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푹, 빠져 배우고 있네요. 아치형 창문처럼 생긴 저것이 손톱이랍니다. 아치형 부분이 손톱반달 쪽이구요. 직선 부분이 손톱 끝 부분입니다. 종이 손톱을 요령있게 채우는 법을 연습 중인데요. 검은 선을 넘어서지도 않게, 모자라지도 않게 적당히 채워야 됩니다. 먼저 중간선을 한 번 내리고, 오른쪽 왼쪽을 메꾼 후 손톱 끝 라인을 한번 돌려줍니다. 3번으로 나눠서 칠하는 거지요. 매니큐어 통은 다른 손으로 잡고서 사용하는 편이 편하므로, 처음부터 왼손으로 통을 잡는 연습을 했구요. 중지 이하 세 개 손가락으로 잡았어요. 엄지와 검지는 고객의 손톱을 잡아야 되기 때문에 비워둬야 합니다. 고객? 이라시니 뭔말인가 하셨나요? 하하. 이건 취업과정으로 배우는 기술 중 하나라서요. 그래서 완전 빡시게 수업을 합니다. 이 수업 듣고 네일샵 차릴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니 수업 분위기도 엄청 진지하구요. 일주일에 2번인데 한번에 3시간을 풀타임으로 합니다. 헥헥..

 

 

 

 

대학교 산하 평생교육원에서 진행되는 수업이라 교수진도 빵빵하고 수업도 알차고 회비도 저렴합니다. 6개월에 고작 5만원!  수강생 연령대도 다양합니다. 19살이 2명인데요. 한 명은 고딩 남자애, 한 명은 학교 안 다니고 검정고시 준비하는 여자애, 20살 대딩도 있구요, 20대 직장인들, 30대 직장인, 주부들, 40대, 심지어 50대까지. 직업도 다양하네요. 학교 샘, 증권사 직원, 개인 샾 운영, 미래에 호주에서 네일 샾을 열 계획인 사람 등등.

 

이제 5번 수업을 들었어요. 4번째 수업은 폭풍우 때문에 약국을 지키느라 못 들어서요, 5번째 수업에 좀 고생했네요. 당췌 용어들이 뭔지 알 수가 있어야지요. 손톱 끝을 우선 사포 같은 걸로 문지르구요.  그 다음에 손톱 표면을 또 문지릅니다. 이유는 표면의 거친 부분을 정리하고 나중에 메니큐어가 잘 먹게 하기 위해서 같애요. 발톱에 바르는 무좀약도 사포로 문지른 다음에 바르니까 같은 원리겠네요. 아, 사포로 손톱을 문지를 때는 기분이 정말 안 좋았어요. 지금도 그 기분이 남아 있네요. 슥삭슥삭 소리도 듣기 싫었는데 손톱 밑 살에 전달되는 그 미묘한 불쾌감이라니..  이제 손톱 반달 쪽의 살을 끌칼로 밀어서 작은 가위로 정리하는 일이 남았네요. 아! 단어가 하나 떠올랐어요. 큐티클. 손톱 반달 쪽 살의 이름이 큐티클인가봐요. 큐티클을 정리한다, 라는 말이 머릿속 어딘가에 남아있었나봐요.

 

어제 큐티클을 정리하고나니 시간이 좀 남더라구요. 그래서 파트너에게 매니큐어를 좀 발라달라고 했어요. 앞으로 계속 연습을 해야되니 미리 연습하는 셈치고 발라보자구 꼬셨죠. 실은 큐티클 정리할 때 파트너가 내 손에 피를 좀 냈어요. 가위로 살을 자르는데 피가 안 날 수 없죠. 원장샘이 지혈제를 막 찾으시고, 파트너가 막 미안해하고 하는데 나는 좀 의아했어요. 약국에서는 매일 손을 다치니까, 이 정도 쯤이야 그야말로 아무 일도 아닌 일, 이었거든요. 그래서 에이~ 냅둬요! 뭐 이 정도 가지구요. 그치만, 이런 게 일상이 아닌 사람에겐 좀 그럴 수도 있는 일인가봐요. 파트너가 계속 미안해하길래 제가 분위기 전환 겸 메니큐어를 발라달라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너무 이쁘게 나왔지 뭐에요. 다들 주위에서 이쁘다고 난립니다. 제 손이 너무 이쁘다나요? 아니, 매일같이 가루약에, 박스 들고 나르는 노가다에, 수시로 씻어 제껴서 손이 거칠대로 거친대도 이쁘다고 말을 해줍니다. 기분이 좋네요. 괜히 거친 손이 좀 덜 거칠게 보이기도 하네요. 히. 씨익.

 

집에 와서 사진 찍고 혼자서 난리가 아닙니다. 마침 보던 책 위에 메니큐어 바른 손을 올려놔 봅니다. 섹쉬합니다! 음, 좋네요. 몇 년 만에 바르는 메니큐어인지..ㅠ.ㅠ  밑의 판때기는 웬디양님의 포스팅 꼬시김에 넘어가서 그날로 질러버린 좌식책상입니닷.  아마 한동안은 책을 읽는 용도가 아닌 메니큐어 연습용 책상이 될 거 같네요.

 

 

 

 

좀 더 섹쉬한 사진을 찍어보고 싶어졌어요. 음. 남정네의 와이셔츠에, 혹은 남정네의 가슴에 손을 얹은 사진이라면 아주 섹쉬할텐데..그런 남자모델이 집안엔 없네요. 후줄구레 아빠도 노! 술고래 형부도 노! 무럭무럭 자라는 조카...?  음..아직은 좀 어리..겠지요?  뭐 그럼 내 옷으로 하면 되지요. 마침 벗어놓은 가디건 색깔이 차분한 색깔입니다. 붉은 정열의 색 빨간색과 어울리는 색입니다. ㅎㅎ 오동통한 손이 그나마 가늘게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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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7-20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색깔 진짜 짱이네요!

달사르 2012-07-20 12:52   좋아요 0 | URL
이쁘지여? 빨간색이 저리 이쁜 색이었네요!
ㅎ 담에는 알록달록 무지개 색으루다. ^^

다락방 2012-07-20 15:22   좋아요 0 | URL
근데 달사르님 손이 제 손하고 많이 비슷한 것 같아요. 처음엔 제 손인줄 알았......

달사르 2012-07-20 16:16   좋아요 0 | URL
히히히. 저는 손 닮은 사람 좋아염.
오동통 너구리 면가락처럼 통통한 손. 그야말로 잡고 싶은 손 아닙니까? ( ")

자목련 2012-07-20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강, 정말 예뻐요. 노랑, 파랑, 연두, 초록 손톱도 보여주세요.
곁에 둔 책에(포맷하시겠습니까?)속 김애란의 단편 제목이 <큐티클>이던데 네일아트에 관한 부분도 나오겠군요.아직 읽지는 못했어요. ㅎㅎ

달사르 2012-07-20 16:20   좋아요 0 | URL
넵!그럴께요. 지금은 빨간색 밖에 받은 게 없는데요. 담에 다른 색깔 받으면 받자마자 보여드릴께욧.

