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책은 세 갈래의 실크로드 중 초원로를 답사한 기행록이다. 정수일 선생이 예전에 내신 <실크로드학>의 실물화로, 선생이 직접 행로를 눈으로 보고 발로 밟아가며 가슴으로 쓰신 책이다.

 

고작 타국을 여행하고픈 생각이나 시베리아 열차를 타 보고 싶은 마음 정도로 책을 들었다가 문득문득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개졌다. 대한민국이 아닌 연변에서 태어났기에 조국에 대한, 조국의 역사에 대한 마음이 더 깊은 걸까. 한때 억울하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복역까지 하시고도 여전히 조국을 위한 연구에 손을 놓지 않고 계신 모습을 보면 존경심이 절로 생긴다. 한국인이지만 또한 연변, 북한, 중국에서 생활을 하셨기에 실크로드학 연구로는 최적임자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실크로드는 서유럽을 거쳐 중앙아시아를 지나 중국에서 딱 그친다. 우리나라에 교역의 증거들이 있지만 실크로드는 고려 혹은 발해까지 오지 않는다. 힘센 중국의 장난질일까. 힘이 약한 국가의 슬픔일까. 증거품들의 미약함 때문일까. 정수일 선생은 이번 초원로를 다니면서 실크로드의 연장선이 한국까지 와닿기를 희망하시는 듯하다. 실크로드는 교과서 속에만 있는 길이 아니고 지금도 전세계인에게 아주 유용한 길이기에 그 길 끝에 한국이 하루빨리 포함되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연결이 북한을 거쳐 남한까지 걸쳐져 지리적, 경제적, 정치적 요구에 부응하는 날 또한 빨리 오기를 바란다.

 

 

2.

이 책은 초원로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눈다. 중국의 흑룡강성(중국발음으로는 헤이룽장성)에서 남으로 1200 Km에 걸쳐 내려오는 대흥안령(대힝간산맥, 다싱안링) 산맥 안쪽에 자리한 대흥안령 초원로, 칭기스칸의 나라 몽골 초원로, 유럽으로 가는 길목의 시베리아 초원로가 있다. 오늘은 대흥안령 초원로를 따라가보자. 

 

대흥안령 산맥은 동으로 둥베이 평원, 서로 몽골 고원 가르며 남쪽으로 내려오다 낮아진다. 산비탈은 풍요로운 목초지로서 문명의 요람 역할을 했는데 특히 남쪽은 10세기 요나라를 세운 거란족의 발흥지(시라무렌강 부근)이기도 하다. 대흥안령 초원로는 산비탈과 평지를 의미하며 선생은 초원로 남쪽 시작을 선양으로 잡는다.

 

선양은 북한과 중국의 경계선인 압록강과 맞닿은 중국의 랴오닝성 내에 있다. 선양은 예로부터 교통이 사통팔달한 고장으로 뻬이징, 하얼삔과 일일생활권을 이루며 철도와 항공노선의 다수를 보유하고 있다. 2700년의 역사를 지닌 이 고도는 전국시대부터 개발되어 한, 고구려, 당, 발해, 원, 만청, 러시아, 일본 등 숱한 내외 이민족 권력들의 도시였는데 지명도 그만큼 다양하게 가지고 있다. 한나라 때 요동군, 당나라 때 심주, 요 금 시대에 동경로, 원대에 심양로, 명대에 심양위, 청조에는 수도로서 성경, 베이징 천도 후엔 제2의 수도인 배도로서 봉천부(만주어로 무크덴), 일본 괴뢰 만주국 수도로서 펑톈시, 그리고 지금의 선양이다.

 

 우리나라와의 인연을 생각해보자면 고구려 시절의 건국자 주몽이 부여를 탈출해 졸본으로 가는 길에 자라와 물고기가 만들어준 다리를 타고 강을 건넜다는 전설 속의 강인 훈강(=비류수)을 들 수 있고, 소현세자와 비 강빈의 비운의 역사를 담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1636년 병자호란 때 인질로 선양으로 끌려간 세자는 볼모 생활 8년간 주청 조선대사의 역할을 하면서 서학 수용의 선구자였으나 보위를 노린다는 의심으로 인해 소환되어 숙청을 당하게 된다.

 

 

선양에서 서쪽으로 향하다 보면 요하강이 나온다.  한때는 우리 강토의 경계선이던 시절도 있던 요하강 진창물에는 갈대밭이 있으며 이것이 그 유명한 요택, 요하강의 소택지이다. 네이멍구(내몽고) 사막에서 흘러내리는 유사로 인해 생긴 소택지는 당태종이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에 내침할 때 장장 200리 길이나 되는 진흙으로 인해 인마의 통행이 불가능해 되돌아갔던 역사가 있는 곳이다. 요하강을 지나치면 차오양(=영주)이 나오는데, 이 도시는 탑이 많은 고탑의 도시이다. 북연의 마지막 황제 풍홍이 북위의 공격으로 도시의 운명이 경각에 달리자 요동(=랴오둥)지방의 고구려로 피신하기 직전, 불을 질러 이 고도를 초토화시켰다. 박물관에 남은 유물들은 그래서 더 귀하며 정수일 선생은 여기에서 페르시아의 유리봉수병을 발견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주 황남동 98호 남분에서 나온 봉수형 유리병과 기형이 같으며 중아아시아, 이란, 터키 등에도 유사품이 있다. 이로서 지중해 연안에서 한반도까지 '유리의 길'을 설정해보는데 이 순간 정수일 선생의 기쁨이 얼마나 클지 생각만 해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일이다. 답사의 피로를 한 방에 풀어준 일이 아닌가 싶어진다. 길은 이제 츠펑으로 이어진다.

 

 

 <헤이룽장성=흑룡강성> 

지도에서 붉은 부분으로 마치 공룡(이나 용)처럼 생겼다. 아래로 지린성, 랴오닝성 세 군데를 합쳐(지도의 파란 부분) 둥베이(동북)지방이라고 하고 그곳에 넓게 둥베이(동북)평야가 넓게 펼쳐져 있다.

 

 

<랴오닝성=요녕성>

북한의 압록강과 맞닿는 부분으로  선양, 랴오양, 차오양 등의 도시가 있으며 동서에서 각각 발원한 랴오허강(=요하강)이 발해만(보하이만)으로 흘러나간다.

 

 

 요하강=랴오허강>

요하강은 서요하(시랴오허)강과 동요하(둥랴오허)강으로 크게 나뉜다. 서요하강은 서쪽(네이멍구=내몽골 남동쪽)의 대흥안령 자락에서 발원한 시라무렌강(분홍색 부분)과 아래쪽의 랴오하강(laoha)이 합쳐져서 (왼쪽 초록 부분)되어 흐르다가 장백산맥에서 발원한 동요하강(오른쪽 초록 부분)과 합쳐져 비로소 랴오허강(liao)이 된다. 이후 강은 아래로 흘러 발해만(보하이만)으로 흘러나간다.

 

 

<요동반도=랴오둥반도><산둥반도>

빨간 원이 요동반도이다.

빨간 원 아래쪽의 파란색 쪽의 튀어나온 부분은 산둥반도.

 

 

<선양=션양=심양>  옛지명; 펑텐=봉천

사진의 노란 부분. 한국에서 건넜을 때 중국과 연결되는 초원로의 시작점이다.

 

<랴오양=요양>  요동..?

 

 

 

 

 <차오양=조양>  옛지명; 영주

 

 

덧1; 네이버사전의 지도가 참 좋은데 퍼가기가 허용되지 않는다. 돈 주고 사려고 해도 팔지도 않는단다. 학생들 과제나 대학생들 논문에만 허용하고 일반 블로그는 안된단다. 공부하는 블로그도 있는데 말야..칫. 그래서 위키로 만족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베끼기를 해서 수기로 그림을 그렸으나 너무도 지저분해서 ㅠ.ㅠ  차마 올리지 못하고 혼자 감상 중..ㅠ.ㅠ

 

덧2; 혹시나 틀린 지점이 보이면 조언 부탁드림. 알아가는 과정 중이므로 틀린 부분이 있을 가능성 농후함.

 

덧3; 새로 산 갤럭시노트 대빵 좋다. 컴맹도 이런 사진 첨부 가능하게 하다니..와우,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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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2-07-14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행문이로군요.
기행문 개인적으로 좋아하긴 하는데,실크로드쪽은 아직 읽어보질 못했어요.
일단 보관함에 담아갑니다.^^

달사르 2012-07-16 20:07   좋아요 0 | URL
넵. 기행문이에요. 저도 우연히 정수일 선생을 알게 되어서요. 한 권씩 읽고 있는데, 참 좋더라구요. 학교 때 얼핏 들었던 지리명이 나오니까 반갑기도 하고, 왜 실크로드 실크로드..하는지 좀 알 것도 같구 말이죠. 이 책 말고 오아시스로 실크로드 책도 있답니다. 이 책이랑 연결해서 읽으시면 더 도움이 되실 거에요.

hnine 2012-07-14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드'에 이어서...달사르님은 이쪽 지방에 관심이 무척 많으시군요. 언젠가 꼭 가보실 것 같아요.
말로만 듣던 흑룡강성이 바로 저기군요.
정수일 선생 같은 분이 좀 더 많이 나와주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요.

달사르 2012-07-16 20:17   좋아요 0 | URL
히. hnine님. 그렇지여?
'조드'도 정수일 샘 책 읽으면서 관심이 생겨 읽게 된 거구요. 그러면서 연결연결되는 책들이 늘어나서 참 좋아요. 이제 시베리아특급열차 쪽으로 관심이 좀 넓어지구요. 그러면서 러시아 작가들 작품들도 좀 더 읽어봤으면 하는 생각이에요. 실크로드 책을 읽고 있으면 칭기스칸, 러시아 문학, 유럽 등이 우리와 전혀 무관하지 않으며, 생각보다 훨씬 더 가까이에 있다는 그런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넵. 흑룡강성이 저기더라구요. 가보지도 않았는데 지도상 위치 확인하는 일이 참 재미나니 이게 왠일인가..생각도 들구요. ㅎㅎ 정수일 선생 같은 보물이 분명 더 계실텐데 말이죠. 어디 계신지 두리번두리번. ^^

탄하 2012-07-14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지도(손으로 그리셨다는..), 볼 수 없는게 아쉽지만 그래도 설명하실만큼 정보를 모으셨으니 다행입니다.
<초원..>의 별책부록으로 달사르님의 지도를 첨부하면 이해가 훨씬 쏙쏙~~! 유용할 것 같네요.^^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실크로드가 우리나라까지 닿은 흔적을 확증할 수 없다는 게 갑갑했어요.
게다가 필히 답사하려던 곳을 2군데나 놓친 것도 참 안타까왔구요.
특히 관람 허가를 안 내줬던 박물관은, 참..너무하더군요.
(혹시 우리가 대단한 증거를 발견하게 될까봐 걱정했던 것??ㅡ.ㅡ;)

역사에 관해 뭔가를 증명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정수일선생님도 그러셨지만 반드시 확증할만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니...
완벽한 증거가 아닌 이상 학계의 논쟁이 항상 분분한 것 같아요.
이런게 바로 '힘'이란 것의 일부이긴 하겠지만요.

