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

길지 않은 숲길을 걷고자 길을 나섰다. 나무 품에 깃들어 노래하는 새를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나선 길이다. 사연이 많은 사찰이 있는 곳이기에 가끔 찾아가는 곳이기도 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숲길로 들어서다마자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가던 길을 멈추었다. 일찍 핀 꽃들이 반긴다. 크지 않은 연못에는 꽃이 품은 햇살로 가득하다. 수련이다.

수련은 개화초기에 흐리거나 해가 지면 꽃을 오므리고 해가 뜨면 꽃잎을 연다. 그래서 수련은 잠자는 연으로 '수'가 '물 水'가 아니라 '잠잘 睡'다.

새소리를 쫒아 고개가 위로만 따라가는 짧은 시간을 뒤로 하고 다시 꽃 앞에 멈췄다. 꽃이 전하는 맑은 기운이 가득한다. 깨끗한 마음, 청순한 마음이라는 꽃말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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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겐빌리아

길거리를 지나다 화분에 키운 꽃들을 본다. 종류도 상태도 제각각이지만 꽃을 보는 마음은 같으리란 생각이다. 종종 발걸음을 멈추는 이유다. 이꽃도 그렇게 만났다.

흰색 꽃을 싸고 있는 포는 분홍자줏빛, 빨강, 오렌지색 등 다양하다. 색마다 조금씩 다른 느낌을 전해주는 이유일 것이다.

제법 묵은 줄기에서 화분을 가꾼이의 마음이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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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
어린시절 추억이 깃들었다. 등하교길 달달한 맛의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고 기어이 밭 언덕을 넘었다. 딱히 먹을 것도 없었던 시절이고 맛의 강한 유혹을 알기에 솜이 귀한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어른들도 한두개 씩은 따 먹으라고 허락했던 것이다. 그것이 다래다.
내가 사는 이웃 면소재지 인근에 목화 재배지가 있고 이 꽃이 필무렵 면민의 날 행사 겸 묵화축제를 한다. 1363년 문익점이 원나라에서 씨앗을 숨겨온 다음부터 재배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그 식물이다.
순한 꽃이 핀다. 곱다라는 말로는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한없이 이쁘고 정겹다. 한지에 곱게 물을 들이고 손으로 하나하나씩 조심스럽게 접어 만든 꽃처럼 보이기도 한다.
꽃 피었다 지고 열매 맺고 그 열매의 속이 비집고 나와 눈 쌓인 것 처럼 보일 때까지 내내 눈요기감으로 충분하다.
물레를 돌리고 솜을 타서 옷이나 이불을 만드는 과정을 보며 자랐다. 많은 손질을 거치는 과정이 모두 정성이다. '어머니의 사랑', '당신은 기품이 높다'라는 꽃말이 이해되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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染 물들다 염
생명있는 모든 것은 자신만의 고유의 색을 가진다. 그 색으로 자신을 드러내기도 하고 상대와 교감의 증거로 스며들어 물들고 또 물들이기도 한다.

물들이고 또는 물든다는 것은 자신의 고유성에 틈을 허용하고 상대방의 색이 나에게 스며드는 것을 받아들인다는 말이다. 하여, 스며드는 색으로 자신을 탈바꿈하든가 서로의 색이 스며들어 전혀 새로운 색으로 질적변환을 맞이하기도 한다.

꽃이 열매맺어 영글어가는 과정이 바로 이와 같다. 붉고, 노랗고, 빨갛고, 파랗고ᆢ. 영글수록 짙어지는 색은 자신이 받아들인 햇볕과 바람, 물기에 의지한 결과다.

벽을 헐고 담을 낮추는 수고로움을 견뎌 두 마음이 서로에게 물들어가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밝고 따스하며 붉고 뜨거운 기운으로 서로의 가슴을 채워가는 것,

당신과 나의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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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한 여름에 꽃을 보기 위해 높은 산에 올랐다. 시원한 바람과 다양한 꽃을 보며 한나절 잘 놀고 내려오는 길에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만난 꽃밭이다.
태양처럼 뜨거운 감정을 대변하는 영혼의 꽃, 해바라기를 심고 가꾸어 사람을 불러 모으는 곳이 더러 있지만 일부러 찾아가진 않았다.
대상을 향한 간절함이 지극할지라도 때론 멀리두고 봐야하는 것도 있기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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