앗. 포맷하시겠습니까? 제목을 어디서 봤다..했더니 김애란 작품이군요. 하하. 큐티클, 이라는 단편이 있다면 저도 봐야겠군요. 빨랑 읽으십시오! 재미있는지 어떤지 말씀해주시면 저도 덩달아..ㅎㅎ

단편 읽고 나서, 달사르 판 <큐티클>을 써보도록 하겠슴돠. 히히히히히힛.

hnine 2012-07-20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직선부분이 손톱뿌리 부분이군요.
저 같이 꼼꼼하지 못하고 덜렁거리는 사람은 색칠 하는데 아주 취약해요.
그런데 꼼꼼한 것도 꼼꼼한거지만, 색에 대한 감각이 있어야겠네요.
예뻐요. 불투명 파스텔 연두색 사다가 제가 제 손톱에 몇번 발라본 적 있는데, 예쁘더라고요. 색깔이요 ^^

달사르 2012-07-20 17:02   좋아요 0 | URL
직선부분이 손끝 부분요. 손톱깍기로 잘라내는 부분.
손톱뿌리 부분은 곡선 부분.
우리도 수업 시간 내내 반대로 알았다가 나중에서야 제대로 알았지 뭐에요. 곡선 부분이 손톱뿌리의 반달 부분이래요.
ㅎㅎㅎ 덜렁거리는 저도, 좀 겁이 났는데요. 계속 하다보니 되더라구요. 근데 19살 여자애는 해도해도 안 되더라구요. ㅋㅋㅋ 그래서 다들 막 웃었는데요. 다음에 정작 네일샾은 그 여자애가 차릴 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그 여자애의 미래는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열려있으니 매일매일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면 언젠가는 아주 이쁘게 할 수 있을 거 같애요. 그렇게되면 우리 나머지 사람들이 그 여자애 네일샾에 고객으로 찾아가는 거구요. 뭐시기야~ 언니들 왔다. 특별히 이쁘게 다듬어줘야해~ 알지~? 뭐 이럼서요. ㅎㅎㅎ

맞아요. 색에 대한 감감도 중요하다고 해서요. 그 수업도 했어요. 덕분에 옷 입는 감각도 배우게 생겼어요. ^^ 아, 맞지여. 파스텔 연두색이 잘 어울리시는군요. 그 색깔이요. 안정적인 색깔이래요. 마음에 평화가 있고 여유롭고 안정적인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색이래요. hnine님과 딱 맞아보여요. ^^

마노아 2012-07-20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맞게 영글은 과일 색이네요. 탐스러워요. 스페인의 열정적인 춤이 생각나버렸어요. 카르멘인가요? ^^

달사르 2012-07-23 13:28   좋아요 0 | URL
빨간색 매니큐어는 대개 촌스러운데 이 색은 정말 이쁘지요? 몇 개 더 받아놨다가 지인들에게 나눠줄까 싶을 정도로 이뻐요. 마노아님 말씀처럼 정말 탐스러워요. 이제 여름인데 비즈 잘 만드시는 마노아님에게도 어울릴 거 같애요.

ㅎㅎㅎㅎ 카르멘. ㅎㅎㅎㅎ. 괜히 춤도 덩실덩실 추고 싶어지는데요. ^^

카스피 2012-07-20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색깔도 참 이쁘지만 달사르님 손도 넘 이쁘시네요^^

달사르 2012-07-23 13:31   좋아요 0 | URL
히힛. 고맙습니닷.
벌써 군데군데 벗겨져서 난리가 아니네요. 탑코트인지 뭔지 발라야된다더니, 귀찮아서 안 발랐더니..ㅠ.ㅠ


2012-07-23 2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30 2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탄하 2012-07-24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저렇게 연습을 하는군요. 저는 처음 봐요.@.@
첨엔 직선부분이 반달이라고(방향상) 생각했는데 아치쪽이 반달부분이군요.
흣, 달사르님의 손, 정말 오동통하고 귀여워요.
근데 빨간색을 바르고 하늘빛 가디건 앞에 대니까 은근 사이키델릭해 보이네요.

2012-12-30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금요일 저녁엔 인근 대학에 있는 평생교육원을 찾아간다. 퇴근 시간을 무려 2시간이나 앞당겨가기 때문에 담날부터해서 몇 일간은 손님들의 잔소리를 들어야한다. '매일 늦게까지 문 열어주던 양반이 왠 일이래? 선 보러 갔어요?' 부터 해서, '기껏 왔는데 문 닫혀 있으면 얼마나 허전한지 알아요? 당신이 없는 다른 약국은 가기 싫어서 그냥 아파도 참고 집에 갔어요. 담부턴 일찍 문 닫지 말아요.' 까지.  

그런 애정어린 잔소리를 다 들어주고 나서 "왔는데 껌껌하니 문이 닫혀 있으면 기분이 좀 그렇죠? 미안해서 어떡하죠. 죄송해요. 음..실은, 제가 뭘 배우고 싶은데, 시간이 하도 안 나서요. 다행히 인근 대학교에서 밤에 수업이 있길래 요즘 거기 다녀요. 앞으로 금요일은 항상 이렇게 조금 일찍 마칠 거에요. 조금만 봐주세요" 

물론! 이런 식의 뉘앙스만 서로 왔다갔다 했을 뿐이지 실지 대화는 절때루!! 이렇진 않다. 위의 대화는 그저 멀건 곰국일 뿐이다. 그렇게 싱거운 건 촌사람들은 못 먹는다. 촌사람들 특유의 투박하고 퉁명스러운 말투가 양념으로 팍팍 뿌려져야 맛있는 곰국이 된다. "아이고 마. 약방을 그렇게 비우믄 우짜요. 찌랄염병이네 마. 고마이나 많이 배우고 공부는 또 무신 공부를 한다꼬. 내가 몇 번이나 여기 왔다갔는 줄 알아요? 내가 왔는데 말이야 문이 팍 닫쳤고 말이야, 아이고 마. 여가 단골이라 어데 따른 데 가도 못하고 마. 밤새 끙끙 앓았다 아니요. 내가 약방을 바꿀 수도 없고 말이지. 아이고 참말로. 남사스러버서"  뭐 대충 이런 정도? 물론 내 대답도 투박하긴 매한가지다. 