저는 오늘 비가 와서 사진은 못 찍고, 내일 날이 맑기만을 기다립니다.

달사르 2012-07-16 20:23   좋아요 0 | URL
ㅋㅋ 수기 지도는 심하게 어설퍼서 말이지요..ㅠ.ㅠ 네이버꺼는 걍 따로 출력해서 갖고 있으려구요. 여기는 자료첨부..이런 것도 포스팅 기능 중에 없더라구요. 자료첨부 기능 있음 참 좋은데..

히히. 시간 날 때마다 책 순서에 따라서 사진 더 올려볼려구요. 제가 머리가 나빠서 이렇게 올려놔야 수시로 보면서 이해하고 또 암기할 수 있거든요. 한방에 뭐든 잘 외우는 사람 보면 부럽긴 하지만, 뭐..못 외우는 사람은 또 그 나름대로 이렇게 정리해놓고 수시로 보면 되니까..

답사도 운때..이런 게 있나봐요. 계획대로 안되는 걸 보니 말에요.

아하. 비가 오늘도 오는데요..자꾸자꾸 비가 오는데..태풍 소식도 들리고 말이지요. 그 사이 어느 쯤에 날이 쨍~할 때 사진 찍으시와요~ 분홍신님 리뷰, 기대기대. ^^

프레이야 2012-07-15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수일 선생, 대단하신 분이에요. 이 책 담아갈게요, 달사르님^^
정말 유용한 리뷰에요.

달사르 2012-07-16 20:25   좋아요 0 | URL
넵. 프레이야님에게도 도움이 될 거 같애요. 왠지 프레이야님과 궁합이 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거든요. 유용하다고 칭찬해주시니 기분이 좋아요. 책 순서대로 포스팅 진도가 다 나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

라로 2012-07-15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담아갑니다.정수일 선생님도 대단하시지만 이렇게 정성이 가득한 페이퍼라뇨!!^^

달사르 2012-07-16 20:26   좋아요 0 | URL
히. 뤼야켈레벡님, 정수일 선생님 정말 대단하지여? 이런 멋진 분의 책을 읽게 되어서 정말이지 영광이라니까요. ^^
덤으로 저까지 같이 우쭐해지는 기분이지 말입니다. 하하하하하.

라로 2012-07-15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담았다가 장바구니로 슝~~~ 7월 17일 이후에 배송된다니 더 기대가 되네요~~~
암튼 땡스투유~~~달사르님~.^^

달사르 2012-07-16 20:34   좋아요 0 | URL
앗. 이거슨.. 땡스투미~~하셨다는 말씀? ^^

힛. 잘 읽으시와요. 뤼야켈레벡님. 참, 엊그제요. 약국에 이쁘장한 외국계 아이가 왔어요. 물론 한국인 엄마하구요. 근데 주민번호 뒷자리가 3으로 시작되더라구요. 그러니까 잠시 한국에 다니러 온 것이 아니라 아예 한국인인 거지요. 잠시 후 아빠가 들어오는데 역시나 핸섬가이시더군요. 그런데 자동적으로 뤼야켈레벡님이 생각나는거 있지여? 와..이쁜 가족이다..이럼서요. ^^
ㅋㅋ 근데 웃겼던 건..그 꼬맹이가 사투리를 얼마나 구성지게 말을 하든지..주위 어른들이 죄다 넘어갔어요. 꺄르르.

노이에자이트 2012-07-16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스런 글입니다.지도까지 첨부한 정성! 이런 글은 많은 이들이 자세히 읽어야 합니다.
만주국 건국(1932) 이전에 장작림을 봉천(펑텐)군벌이라 했습니다.중국의 군벌시대(1912~1926)를 주름잡던 사나이죠.아사다 지로가 쓴 방대한 장작림 전기가 번역되어 있으니 군벌시대를 알고 싶으면 읽어보세요.당시의 중국지명과 현재의 중국지명이 다르므로 지명변천을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랴오양=요양 차오양=조양 으로 고쳐야 합니다.지도의 한자를 확인하시면 해결될 겁니다.

달사르 2012-07-16 20:45   좋아요 0 | URL
아하.장작림. 첨 들어보는 이름이에요. 넵. 한번 찾아볼께요. 봉천(펑텐)지역에서 군벌이어서 그 지명을 고대로 땄나보군요. 히히. 이제는 봉천이 어디 붙었는지 확실히 아니까 좀 기분이 ..좋은데요? ^^ 주변에 요하강 흐르는 것도 알구 말이죠. 전쟁시에 요하강을 막 건너고, 소택지에서 뭔가 사건도 있고 그러겠어요. 하하.

맞아요. 중국지명은 계속 바뀌더라구요.
랴오양과 차오양 의 한자 발음이 요양, 조양 이라는 말씀이지요? 넵. 고칠게요. 뒤에 한자를 봤는데 제가 한자음을 읽지를 못해서 걍 냅뒀던 거였네요. 아하하. ^^
제가 적은 건 아마..옛날에 불렀던 지명이었을 거에요. 요동..영주..

심양은 한자가 심양이고 중국발음은 선양, 혹은 션양.
그리고 옛날에 청조 시절에 펑텐..이렇게 부른 거잖아요. 얘네는 이렇게 확실한데 말이죠.

랴오양과 차오양은 요동..영주..를 언제적 시절에 불렀는지..확실히 안 나와서요. 아니면 제가 미처 발견을 못했을지도요. 그런데 차오양은 영주로..의 중심도시인지 정수일 샘이 영주..영주..말씀을 하셔서요. 저도 확실히 정리를 못하고 있었어요. 펑텐처럼 옛지명인데 지금도 편의상 영주..라고 하시는 건지..

transient-guest 2012-07-17 0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도 리뷰지만, 지도까지 올리시다니요. 정말 깊은 reading과 소화의 흔적이 남은 듯 합니다. 책은 고스란히 달사르님의 일부가 되었겠지요? 실크로드를 직접 돌아다닌 결과물이라니 더욱 흥미가 갑니다. 현재 중국에 속해있는 우리의 대륙역사의 흔적은 중국이 대국주의를 지향하는 한 앞으로도 더더욱 가까이 다가가기 힘들어질 듯 해요.

달사르 2012-07-18 20:14   좋아요 0 | URL
헤. 트란님. 지도는 제가 좋아하는 부분이라서요. 히. 방금도 시리아 내전 관련 자료 찾다가 지도를 여러개 찾아놨슴돠. ^^
저 책은 벌써 몇 번째 보는데도 이제 겨우 조금 이해될까 말까 입니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읽어얄텐데 말에요. 이제 막 지겨워지는 거 있지요. 하하.
네. 우리의 과거는 중국과 상충하면서 조금씩 지워지는 느낌이 들어서 종종 안타까워요. 현재는 일단 지도적으로라도 알아두자, 라는 마음이에요.

transient-guest 2012-07-20 06:08   좋아요 0 | URL
달사르님께서는 지리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저도 '복'지리는 좋아합니다만...쿨럭 (더우실까봐 매우 썰렁하게 한번 써봤습니다. 88년으로 돌아온 것 같죠?)

달사르 2012-07-20 12:51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 저도 '복'지리 좋아해염. 저건 정말 맛있는데,비싸서..
누가 사주면 먹는 음식! ^^
지리 공부 많이 하면 누가 '복'지리 사줄라나요? 하하하하하. (88년식 농담이 통하는 걸 보니, 먹는 거 앞에선 다 통할 듯. ㅎㅎ)

그나저나 아..정말 덥네요, 더워. 태풍 지나가고 나니 너무 더워요. 바깥에 걸어다니는 사람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2-07-17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물급 군벌들은 지역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모두 지역명칭을 내세워 구분합니다.봉천군벌 직예군벌 안휘군벌 광서군벌 등등...이들끼리 이합집산하는 모양새가 워낙 복잡하여 마치 조선시대 당쟁을 외우는 기분...
장작림은 한국독립운동사에도 이름이 나옵니다.친일노선을 걸을 때 일본군과 미쓰야 협약을 맺어 한국독립운동을 탄압하지요.그의 아들 장학량은 장개석을 납치하는 서안사변을 일으켜 세계를 놀라게 합니다.

달사르 2012-07-18 20:21   좋아요 0 | URL
오! 그렇군요. 직예군벌, 안휘군벌, 광서군벌..
찾아볼게 많군요.
장작림이 중국식 발음이 장쭤린이네요. 하하. 들어본 듯도..
1919년에 동북실권을 장악했다라니요..불과 100년도 전의 일이네요.

지금도 시리아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지만, 여기도 중국 군벌들처럼 계파간 전쟁이 있겠군요. 어제 속보를 보니까 대통령은 그냥 뭐 허수아비이고, 밑의 사람들이 실권을 나눠가지는 눈치던데..이번 사태 후 누가 실권을 잡을지..시민군 내에서 실권을 잡더라도 이후 어느 강대국과 또 손을 잡을지, 두루 궁금하네요.

노이에자이트 2012-07-18 23:09   좋아요 0 | URL
리비아도 카다피 사망 이후 각 지역 실력자들끼리 교전 벌인다는 기사가 종종 나와요.아프칸도 마찬가지고요.

달사르 2012-07-19 13:02   좋아요 0 | URL
네. 카다피 사망 이후 저쪽 동네는 변화가 많은 듯해요. 나라들이 다닥다닥 붙은데다 옛날엔 같은 민족들이기도 했으니, 그리고 종교 때문에 빡시게 싸우기도 하니, 서로 영향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구나..싶어요.

2012-07-19 0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19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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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전작주의자를 하고 싶어하는 일 인이다. 그러나 출간된 모든 책들을 단박에 읽지는 않을 것 같다. 하루키가 소설을 일년에 몇 권씩 내어준다면야 아낌없이 읽겠지만, 완벽한 하루키월드가 그렇게 금방 나올 수도 없는 일이고 하니, 내가 양보를 해서 천천히 읽을 노릇이다. 그 와중에 하루키에 대한 갈망을 채울 수 있는 책이 에세이류일 것이다. 작년의 <잡문집>도 그렇게 생각하고 읽었다. 소설과는 다른 줄 알고 읽었지만 예상 외로 속 깊은 이야기가 많아서 아직까지 소화를 못하고 간간이 책을 들춰보며 소화를 하는 중이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이 책은 작년의 잡문집과 또 다르다. 이 책은 그러니까, 하루키가 썼지만 하루키류 소설과는 완전 빠빠이~를 한 책이라고나 할까.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사람들은 왜 책을 읽을까. 나는 또 왜 책을 읽을까. 책에는 구원이 있을까. 책에는 내가 바라는 그 무엇이 있어서 내가 책을 읽는 걸까. 그저 심심해서, 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아주 약간이라도 상위의 조건에 무엇이 포함될지 궁금할 때가 있다.  책과 무관한 삶을 대체적으로  살다가 책이란 신기한 세계를 기웃거릴 즈음 만난 조르바는 내게 책을 안 읽는 삶도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 책을 버리라고도 말을 한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경기를 할 노릇이다. 조르바는 책을 읽지는 않지만, 책을 읽고도 얻기 힘든 그 무엇을 가지고 있다. 자유. 하늘로부터 직접 내려온 듯한 그 선천적인 자유스러움. 그 자유가 참 보기 좋았다. 저자 니코스 카잔차키스 역시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일진대 조르바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데는 책이라는 매체로 인해 자칫 '교조주의'로 빠질 우려에 대한 배려일 것이다. 매번 책을 읽으면서 감동지점을 찾거나 교훈을 찾는 일이 사람들에게는 익숙하다. 책은 대개의 경우 삶의 휴식을 위해서 혹은 위로가 필요해서 읽는 경우가 많기에. 그리고 그런 (생을 흔드는) 감동적인 책과의 조우를  한 사람의 경우 다음 번 책에서 또 그런 지점을 알게 모르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멋진 경험은 내 생각에는 삶에서 한 두권의 책이 고작이지 않을까. 아니, 그런 (생을 흔드는 내지는 삶을 바꾸는) 감동적인 책을 접하게 된 것 자체가 행운이라 불러야 되지 않을까.

