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붓꽃
연분홍 진달래가 지고 산철쭉이 피기 시작하면 꽃을 찾는 눈길은 땅에서 높이를 점차 높여간다. 그럴때 아직은 아니라는듯 키는 작지만 특이한 모양과 강렬한 색으로 눈을 사로잡는 꽃이 있다.

삼각형 모양의 보라색 길다란 꽃잎에 선명한 무늬를 새기고 하늘을 향해 마음껏 펼쳤다. 꽃줄기 하나에 꽃이 한 송이씩 달린다. 햇살이 잘 들어오는 양지바른 곳에 주로 자라며 큰 군락을 이루는 곳은 별로 없고 대부분 군데군데 모여 핀다.

붓꽃 종류 중 가장 먼저 피고 키가 가장 작기 때문에 갓 시집온 새색시처럼 귀엽고 이쁘다고 '각시붓꽃'이라 한다.

미인박명이라 했던가 봄이 가기 전 꽃과 잎이 땅에서 모두 없어지고 만다. 옮겨 심는 것을 싫어하는 품종이어서 가급적 자생지에서 피어난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좋다. 같은 시기에 노랑색으로 피는 금붓꽃과 함께 숲으로 마음을 이끄는 꽃이다.

비슷한 꽃으로 넓은잎각시붓꽃이 있다. 현장에서 두 종류를 비교하면서 보고도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서로 닮았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재된 이름이다.

피는 모습에서 연유한 듯 '기별', '존경', '신비한 사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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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갓나물
가던길 다시가도 눈에 들어오지 않으면 볼 수 없다. 그러다 문득 오랫동안 기다렸다는 듯 바로 앞에 있다. 꽃을 보는 일만 그러한 것이 아님을 알아간다. 사람과 더불어 사는 일도 마찬가지로 예쁘고 선한 마음으로 문득 그렇게 내 앞에 있다.

좌우대칭으로 조화를 이룬다. 짝수의 어울림도 홀수의 어긋남도 자연 속 그대로의 모습은 다 조화롭다. 거기에 빛의 어울림이 반영되어 빛남과 깊이까지 함께 한다. 이 만남이 이뤄내는 모습에서 인간이 창작한 그 모든 것의 원형은 자연에 있음을 다시금 확인한다.

삿갓나물이라는 이름은 잎이 돋아난 모양이 꼭 삿갓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다. 늦봄에 피는 꽃은 녹색이나 한가운데는 노란색이며, 잎 중앙에서 꽃대가 길게 나와 1개의 꽃이 하늘을 향해 핀다. 잎이 7개 정도 되고 꽃줄기가 하나 올라온 것으로부터 '칠엽일지화'라고도 부른다.

독성을 지닌 것이 나물이라는 이름을 얻어 걱정스런 마음일까? '근심'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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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사랑이 데굴데굴, 앵도화櫻桃花

絳葩春艶艶 강파춘염염

朱實夏團團 주실하단단

붉은 꽃 봄날에 곱디 곱더니

빨간 열매 여름날 동글동글해

고려사람 이규보(李奎報)가 앵두를 노래한 시의 첫 두 구절이다. 꽃과 열매가 눈앞에서 보는 듯 생생하게 그려졌다. 옛사람들은 빨갛고 이쁜 앵두를 “사랑을 속삭이는 젊은이” 의 모습을 비유하는 많은 시를 남겼다.

一雙玉手千人枕 일쌍옥수천인침

半點櫻脣萬客嘗 반점앵순만객상

한 쌍의 옥 같은 손 천 사람이 베개 베고

반 점의 앵두 입술 만 사람이 맛 보네

판소리 춘향가에 나오는 대목이다. 앵순(櫻脣)은 즉 앵두 입술이다. 여인의 입술에 대한 비유가 여기에 이르러 최고봉에 오른 것이 아닌가 싶다.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세종과 문종 사이에 앵두를 두고 벌어진 일화가 전해진다. 앵두를 좋아한 아버지 세종을 위해 아들 문종이 궁궐에 앵두나무를 심어 궁궐에 온통 앵두나무뿐이었다고 한다.

*꽃 보기를 즐겨하여 여러 가지 과실수를 심었다. 덤으로 열매까지 얻을 수 있다면 좋은 일거양득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심은 나무 중에서 꽃보다 열매에 주목한 것이 이 앵두나무다. 혹여 때맞춰 손님이라고 온다면 인심을 크게 써도 좋은 것이라 의도가 컷다.

크지 않은 나무가 가지마다 수없이 많은 꽃을 피운다. 그것을 다 감당할 수 있을까 싶은데 빨갛게 익은 열매를 보면 그 꽃이 다 열매로 맺힌 것 아닐까 싶게 넉넉한 품을 풀어 놓는다. 감당 못하는 것은 나무가 아니라 의도를 가진 주인이다. 수시로 따먹기도 하지만 마침 외출이라도 할양이면 한 봉지 가득 들고 나가고 그래도 남는 것이 많기에 담장을 사이에 둔 할머니들에게 나무를 통째로 내맡기기도 한다. 할머니들의 입가에 번지는 달콤한 미소는 앵두보다 이쁘고도 달았다.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정민 선생이 번역하고 발간한 책, '꽃밭 속의 생각'에 나오는 꽃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더하고자 한다. 책의 순서와 상관 없이 꽃 피는 시기에 맞춰 내가 만난 꽃을 따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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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초
우연한 발견이었다. 제법 큰 무리를 형성하고 있는 서식지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겨우 한두개체를 만나거나 남의 꽃밭에서 보던 느낌하곤 전혀 다른 느낌이다. 어찌나 반갑던지 오래두고 볼 수 있길 바란다.

제법 투툼한 질감에 털 많은 잎을 아래에 두고 하트 모양으로 갈라진 다섯장의 홍자색 꽃이 둥그렇게 모여 핀다. 색감이 주는 독특하고 화사한 느낌이 특별한 꽃이다.

앵초라는 이름을 가진 종류로는 잎이 거의 둥근 큰앵초, 높은 산 위에서 자라는 설앵초, 잎이 작고 뒷면에 황색 가루가 붙어 있는 좀설앵초 등이 있다.

꽃이 마치 앵두나무 꽃처럼 생겼다고 해서 앵초라고 하였다는데 그 이유에 의문이 들지만 꽃에 걸맞게 이쁜 이름이긴 하다. ‘행복의 열쇠’, ‘가련’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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嗛 마음에 맞을 겹

우연히 한자 한자를 들여다 본다. 마음에 맞을 겹이다. 평소 주목하고 있는 '겹치다'에 닿아있어 그 의미를 헤아려 본다. 겹은 거듭하여 포개진 상태를 일컫는다. 겹쳐지려면 겸손함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서로가 통하여 겹에 이르러야 비로소 마음에 맞는다.

뜰에 핀 작약이 빛을 품었다. 화사한 꽃잎이 서로를 품으니 더 깊어진 색으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겹쳐지니 비로소 조화로움을 얻어 생기롭다.

겹쳐져야 비로소 깊어진다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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