문을 닫고 나오는 길에 나를 찾아온 손님과 마주치기라도 하면 그것만큼 곤란한 일이 없다.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가서 약을 주고 나오려면 시간이 또 몇 분 허비되기 때문에, 안 그래도 늦은 마당인지라 무척 미안해하며 죄송하다고 머리를 조아리는 수 밖에 없다. 그렇게 겨우 약국 문을 나서며 자전거를 집어탄다. 강바람이 시원하다. 어디 가는 길인지는 금새 잊어버리고 시원한 강바람에 신이 난다. 후후 휘파람을 불어가며 등 뒤에 짊어진 가방을 으쓱이며 신나게 페달을 밟다가 또 금새 얼굴이 찡그려진다. 다리가 아프다.ㅜ.ㅜ 저질 체력 표내는 것처럼 다리가 욱씬거린다. 에잇에잇. 할 수 없이 기어를 풀었다. 이제 좀 낫다. 신호들을 몇 개를 지나고나니 전문대 입구다. 여기서부터는 자전거를 내려야한다. 45도 각도의 비탈길을 헥헥거리며 오르는데 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둘이서 꺅꺅거리며 자전거를 타고 내려온다. 발도 페달에서 뗐고 브레이크도 잡지 않고 그저 젊음의 패기 하나로 내려온다. 뒷자리의 여자는 거의 실신의 목소리를 내지른다. 걱정이 되어 잠시 멈추고 바라봤더니 다행히 무탈하게 끝까지 내려갔다. 지금은 이렇게 힘들게 오르막길을 오르지만 나도 나중에 집에 갈 때는 저래야지, 불끈! 

조금 많이 늦었다. 강의실 뒷문으로 살짜기 들어가니 책들을 펴놓고 수업 중이다. 구석진 뒷좌석에 조용히 앉아서 수업을 들었다. 지난 학기 신청 때 받았던 책을 미처 못 들고 왔다. 지난 번 수업 때는 강의가 지루하더니 임상경험이 좀 생겨서 그런지 이번 수업은 꽤 재미있다. 문이 삐걱거리며 열린다. 나보다 늦은 지각생이다. '34평'이다. 지난 번에 같이 수업을 들었던 소 키우는 34살 남자다. 반갑게 눈인사를 했고 그 역시 내 뒤 구석에 앉았다. 수업이 끝났고,  스트레칭 시간이다. 다들 베드 위에 올라갔고 교수님의 동작을 따라서 몸 구석구석을 풀었다. 자고로 타인의 뭉친 근육을 풀어주려면 자신의 근육이 먼저 풀려져 있어야 된다, 는 교수님의 지론에 따라 매번 임상 수업 전에는 꼭 스트레칭을 한다. 몸이 개운하게 풀린다.

이제 임상을 할 시간이다. 쉬는 타임에 몇 사람이 더 들어온다. 역시나 지난 번 수강생들이다. 소갈비집을 하는 '털보 아저씨' 얼굴도 보인다. 성실한 예비 물리치료사 학생이 저 멀리서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다. 어디서 왁자한 소리가 들려서 보니 수다쟁이 운동광 '회장' 얼굴도 보인다. 한 학기 같이 수업한 위력이 대단하다. 그렇게 반갑게들 보이니 말이다. 고개를 주욱 돌려보니 지난 번과 달리 젊은 얼굴들이 제법 보인다. 이제 갓 20살 새내기들도 여럿이다. 지네 선배들 따라 수강을 한 눈치다. 30대 부부의 얼굴도 보이고, 50대 아주머니도 여럿 보인다. 다들 열의에 상기된 표정들이다. 

학생 중 한 명이 임상대상으로 매트리스 위에 누웠고 교수님이 지난 번 수업 내용을 복습해주신다. 서울 다녀오랴, 이사하랴, 각종 핑계로 벌써 3번이나 빠져먹은 나는 1학기 수업 내용의 복습임에도 벌써 가물거려서 눈을 크게 뜨고 쳐다봤다. 얼굴과 머리 스트레칭을 지나쳐 가슴을 누르는 시범까지 보고 각자의 자리에서 복습을 시작했다. 둘씩 짝을 지어서 해야하는 임상이니 만큼 짝이 있어야는데 하필이면 같이 수업 듣기로 한 언니 둘 다 보이질 않는다. '34평'과 같이 하려고 머뭇거리는데 이미 다른 아저씨가 말을 건넨다. 뒤를 돌아보니 '털보아저씨'가 보여서 급히, "같이 하실래요" 말을 건네는데 왠 아저씨가 동시에 말을 건네는 게 아닌가. 셋이서 멋쩍어서 서로 웃다가 번갈아가며 임상을 하기로 하고 왠 아저씨가 먼저 누웠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아저씨가 세세한 부분까지 다 기억하시는게 아닌가. 털보아저씨 말로는 군인출신이라서 기억력이 비상하다고 하신다. '군인아저씨' 덕분에 복습을 완벽한 수준으로 끝마쳤다.

교수님이 사람들을 다시 앞 쪽으로 불렀고 오늘의 수업인 팔 스트레칭으로 들어갔다. 군인아저씨가 선뜻 매트리스에 누우신다. 아.. 아까도 저 분이었구나. 몸으로 저렇게 익히시면서 기억을 죄다 하시는구나. 군인아저씨가 시원한지 연신 어이구야, 소리를 내셨다. 교수님이 아파서 내는 소리냐 시원해서 내는 소리냐, 라고 우스개 소리를 하신다. 두 번의 반복 임상을 눈여겨 본 뒤 다들 자리로 돌아가 다시 임상을 시작했다. 아까처럼 세 명이 팀이 된 우리는 먼저처럼 군인아저씨를 눕혔다. 군인아저씨는 한 번 봐서는 잘 모르시겠다며 고개를 연신 갸웃거리신다. 털보아저씨랑 나랑 번갈아가면서 서로의 팔을 스트레칭 해줬으나 군인아저씨는 여전히 모르겠다신다. 아..이전 번까지 군인아저씨가 세세하게 기억하는 건 본인이 외우려고 부단히 노력하신 결과로구나. 군인아저씨는 모른다고 그냥 포기하지 않고 계속 여기저기 다니시며 모르는 부분을 눈여겨보고 오시더니 당신 몸에 한 번 더 해달라고 부탁하신다. 털보아저씨가 나에게 할 때와는 달리 아주 힘을 팍팍 주면서, 설명을 섞어가면서 해주신다. 살짝 헷갈리는 부분은 셋이서 서로의 기억력을 떠올리며 상의를 했더니 과연, 이번에도 역시나 만족할 만큼 세세한 부분까지 이해가 갔다. 이렇게나 열심히 수업을 듣다니. 와우~ 군인아저씨와 털보아저씨 덕에 나는 졸지에 열공모드에 들었고 무척 뿌듯했다. 

