 얼마든지 저렇듯 훈훈하게 나눌 수 있더라구요. 대화가 끝이 나고 서로 가던 길 가고, 하던 일 하는 그 부분도 제 경험담이구요. 히히히히히히.

그나저나 하루키가 정말 내 약국에 오면 영어를 쓰겠지여? 아..곤란한데... 하하하하하하하하. 한국말 좀 배워서 올려나요? 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님이 하루키 팬이라시니 더 반가워용~~~~

다락방 2012-07-19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나는 하루키의 책을 읽는 달사르님도 좋은데 하루키의 책으로 이런 리뷰를 쓰는 달사르님도 좋아요. 저도 이 책 사두었어요. 어서 빨리 읽어야겠어요. 헤헷 :)

달사르 2012-07-19 10:59   좋아요 0 | URL
ㅎㅎ 하루키 책은 야곰야곰.
하루키 잡문집이나 에세이는 독자를 책 속에 있는 내용에 한정시키지 않고 책을 벗어나 상상을 막 하게 하는 그런 기폭제 역할을 하는 거 같애요. 물론 하루키 소설도 같은 맥락이긴 하지만요.
저는 이제 하루키..생각하면 '장난꾸러기'가 먼저 떠오른답니다.
물론, 다락방님 하면, '재간둥이', '귀염둥이' 뭐 이런 거.. ^^
 
김홍희 몽골방랑 -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김홍희 지음 / 예담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아마도 그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길을 나서고, 길 위에 오르며, 길을 찾아다니지 않을까.

낯선 여행길에 만난 사람들,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 그 사람들은 '낯섬'이라는 이유로 먼 훗날의 그리움을 앞당긴다.

 

책표지다. 표지를 들추면 검은 속지가 나온다. 나는 책의 속지 색깔을 유심히 보는 편인데 김홍희는 검은 색을 택했다.  사진이 인화되기 전의 검은 방의 느낌. 세상에 나오기 전의 어머니 뱃 속 자궁의 느낌. 검은 색은 탄생 직전의 색깔, 여명 직전의 색깔이다. 표지를 들추려다보면 왼쪽도 같이 들리는데 살짝 들여다보면 표지와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장면이 나온다. 어떤 의미일까. 김홍희는 카메라의 셔터를 깜박이는 눈에 비유한다.

 

 

 

 

어떤 것을 보는 순간은 뜬 눈이지만, 메모리가 되는 시간은 눈을 깜박이는 탄지의 순간이다. 그러니 실제로 촬영되는 어떤 광경이란 실제로는 사진가가 보지 못하는 순간이다. 그것이 카메라의 숙명이자, 사진가의 운명이다. 우리는 보이는 것을 찍는 척하지만, 실은 보이지 않는 것을 찍는다. (중략)

 

그것들은 내가 거기 있었다는 증언이 되어 떠돈다. 그러나 그 증언은 나는  거기 있었지만 실은 그것을 보지 못했다는 또 다른 사실의 증거이기도 하다.

 

                                                                                                           p.21

 

 

 

김홍희의 몽골방랑은 몽골 소개가 아니다. 미리 당긴 그리움으로 그동안 제법 알게 된 몽골의 풍경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새로운 것에 대한 소개도 없다. 유명한 곳을 찾아가지도 않는다. 그가 보고 싶었던 건 발길 가는데로 가다보면 뭐가 나오나, 가 아니었을까. 길 위에는 사람이 있고 그리하여 사람을 알게 되고, 알아듣든지 말든지 간에 사람 말소리를 듣게 되고, 밥을 먹고, 자고, 말 보러 가며 낯섬을 곱씹는다. 여기서 말 보러 간다는 말은 몽골식의 화장실 가는 풍경을 지칭한다. 하지만 김홍희는 이 표현을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써먹지 않았다. 아마 일부러 안 써먹은 듯하다. '차이'를 느끼러 간 여행이 아니기 때문에 이 표현을 쓸 이유가 없었을까. 그는 그저 그곳에서 아이들의 사진을 찍었을 뿐이다. 두루마리 휴지를 말아 몸 하나 감추기 버거운 작은 바위 뒤에 숨어 볼 일을 보는 그와 달리, 사방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휴지도 없이 일을 보는 몽골의 아이에게 부끄러워하면서.

 

 

 

카메라가 정면으로 그들의 얼굴을 겨누자 하던 일을 멈추고 약간 경직된 듯이 렌즈 속 깊은 곳으로 던진 눈빛은 무차별한 어떤 힘에 대한 반항이나 분노 같은 것이었다. 수바뜨라는 말놀이를 하며 내 주위를 맴돌앗고, 누이 아무라도 가까이 오지는 않았지만 내내 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는데 불쑥 카메라를 코앞에 들이댄 순간 둘의 태도가 그렇게 바뀌었던 것이다.