 

모든 책은 분명 목적이 있다. 그 목적이 교육이든 감동이든 경험이든 그 무엇이든. 그렇다면 그 무엇 중에는 '아무것도 안느끼기', '아무것도 감동안하기' 같은 것도 있지 않을까. 조르바가 만약 수많은 책들 중에서 한 권을 고른다면, 왠지 하루키의 이 책을 고르지 않을까 싶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계속 웃음이 나왔다. 이 책은 하루키라는 이름을 가진 동네오빠가 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는 기분이다. 하루키 오빠가 약국에 손님으로 약을 사러 들어왔다가 말끝에 무슨 화젯거리가 생겨 둘이서 신나게 이야기를 하듯이.

 

"요새 가뭄이 들어서 채소 가격이 장난이 아니에요. 다행히 이번 비로 채소들이 물을 많이 먹고 싱싱해져서 채소값이 좀 떨어졌으면 좋겠어요. 이제 농민들도 좀 한숨 돌리겠지요? 그런데 채소 이야기가 나오니 말이죠. 그 뭐냐..그..아, 맞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이란 영화에서 노인이 이런 말을 하잖아요? ....꿈을 좇지 않는 인생이란 채소나 다름없다...라고요. 캬..멋진 말이에요."

"그런데, 채소라면 어떤 채소 말이죠?"

"글쎄, 어떤 채소일까. 그렇지, 으음, 뭐 양배추 같은 거려나?"

"와하하하하"

"그런데 양배추요리는 뭐가 맛있던가요? 뭐니뭐니해도 실처럼 가늘게 채를 썰어 사발 가득 담아 마요네즈를 뿌려 먹는 게 젤루 맛있지 않나요?

"맞아요 맞아. 그런데 양배추롤 만은 정말 먹고 싶지 않아요. 젊은 시절 날마다 지겹도록 만들어봐서 말이죠."

"아하..그렇게 많이 양배추를 혹사시킨 거에요? 양배추 입장에서는 당신이 싫겠어요. 하하하"

"음..그럴지도요. 그러고보니 채소마다 마음이 있고 사정이 있겠어요. 채소의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면, 제가 이상한 사람일지도요? 양배추 아가씨가 나를 싫어하면 안되는데. 하하하"

 

대화가 끝나고 나면 손님은 약국을 나가서 가던 길을 가고, 나는 손님을 잊고 다시 하던 일을 하고 말이다. 그렇게 가볍고 산뜻한 대화다. 깊은 생각은 물론 삶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사람이 매번 깊은 생각만을 하고 살 순 없다. 아무리 성대한 만찬이라도 연속으로 두 끼 이상은 지겹듯이. 대신 매일 먹는 김치나 깍두기 같은 메뉴는 우리 곁을 늘 지키며 부담스럽지 않다. 이 책은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책에서 무언가를 애써 얻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그러니까, 청개구리를 위한 책이라고나 할까. 어쩌면 무언가를 얻으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그리고 음..혹시, 이런 책이 오히려 쓰기 더 힘들..지는 않을까? 무언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더 쉽지 않을까. 타인에게 뭔가를 전해주려는 욕심을 버리고 이런 담담한 글쓰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작가라면, 자기도 모르게 묘사나 아포리즘을 글 여기저기에 집어넣을텐데 이 책은 묘사도 없고, 아포리즘도 없다. 즉, 일체의 장식이 없는, 아무 맛도 나지 않는 한천 같은 책이라고나 할까. 다행히 나는 한천을 좋아한다. 그리고 이 책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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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2-07-06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지 않고도 얻는 경험을 존중하다는 자세는 말처럼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렵습니다.우리나라 대졸자들이 학번을 내세우며 벽을 쌓는 것은 중학교나 고교 졸업하고 바로 사회생활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이른 사회경험을 들으려는 자세가 애초에 없기 때문이죠.아마 한국의 대졸자는 조르바에게조차 학번을 물어볼 겁니다.

달사르 2012-07-11 10:34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저는 회사 같은 데는 다녀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구요. 다만 약국에서 어르신들이 학교가 어디냐, 학번이 뭐냐를 물으시는 건 많이 접했어요. 내가 어디 나왔는지 자기들이랑 무슨 상관인지? 의아해하면서, 물론! 가르쳐주진 않았죠. 가르쳐줄 이유가 없으니까요. 대신 그게 왜 궁금하냐고 반문은 많이 했습니다. 그러면 어르신들은 인근의 어디 약국은 어디 학교 나왔고, 등등을 주르륵 꿰고 있더라구요. 도대체 저걸 왜 알고 있는건지? 이해가 안되더라구요.이해관계가 없는 경우도 이러할 진대, 회사나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는 갖가지 다양한 사례가 있을 수 있겠구나..생각했어요. 조르바에게조차 학번을.하하. 그치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점점 늘어난다고 생각하렵니다. 제 맘대로요.히힛.


책을 읽지 않고도 얻는 경험과 짧은 가방끈을 같은 의미로 보시는 거지여? 음..그렇게 해석되기도 하겠어요. 노이에자이트님은 제 생각에서 한걸음 더 나가신거네요. 과연, 멀리 내다보시는 센스가.. ^^

저는 요즘 대졸이 아닌, 고졸 지인들이 참 많이 생겼어요. 그들과 이야기할 때 대화가 학교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는데요. 물론 무의식이긴 했지만, 그래도 제가 뭔가 잘난 척을 하진 않았나..좀 생각해봐야겠어요.근데 학교 이야기 말고도 이야기꺼리가 무척 많아서 학교 따위(!)는 생각나지도 않았긴 해요. 하하.

transient-guest 2012-07-07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작을 위한 책이 추가되나봐요. 하루키 에세이 전집이 또 왕창 쏟아져 나오던데, 중복이 있더라도 모두 구하고 싶은건 책수집가로서의 마음인것 같네요 (겹치는 책이 좀 있답니다 제가..ㅋ).
여러가지 책이 있고, 각각 맞는 때와 필요가 있지만, 저에겐 책은 그냥 친구같아요. 분석해서 무엇인가를 얻어내지 않아도 같이 있으면 그냥 넉넉한 그런 친구. 또 옛 친구처럼 한켠에 꽂아두고 잊어버렸다가 다시 만나도 좋은 그런 사람같이.
위의 상상은 참 재미있네요. 저도 가끔 유명인이 제 사무실에 케이스를 의뢰하러 오면 어떨까하는 다소 발칙한(?) 상상을 하거든요..ㅋㅋ

달사르 2012-07-11 11:36   좋아요 0 | URL
겹치는 책은 놔뒀다가 담에 지인에게 나눠주는 행복을..ㅎㅎ
요즘 하루키 에세이가 다섯 권인가 왕창 나왔다지여? 저것도 한꺼번에 안 사고 야곰야곰 살려구요. 트란님 접때 말씀처럼 저거는 품절 우려가 없으니까요. ㅎ

아! 친구! 갑자기 제 친구가 보고 싶어지네요. 책 같은 친구. 친구 같은 책. 문득 생각날 때, 그리울 때 연락할 수 있는 친구. 가끔은요. 그 그리움을 증폭시키기 위해 일부로 막 연락하고픈 거 참을 때도 있어요. 그러다가 막상 전화했는데, 상대방이 너무 반갑게 맞이해줄 때 그때의 그 기분..정말 좋더라구요. 그런 좋은 관계를 트란님은 책에게 발견하셨군요. 와.

ㅋㅋㅋ. 맞지여? 그런 상상하믄 재미있어염. ^^

라로 2012-07-08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소같은 책인거라고 저 혼자 이해,,^^;;
저는 하루키 에세이 좋아하고 채소같은 얘기 좋아하는데,,,덕분에 넘어갈 번 한 책을 건졌어요,,^^;
참!!이 리뷰의 제목 너무 좋아요!!!^^

달사르 2012-07-11 13:43   좋아요 0 | URL
어. 맞아요. 뤼야켈레벡님. 식물성 책, 채소 같은 책.
책 읽다가 말이죠. 양배추 이야기가 나오니까 양배추를 가지고 무슨 요리를 해보지? 싶어져서 요리 상상하느라 막 침을 질질 흘렀다니까요. ^^

히. 캄사합니닷!!! 정말로 저런 동네오빠 한 명 있었으면 좋겠어요. 흐흐흐.

탄하 2012-07-08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하루키의 새 에세이를 읽으셨군요.
리뷰를 보니 이전보다 훨씬 소소한 생활의 이야기가 주재료인 듯하네요.
그림으로 치면 피카소가 말년에 그린 심플한 드로잉처럼
그저 순진하고 가식없이 맘가는대로 쓴 글, 이렇게 이해해도 좋을지...
삶이 불편할 때 편안한 글이 마주하고 싶다면 이 책이 딱일 것 같습니다.

달사르 2012-07-11 13:45   좋아요 0 | URL
넵. 힘을 뺀 하루키야요. 하루키는 이번 에세이에서는 힘을 빼기로 작정한 듯합니다. 다음에 힘이 들어간 에세이를 읽게 되면 또 어떤 느낌일지 기대가 될 정도로 말이지요.
하루키가 자기 말로 낯도 가리고 부끄럼도 많고..라고 하는데요. 정말 그런 거 같애요. 거기에 플러스 알파로 장난꾸러기 하루키도 살짝 들어가고 말이지요.
정말 읽다보면 동네오빠가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는 느낌이라니까요? 하하

프레이야 2012-07-09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사르님, 땡스투유~~~

달사르 2012-07-11 13:46   좋아요 0 | URL
워매. 캄사요. 프레이야님~
확인했어염. 히힛.
땡스투, 좋아염~ >.<

마녀고양이 2012-07-09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익숙한 하루키의 문체.....
저는 하루키 매니아인데, <잡문집>이 별로라는 평이 하도 많아서 결국 안 사고 버티는 중이었거든요.
그런데 달사르님의 페이퍼를 보니, 사르르 넘어가버리네요.
아이, 참. 클났어요 클났어. ^^

달사르 2012-07-11 13:50   좋아요 0 | URL
그지여? <잡문집>이 별로라는 평이 많긴 해요. 저는 좋았는데 막상 리뷰를 쓸려니 그 느낌을 살리질 못해서 아직까지도 머리 속에 갖고만 있어요. 하하.