수업을 마치고 서로 작별의 인사들을 나누었다. 자전거를 탔는데 저 만치 멀리서 내리막길이 보인다. 입가에 미소가 잡힌다. 야호~   

 

 

이번 수업까지 듣고나면 1급 자격증이 주어진다. 이번 수업에는 <근육학 총설> 책을 수시로 뒤적이며 교수님께 질문을 많이 해야겠다. 실지 수업시간에 이 책으로 하지는 않지만, 좀더 심도깊이 들어갈 때 꼭 필요한 책이다. 알라딘에 검색해보니 품절이고 증설본이 나와 있다. 인기 짱인 책인가부다. 금액도 후덜덜인데, 이번엔 좀 제대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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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09-27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짬짬이 이런 시간을 내 일정에 끼워넣어 사는 방법을 전 좀 좋아해요. 저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쓴 이런 얘기 읽는 것도 좋고요, 이런 식으로 풀어나간 글의 방식도 좋아요. ( 다 좋다는 얘기네요 ^^)

달사르 2011-09-26 20:33   좋아요 0 | URL
저는 타이트한 생활보다는 느슨하게 사는 걸 좋아하는데요. 짬짬이 이런 시간이 들어가는 것도 조금씩 좋아지네요. 음..그리고 소소한 거라도 뭔가를 이렇게 도전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좀 좋구요.

ㅎㅎㅎㅎ hnnine님, 이런 식의 글을 좋아해줘서 고마워요. ^^ 아무래도 저에게는 이런 류의 글이 제일 편하더라구요.

pjy 2011-09-26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마는 영 소질이 없어서 그랬는데, 요즘 엄마가 쌍둥이 조카들을 보면서 삭신이 쑤신다고 하셔서 어깨나 등짝등등 조물락 거리다보니 반복학습의 효과인지 요령을 좀 알듯말듯 싶습니다^^; 좋은 공부하시네요~~

달사르 2011-09-26 20:37   좋아요 0 | URL
아..맞아요. 딸들은 원래 엄마 맛사지 해주려는 목적으로 마사지를 배우는 경향이 많더라구요. 저도 마찬가지였구요. ㅎ 근데 막상 배워도 그렇게 열씨미 엄마를 챙기게 되지는 않아서 좀 반성하고 있어요. pjy님의 엄마는 좋으시겠어요.따님이 저렇게 조물락 해주시니까요. ㅎㅎ 원래 등 맛사지가 손만 스쳐도 시원한 법이잖아요.그리고 계속 반복하다보면 요령도 스스로 터득도 되구요.
 

매주 목요일은 조금 일찍 마쳐서 오카리나 수업을 듣는다. 강사님은 남자 간호사. 수강생은 종합병원 여자 간호사 한 분과 울 조카 두 녀석. 단촐하다. 사람이 원래 몇 명 더 있었지만, 애초에 이 모임을 주도한 사람도 있었지만, 정작 첫 수업부터 그 사람은 나오지 않고 곁다리였던 나머지들만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학교 다니랴, 학원 다니랴 나보다 퇴근이 늦은 바쁜 조카들이지만 짬을 내고 있고, 나 역시 퇴근 시간을 조금 앞당겨서 시간을 빼고 있고, 여자 간호사 분 역시 마찬가지이다.  

왜냐면, 지금 아니면 배울 시간이 언제 또 날지도 모를 일이고 중요한 건 가르치는 싸부가 엄청엄청엄청 바쁜 사람이어서 시간 내기가 천금 만큼 힘든 사람이라는 것이다. 입으로 부는 악기란 악기는 죄다 잘하며, 손으로 치는 악기도 못 치는 게 없다. 피아노에서 손을 떼면서 음악과 담을 쌓기로 했던 나였는데 나의 그 결심을 흔들리게 만든 사람이 바로 싸부다. 싸부와 우리의 첫만남이 없었으면 난 어쩜 아직도 악기를 다시 만질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날은 내가 약국 오픈하기 전이었다. 그러니까 3년도 전의 시간에, 남자조카와 나는 강변길을 운동 삼아 산책 삼아 거닐고 있었다. 왕복 2시간 정도의 거리에는 볼 거리가 무척 많다. 한 켠으로 유유히 흐르는 강물은 조금 지나면 미니 폭포가 나와서 물소리가 졸졸졸 흐르며 또 조금 지나면 개울가가 나와서 좔좔좔 소리가 들리고 조금 더 지나면 반대쪽에 산이 보이면서 각종 새소리, 코를 간질이는 산풀 냄새, 물을 가득 담아 놓은 논에서 엄청난 소리로 짖어대는 개구리 합창, 그리고 오가는 많은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다. 쉴 틈도 없이 재잘거리는 조카의 말에 대응하느라 입운동이 제일 많이 되겠다, 싶은 순간이었다. 조카가 갑자기 입을 닫았다. 문득 귀를 귀울여보니 구슬피 울어대는 어떤 소리가 들려온다. 오카리나 소리다. 그것도 아주 엄청엄청나게 잘 부르는 소리다. 언젠가 텔레비젼에서 들었던 음반을 냈다는 어떤 아이의 오카리나 선율 만큼이나 아름다운 소리다. 이 시골에서 이런 선율을 들을 수 있다니? 

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계속 숨죽인 채로 걸었다. 저 만치 강다리 밑에 왠 남자가 보였고 한 켠에는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카리나 음악이 듣기 좋네요. 좀 들어도 될까요?" "아이구, 네~얼마든지요." 그는 강을 내려다보이는 자리에서 계속 아름다운 선율들을 만들어냈고, 가방을 뒤적이면서 음높이가 다른 오카리나도 구경시켜줬고 연주해줬다. 어디 살고 무엇 하는 사람인지도 몰랐지만 우리는 음악 이야기를 했고, 같이 음악 감상을 했고, 흐르는 강물을 같이 바라보았다. 흐르는 물소리에 얽히는 오카리나 선율에 감동받아 눈물이라도 흘릴 즈음, 갑자기 어디서 다다다 달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어어! 생쥐다. 어디선가 나타난 생쥐는 부리나케 달음박질을 치더니 갑자기 강물로 풍덩! 빠져들었고 퐁당, 물소리에 음악이 끊어졌고 바람도 잠시 쉬었다. 그는 문득 시계를 보더니 헤어져야겠다고 했고, 우리는 다음에 우연히 만나면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더 나누자, 는 말만 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나는 약국을 차렸고, 갖가지 다양한 군상들이 약국을 방문했다. 그중에는 환자들의 처방전을 끊어서 대신 약국에 와서 약을 타서 본인에게 가져다주는, 의료서비스를 하는 직군의 사람들도 있었다. 요양보호사라는 직종을 가진 사람들이었는데 노인 인구가 점점 늘어나는 작금에서 각광을 받는 직군 중 하나이다. 그중에 남자가 한 분 있었는데 올 때마다 해맑게 웃는 얼굴이 보기 좋았다. 전직 간호사 출신인 이 사람은 시설을 하나 차려서 노인들의 전반적인 케어를 관리하고 있었다. 오픈 후 아마 일 년 가까운 즈음에 읍내와 읍외에서는 각종 공연들로 넘실거렸다. 그때 남자요양사가 팜플렛을 하나 건네준다. "이거 보세요. 우리 팀이 이번에 공연하는데요. 시간 되시면 한 번 보러 오세요" "네. 그럴께요. 무슨 공연인가요?" " 오카리나 동호회에서 하는 오카리나 공연입니다" "아~ 그러시구나. 가만 있어봐. 오카리나? 음...나도 오카리나 잘 부는 남자 한 분 아는데? 음..그러니까 그때 강변에서...앗! 앗! 혹시! 한 이 년 전 쯤에 강변에서 오카리나 부신 적 없으세요?"  "네. 강변에 자주 오카리나 불러가지요" "그럼 언젠가 어떤 꼬맹이랑 여자 한 분이 연주하는데 같이 앉아서 이런저런 대화했던 적이 있지 않나요?" "네...그런 적이 있었는데요...으악...그럼 그 사람이? "   

