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날에 꾸는 꿈이거나, 혹은 설날에 꾸는 꿈은 좀 더 특별한 느낌이다. 왠지 1년을 좌지우지하는 것 같으니까. 내 꿈은 주로 스펙타클한데, 우주 여행을 하기도 하고, 몇 십만 유순이나 되는 높은 기둥들을 풀쩍풀쩍 뛰어넘기도 하고, 사람들과 어울려 모험을 하거나  살인 사건의 범인을 잡으러 다니거나 위험한 길을 오르는 등, 주로 행동과 관련된 꿈들이 다수다. 오늘 아침 꿈 또한 그랬는데 처음으로 꿈에서 겁먹지 않고 나쁜 짓을 했다. 아주 과감하게.

 

고등학교 시절에 나에게 책을 선물하면서 책 읽는 법을 가르쳐줬던 친구가 꿈에 나왔다. 그 친구는 학교 앞에서 자취를 했다. 친구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 물건을 하나 구매했는데 무거우니 같이 들어달라고 했다. 물건이 든 큰 박스를 낑낑거리며 친구네 방이 있는 이층으로 들고 올라갔는데 거기서부터 길이 험난하다. 방으로 들어가는 길이 두 길 낭떠러지가 된 것이다. 친구에게 너네 집이 왜 이러냐고 물으니 공사 중이라서 그러니 위험해도 좀 참고 가달라며 그 길을 친구가 먼저 걸어보며 시범을 보여준다. 봐. 이렇게 걸으면 떨어지지 않아. 그러니 걱정말고 걸어와. 친구의 걷는 폼을 예리하게 살펴본 나는 친구가 딛은 곳을 따라 걸으며 조심조심 외길을 건넜다. 이윽고 외길의 한 쪽에 담벼락이 생겨났고  담 위에서 이빨을 가진 털이 북실한 작은 동물들이 끽끽거리며 놀았다. 그들은 길을 걷는 사람들의 손을 덥석 물어서 생채기를 내고선 지네들끼리 끽끽거리며 좋아했다.

-얘들은 뭐야. 나를 무는데?

힘겹게 박스를 나르느라 동물들이 나를 물어도 딱히 내치지도 못한 채 나는 친구에게 물었다.

-응. 주인집에서 키우는 애완동물이야. 주인이 아끼는 동물이니 물려도 좀 참아줘.

친구가 말했다.

그래. 참지 뭐. 길의 막바지에 닿을 무렵 손과 팔목은 멍투성이에 작은 이빨 자국들로 가득했다. 마지막 발을 디딜 즈음 한 녀석이 좀 세게 나를 물었다. 나는 얼른 박스를 친구네 마당에 내려놓고 팔을 세차게 흔들었다. 이빨을 내 손에 박고 있던 녀석이 내동댕이쳐졌다. 까마득한 아래로 녀석은 떨어졌고 나는 친구네 집에 들어갔다. 친구네 집은 천장이 아주 높았다. 박스를 열어서 물건을 꺼냈다. 기계치인 친구를 대신해 물건을 조립하기 시작했다. 볼트와 너트, 육각 렌치를 사용해 조립을 완성할 즈음  누군가가 나타났다. 집 주인이었다.

 

난 느긋하게 물었다. 뭐 필요하신 거라도?

집 주인은 방안을 둘러보더니 나와 함께 어디를 좀 가자고 한다. 방이 갑자기 갈라지더니 아스라히 먼 곳까지 길이 열렸다. 아 또 걸어야돼. 그러나 털복숭이 동물을 내친 것에 대해 주인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에 나는 주인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이 길은 또 어디로 연결된 길이야.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식구들의 분잡한 소리에 잠에서 깼다. 식구들은 서로 세배를 하니 받니 바빴고 세뱃돈과 덕담이 오갔다. 이윽고 떡국을 먹는 소리가 들렸으며 시댁으로 출발하는 언니네 식구들의 소리가 멀어졌다. 이제 좀 조용해졌나, 다시 잠을 청할 무렵 엄마가 깨웠다. 출근해야지.

 

떡국을 먹으며 깨달았다. 내가 꿈에서 무언가에 대해 겁 먹지 않고 과감하게 처음으로 내쳤다는 것을. 어젯밤에 올린 포스팅과 왠지 연결되는 느낌이다. 새로운 도전에 겁 먹지 않고 잘 시작한다는 의미일까. 이제 내가 영어랑 다른 외국어랑 잘 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일까. 히힛. 빨리 인강 신청이나 하러 가야겠당. 지금은 그저 지렁이 글씨로만 보이는구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Шинэжил баяр хvргье

С Новым годом

كل عام وانتم بخي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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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하 2014-02-15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사르님은 무의식 작용이 매우 활발하신 듯.
저는 거의 꿈을 안 꾸는데...일년에 서너번 정도?

올해는 달사르님의 담대한 행동들이 기대되네요.

2014-02-16 22: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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