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주문 온 물건도 포장해서 보내야 하고, 또 아침에 비가 안와서 작업한 고등어 진공작업도 해야하고 해서 홍/수만 집에 나두고 작업장에 갔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기겁을 했다. "헉, 이게 뭐래?" 한마디로 우리집이 초록빛 나라로 변해 있었다.
이유인 즉슨, 지수가 혼자 마루에 놓여있던 책상에서 혼자 물감을 가지고 나름의 예술활동을 하다가 그만한려고 보니 온통 손에 초록 물감을 묻혀 있었다 보다. 그래도 혼자 씻어 보려고 화장실에 갔다가 또 뭔 예술적 기질이 발동 했는지 변기랑, 세면대랑, 욕실바닥이랑, 타일벽까지 온통 초록세상으로 만들어 놨다. 옆지기 말로는 "꼭 V --- 예전에 TV에서 했던 외화 시리즈를 기억하실런지---를 보는 기분"이란다. 처음에 나도 울컥해서 화를 내려다 참고 목욕탕 청소를 하면서 오히려 홍/수에게 미안한 맘이 들었다.
처음에 옆지기가 작업장을 마련하려고 했을때 웬만하면 살림집이 있는 곳을 할려고 했다. 그런데 그런 곳이 드물뿐만 아니라 막상 있다고 해도 사글세(월세*12개월)가 워낙 비싸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빌라 사글세값의 5배이상이어서 도저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조그마한 작업장을 얻고, 살그냥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빌라를 1년 더 연장계약을 했다.
처음에 작업장에서 일을할때는 홍/수도 물론 함께 가서 거기서 놀렸었다. 딴에는 생각해서 블럭이랑, 수가 좋아하는 미술도구들도 갖다 놓았지만 이녀석들이 적응이 안 되는지 계속 작업하는 나에게 달라붙고 잘 놀지도 않고 짜증만 자꾸 내서 어쩔수 없이 요즘은 우리 부부만 시장이나 작업장에 가고 홍/수는 집에서 둘이만 놀고 있다. --- 그래도 집에는 컴도 있고, TV도 있고 장난감도 있으니 자기네도 그게 좋은가 보다 ---.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나 역시 어린시절에 부모님이 세탁소를 했었는데 그때 우리 부모님도 경제가 여의치 않아 세탁소랑 살림집을 따로 구하셨었다. 그래서 아침이 되면 부모님이 나가실 때 방안에 새우깡을 던져 놓으시고는 밖에서 방문을 잠그고 일을 하러 나가곤 하셨다. 그러면 나혼자 하루종일 방안에서 놀면서 자라왔었기에 '내 아이들은 결코 그렇게 안 키우겠다고 어려워도 늘 함께 하겠다고 했었는데 막상 닥치고 보니 나 역시 예전의 부모님처럼 하고 있구나. 우리 부모님도 나를 혼자 집에 나두고 나오면서 이렇게 짠~한 마음을 지니고 계셨으리라" 하는 생각을 하게 됬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보니 목욕탕 청소는 끝났고, 오히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홍/수에게 미안하고, 한편으로 둘이 알아서 잘 지내주니 고맙기도 하고 그렇다. "홍/수야 조금만 기다려, 엄마 아빠 열심히 노력해서 꼭 살림집이 딸린 가게를 얻을께"
에구구, 주책스럽게 눈물이 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