둘다 눈썰미가 없는 사람들인지라 그때 본 이후로 약국에서 일 때문에 한 달에 대여섯 번 이상 보고서도 서로가 서로를 몰라본 거다. 우리 둘은 그날 일을 떠올리며 종종 웃었고, 오카리나 공연이 있을 때마다 그 사람은 나에게 팜플렛을 내밀었다. 동아리 가입 이야기도 꽤 여러 번 했지만 그때는 내가 밤 11시까지 근무할 때라 연습은 커녕 한 번 나갈 시간조차 나지 않았다. 그러다 근무시간을 앞당기는 어떤 사건이 터졌고 밤 9시로 근무가 조정되면서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겼다. 그런데 이게 왠 일입니까. 가르쳐줄 싸부가 도통 시간이 나지 않는다. 또 기다렸다. 시간이 흘러 싸부의 이런저런 일들이 정리되고 다시 병원으로 들어가면서 싸부가 시간이 조금 나기 시작했고 마침 수업을 하나 만들자고 적극 밀어붙이는 동호회 회원도 있었다. 그 사람의 노력 덕분에 수업이 만들어졌고 우린 그제서야 수업을 듣게 되었다. 첫 수업은 무척이나 강렬했고 재미있었다. 첫 수업은 8월 5일 이었다. 

여기 알라딘에 일기처럼 기록을 올려놓으니 새삼 그때의 첫 수업이 떠오르고 그 수업이 있기까지의 과정이 주욱 떠오른다. 그날 이후로 여러 번의 수업이 있었고, 조카들과 난 저녁마다 복식호흡을 했으며, 입으로 부는 연습을 했고, 윗몸 일으키기를 했다. 한 2주를 그렇게 했을까. 이사준비로 정신없고, 조카들은 개학준비로 바빴고, 나는 약국 감사니 결제니 등으로 바쁘면서 조금씩 오카리나에 소홀해졌다. 그 와중에 몸까지 비리비리 아팠다. 가기 싫어지는 마음이 어느새 내 속을 파고 들었고 나는 몇 번 빠졌다. 아파서 빠진 건 맞지만, 그 빠짐이 얼마나 꿀맛 같은지. 그리고 빠진 이후로 다음 수업까지 오카리나를 한 번 잡지도 않았고, 복식호흡도 안 했다. 마음 한 켠엔 매일 오카리나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지만 조금씩 무뎌져갔다. 그렇게 바쁜 일상을 핑계삼아 하나의 꿈이 사그라져 갔다. 

그러다 엊그제, 간만에 오카리나 수업을 갔다. 이대로 계속 빠지느니보다 연습도 못했고 아직까지 엉망진창이지만, 이런 나를 인정하고 다시 기회를 줘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조금 이른 시간의 퇴근이어서그런지 손님이 줄을 이어 들어와 문 닫을 타이밍을 놓쳤고, 몸도 피곤한데..가지 말어? 라는 못된 생각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게다가 밖이 어마하게 추워. 너, 자전거 타고 거기까지 가야 돼. 그리 힘들고 내일 출근해서 제대로 일하겠어? 오늘 하루만, 딱 한 번만 더 쉬자, 응? 내 속에서 나를 부추기는 목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그러나 나는 손님이 안 오는 틈을 노려 간신히 문을 닫을 수 있었고, 자전거를 힘차게 달려 추위를 잊으며 수업장소에 도착했다. 한 15분 가량 늦었다. 어? 그런데, 싸부도 없다? 이런..나는 숨찬 폐를 진정시키며 한 켠에 엎드려 휴식을 취했고 십 분이 더 흘러 싸부가 도착했다. " 실은 미리 와 있었는데, 응급 환자가 발생해서요. 병원을 잠시 들러서 일처리 한다고 늦었어요"  

다시 재개한 수업은 첫수업 만큼이나 재미있었다. 하나도 늘지 않았을 거라 지레짐작하고 잔뜩 주눅들어 있었는데, 막상 수업을 해보니 의외로 내 몸이 복식호흡을 기억하는 거였다. 조금씩 연습을 거듭하니 아주 자연스레 호흡이 되었고 그 호흡에 맞춰 오카리나에서 도- 레-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맨 처음 싸부를 만났을 때 들었던 그 청아한 소리 만큼은 아니었지만 내 귀에는 최고의 음색으로 들렸다. 게다가 수업 막판에 싸부의 칭찬도 있었다. 곧바로 기고만장해진 나는 복식호흡 끝에 흉식이 조금 들어간다는 조카에 대한 사부의 지적에 마음껏 웃어주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 그때, 포기하지 말아야겠구나. 오늘 수업 들으러 오기 잘 했다. 매번 덜렁거리고 잘 잊어버리고 곧잘 귀찮아하고 잘 포기하는 나이지만, 오늘의 나는 꽤 괜찮은데? 내가 음악에 소질이 꽤 있나봐? 그간 연습을 빠졌어도 이 정도인데 앞으로 꾸준히 연습을 하면 얼마나 잘 하겠어? 으음..달사르..너 좀 짱인듯! ^^   

이런 나, 이런 못난 나이지만,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도 나. 나를 다독거려가며 다시금 일을 하게 만드는 것도 나이네요. 내 평생 함께 할 동반자인 나. 오늘 옆동네에서 본 포스팅처럼, 나를 꾸짖지 않고, 나를 주눅들게 하지 않고, 나를 좀 추켜주면서 이뻐해줘야겠어요. 가을이라, 오늘 아침 좀 쓸쓸한 느낌이 들었는데 친구님 포스팅 읽고 좀 위안이 되었어요. 시시껄렁하고 길기만 한 이야기지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올려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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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1-09-23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하모니카를 분답니다.요즘은 오카리나와 우크렐레를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이 늘고 있더라고요.

달사르 2011-09-24 13:10   좋아요 0 | URL
어머나. 하모니카를 부세요? 와우~ 멋지세요. 남자가 기타를 치거나 하모니카를 불 수 있는 경우 매력점수가 1.5배는 올라간다던데, 노이에자이트님도! ㅎㅎㅎㅎ

우크렐레, 라는 악기도 있나봐요. 악기도 글로벌화되어 점점 더 다양해지는군요. ㅎㅎ 좋아요 좋아.