 

                                                                                                       p.60

 

 

 

 

몽골 특유의 집인 게르, 몽골 특유의 돌탑인 어워, 몽골식 사냥인 매 사냥도 김홍희에게는 어느 나라에나 흔히 있는 주유소를 찍을 때와 같은 느낌인 듯하다. 특별하게 생각되는 것은 이윽고 보편의 자리로 퇴락하고야 만다는 의미일까. 우리에겐 특별한 것이 그 나라 사람에겐 일상일 터이고 그렇다면 낯선 여행객에 불과한 타인인 우리가 굳이 호들갑을 떨 필요가 있을까, 라는 의미일까. 김홍희의 여행은 특정 장소조차 보편화시켜 여행 그 자체의 의미에 집중시킨다. 지구별을 여행하는 우리에게 특정 장소가 보편 장소이고, 보편 장소가 특정 장소와 같다는 걸 이미 안다는 듯이. 그는 특정 장소를 보편화시키는 신기한 마법을 부려 그곳의 사람들까지 보편적으로 만든다. 평생 만나볼 일 없는 사진 속 사람들이 보편화되어 내 시야에 들어온다. 김홍희가 그렇게 그들과 만났고 그 만남들은 한 장의 사진이 되어 나와 만난다. 그들과 나의 만남에 안면이 없어도 공히 느껴지는 이 무엇. 이 무엇의 정체가 무엇일까.

 

김홍희의 무심한 듯 보이는 방랑의 매력에 빠져 들 즈음에 신기루가 나왔다.신기루도 김홍희에게 보편의 자리일까. 괜히 궁금해진다. 사진을 찍는 행위가 이미 눈 감은 순간의 장면임을 눈치챈 김홍희에게 신기루 역시 가짜 장면이다. 한 장의 사진이 과거라는 시공의 논증에 불과하다면 도대체 황량한 사막 위를 몇날 며칠을 달려 한 장의 사진을 구하겠다는 이 행위 역시 무의미하지 않은가. 사진을 찍는 사진가의 정체성의 혼란에 빠지는 순간이다.  그러나, 신기루가 신기루이기 때문일까. 김홍희가 신기루가 신기루임을 인정했기 때문일까. 갈증과 허기를 느끼며 생라면을 씹고 목 마른 입에 물을 들이붓는 순간 어떤 생각이 스쳤다. 김홍희는 이미 찍은 신기루 사진들을 돌려보았고 이미 지나쳐왔지만 사진기 안에 생생하게 찍혀있는 신기루를 보면서 자각했다. 한 정점의 순간이다.

 

 

 

그것은 '여기 한 장의 사진이 있구나' 하는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신기루란 이런 것이구나'하는 증명의 사진도 아니었다. 신기루를 보고 황홀경에 빠져 있던 과거 시간의 내가 거기에 있었다. 그 순간에 빠진 황홀경의 감흥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감흥은 더 증폭되어 현재 나에게로 전이되었다. 눈으로 보는 사진이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을 고스한히 찍고 전이시켰다. 그것은 시공을 넘어선 짜릿한 교감이었다.

 

                                                                                                p.146

 

 

 

 

그리고..

머나먼 이국의 내가 같은 사진을 보면서 김홍희의 느낌을 교감할 수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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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하 2012-06-07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사르님의 글이랑 발췌하신 글들이 너무 좋아서 꽤 천천히 곱씹으며 읽었어요.
그리고 한참 생각했죠. 이렇게 특별하지도 않고(말씀대로 특별한 것까지 보편화시키고), 때론 황량하기까지 한 사진들에 왜 제가 매료되었을까..하구요. 아마도 기대(의 몽골)->기대의 무너짐->공허->방랑의 지속->의지->구도자의 느낌..이런 흐름이 뭔가 마음을 정화시켰기에 그렇지 않았나 결론지어 봅니다.

이런, 제 페이퍼 쓰러 왔다가 달사르님 리뷰만 열심히 읽고 가네요.^^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지요~!)

달사르 2012-06-07 12:29   좋아요 0 | URL
네. 이런 사진집은 처음 봤어요. 김홍희 님은 사진과 풍경, 그리고 그 사이의 사진가라는 기본설정에 대한 고민을 줄기차게 하시는 분 같애요. 언젠가 지인에게 이런 말을 들었는데요. 자신의 직업, 자신의 일상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 그것은 아주 특별한 능력이라구요.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이미 가진 것 말고 자신에게 없는 것에 대한 환상을 품으며 그것을 갈망하고 또 그것을 가지는 방법에 대해 골몰하기 마련인데요. 김홍희 님은 자신에게 이미 존재하는 것의 의미에 대해 꾸준하게 생각하고 그것으로서 다시 세상을 비춰보는 그런 철학적 마인드가 보이더라구요. 분홍신님이 화살표로 언급하신 그런 마음과 김홍희님의 그런 마음의 접점이 있었기에 이 책이 분홍신님에게 좋았나봐요. 저에게도 마찬가지이구요.

그래서, 이분을 소개해준 분홍신님에게 고맙다는..(쑥스..) 알라딘의 페이퍼, 리뷰를 읽으며 이런 좋은 사람을 책으로, 사진으로 알게 되는 기쁨, 그리고 이것에 대해 같이 이야기 할 수 있는 벗의 존재를 새삼 느꼈다고나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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