하루키의 익숙한 문체도 저 채소..에세이에는 별로 없다고 보셔야될 거에요. 물론 심플한 문체는 여전하지만요. 낯선 장소를 소개할 때 독자가 익숙해지도록 배경서사에 신경쓰는 부분이라든지, 여자의 구두 같은 소소한 배경에 특정언어를 쓰는 부분이라든지..그런 건 거의 빼버렸더라구요. 그런건 담에 쓸 소설을 위해서 아껴놓는건지 아니면 아예 분리를 하자는 의미인지 모르겠지만요. 암튼, 신선함도 있고 낯섬이나 당황스러움도 있고..그리고 편안함도 있고 그랬어요. ^^

책읽는나무 2012-07-14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하루키에 좀 빠졌다가 요즘 시들해졌지만..그래도 하루키 신간이라고 하면 좀 눈여겨봐지더라구요.
빠졌었던 기억은 옛사랑을 기억하는 것과 똑같겠죠?^^
에세이집을 읽어보리라 그리 맘먹어도 잘 안되네요.
책을 잘 안읽어서 그런가봐요.에휴~

헌데 하루키가 동네오빠라고 가정하여 약국에 들러 하루키 오빠랑 나누는 대화는 참말로 멋집니다.
영화의 한 장면인데요?
그냥 아는 이들끼리 오다 가다 만나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장면들이 책이나 영화에 나오잖아요.
근데 들어보면 결코 가벼운 대화 수준이 아닌 분명 무게감이 있는 대화인데,님의 말씀처럼 무게 있는 대화를 나누었음에도 또 언제 그런 대화를 나눴냐는 듯이 서로의 일을 찾아 가잖아요.
전 그런 장면을 볼때마다 실제로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무척 궁금했거든요.
오오~ 내가 생각한 딱 그장면을 달사르님이 그것도 하루키 오빠랑 대화를 나눠버리시다니~~
무척 아름답고도 왠지 모르게 질투가 나려네요.ㅎㅎ
이건 정말 비가 와서 그런거에요.비 때문이라고 체면을 걸어야만해요.ㅋ

달사르 2012-07-16 20:49   좋아요 0 | URL
히히히히. 빨간 부분은 실지로 책에 나오는 부분이구요. 나머지 부분은 제가 끼어맞춘 거랍니다.
간혹 저녁 조용한 시간에 정말 저렇게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거든요. 특히!!! 남정네와 말이지요. 꺄하하하.
그럴 때 기분이 참 좋아요. 왠지 운치도 느껴지고 말이죠. 매대를 사이에 두고, 한쪽은 약을 사러 왔고 다른쪽은 약을 팔기 위해 서 있지만, 그것과 상관없는 이야기도 얼마든지 저렇듯 훈훈하게 나눌 수 있더라구요. 대화가 끝이 나고 서로 가던 길 가고, 하던 일 하는 그 부분도 제 경험담이구요. 히히히히히히.

그나저나 하루키가 정말 내 약국에 오면 영어를 쓰겠지여? 아..곤란한데... 하하하하하하하하. 한국말 좀 배워서 올려나요? 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님이 하루키 팬이라시니 더 반가워용~~~~

다락방 2012-07-19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나는 하루키의 책을 읽는 달사르님도 좋은데 하루키의 책으로 이런 리뷰를 쓰는 달사르님도 좋아요. 저도 이 책 사두었어요. 어서 빨리 읽어야겠어요. 헤헷 :)

달사르 2012-07-19 10:59   좋아요 0 | URL
ㅎㅎ 하루키 책은 야곰야곰.
하루키 잡문집이나 에세이는 독자를 책 속에 있는 내용에 한정시키지 않고 책을 벗어나 상상을 막 하게 하는 그런 기폭제 역할을 하는 거 같애요. 물론 하루키 소설도 같은 맥락이긴 하지만요.
저는 이제 하루키..생각하면 '장난꾸러기'가 먼저 떠오른답니다.
물론, 다락방님 하면, '재간둥이', '귀염둥이' 뭐 이런 거.. ^^
 

 

저번 주에도 비가 내렸지만 오늘 비가 또 내린다. 비가 자꾸자꾸 내렸으면 좋겠다. 출근길에 비가 왕창 내렸다. 약국 문을 열자마자 종이박스를 입구에 깔았다. 대리석 바닥이 미끄러워 비오는 날엔 종이박스가 요긴하다. 엊저녁에 종이박스를 전부 내다놓지 않고 하나 남겨놨는데 선견지명이다.

 

'비오는 날은 우산장수, 양산장수(?) 이야기처럼 약국가는 한산하다.' 가 정설이다. 그러나 모든 정설엔 예외가 있듯이 오늘은 예외의 날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바쁘기 시작해서 겨울이 다시 왔나 싶을 정도였다. 그러니까 나는 계속 조제실에서 약을 지었다는 말이다. 그러다 할아버지와 아들 손님 두 분이 들어오셨고 나는 계속 약을 지었다. 수시로 들어오는 손님을 위해 귀는 늘 열어둔 채로 있었는데 조제 중에 이런 대화가 들렸다. "당굴 가려면 어디로 가야되나요?" "아..당굴..요?  글쎄요..어디로 가야할까요..버스를 타고 가시나요? 버스 정류장은 말이죠. 저쪽 길로 주욱 올라가셔서는요.." 지나가는 할머니가 담배를 피기 위해 약국 앞에 서 있는 아들에게 길을 묻는 눈치다. 그러나 뭔가 해결이 잘 되지 않았는지 약을 지어 나와 보니 할머니가 우산을 들고 난처한 표정으로 서 계신다. 다른 여자분도 한 분 계셨는데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시며 뭔가를 생각하는 눈치다. 할아버지와 아들이 약을 받아서 간 뒤에도 다른 여자분은 계속 생각을 하셨고, 뭔가를 중얼거리신다. "손님, 뭐라구요?" "아. 네..아까 할머니가 얼핏 아주라고 이야기해서요. 아주는 당굴의 작은 마을 이름이거든요. 아주를 가려면 버스를 어디서 타야 될까.."

 

아. 이 사람들, 왜이렇게 착하지. 나는 순간 귀찮다는 생각을 했는데..반성의 의미로 할머니에게 친절하게 말을 건네본다.

 

"할머니, 지금 여기는 왜 오셨어요? 어디 가시는 길이에요? 집에 가실거에요?"

"으응. 병원 댕겨왔지. 봐, 여기. 약도 탔는걸?  집에는 지금 안 가고 지금은 딸네 집에 갈거야. 근데 딸네 집이 어딘지는 몰라."

할머니가 보자기에서 주섬주섬 꺼낸 약봉투는 인근 약국 것이었다. 그 약국에서 제대로 묻지 못하고 길을 나선게다. 그 약국에 도로 할머니를 보내고픈 마음이 살짝( ") 들었지만 착한 주위사람들에 동화된 나는 직원과 다른 여자분과 의논을 계속 한다. 이때, 센스쟁이 직원이 아이디어를 낸다.

"병원에 전화를 걸어봅시다. 이제는 할머니 이름을 아니깐 병원에 전화를 걸어보자구요."

평소에 환자들이 약을 놔두고 가거나 이러저러한 이유로 환자 연락처가 필요한 경우 병원에 전화를 건다. 병원은 환자의 연락처를 무조건 기입하기에 우리가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 할머니의 경우, 본인의 연락처가 있을지 보호자의 연락처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전화해보기로 결론을 내리고 전화를 걸었다. 마침 친절한 원무과 직원이 받는다.

"아.. 그 할머니요. 그 할머니 약간 오락가락하시는데..잠깐만요. 연락처가..따님 연락처네요."

 

친절한 원무과 직원에게 감사를 표하고 알려준 연락처로 우리직원이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여기 약국입니다. 할머니가 저희 약국에서 약을 타신 후 길을 나서는데 지리를 모르시나봐요. 할머니가 따님에게 들렀다 집에 가신다는데 따님댁은 어디신가요?   ...  아..지금 도시병원에 계시다구요? 아..그러시군요. 그러면 할머니는 집은 어떻게..네..네..아..그렇게 하시겠어요? 네~ 잘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직원이 할머니를 다독이며 말을 한다.

"할머니~ 따님은 지금 잠시 어디 다른데 볼 일이 있다나봐요. 오늘은 할머니가 그냥 집에 가시구요. 따님과는 내일 보기로 했지요? 따님이 택시를 보내준다고 하니 여기서 잠시만 기다렸다가 택시 오면 타고 가셔요~"

약을 탄 약국 말고 엉뚱한데서 길을 잃고 헤매는 모습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피하고 딸의 걱정을 최소화시키려는 직원의 센스있는 말을 듣고 나는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그나저나 딸이 병원에 있다니. 어디가 아픈걸까.

 

약국 밖으로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나는 할머니 옆에 앉았다. 할머니가 양손으로 꼬옥 들고 있던 비닐봉지에는 야채와 작은 호박 두 덩이가 있었다. 오늘 딸내미 만나면 건네려고 담아온 호박은 참으로 예뻤다. 손자까지 두고서도 여전히 딸내미를 챙기는 할머니 얼굴을 오래도록 물끄러미 쳐다봤다. 할머니의 쭈글한 손을 만지작거리며 이야기를 두런두런 하고 있으려니 택시가 왔다. 택시 아저씨는 웃으면서 할머니에게 인사를 건넨다. "따님이 오늘 마침 볼일이 있으셨나봐요. 하하하. 제가 할머니 집까지 안전하게 모셔드리겠습니다." 흰머리 할머니와 흰머리 택시 아저씨는 내리는 비속을 그렇게 떠났다. 누군가의 소망, 누군가의 마음을 담은 비가 계속 내린다. 비는 할머니의 호박밭에도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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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7-05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머니의 호박밭에 단비가 내렸으면 좋겠네요 :)
비가 오면 꿀꿀하고 우울한데, 이 글을 읽으니 꼭 그렇지만도 않은 오늘이네요.

달사르 2012-07-06 10:24   좋아요 0 | URL
오늘도 계속 비가 내리지여?
비가 오면 우울한건 어쩜 20대의 특권이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요. 좀더 깊이 슬퍼하고 좀더 많이 기뻐하는 그런 것들 말에요. ㅎㅎ 갑자기 든 생각인데 말없는수다쟁이님은 비오면 괜히 물웅덩이 찾아서 여기저기서 첨벙거리고 다니고 막 그러지 않는가요? 아...제가 괜히 그래보고 싶어지네요. ^^

할머니의 호박밭에 단비가 내리면 호박이 더 맛있어질거 같아요!

다락방 2012-07-05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갑자기 알라딘에 좋은 페이퍼들이 우르르 올라와서 기분이 너무 좋아요. 게다가 이 페이퍼는 뭉클 하기까지 하네요. 제가 이래서 달사르님의 약국이야기 기다린다니깐요. 나중에 이거 다 모아서 [올리브 키터리지]같은 책 냈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약국 에세이라든가.