신지 2011-09-24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저는 무협지 장면이 생각났습니다(피리 소리에 끌려서 기인을 만나는. 혹은 소오강호 같은).
댓글이 두 갠데 추천은 하나네요. 노이에자이트님은 이런 글에는 추천을 안 하시는군요.^^

달사르 2011-09-24 13:12   좋아요 0 | URL
하하하. 그르게요. 첫만남은 정말 무협지 비스무리 했어요. 이분이 옷도 개량한복 류를 입고 다니구요. 그때는 머리도 아마 길었다지요. 얼굴은 넙대대한 하회탈이었구요. ㅋ 잘하면 내년에 몽골을 같이 갈 수도 있답니다. 자기 집 식구들과 올해 호주를 가지 못하는 경우엔, 내년에 몽골이라도 떠난다면서 거기서 같이 오카리나를 들판에서 신나게 불어제끼자고 했거든요. ㅋㅋㅋ 그렇게되면 그야말로 무협지의 한 장면이 연출되는 건가요? 하하하하

노이에자이트 2011-09-24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추천을 안 했네요.그래서 짠! 하고 추천! 머여~ 그러는 신지 님도 추천 안 했네~

저는 하모니카 안 불어도 매력이 있는데 하모니카까지...하하하...매력이 넘쳐흐르는 남자? 우크렐레는 하와이 기타예요.특히 우리나라에선 여자들이 많이 배우고 있어요.가수 하림이 연주해서 유명해졌지요.

달사르 2011-09-25 13:13   좋아요 0 | URL
ㅋㅎㅎ 추천수가 많으믄 표가 안 났을텐데 말이죠. ^^ 띄엄띄엄 블럭이라서 단박에 표가 났군요! ㅎㅎㅎ

맞아요, 맞아. 요새는 악기를 하나쯤 다뤄주는 게, 매력 앞에 '치명적' 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요. ㅎ 그리하여, 치명적인 매력, 매력이 철철 넘쳐흐르는, 그런 사람이 되는 거지요!

아..그렇군요. 우크렐레 기타 소리를 한 번 찾아들어봐야겠어요.

마노아 2011-09-24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사르님 짱이에요! 근사한 오카리나 소리가 연상되면서 아주 행복한 가을밤이 연출되었어요. 진정 그림 같습니다.^^ 저는 추천했어요.ㅋㅋㅋ

달사르 2011-09-25 13:2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엊저녁에 어디선가 놀다가 로타리를 지나치는데 로타리에서 오카리나 소리가 들리는 거에요? 앗! 싸부인가? 봤더니, 맞더이다. ㅋ 큰 덩치에 오카리나 불다가 기타 치다가 노래부르다가 정신없더군요. 박수치는 사람들을 유심히 봤더니 싸부 딸내미가 앉아서 좋아라 웃고 있더군요. ㅎ 주말 저녁이면 이런 작은 음악회가 곳곳에서 열리고 가족 단위로 나들이 삼아 관람하기도 하는 분위기 있는 시골이랍니다. ^^ (내년엔 저도 저 속에 끼일지도? 우헤헤헤)

추천, 캄솨요~
 

"자~ 쯧! 해보세요. 쯧! 어르신들이 아이들 꾸짖을 때 내는 소리지요? 입을 옆으로 쫘악 찢어서 소리를 내는 거에요. 입술에 오카리나를 물었다고 상상해봐요. 숨은 그 옆의 양 공간 작은 틈으로 들락거리는 거에요. 자~ 다시 한 번, 쯧!" 

"쯧!!!!"  (학생이 4명이어서 쯧 소리가 네 개입니당. ㅋ)

잘했어요. 오카리나는 손꾸락 막 움직이는 이런거, 삘릴리 기교 부리는 이런거는 별로 안 중요해요. 그거는 나중 되면 누구나 다 할 수 있어요. 그러나 복식호흡이 기본이 되어 있지 않으면 백 날 기교 부려봤자 이쁜 소리 안 나요. 명심해요. 복!식!호흡! 집에 가서 매일 복식호흡 숙제하셔야 해요.  

지금은 이렇게 편하게 배우지요. 좋~아요. 이렇게 배우면, 근데 진도가 안 늘어요. 우리가 군악대에 있었을 때는 말이죠. 군대는 2년 정도밖에 못 있잖아요? 그전에 빨리 가르쳐서 써먹어야 되잖아요. 그러니 속성으로 몇 일만에 배우는 방법이 있지요. 우선 기다란 말 구유통을 준비해서 물을 한가득 채워요. 준비된 교관이 한 손에 고무장갑을 끼고 대기하고 있구요. 아, 물론 그 고무장갑을 낀 손의 위치는 훈련병의 어여쁜 뒷통수지요. 자~ 숨을 들이마시세요~ 하나, 둘, 셋, 넷! 끝나자마자 교관이 훈련병의 머리를 꽉 움켜쥐고 말 구유통에 처박아요. 하나, 둘, 셋, 넷! 다시 훈련병의 머리를 쥐어서 원위치를 시키죠. 이제 내쉬세요~하나, 둘, 셋, 넷! 다시 입수~하나, 둘 셋, 넷!  참, 고무장갑은 왜 끼냐구요? 이게 또 참말루, 유용한 것이요. 고무장갑을 끼고 머리카락을 움켜쥐면 이게 절~~~때루, 안 빠져요. 음화화.

물 속에서는 말이죠. 숨 쉬는 걸 속일 수 없어요. 넷이라고 약속을 하게 되면 넷만에 숨을 나눠서 모두 들이 마셔야하고, 잠시 숨을 멈추어야하고, 또 넷 만에 모두 숨을 내쉬어야하고, 또 숨을 멈추어야해요. 그리고 숨을 마실 때도 하나, 둘~ 만에 다 들이마시고 셋, 넷 할때는 시늉만 내는 사람도 있어요. 그것도 다 뽀록나요. 물 위에서 보고 있으면 뽀골뽀골 올라오는 거 다 보이거든요. 우리 진도 팍팍 나가고 난 뒤에는 다음에 수영장도 같이 한 번 갈 거에요. 거기서는 속일 수 없으니 미리미리 매일매일 숨쉬기 연습 하시구요. 

