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채송화
척박한 바위틈에 뿌리내리고 밤이슬로 목을 축이며 부는 바람에 숨 쉰다. 바늘잎 사이로 고개를 들고 노랑꽃을 피운다. 그 삶에 조용히 미소를 보텐다.

꽃은 8∼9월에 노란색으로 피고 대가 없으며 가지 끝에 달린다. 산의 돌 틈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으며 여름철에 물가 근처의 돌 틈에서 볼 수 있다.

바위채송화란 이름은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채송화라는 의미의 이름인데 채송화라는 이름이 들어간 건 잎이나 줄기가 채송화랑 닮았다는 것에서 유래한다.

사는 환경이 다르기에 사는 법도 그 삶을 표현하는 방법도 다르다. 이 다름으로 인해 비로소 너와 내가 공존할 수 있는 근거와 존재의 가치가 생기는 것이다. 태생과 자라는 환경에서 유래했으리라. '가련함', '순진함'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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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

마지막 순간까지 붙들고 있다. 사명을 다하기 위한 근본 마음자리에 놓이는 것이 바로 간절함이다. 도달하고자는 곳, 이루고자는 바가 있다면 이 간절함에 의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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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한순간도 이 간절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새순이 돋고 꽃이 피고 지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그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내한다. 그것이 모든 생명이 담보하는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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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고 미루다 더이상 어쩌지 못하고 막바지에 초조감을 안고 나선 길이다. 그 길 어딘가에서 두 마음이 하나로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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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 당신과 내가 함께 설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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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바위솔

작디작은 것이 바위에 의지해 터전을 꾸리고 순백의 꽃을 피운다. 지나가는 바람과 안개가 겨우 인사를 건네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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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바위솔'은 작고 바위에 붙어 살며 잎 모양이 솔잎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안개가 많은 깊은 산의 바위틈에서 주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키는 작고, 잎은 줄기 끝에 모여 있으며 끝이 뾰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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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흰색과 연분홍색이다. 이 식물은 안개에서 뿜어주는 습기를 먹고 살아가기 때문에 안개가 자주 끼지 않는 곳에서는 꽃이 연분홍색으로 자라며 잎의 특성상 푸른색도 옅어진다. 그러다가 다시 수분이 많아지면 잎의 푸른색이 돌아오고 꽃도 흰색으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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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피워 스스로를 드러내고 그것으로 다시 삶을 이어가는 것이 사람 사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척박한 환경에서 날아남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는 듯 '근면'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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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9-04 2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사진이네요.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한참동안 머물게 되네요.

무진無盡 2023-10-05 22:10   좋아요 0 | URL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귀쓴풀

지리산 반야봉 당일치기를 감행하게 했지만 헛탕을 치고 말았다. 다음해를 기다려 가야산을 올랐다. 그후론 매년 가야산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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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욱한 안개 속에 펼쳐진 고지대 꽃밭은 그야말로 환상이다. 키는 작고 색은 진하며 무리지어 핀 꽂들 사이를 걷는 것만으로도 장소를 바꿔 오르길 참 잘했다고 스스로를 연신 다독거린다. 여름 무더위 속에서 높은 산에 오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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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키에 가늘고 긴 가지가 많다. 그 가지 끝에 아주 조그마한 꽃이 핀다. 하얀색 바탕에 자주색 반점이 있어 그나마 쉽게 눈에 보인다. 작아서 더 귀하게 보이는 꽃이 한없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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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귀쓴풀이란 귀처럼 생긴 꽃잎이 4개로 갈라지며, 쓴맛을 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좌우 대칭으로 갈라진 꽃잎과 하얀색과 자주색 점 그리고 꽃술의 어울림이 참으로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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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는 갈 수 없는 높은 산에서만 살아 보고 싶은 이들의 속내를 태울만한 식물이다. 여러가지 조건으로 만나지 못하는 이들에게 한숨을 안겨주는 꽃이기도 하다. 지각知覺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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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장마 내내 하늘에서

늙어 가는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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億龍門僧 억룡문승

雪消庭畔蒼巖大 설소정반창암대

潮滿樓前落日紅 조만루전락일홍

惆悵高僧難再見 추창고승난재견

凌霄花老海雲中 능소화노해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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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의 스님을 추억하며

눈 녹으면 뜰에 커다란 바위 푸르고

만조 때 누각 앞에는 지는 해 붉었지.

슬프구나, 고승은 다시 만나기 어렵고

능소화만 운해 사이에서 늙어 가겠지.

-김창업, '노가재집' 권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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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사십 오번째로 등장하는 김창업(金昌業, 1658~1721)의 시 "億龍門僧 억룡문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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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는 중국 원산으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심어 기르는 덩굴나무다. 한여름에 주황색으로 피는 꽃으로 많은 이들이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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凌霄花능소화, 이름 그대로 하늘을 침범하는 꽃이다. 벽이나 나무 등을 타고 올라 꽃을 피우는 모습에서 얻은 이름인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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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능소화에 대한 이미지는 중국의 전설과 연관이 있다. 이쁜 궁녀(소화)가 임금의 성은을 입어 후궁이 되었지만 다른 여인들의 질투로 왕이 두 번 다시 소화를 찾지 못했다. 임금에 대한 그리움과 기다림에 지친 소화는 상사병이 들어 죽었고, 유언에 따라 담장 밑에 묻었는데 이듬해 여름날 그 담장 주변에 이름 모를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 사람들은 ‘소화를 능가하는 꽃’이라 해 능소화로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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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귀한 여름에 화사하게 피는 능소화는 과거에 급제한 사람에게 내리는 종이꽃 어사화로 능소화가 쓰여 양반들이 좋아하는 꽃이기도 했다. 흔치 않은 꽃이라 양반집에만 심었다고 해서 "양반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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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인용한 김창업의 능소화에 관한 시는 일반적인 이미지와는 다른 의미로 왜 인용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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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능소화는 많이 보급이 되어 여기저기에서 흔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담장이나 건물 벽과 어우러져 피는 모습은 장관이어서 많은 이들이 인증사진을 찍는 명소가 되기도 했다. 그중 한곳은 알 수 없는 이에 의해 잘려나가 꽃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큰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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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집 담장에도 능소화를 심었고 제법 모양을 갖추었다. 여름 내내 집을 들고나는 사람들에게 꽃이 주는 다양한 느낌을 공유할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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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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