달사르 2012-07-06 12:09   좋아요 0 | URL
아기자기 알라딘마을이 된 거 같애요. 힛.

앗. 헤헤. <올리브 키터리지>는 책을 읽을 때나 안 읽을 때나, 생각만 해도 두근거리게 하는 그 뭔가가 있는 거 같애요. 그런 감수성 있는 무언가가 내 속에도 생기게 해주세요~ 라고 종종 빌곤 한답니다. 헨리도 좋지만 저는 부인인 올리브의 그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볼 때 정말 따뜻한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다락방님과 제가 좋아하는 책이 겹치는게 <올리브 키터리지>여서 참 좋아요. ^^
다락방님의 말씀에 힘입어(!) 약국일기 종종 올려볼께요.

프레이야 2012-07-05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약국 이야기, 시리즈로 모아보세요. 몽글몽글해져요, 마음이요.
비는 할머니의 호박밭에도 내릴 것이다!!!
올리브 키터리지의 첫 장 '약국'도 생각나구요.ㅎㅎ
오늘 여긴 아침에 시원하게 비 퍼붓더니 오후엔 말짱하니 개었어요.

달사르 2012-07-06 12:19   좋아요 0 | URL
네. 프레이야님 ^^ 약국일기 종종 올릴께요. 어떤 일 때문에 한동안 의기소침해서 일기 쓰다 말았는데요. 최근의 또다른 어떤 일 덕분에 다시 올려볼까해요. 일기를 쓰다보면 내 속에 무슨 생각이 있는지, 내가 사람들을 어떤 식으로 보는지, 또 사람들은 나와 어떻게 다른지, 가 조금씩 드러나는 거 같애요.
올리브 키터리지의 첫 장, 너무 좋지여? 담에 프레이야님의 목소리가 담긴 올리브 키터리지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어요. 저녁에 퇴근 후 틀어놓는 음악처럼, 음성으로 된 올리브를, 헨리를, 사람들을, 만나고 싶거든요. ^^

맞지여? 어제 오후 되니 말짱해졌어요. 근데 오늘 또 퍼붓네요. 대기 중으로 퍼지는 비 냄새. 참 좋아요.

자목련 2012-07-05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에서 '비가 자꾸자꾸 내렸으면 좋겠다'란 문장이 좋아서, 얼른 왔는데.
언제나 그렇듯 달사르님의 페이퍼는 왜 이리 포근하고 달콤할까요.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좋아요.
비를 기다리는 누군가의 마음에 비가 계속 내리면 좋겠어요. 전, 비오는 게 정말 좋아요..

달사르 2012-07-06 13:03   좋아요 0 | URL
자목련님이 제 글을 되게 좋아하는 느낌을 종종 받아요. 헤헤헤헤헤.
저는 '되게'라는 표현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한때 친했던 동생 녀석이 '되게'라는 말을 자주 했는데요. 서울놈 입에서 나오는 '되게'는 시골촌년의 억센 사투리와 달리 참 정겹더라구요. 박완서를 좋아하는 아이였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되게'라는 말을 들으면 박완서의 그 포근하고 달콤한 눈빛과 웃음이 연상되어요. 오늘은 자목련님의 포근하고 달콤하다는 표현에서 반대로 '되게'라는 단어가 떠올랐어요. ^^

앗. 저도 자목련님(이랑 자목련님 글이랑) 되게 좋아합니다. 하하하. 참, 저도 비오는 거 정말 좋아요.

라로 2012-07-05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서나 약사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봤는데 공부를 못했어서~~~.ㅋ 흐흐흐
좋은 직원분을 두신 것 같아요~~~. 함께 일하는 사람 좋은 사람 두신 것도 복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달사르 2012-07-06 13:1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뤼야켈레벡님.
나비님이라고도 사람들이 부르던데요. 저는 뤼야켈레벡님이라고 부를께요. 이니셜을 그렇게 과감히 바꾸시는 모습이 저에겐 보기 좋았어요. 이름으로 상징되는 그 무엇은 다 허상이다! 라거나 아니면 새로운 내가 되고 싶어! 라거나 아니면 그냥 심심해서! 라거나 또는 기타의 여러 다른 이유들로!
그래서 왠지 멋지게 사실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답니다. ^^

ㅎㅎㅎㅎ 저도 사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요근래 한답니다. 실지로 제 친구 하나가 사서인데요. 직업을 일년간 서로 바꾸는 방법이 없을까..한동안 고심을 했답니다.^^
넵! 직원이 좋아서 막 어디가서 자랑하고 다닌답니다. 우리는 너무 잘 지내요~ 이럼서요. 한번 힘들게 교체를 하고난 뒤여서 좋은 사람과 같이 있는 복에 대해 저도 감탄을 하고 있어요.

탄하 2012-07-05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머니께서 따님을 만나셨다면 왠지 호박으로 수제비를 끓여주셨을 것만 같아요.
오늘처럼 비오는 날 어울리는 메뉴! 헤헤, 아마도 제가 수제비를 먹고 싶은 탓이겠죠?^^

시원~~하게 내리는 오늘의 비와 정말 잘 어울리는 정다운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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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비가 와서 그런지 인터넷 접속이...ㅠ.ㅠ
댓글저장이 안돼 몇 번 눌렀더니 그만 같은 댓글이 5개씩이나 올라갔어요.
컴터는 안 돌아 가는데 우격다짐으로 지우느라 땀이 삐질~^^;

달사르 2012-07-06 13:19   좋아요 0 | URL
하하. 분홍신님이 수제비를 좋아하시는군요!
비오는 날엔 수제비가 좋지요. 수제비 먹고 비오는 강가에 나가서 물수제비를 뜨면 왠지 몇 배로 잘 할 거 같애요. 분홍신님은 물수제비도 잘 뜨시나요? ^^

앗. 5개씩이나! 못봤네요, 못봤어. 5개 다 놔두셨으면 제각각의 답글을 5개 다 달았을텐데요. 히.
담에는 힘들게 지우지 말고 걍 냅둬요. 제가 힘닿는데로 답글을 죄다 다르게 달아볼께요. 헥헥.

그나저나, <초원..>은 진척이 있으신가요? 저는 그림을 좀 그려서 복사를 해야는데, 아침에 출근길에 매번 비가 내려서 몇일째 복사를 못하고 있어요. 비가 좀 그치면 조금씩 포스팅을 할까 합니닷.

transient-guest 2012-07-06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예쁜 영화속의 한 장면 같네요. 장마는 싫지만, 실내에서 비오는 바깥을 감상하는 운치는 좋아합니다. 그런데 장마기간에 한국에 가본게 2004년이 마지막이네요. 아름다운 하루가 되셨을 것 같아요.

달사르 2012-07-06 13:40   좋아요 0 | URL
ㅎㅎ 시골약국이라서 좀더 정취가 있는 거 같애요. 저는 아직도 도시에서 살다온 흔적이 몸에 배여서 귀찮다, 간섭하지 마라, 등이 많은 편인데요. 그런 방어막을 손님들이 여지없이 녹이는 경험을 종종 해요. 계속 도시에 있었으면 아직까지도 모를 그 무엇들.

비오는 날에 실내에서 바깥을 보면 바깥의 나무잎들이 재잘재잘거리는 거 같애요. 그리운 사람이 근처에 있어 같이 차 한 잔 하면서 바깥을 보면 참 좋겠구나, 싶네요. 만약 눈 앞에 없다면 맞은편 빈 자리에 그리운 사람을 마음으로 앉혀놓아도 좋구요.

한국이 멀어서 매년 나오시진 못하지요? 2004년, 그리고 올해. 그 중간에 한 두번? 다음번은 언제 나오시려나~

감은빛 2012-07-13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네요.
가끔 팍팍한 도시의 일상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에 대한 배려를 잃고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사는데,
달사르님 글에는 정말 이해심 많고 사려깊은 분들이 계시네요.
할머니의 따님께 전화를 걸었던 직원분은 정말 사려깊은 분이세요.

고맙습니다. 이 이야기 덕분에 저도 좀 더 친절한 사람이 되어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달사르 2012-07-14 16:53   좋아요 0 | URL
^^

잘 읽어주셔서 제가 되려 감사합니다.
직원과는 속 깊은 이야기도 많이 하면서, 사람들 간의 차이점은 어디에서 기인하나..사람들 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등등에 대해 토론을 많이 합니다. 그런 와중에 나온 행동들이어서 더 좋았던 거 같애요. 서로가 서로를 신뢰한다는 기본이 깔려 있는 그런 환경 속에서의 행동들 말이지요. 감은빛님 댓글 읽고나니 직원에 대한 뿌듯함이 더 커지는 거 같아 기분이 좋네요. ^^

책읽는나무 2012-07-14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님의 약국일기를 읽으면요.저희동네 약국의 풍경을 항상 떠올리면서 읽고 있거든요.
저희동네 약국에 여약사와 여직원이 있어요.처음엔 남자약사분이 계셨었는데 요즘엔 여자약사분이 계속 계시더라구요.
친절하고 예쁜 약사님 덕분에 약국 갈 재미가 있어요.
아마도 내가 더 우리동네 약국에 애착을 갖게 된건 아마도 달사르님 때문이구나~ 오늘 문득 깨달았군요.
그약사님을 달사르님과 동일시하고 있었어요.ㅎㅎ

심신이 힘들어 병원이나 약국을 찾았는데 마음 따뜻한 말 한 마디라도 듣게 된다면 병이 절로 나을 것같아요.
병원 간호사가 무뚝뚝하고,의사한테 잔소리 듣고 상한 마음을 전 약국에 가서 좀 달래는 편인데요.
님의 약국은 정말 찾아가고 싶군요.
약국이 어딥니까??^^;;

달사르 2012-07-16 20:54   좋아요 0 | URL
히힛. 기분 좋은 칭찬. ^^
아무래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에서는 미소 한 번 더, 상냥한 말 한 마디 더, 가 요리의 양념처럼 꼭 필요한 거 같애요.

방금도 손님이 제가 간만에 늦게까지 문 열고 있으니까..아..나는 계속 여기 오고픈데..집이 너무 멀어서 아무래도 다른 약국을....오늘은 지나가는 길에 문이 열려서..아..나는 계속 여기 오고픈데..라고 말씀해주셔서 기분이 참 좋았거든요. 그러면서 또, 감사하기도 했구요.

