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난초

멀리서 들려오는 꽃피었다는 소식은 반가움과 함께 아쉬움도 동반한다. 여건이 허락해 볼 수 있으면 반갑지만 그렇지 못하면 아쉬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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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난초가 피었다는 소식이 짠물을 건너올 때마다 아쉽기만 했다. 바다를 건너야 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은 상황일 뿐더러 육지에서 들리는 소식도 북쪽으로 2시간이 훌쩍 넘는 거리에 대한 부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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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보니 어쩌면 둘 다 핑개일 뿐이고 꽃이 보내는 유혹이 약했거나 보고 싶은 간절함이 부족한 탓이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동안 빈번하게 1박 2일 일정의 더 먼 거리도 훌쩍 길을 나섰던 일은 무엇이란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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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난초는 제주도와 남해안 그리고 서해안 일부지역에 자생한다. 5월에 흰색 또는 연한 붉은색, 연한 자주색 등으로 피고 뿌리줄기가 새우등 처럼 생겼다고 해서 ‘새우난초’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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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마음도 움직였고 시간도 적절할 뿐만 아니라 선듯 일정을 변경해준 꽃친구가 있어 가능했던 새우난초와의 첫 눈맞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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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여름 시작이다. 매서운 겨울의 눈보라가 봄의 화려한 꽃향기를 준비했듯 나풀거렸던 봄향기로 맺은 열매는 이제 여름의 폭염으로 굵고 단단하게 영글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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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 보내지 못한 봄의 속도 보다 성급한 여름은 이미 코앞에 당도해 존재를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짐작되는 변화보다 예측할 수 없이 당면해야하는 폭염 속 헉헉댈 하루하루가 버거울지도 모른다. 그때마다 숲 속을 걷거나, 숲 속에 서 있었던 시간을 떠올리며 숲이 전해준 위안을 꺼내보며 스스로를 다독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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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해 전 태백산 천제단 아래,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산다는 주목의 품에 들었다. 속을 내어주고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나무다. 다시 천년에 또 한번의 봄을 건너 여름을 기록할 나무의 품은 아늑했다. 처음 든 태백太白의 품이 어떠했는지를 기억하게 해 줄 나무이기에 곱게 모시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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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첫날 그리고 여름의 시작, 시간에 벽을 세우거나 자를 수 없다는 것을 진즉에 알았다. 그렇더라도 풀린 매듭을 묶듯이 때론 흐르는 것을 가둘 필요가 있다. 물이 그렇고 마음이 그렇고 시간이 그렇다. 일부러 앞서거나 뒤따르지 말고 나란히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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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꽃

나무가 가득 빛나는 순백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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題李花 제이화

汝與我同姓 여여아동성

逢春發好花 봉춘발호화

吾顔不似舊 오안불사구

反得鬂霜多 반득빈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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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꽃을 읊다

너는 나와 같은 성씨

봄을 만나 좋은 꽃 피웠네.

내 얼굴은 예와 달라

귀밑에 서리만 가득하구나.

-이규보, 동국이상국집, 권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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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열두 번째로 등장하는 이규보(李奎報, 1168-1247)의 시 '題李花 제이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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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는 '진한 보라색, 복숭아 닮은 열매'라는 뜻의 '자도 紫桃'에서 왔다고 한다. 다른 말로는 '오얏'이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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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사기"에 복숭아와 함께 백제 온조왕 3년(15)에 처음 등장한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와 오랫동안 함께한 나무다. 대한제국의 문양이 바로 이 오얏꽃에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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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부정관 李下不整冠’이란 말이 있다. 자두나무 밑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말이다. 의심받을 만한 행동은 아예 처음부터 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런 이야기가 만들어질 만큼 자두나무는 흔하게 만날 수 있었던 나무라고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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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뜰이 생기자 가장 먼저 심었던 나무가 이 자두나무다. 다른 나무와 달리 아주 빨리 자란다. 키와 품을 열심히 키우기만 하더니 열매를 맺지 않아서 잘라버릴까도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해 봄, 올해도 열매를 맺지 않으면 베어버린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해 첫 열매가 무성하게도 열려서 그말을 들었나 싶어 둥치를 가만히 다독여 주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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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내 뜰에서 가장 넓은 품을 자랑하듯 매년 풍성한 열매로 여름 입맛을 돋구어주는 기특한 나무다. 올해도 가지마다 열매를 가득 달고 볕의 온기와 바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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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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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난초

숲이 녹색으로 물들어가는 때 유난히 밝은 빛을 전해주는 꽃을 만난다. 녹색과 어우러져 보는 이의 마음에 통째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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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꽃들처럼 활짝 핀 모습이 아니라 반쯤만 피면서도 제 빛을 온전히 발하는 금난초는 보는 이 마다 매력이 흠뻑 빠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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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난초라는 이름은 꽃이 마치 금처럼 빛난다고 해서 붙여졌다. 금난초는 주로 큰 무리를 지어 피지 않고 홀로 드문드문 핀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홀로 피어도 충분한 매력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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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꽃보러 다니는 길에서 문득 만나기도 하고 하나를 보고자 길을 나서기도 한다. 우연히 보게되거나 찾아간 만남이거나 언제나 환호성을 자아내게 하는 특별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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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홀로 피어 유독 빛나는 금빛을 보여주지만 스스로를 지키기에는 버거운 것을 알아서일까 '주의', '경고'라는 꽃말을 붙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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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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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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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쉬려고 꽃은 피어나는 거래요

숨 한 번 쉬어 일어나서 미풍이 되려고 피어나는 거래요

우리가 오카리나를 불던 음악 시간에 꽃들은 더욱 보드랍게 피어났지요

꽃밭에서 꽃들은 서로에게 조금 더 가까이 가 홍조를 얹고 호흡을 주고받고 서로의 입구가 되었지요

꽃들은 낮밤과 계절을 잊고 사랑하며 계속 피어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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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시인의 시 '꽃의 비밀'이다. 나날이 꽃 피는 시절인데 내가 꽃인지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일상이 버거운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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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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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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