그럼, 제일 먼저 자세 잡는 법부터 배웁시다. 우리가 지금 배우는 건 복식 호흡이에요. 단전 호흡, 류와는 조금 달라요. 우리는 악기를 불기 위해서 배우는 호흡법이기 때문에 항상 입 중앙에 악기가 있다고 생각하고 호흡을 하는 거에요. 자, 앉을 때부터 똑바로 앉아야 해요.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어깨를 쫙 펴고, 어깨에 힘도 빼고, 다리를 약간 벌리고, 그렇죠~ 그렇게 자세를 잡은 다음에 복식호흡을 시작하는 거에요. 이때 어깨가 들썩거리면 안돼요. 숨은 배로 들이마시고 내쉬어야 해요. 여기서 자, 질문! 허파에는 근육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내가 큰소리로 "없어요~~" 아하, 잘 맞췄어요. 이거 맞추는 사람 별로 없는데. 하하. 허파에는 근육이 없어요. 그러면 근육도 없이 어떻게 숨이 들어왔다 나갔다 할까요? 바로, 횡경막 때문이에요.이 횡경막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근육도 없는 허파를 늘렸다 줄였다 해주는 거죠. 자, 주의하세요. 가슴으로 숨을 쉬면 허파가 옆으로 넓어져요. 그러니 공기를 많이 담지 못해요. 대신 횡경막이 내려가면 허파가 아래로 커져요. 그럼 공기를 더 많이 담을 수 있어요. 우리는 악기를 불어야 되기 때문에 많은 공기가 필요해요. 그래서 악기를 불 때는 복식 호흡이 꼭 필요한 것이지요.

자, 다들 자세 똑바로 하고, 제가 부르는 구령에 맞춰서 숨쉬기를 하는 거에요. 하나, 둘에 준비자세 잡으시구요. 여기서 준비자세라는 건 숨을 미리 뱉는 걸 이야기합니다. 하나, 둘에 남은 숨을 모두 내뱉고 숨을 들이마실 준비를 하는 거에요. 자, 하나 둘! 숨을 다 뱉으셨지요? 그럼 하나, 둘, 셋, 넷 할 때 숨을 나눠서 들이마시세요. 입 모양은 아까 말씀드린 쯧! 모양을 취하시구요. 준비 되셨죠? 시작! 하나, 둘, 셋, 넷! 자, 이제 숨을 멈추세요. 자! 이제 다시 숨을 내쉽니다. 하나, 둘, 셋, 넷! 자, 다시 숨을 참고. 참고. 참고. 자, 됐습니다. 앗, 여기서 끝났다고 자세 흐트러지면 안되요. 가슴 막 들썩이고, 그러면 안돼요. 끝나도 자세는 그대로 유지하시구요. 

숨쉬기 정~~말루 힘들지요? 원래 그런 거에요. 아기들은 태어나면 배로 숨쉬지요? 그게 복식호흡이에요. 점점 자라서 어른이 되면 숨이 조금씩 위로 올라와요. 어느듯 가슴으로 숨을 쉬는 사람이 하나둘 생기죠. 노인들은 어떻게 숨을 쉬는 줄 아세요? 노인들은 목으로 숨을 쉬어요. 히익, 끼익, 꺽, 꺽! 이렇게 목으로 숨을 쉬다가 결국엔 생명이 다하는거죠. 그래서 사람이 죽었을 때 뭐라고 한다? 목숨이 다했다, 라고 하는 거지요. 그렇지만, 노인인데도 배로 숨쉬는 사람이 있어요. 도사, 같은 사람들. 복식호흡 많이 한 사람들은 나이 들어도 배로 숨쉬는 거지요. 그런 사람들은 오래 살아요. 그러니까 복식호흡을 잘 하면 어떻다? 오래 살고! 건강에도 좋고! 심지어, 다이어트까지도, 됩니다. 

자, 집에 가서 해 올 숙제가 있어요. 윗몸 일으키기, 매일 열 번씩 숙제로 하세요. 실력이 붙으면 더 하셔도 되십니다. 대신에 올라올 때 45도 정도만 올라오구요. 다시 내려갈 때도 등이 바닥에 붙지 않을 때까지만 내려가셔요. 그리고 몸은 꼿꼿하게 자세를 취하고. 이 운동은 우리가 쓰는 복근, 즉 윗배를 단련시키는 운동이에요. 아무리 복식호흡을 잘 해도, 윗배근육이 단련되어 있지 않으면 안돼요. 우리가 오카리나를 연주하다가 심취하게 되면 막 몸이 움직이잖아요. 괜히 고개도 숙였다 들었다, 생쑈를 하면서 분위기를 잡는데, 이때 배복근이 약하면 음도 덩달아 끊겼다, 작아졌다, 해요. 그럼, 안되지 않겠어요? 그러니, 오카리나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면 복식호흡도 해야하고, 배근육도 단련시켜야 해요. 자, 다들 숙제 해오시구요~ 다음 주에 뵐께요. 안녕~

<어제부터 오카리나 배웁니다. 조카 두 녀석이랑 같이 배우는데요. 선생님이 너무 잼있으셔서 여기에 꽁트처럼 올려봅니다. 앞으로 연습 많이 하리라는 다짐과 같이! 혹시나 부는 악기 배우시는 분들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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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소도시에 내려와보니 별의별 게 다 있다. 전문대도 있으며, 평생교육원도 있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하는 저렴한 교양수업들도 제법 된다. 교양수업의 내용을 보니 외국어 강좌, 컴퓨터 강좌, 도자기 만들기, 스포츠 마사지, 경혈요법, 약초학, 기타 등등 숱하게 많은 종류가 1년에 두 번씩 개설된다. 벌써 십 년도 넘게 운영되고 있으나 매번 높은 신청률을 보여서 개설한 주최측에서도 매번 깜짝 놀란다고 한다. 비슷한 종류의 수업을 다른 타도시에서도 개설을 해봤으나, 이삼년이 넘어가면 시들해져서 개설취소된 곳이 많다고 하는데 유독 이 시골소도시의 경우는 해를 거듭할수록 신청자가 많아진다고 한다. 한 과목을 이수한 사람이 다음 번엔 다른 과목을 신청하기도 하고, 주위 친구나 남편이 같이 듣기도 하는 등의 이유로 신청자는 꾸준이 늘어나고 수업의 수준은 갈수록 높아진다고 한다. 이 기이한 현상은 아마 이 시골소도시가 교육열이 높은 공간에 속한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고, 타도시보다 월등히 많은 수의 공무원, 교직원, 숱한 학원교습소 선생님들, 그리고 높은 교육수준의 자영업자들 때문일 것이다.  

올 봄에 나는 옥경 언니와 스포츠마사지를 선택했는데 스물몇살의 젊은 아가씨도 있었고, 오십몇살의 아저씨도 있었으며, 앞을 못 보시는 맹인 아저씨도 있었다. 다들 나름대로 수강을 한 목적이 있었고, 이타적인 수업과목답게 대부분 타인을 위한 목적이었다. 어떤 사람은 지병으로 운신을 못하시는 노모를 위해 배우기도 했고, 부부간에 서로 마사지해주자는 이유도 있었고, 자격증을 얻어서 샵을 개설하자는 이유도 있었고, 사람 많은 곳에 와서 애인을 구하고자 하는 소 키우는 농촌 총각도 있었다. 나의 경우는 젊어서 숱한 고생을 한 덕에 몸이 많이 부실해진 엄마를 위한 것이 한 이유이고, 또 다른 이유가 하나더 있다.