이렇듯 그냥 슥 스치는 말 한 마디에 마음이 담겨있는 걸 아니까, 저도 좀더 상냥해져야겠다. 좀더 조심해야겠다. 화는 조금만 덜 내야겠다..싶어지네요. 책읽는나무님 말씀 감사해요. ^^
 

 

 

 

 

 

 

 

 

 

 

 

 

 

 

 

 

 

 

"이 새끼, 순진한 줄 알았는데 엄청나게 뻔뻔한 자식이네. 그건 내가 한 게 아니야. 거기엔 너도 있었잖아. 당시엔 다들 그게 이 배를 뺏으려는 계략이라고 생각했어. 제기랄, 이딴 이야기를 내가 왜 하고 있지? 암튼 풋내기놈아. 잘 알아둬. 누가 잘했는지 못했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야. 순진한 것도 정도가 있는 거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줘야 하냐? 너는 나를 사과하게 하거나 돈을 돌려주게 할 수 없어. 왜냐, 너는 아무 힘도 없으니까. 압드라만도 마찬가지야. 착한 척 나섰지만 돌아오는 건 외면뿐이라도 뭘 어쩌겠냐. 제 방에 틀어박혀서 알라하고나 놀라지. 젠장, 난 그 자식을 도저히 참아줄 수가 없어. 난 빌어먹을 광신도들만 보면 도저히 견디질 못하겠단 말이야. 넌 그걸 알아야 해. 지금 세상은 백인들의 신이 지배하고 있어. 그 뭐야, 예수라던가, 그 자식 있잖아. 그놈을 믿는 백인들이 이 세상을 지 맘대로 주무르고 있다고. 아랍인들이 믿는 알라도 나쁘지 않아. 걔들한테는 적어도 석유라도 줬잖아. 우리도 이슬람을 믿지만 우리한테 돌아오는 건 뭐야. 물 한 방울 없는 사막이랑 총알뿐이야. 그게 왜인 줄 알아? 그건 알라가 아랍인들의 신이기 때문이야. 선지자 모하메드가 어디 아프리카 사람인가. 아랍놈이지. 난 백인들의 신보다 알라가 더 싫다고. 소말리아의 신을 알라가 죽여버렸거든. 깜둥이 신이 없으니까 우리를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 거야. 제기랄, 우린 심지어 깜둥이 신이 누군지도 잊어먹어버렸다고. 난 그래서 알라에 매달려 사는 압드라만이 싫단 말이야. 알겠냐? 그 멍청한 자식이 착한 척 하는 모습을 보면 대갈빡을 쪼개버리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어. 백날 알라나 외쳐보라지. 알라가 우리한테 콩 한 톨이나 주는 줄 알아? (후략) "

 

                                                                                 P.178

 

 

소말리아의 신을 알라가 죽여버렸거든. 깜둥이 신이 없으니까 우리를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 거야. 제기랄, 우린 심지어 깜둥이 신이 누군지도 잊어먹어버렸다고.

도둑질을 한 주제에 꼬마 해적 모하메드에게 들켰음에도 어른 해적 압켈은 되려 뻔뻔하게 말한다. 여기 있는 누구나 다 내가 도둑질을 한 걸 이미 알고 있다고. 훔치지도 않은 압드라만이 자신이 훔쳤다고 한 건 다 이유가 있다고. 압드라만이 그런 행동을 한 건 다 배 위의 평화를 위한 거고, 만약 사실이 밝혀져 평화가 깨질 경우 압드라만 역시 끝장이기에 그런 결정을 한 거라고. 그러면서 위의 말들을 덧붙인다.

 

뻔뻔한 압켈이라고만 생각했던 나에게 압켈이 입체적으로 다가오는 장면이다. "소말리아에 전사 아닌 사람이 어디 있어? 전사 아니면 거지인 게 소말리아지!"라는 말처럼 아프리카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 전국민이 해적질을 하는 나라의 국민 중 하나 압켈. 해적질은 분명 나쁜 것이 맞는데 그 해적질의 장면을 오랫동안 유심히 들여다보니 그만 머리가 혼란스러워진다. 마찬가지로 그들의 종교관 또한 헷갈린다. 유럽의 식민지, 노예 시장  등 아주 단편적인 지식만을 가지고 있던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이 책을 읽는 동안 궁금함으로 다가왔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 대해서는 종종 찾아봤지만 아프리카의 경우 내가 한 번이라도 자료를 찾아봤던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프리카를 찾아본 적이 몇 번 있긴 했다.

 

 

 

방학이 시작될 무렵엔 구급약을 사러 오는 어른들이 가끔 있다. 그냥 주고 마는 경우도 있지만 어쩔 땐 대화를 하기도 하는데 손님들이 넌지시 눈치를 주기 때문이다. 해외에 나가는데 이 정도만 준비하면 되나요? 라든지 아니면 그 나라에서 특히 더 필요한 구급약이 뭐가 있을까요? 라는 식의. 나의 대답은 당연히 어느 나라를 가시나요? 이다.

 

외국을 가는 경우 젊은이는 워킹 홀리데이의 경우도 있고, 언어연수의 경우, 그리고 해외선교의 경우가 있다. 호주, 미국, 캐나다 등등의 나라로 가는 경우는 전자의 두 경우. 해외선교의 경우는 처음 들어보는 나라가 대부분. 한번은 손님에게 들은 나라의 이름이 너무 낯설어서 인터넷 검색을 해봤다. 아프리카 오지의 한 나라였다.

 

"아프리카에 선교를 가시나요?"

"네. 요즘은 아프리카 쪽을 많이 가요."

 

우리나라는 기독교의 정통나라가 아님에도 해외선교를 많이 간다. 나는 종교인이 아니기에 이런 말들이 낯설긴 하지만 신기하다는 생각, 대단하다는 생각은 든다. 얼마나 종교를 깊이 믿으면 저런 행동이 나오는건지. 그나저나 아프리카엔 기독교인들에게 선교의 장소로 적당한 모양이다. 아직 선교할 곳이 많기에 이 시골에서도 저리 선교를 가는 모양이다. 그럼 아프리카는 원래 종교가 뭐였을까. <종교>책을 보면서 아프리카의 종교 분포를 본다.

 


 

P.200- 215 정리 <사진 첨부는 나중에>

 

 

 

 

 

 

 

 

 

 

1. 기독교의 전래

동북아프리카는 세계 4대 문명발상지인 나일강이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곳에 위치해 있다. 기원전 3천년 전에 누비아의 케르마시 근처에 아프리카 최초의 쿠시 왕국이 출현했으며 쿠시인들은 당대의 이집트인들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사회적 지위가 영속화되는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을 가졌던 것으로 고고학적 발견에 의해 드러났다.  이후 두번째 왕국이 나파타 근처에서 출현했으며 이들은 이집트와 마찬가지로 아문 숭배를 했다. 기원전 6세기에는 수도를 나파타에서 메로에로 옮겼고, 전쟁의 사자신 아페데메크 같은 새로운 신들이 등장했다. 

 

기원후 4세기에는 그리스도교를 믿는 악숨인들이 이 지역을 점령했으며 악숨이 그리스도교를 믿게 되는 과정은 이러했다. 악숨의 에자나 왕의 궁전에는 두 명의 젊은 죄수가 있었는데 이들은 종교적 기능을 담당했던 이들로써 이들의 중재로 왕이 개종을 했고 그 중 푸르멘투스는 악숨 최초의 아바, 즉 주교가 되었다. (죄수의 개입으로 한 나라의 종교가 바뀌는 일대 사건이 발생했다라..왠지 냄새가 난다..죄수가 일부러 잡혀간 걸까? 아니면 우연히 잡힌 죄수가 타국의 제사장 정도였는데 말빨이 워낙에 뛰어나 일국의 왕까지 그 말에 빠진 걸까. 아니면 악숨의 왕이 장자가 아니거나 등의 이유로 정통성이 부정받고 있던 찰나, 새로운 종교를 들이밀어 적자의 자리를 주장하게 되는 걸까. 아..상상만 해도 잼있다. 왠지 얼마 전 읽은 <하자르 사전>을 보는 듯하다. 하자르 왕국 또한 개종 문제를 둘러싸고 사건이 벌어졌는데 이를 각각 해당종교의 입장에서 풀이하고 있다. 입장이 다르면 이렇게 차이가 나는구나, 라고 생각하고 재미있게 읽었더랬다) 이렇게 개종한 후 악숨의 왕들은 하느님이 선택한 사람으로 간주되었고, 9명의 성인이 전국을 순회하며 사당과 신전을 파괴하고 그 자리에 교회와 성소를 세웠다. (윽..이건 좀..)

 

13세기 솔로몬 왕국이 들어서며 쿠시 왕조는 몰락했고 1973년까지 에티오피아를 통치했다. 솔로몬 왕조는 셈족이었기에 셈족어인 암하라어를 강요했다. <왕들의 영광>을 집필하면서 에티오피아의 그리스도교 발생을 솔로몬과 시바 여왕의 만남으로 설명했고 이 만남으로 아들인 메넬리크가 탄생했다고 말하고 있다. 메넬리크는 예루살렘에서 아버지를 만난 후 유대 율법이 담긴 언약의 궤를 가지고 돌아왔는데 에티오피아의 모든 교회의 은밀한 성소에는 이 상자를 상징하는 나무껍질(타봇)이 정성스럽게 보관되어 있다.

 

 

2. 치유의식

'고통의 치유'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는 치유의식은, 영적 존재가 살아 있는 사람의 삶에 개입함으로써 질병이 치유된다고 믿는 믿음에서 생겨난 종교적 의식이다. 영적 존재로 인해 병을 얻었다고 생각되면 환자는 예언가나 사제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며 일련의 의식을 치른 환자는 계속해서 종교적 수련을 쌓아 자신이 직접 치유사가 되기도 한다. 이 점이 치유의식의 가장 큰 특징인데 치유사와 환자가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치유의 과정을 통해 환자가 치유사가 될 수 있는 과정을 오픈해두었다는 점이다. 즉, 불행과 고통이 오히려 힘과 완전함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방식이다.

 

크게 보리 의식, 은고마 의식, 자르 의식으로 나뉘는데 소말리아는 자르의식이, 조스고원은 보리의식이, 남아프리카는 은고마의식이 주로 분포한다.

 

 

3.지방의식

치유의식이 개인의 고통을 치유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지방의식은 가뭄, 홍수, 전염병 같은 사회적 재난을 예방하는 데 관심을 기울인다. 중심이 되는 인물은 역시나 영매인데 은질라, 비투마, 므왈리, 코레코레, 음보나 의식이 지역마다 존재하며 사당이 있다. 주로 남아프리카에서 일어났다.

 

 

4.이슬람교와 수피교단

이슬람교는 7세기에 북아프리카에 전파되었으며, 사하라 사막을 횡단하여 동아프리카의 해안을 따라 내려간 무역로 덕분에 사하라 사막 이남에도 전파되었다. 초기는 대체로 평화로워 사원을 짓고, 코란을 가르치는 학교를 열었으며, 개종자가 점점 증가했다. 그러나 19세기 초 유럽의 식민지배가 시작디면서 지하드가 등장했는데 이슬람의 이름으로 수행된 이 성전에서는 비이슬람교 뿐 아니라 엄격하게 준수하지 않는 이슬람인들까지 적으로 간주되었다.

 

18세기에는 수피교단이 확산되기 시작했는데 소말리아에는 라시디야 교단이 있다.

 

 

5.유럽의 선교

로마 시대에 이미 불아프리카에 정착을 했지만 7세기 아랍인의 침략으로 이슬람교가 그 자리를 대신했고, 그리스도교는 이집트와 에티오피아에서만 규모가 큰 소수종교로 잔존했다. 이후 크게 두 번의 선교활동이 있는데 첫 번째는 15-17세기에 포르투갈 사제들과 무역업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슬람교의 확산을 막기 위한 이유, 아프리카 식민지를 넓히기 위한 수단, 아프리카에서 사로잡은 노예들을 무역업자에게 넘겨주는 조건 등이 붙으면서 각자의 이익에 따라 선교를 응하기도 하고 거절하기도 했다. 콩고의 왕은 개종 후 가톨릭교의 확산에 노력을 기울였고, 베냉의 경우는 노예공급을 거절했고, 와리는 노예공급에 기꺼이 응했다.

 

두번째 만남은 19세기에 이루어졌으며 왕의 개종이 있는 경우는 백성들의 개종이 잇따르지만, 토착종교에 깊이 관련된 왕들의 경우 자신의 종교를 포기하지 않았기에 선교에 장애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아프리카 사회에서 조상, 영혼, 신들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선교사들이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20세기 선교에서는 새로운 과학기술의 전파, 농경과 인쇄 기술의 전파, 의약으로 갖가지 질병을 치료해주는 등 변화가 생기고 있다.

 

 

6.독립 그리스도교

아무리 교육을 받아도 아프리카인은 성직에 종사할 수 없다는 유럽 선교사들의 인종차별에 좌절감을 느낀 아프리카 그리스도교인들에 의해 독립교회가 창설되었다. 이후 시온교회 운동이 일어났고 종교적 치유, 현지 언어의 사용, 세례 중시 등의 내용이었지만 그 시작은 선교활동이었다.

 

1920년대에는 예언운동이 널리 퍼졌는데 선교활동이 미치지 않는 지역에서 발전했고, 종교적 치유, 꿈, 환상 등을 중시했다. 나사렛 교회, 지상예수그리스도 교회, 해리스 교회, 알라두라 운동 등이 있다. 이들은 예언적 인물을 중심으로 형성되는데 교회 창시자인 (셈베, 킴방구 및 해리스)를 존경하고 심지어 숭배한다는 점에서 에티오피아 교회나 시온교회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식민통치라는 사회적 영향 아래 유행한 독감은 이 종교를 확산시키는 데 일조했는데 예언자들은 아픈 부위를 만져 질병을 고쳐주었고, 넉넉한 성수를 이용해 악으로부터 보호해주었고, 악의 근원에 대항하는 신성한 전쟁을 감행했다. 즉 그리스도교 선교사들은 아프리카 토착종교의 관습을 버릴 것을 촉구했지만, 예언적 인물들은 토착종교를 대신할 영적 능력의 원천을 제공해서 개종자를 모았다.

 

 


 

작가 하상훈이 소설의 주인공을 피랍선원으로 하지 않고 꼬마 해적 모하메드로 한 것엔 분명 이유가 있을 터이다. 그 이유는 하상훈이 소설을 쓰는 이유와 같을 것이다. 같은 상황이라도 보는 시선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일들에 대해 우리는 어떤 시각을 취할 것인가.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을 덮고나서도, 곰곰히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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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2-06-17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의 책을 읽으면서 참으로 다양한 생각을 하셨네요. 그렇게 눈을 뜨고 일어나면 읽을 책이 늘어간다는 사실에 기쁘면서도, 상대적으로 짧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생각하게 됩니다.ㅋ '하상훈'이라는 작가의 책, 조만간 저도 구해서 보고 싶네요.

달사르 2012-06-18 14:51   좋아요 0 | URL
하하하. 삶이 참 길다고 생각했는데 요새는 짧..을수도 있구나..란 쪽으로 생각이 바뀌어져 갑니닷.

넵. 뭐라뭐라 생각이 많았는데 정리가 안되서 일단 아프리카 종교 쪽만 정리해놨어요. 사진도 올려야되는데 주말에 농띵이를 부렸네요. 힛. 이 작가는 좀 오에 겐자부로 느낌이 살짝 나요. 생에 대해 아주 충실하게 한 발짝 한 발짝 딛고 걸어가는 그런 느낌 말이죠.

탄하 2012-06-20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그 대단한 책이로군요.
아프리카에도 이토록 긴 기독교의 역사가 있는 줄 몰랐습니다.
기원전 3천년경에도 내세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 반대의 생각(내세가 없다)을 가진 사람은 없었을까요?
요즘처럼 말이예요. 흠..참 궁금하네요.
이런 책이 왜 절판일까...ㅠ.ㅠ

방금 정수일님의 <초원..>을 가지고 올라왔어요.
휘리릭 넘기다 보니 사진땜에 맘이 설레네요.
저 때문에 7월까지 기다리시느라 목 빠지시는 거 아니겠죠?^^;

달사르 2012-06-20 11:14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내세가 없다는 생각은 요근래에 나온 듯하지여?
고대인들이나 오리진들의 경우는 무서운 자연환경에 극복해서 매일매일을 지내야되니 자연히 '자연신'이나 기타 여러 신들의 존재를 만들어서 섬기지 않았을까..이런 생각을 좀 하구요. ('터부시'라는 용어도 그런 피햬를 줄이기 위해서 나왔을테구요.) 그 단계가 더 발달하면서 3대종교의 기반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앗. 그러세요? 그럼 같이 시작하면 되겠네염. 저는 익숙지 않은 지명들 땜에 지리 관련 지도를 인터넷으로 줄창 찾고 있었어요. 빨랑 같이 읽어봅시닷! ^^

탄하 2012-06-21 00:28   좋아요 0 | URL
하하하..지명에 대한 애착! ^^
역시 이 지역에 관심이 있으셨던 달사르님 답군요.
음, 저는 26일까지 마쳐야 할 리뷰가 있어서 가장 빨리 읽으면 27일부터 읽을 수 있어요.
달사르님, 혹시 너무너무 읽고 싶으시면 쫌 먼저 읽으셔도 되요.
너무 기다리시게 하면 제가 죄송해서...

달사르 2012-06-23 10:27   좋아요 0 | URL
넵. 분홍신님 표현대로 제가 지명에 남다른 애착이 있는 듯해요. ^^ 안그래도 내가 대체 왜 그렇게 애착을 가지는지 곰곰히 생각 좀 해봐야겠어염. ㅎ

앗. 아닙니다. 기다리는 건 제가 가장 잘하는 일이라서 괜춘해요! 게다가 저 책 말고 유사한 종류의 책을 몇 권이나 늘어놓고 읽고 있는 요즘이라서 더욱더 괜춘!! 참, 읽다보니 지도가 좀 첨부되었으면 좋겠다 싶은 부분을 발견했슴돠. 알라딘에 지도가 올려지는지 좀 체크해보고 올려지면 한번 올려볼라구요. 이번엔 좀 제대로 읽어보려고 제가 작정하고 있거든요. (불끈) 분홍신님도 이미 아시겠지만,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사실..별로 없는지라..그래서 분홍신님과 책으로 서로 통하는 부분을 발견한게 참 행운이고 고마운 일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애초의 첫 만남부터 말이지요. ^^ (실은 얼마전 최초의 만남이었던 그 책 리뷰를 다시 읽어봤는데 넘 감동먹어서..가슴이 먹먹해져서는 말이죠. 내 기필코 그나라 땅을 한번 밟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또 불끈! 하하하^^)

탄하 2012-06-24 14:03   좋아요 0 | URL
저도 <초원..>을 눈여겨 보신 분은 달사르님이 처음이예요.
예전에 로쟈님께서 '이달의 읽을만한 책'을 통해 소개하신 적은 있지만 많이 주목받진 못했거든요.

아앗..제 리뷰를 다시 읽으시다니, 부끄부끄..^^;
저도 그 리뷰가 인연이 될지 몰랐어요. 아주 가끔 올리는 문학리뷰인데 그걸 통해 만나게 되다니, 저도 신기하네요. 운명의 힘..뭐, 그런 걸까요? 저도 달사르님과 관심사에 많은 공통점을 가진 걸 알고 무척 기뻤어요. 참 감사한 일이죠.^^

제 <초원...>을 펼칠 날까지 남았네요. 시간 참 빨라요...그래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근데, 달사르님은 책 읽을 준비 보다는 여행준비 하시는 것 처럼 보이네요.ㅋㅋ)

달사르 2012-06-28 13:26   좋아요 0 | URL
ㅎㅎ 담번에 깜짝 놀랄 이벤(!)을 준비해야겠네영!

분홍신님이 그야말로 깜짝 놀랄! (일단은 여기까지. 히힛)


에...음..여행준비...ㅎㅎㅎ(딩동댕, 에 99% 가깝습니당~)

노이에자이트 2012-06-26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방정교와 개신교가 교황을 인정하지 않은 점은 알았는데 나중에 이디오피아와 이집트의 콥트교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고 이 오래된 기독교 교파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백인이 아프리카 사림들을 노예로 잡아가기 전에는 아랍의 노예상인들이 잡아갔죠.

달사르 2012-06-28 13:54   좋아요 0 | URL
오래된 기독교 교파는 전파되는 순간의 교리를 그대로 가지고 있어서 교황을 인정하지 않았을까요. 중앙아시아에 네스토리우스교도 아마 마찬가지였던 거 같아요. 오래되었으면서 옛날의 그 방식이 남아있는 종교는 왠지 더 관심이 가는 거 같애요.

아! 그렇군요. 아랍의 노예상인들..얘네들은 그렇담, 실크로드와도 연결이 되겠군요. 오아시스로, 초원로 등의 길을 통해서 말에요. 아..바닷길 쪽이 더 유력할까요. 음..

노이에자이트 2012-06-28 15:59   좋아요 0 | URL
노예를 잡아 아덴만을 통해 아라비아반도로 데려갔다네요.우리 해군이 작전했던 그 아덴만입니다.지도 보시면 이해가 빠를 거예요.

달사르 2012-06-28 19:23   좋아요 0 | URL
아. 알아요. 아덴만. 그게 바로 아프리카의 뿔, 위치에 있잖아요!
아..그리로 들락거렸구나.