첫 수업은 무난히 따라갔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기교가 복잡해질수록 내 머리로 접수가 조금씩 힘이 들어갔다. 일주일에 한 번 수업이어서 배우고나면 집에가서 연습을 해봐야하나, 매일 피곤하게 퇴근하는 내 상태인지라 한동안 연습할 엄두도 못 냈더니 어느새 진도는 저만치 멀리가있고, 나는 머리로, 몸으로, 기억나는 게 없는 것이다. 이래서는 안되겠다싶어 작년에 이어 재수강하는 실력 좋으신 분(총무오빠)을 초빙해서 개인적으로 수업을 받았다. 옥경 언니가 마사지샵을 하는데 그 공간에서 같이 추가수업을 받기로 한 것이다. 마루타를 해줄 사람이 필요한 관계로 엄마와 언니를 꼬셔서 눕혀놓고 수업을 받았는데 2주에 걸쳐 두 번의 마사지수업을 받았다. 총무오빠가 엄마를 맡아서 전체적인 마사지를 했고, 그 옆에서 옥경언니는 울언니를 맡아서 강사분의 동작을 따라서했고, 나는 눈으로 총무오빠의 몸동작을 익히면서 아이폰으로 전과정을 찍었다.  자리보전중인 엄마의 간병을 위해 수강을 신청했다는 총무오빠는 당신어머니에게 하듯이 꼭같이 울엄마에게 해주셨는데 그 정성스런 동작을 보는 것만으로 나는 뭔가 뭉클해졌다. 두번의 수업을 받고, 동영상으로 반복해서 과정을 보면서 마사지에 대한 어떤 감각이 내 속에서 깨어나는 느낌을 받았다. 마사지도 역시나 정성이었다. 손으로 해당부위를 정확한 자세로 마사지하는게 중요한게 아니고, '이 사람이 나았으면 좋겠다' 라는 마음이 같이 들어가야 된다는 걸 이해했다.

해마다 가을이면 지역에서는 사과마라톤대회를 하는데 거기에 이 수업 수강생들이 가서 스트레칭을 해준단다. 그때는 수업에서 배운 전체과정을 해주진 않고, 요약해서 20분 가량 해당되는 마사지를 해주는데 그 마사지수업을 이번주에 배웠다. 옥경언니가 새로 장만한 스마트폰으로 교수님의 수업내용을 찍었고, 각자 자리에 돌아온 우리는 동영상을 재생하면서 그대로 따라했다. 눈으로 교수님의 동작만 보고 자리에서 돌아와 연습할 때는 순서가 기억이 안나서 매번 힘들었는데 이렇게 동영상을 같이 보면서 따라하니 훨씬 쉬웠다. 마구 웃으며 좋아하는 우리에게 경험많은 총무오빠가 한마디 해준다. "동영상을 보고 따라하면 처음엔 좋다 싶으나 계속 그거만 보고 따라하면 나중에는 동영상 안 틀면 순서를 모른다. 그러니 동영상은 몇 번 보는데 그쳐야하고 몸으로 계속 익히는 연습을 해야한다." 역시나 경험많은 총무오빠는 게으른 우리들의 경향까지 파악한다. 나는 내 속마음이 들킨 듯해서 뜨끔했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서 엄마에게 동영상없이 복습을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집에 와서 엄마를 보니 또 아프다고 누워계신다. 아까의 마음먹음에도 불구하고 아, 피곤한데 그냥 모른 척 할까..란 생각이 슬며시 깨어난다. 에잇. 안돼. 피곤해도 아까 마음먹은데로 하자! "엄마, 오늘 수업 재미있는거 했어. 내가 엄마한테 마사지 오늘 제대로 해줄께~"  해주다보니 엄마의 옷이 꺼끌거려 불편했다. 맨살에 해주는 마사지가 최고라는 말을 기억해낸 나는 엄마에게 속옷까지 벗으라고 했고 맨살에 해주는 마사지는 기이한 느낌을 내게 주었다. 상징적인 엄마의 이미지가 손으로 잡히는 현실의 감각으로 느껴지는 기분 같은거라 할까. 그 감각은 어릴적 엄마가 아이였던 내 머리를 이쁘게 묶어줄 때 내 머리카락에서 느껴지던 엄마의 손길을 순간적으로 떠올리게 했다.  목 뒤쪽을 마사지해주는데 엄마가 마사지 자리를 교정해주신다. "그때 그 총각이 해주던 자리는 거기가 아니고 여기야. 여기 이 부분을 결따라 해야하고, 세게 하지말고 부드럽게 해줘야 해." 헉..센스만점인 엄마는 마사지를 고작 두번 받으면서 몸으로 죄다 기억을 하신거다. 엄마의 조언을 들으면서 나는 자리교정을 했고 마사지를 끝냈다.  

마사지까지 하고나니 피곤하다고 침대에 드러누워있는 나를 툭툭 치면서 엄마가 말씀하신다.  "엄마가 우리 딸내미 피곤할테니 나도 마사지해줄께. 자~누워볼래?" 엄마의 손길이 그렇게 부드러울 수가 없다. "엄마, 엄마가 아파서 내가 마사지해줬는데 엄마가 다시 나에게 해주면 엄마가 도로 아플까봐 걱정돼."  "괜찮아. 딸내미에게 해주는 건 하나도 안 힘들어."  "엄마. 기가 서로 맞는 사람들은 맛사지해주고나서 서로가 좋은데 기가 안 맞는 사람들은 맛사지해주고나면 그렇게 몸이 안좋대. 엄마랑 나랑은 기가 잘 맞을까?"  "당연하지. 엄마딸인데 기가 잘 맞지. 이렇게 예쁜 내 새끼인데, 안 맞을리 없어."  "엄마, 엄마가 마사지해주는 게 너무나 따뜻해." 엄마는 한 학기 내도록 수업 배운 나보다 더 마사지를 잘했고, 엄마의 부드러운 손길에 나는 왈칵 눈물이 나오려는 걸 참느라 고생했다. 늦은 밤 엄마와 딸내미는 그렇게 서로를 마사지해주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다.  

사람이 손으로 누군가를 어루만지는 마사지. 참 따뜻한 느낌이다. 언젠가 배가 아팠을 때, 귀찮아하지 않고 몇 시간이고 내 배를 만져줬던 그 사람의 손 역시 그렇게 따뜻했더랬다. 손바닥을 통해서 상대방의 마음이, 기운이 내 속으로 들어오는 느낌은 내게 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정체없고 근거없는 이름모를 그 향수는 내게 미지의 것에 대한 불안을 가라앉히며 평안을 준다. 사람에게 평안과 안정을 주는 건 늘 이렇게 형체없고 내용없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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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나온반달 2011-05-29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다가 울컥, 했습니다.

달사르 2011-05-30 12:45   좋아요 0 | URL
아유..고맙습니다. ^^
저는..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엄마에게 마사지를 해줘야겠다, 생각했어요. 히.

2011-05-30 2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31 0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