힛. 지도를 열씨미 봤더니 노이에자이트님 설명 한번에 알아들을 수도 있고. 헤. 기분좋네요. ^^
 

 

난 내가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자세가 삶에는 종종 도움이 된다. 힘든 시기는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고 지나쳐보면 그 힘든 시기에 반짝이는 보석이 숨어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다. 이제는 멀리 지나가버려 손으로 잡을 수 없는 이십대도 마찬가지. 빨리 늙고 싶은 게 소원이었을 만큼 힘들었던 시간은 지금의 나에게는 젊음의 열기가 그득했던 시기로 바꿔 보인다. 반대로 생각하면 지금의 이 시기가 젊었을 적 내가 바랬던 늙은(헉!) 시기로 가는 길이니 이제는 여유를 즐길 때가 되겠다. 아직까지 덜 늙었는지 여유가 몸에 붙어 있진 않지만 그래도 다른 무언가를 부러워하는 건 많이 줄어들었다. 곰곰히 생각하면 운이 좋았던 일이 너무 많아 죽을 위기도 여럿 넘겼고 비실거리지만  사지 멀쩡해서 돌아다니고 심지어 일까지 할 수도 있으니 조금 먼 미래의 일도 꿈꾸는 게 허락되는 지금이 젤루 좋은 게 아니겠나. 어쨌든,

 

춥고 바빴던 겨울은 지나갔고 예년보다 빠른 여름의 시작이어서 처방전도 빠른 속도로 줄어들 줄 알았다. 바야흐로 약국의 비수기가 시작되는 듯 했는데 5월까지도 계속 바빴다. 이제 우리는 비수기가 없는 건가? 생각하면서 흐뭇해했는데 6월이 되자 거짓말처럼 한가해졌다. 이제 좀 한가해지면 책 좀 읽고 글 좀 써보자, 라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던 터라 출퇴근 길에 책을 끼고 다녔지만 갑자기 한가해진 분위기에는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는다. 심심해진 나는 작년과 올해를 비교해보고, 제작년과 올해를 비교해본다. 한가해졌다고 느껴지는 올해가 예년보다는 더 바쁘다는 걸 자료로 확인을 마쳤다. 그럼에도 마음은 영 어색하다. 갑자기 도래한 이 한가함을 즐겨야되는데, 남의 옷을 걸친 것 마냥 적응이 되지 않는다.

 

오늘도 그랬다. 인근의 소아과는 늘 미어터졌고 여름에도 어느 정도 수위를 유지했는데 오늘은 오전부터 터무니없이 조용하다.  점심 때는 정수기 필터 교환하러 사람이 왔다. 보통은 평일 점심 때 오면 귀찮은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어차피 조용하니 점심 때 와서 일을 해도 별 생각이 없었다. 점심을 맛있게 먹었고 오후에도 계속 조용했다. 간간이 정형외과, 내과, 치과 사람들만 들락거렸고 우리의 메인인 소아과에선 처방전이 몇 건만 왔다. 여름이라 오전에 병원 다녀가고 오후에는 안 다니나보다, 유모차 끌고 다니려면 오후 뙤약볕이 얼마나 덥겠냐,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오후 4시 30분. 정수기 필터를 교환한 지 4시간이 지난 후다. 목이 마르다. 점심 전에 알라딘 물통에 떠놓은 물을 먹어보니 미지근하다. 물을 약국 밖에 버리고,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서 한 모금 마셨다. 앗, 물 맛이...물에서 술맛이 났다. 에튀튀..뭐야, 물맛이 왜이래? 내 입맛이 이상한가? 더워서 입맛이 가버렸나?  직원이 한마디 한다. 자기가 아까 먹었을 때도 그랬단다. 원래 정수기 필터 갈면 물맛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물어본다. 음..그런가..

 

그렇지만 여직 필터를 교환하면서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뭔가 이상해서 전화를 넣었다. 말이 어눌한 정수기직원이 받았고 곧 온다는 말을 들었다. 전화를 끊고 나니 필터교환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라고 직원이 의문을 제기한다. 총 4개의 필터를 교환하는데 두 달마다 2개씩을 번갈아가며 교환한다. 생각해보니 정수기 물이 들어가서 사용되는 커피 자판기도 문제가 있겠다. 에이포지에 커피 금지, 물 금지 라고 큼지막하게 써서 붙여놨다. 40분이 흘렀다. 정수기직원이 오질 않는다. 전화를 다시 넣었다. 곧 온다고 한다. 정수기직원이 오면 화를 좀 내볼까? 그냥 지켜만 볼까? 둘이서 의논을 하던 중 가게 앞에 누군가 오토바이를 세운다. 정수기사장님이다.

 

사장님은 오자마자 술맛나는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정수기 뚜껑을 열고 아무 말 없이 정수기를 들어서 가게 밖에 내놓는다. 그리고는 필터를 다른 걸로 바꾼다. 갸웃? 필터 순서 바뀐게 아니고 필터를 엉뚱한 걸 꽂은 거에요? 헉..기존의 필터와 다른 새로운 종류의 필터를 이번에 내렸는데 이 필터에는 방부제인지 뭔지가 들어있어서 물로 한참을 씻어내린 후에 꽂아야 하는 종류란다. 필터회사에서 필터를 내리는 과정에 사용설명서에 대한 숙지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필터교환을 한 것이다. 갑자기 식은 땀이 났다. 우리는 이 물로 아이들 시럽을 만드는데 만약 방부제가 든 물로 시럽을 만들었다면..조금 먹은 우리도 속이 미식거리고 니글거리고 영 불편한데, 아이가 이걸 먹었다고 생각하니 눈 앞이 핑 돈다. 얼른 오후 처방전을 찾아봐야지. 아찔하다.

 

헤매고 있는데 처방전이 한 장 온다. 좀 떨어진 병원의 가정의학과 처방전이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 도중에 인근의 소아과가 오후에 진료를 보지 않았기에 좀 떨어진 병원으로 갔다는 말을 하신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 오후에 소아과 처방전이..왔는데...?  아..오전에 진료 보고 오후에 다녀가신 사람들이로구나. 급히 직원에게 물어본다. 오후에 약 만드는 물통에 물 받은 적 있어요?  없단다. 그래도 확인을 위해서 한모금 물을 마셔본다. 술맛 같은 이상한 맛이 나지 않는다.

 

이런 다행스러운 일이..

 

자리에 털썩 주저앉지는 않았지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나는 어째 한가해지는 타임도 이렇게 잘 맞추는지. 정말로 복이 있는 사람인가부다.

소아과 과장샘의 오후 휴진이 이렇게 뛸 듯이 기쁜 날이 올 줄은 정말 몰랐다. ( ")

내일부터는 한가한 타임을 좀더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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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하 2012-06-13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먹지 않은게 천만 다행이네요.
이 글을 보면서 다음부턴 정수기 필터 갈고 물을 꼭 한번 다 빼야겠다..다짐해 봅니다.
한 달 전쯤 정수기 필터 교체하고 그대로 밥하고는 식구들한테 시침 뚝!뗏어요..ㅠ.ㅠ
(그래도 아무도, 아무 문제 없어요^^)

달사르 2012-06-15 13:39   좋아요 0 | URL
ㅎㅎ 뭐든 더 좋은 새로운 걸로 바꾸는 과정에서는, 예상치 않은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하나봐요. 도전의 이면, 이라고나 할까.

넵. 저도 그리 생각했어요. 아이가 먹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 생각을 하면 지금도 깜짝, 놀란다니까요..ㅠ.ㅠ
ㅋㅋㅋㅋ 분홍신님네 댁도 정수기 쓰시는군요. 요새는 집집마다 다 정수기가 기본이잖아요. 자취하는 학생들이야 뭐 생수 사다먹거나 끓여먹지만. 저도 이담부터 정수기 교환하고나면 물 확인을 매번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

transient-guest 2012-06-14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attitude를 가지고 계시네요. 내가 운이좋다는 생각을 하면서 산다는건 정말이지 도움이 많이 되는것 같네요. 그나저나 그 정수기 회사는 그렇게 일을 해도 되는건가요???

달사르 2012-06-15 13:41   좋아요 0 | URL
넵. 이번에 정말로 간이 떨어질 정도로 놀랐어요. 우리가 조금 배 아픈 걸로 상황이 정리되었다 싶으니 얼마나 다행이다 싶은지요. 화를 내는 것보다는 오히려 더 감사한 일이다, 라고 생각을 하니 한결 기분이 좋아졌구요. 그리고 정수기 회사의 경우는 AS를 성심성의껏 해 준 걸로 끝내려구요. 그 회사 측에서도 이번에 많이 놀랐겠지요? 자기들도 처음 겪는 일이어서 얼마나 간이 철렁했겠어요.

책읽는나무 2012-06-21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수기...전 매번 물 빼는 것이 참 귀찮다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빠져 나가는 물이 아깝다고 생각하면서 물을 뺐었는데요.
음~ 이제부텀 철저한 자기관리 차원에서 물을 빼야겠군요.ㅡ.ㅡ;;

정말 큰일날뻔 하셨어요.^^
제가 더 진땀 났습니다.또한 님께서 화를 내는 것보다 감사한 일이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리신 대목
참 제맘에 와닿습니다.^^

달사르 2012-06-23 10:43   좋아요 0 | URL
맞지여? 생각해보면 일반 물에 무슨 장치를 해서 거르고 걸러서 정수된 물을 마시는 건데 그 장치에는 언제라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거더라구요. 언젠가부터 정수기 물을 먹는게 아주 자연스럽게 되었는데요, 그 자연스러움이 '주의'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아니 되어야한다는 걸 생각지도 못했어요. 현대과학의 이기는 언제라도 역전되거나 후퇴될 수 있는 그 무엇인데 말이죠. 그래도 책읽는 나무님은 매번 물을 빼셨군요. 와~ 잘 하셨어요! 아이가 있는 집이나 손님이 드나드는 영업집은 특히나 더 조심해야될 거 같애요.

헤헤. 책읽는나무님도 진땀이 나셨어요? 타인의 고통, 아픔, 놀람에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나신 분들을 종종 볼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괜히 더 위안받는 느낌이고 치유되는 듯한 그런 묘한 기분이 들기도 하더라구요. 책읽는나무님도 공감능력이 좀 뛰어나신 듯합니다. 괜히 더 반가운데요. ^^

감은빛 2012-07-13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사르님 정말 훌륭한 태도를 지니고 계세요.
게다가 굉장히 세세한 부분까지 고려하고 판단하시는군요.
저라면 같은 상황에서 '아이들 약에 타느라 쓴 물'에 대해서까지 연결짓지 못했을 것 같아요.
오히려 정수기 직원이나 사장에게 화를 내거나,
어떻게 해야 이 문제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을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었을 것 같아요.

훌륭한 분의 감동적인 글을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달사르 2012-07-14 11:2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감은빛님.
아마 자기 직업이어서 그런가봐요. 소아과의 경우엔 물의 확보가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평소에 늘 신경을 썼기에 바로 연결이 되었을 거 같구요. 이상한 냄새가 나는 물로 시럽을 안 만들었다는 게 확인이 되는 순간에, 모든 화가 사그라들었던 거 같아요. 더 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싶으니 어찌그리 긴장이 되던지요.

음..그리고 이런 것도 있는 거 같애요. 살다보니 화가 날 일도 막상 화를 내버리면 상대방에게 사과를 받을 순 있겠지만 이후에는 그 사람과는 서먹해지잖아요. 그럼 되려 내가 더 불편하고. 아무래도 사업이다보니 제가 화를 많이 내봤거든요. 그런데 대개의 경우 뒤에 그 사람들을 대하게되면 영 껄끄럽더라구요. 그래서 이래서 안되겠다, 화를 안 내는 연습을 해야겠다..생각했거든요. 이번 사건은 어쩜 그 시작일 수도 있었는데요. 제가 그 상황에 화를 내지 않아서 저도 저에게 뿌듯하답니다. 히힛. 감은빛님이 저에게 그런 칭찬을 해주셔서 기분이 더욱 좋네요. 아..나도 화를 안 낼 수도 있구나..나도 조금은 마음수양을 했구나..이런 느낌? 하하. 고맙습니다. 칭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