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
어린시절 추억이 깃들었다. 등하교길 달달한 맛의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고 기어이 밭 언덕을 넘었다. 딱히 먹을 것도 없었던 시절이고 맛의 강한 유혹을 알기에 솜이 귀한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어른들도 한두개 씩은 따 먹으라고 허락했던 것이다. 그것이 다래다.
내가 사는 이웃 면소재지 인근에 목화 재배지가 있고 이 꽃이 필무렵 면민의 날 행사 겸 묵화축제를 한다. 1363년 문익점이 원나라에서 씨앗을 숨겨온 다음부터 재배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그 식물이다.
순한 꽃이 핀다. 곱다라는 말로는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한없이 이쁘고 정겹다. 한지에 곱게 물을 들이고 손으로 하나하나씩 조심스럽게 접어 만든 꽃처럼 보이기도 한다.
꽃 피었다 지고 열매 맺고 그 열매의 속이 비집고 나와 눈 쌓인 것 처럼 보일 때까지 내내 눈요기감으로 충분하다.
물레를 돌리고 솜을 타서 옷이나 이불을 만드는 과정을 보며 자랐다. 많은 손질을 거치는 과정이 모두 정성이다. '어머니의 사랑', '당신은 기품이 높다'라는 꽃말이 이해되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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染 물들다 염
생명있는 모든 것은 자신만의 고유의 색을 가진다. 그 색으로 자신을 드러내기도 하고 상대와 교감의 증거로 스며들어 물들고 또 물들이기도 한다.

물들이고 또는 물든다는 것은 자신의 고유성에 틈을 허용하고 상대방의 색이 나에게 스며드는 것을 받아들인다는 말이다. 하여, 스며드는 색으로 자신을 탈바꿈하든가 서로의 색이 스며들어 전혀 새로운 색으로 질적변환을 맞이하기도 한다.

꽃이 열매맺어 영글어가는 과정이 바로 이와 같다. 붉고, 노랗고, 빨갛고, 파랗고ᆢ. 영글수록 짙어지는 색은 자신이 받아들인 햇볕과 바람, 물기에 의지한 결과다.

벽을 헐고 담을 낮추는 수고로움을 견뎌 두 마음이 서로에게 물들어가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밝고 따스하며 붉고 뜨거운 기운으로 서로의 가슴을 채워가는 것,

당신과 나의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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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한 여름에 꽃을 보기 위해 높은 산에 올랐다. 시원한 바람과 다양한 꽃을 보며 한나절 잘 놀고 내려오는 길에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만난 꽃밭이다.
태양처럼 뜨거운 감정을 대변하는 영혼의 꽃, 해바라기를 심고 가꾸어 사람을 불러 모으는 곳이 더러 있지만 일부러 찾아가진 않았다.
대상을 향한 간절함이 지극할지라도 때론 멀리두고 봐야하는 것도 있기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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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까치수염
긴 수염을 연신 쓰다듬던 외할아버지를 생각나게 한다. 긴 곰방대와 멋드러진 수염은 그야말로 외할아버지를 대표하는 이미지였다. 늘어진 그 외할아버지의 수염을 닮았다. 숲에서 만나면 눈맞춤하는 사이 손을 내밀어 쓰윽 쓰다듬어 본다.
산이나 들의 볕이 잘 드는 풀밭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 전체에 털이 거의 없으며 밑동은 붉은 보라색을 띤다.
꽃은 6∼8월에 흰색으로 피고 줄기 끝에 모여 꽃차례를 이루며 빽빽이 달린다. 꽃차례는 한쪽으로 굽으며 밑에서부터 꽃이 핀다.
비슷한 종인 까치수염은 잎이 좁고 둥글며 꽃차례에 다세포로 된 털이 있어 구분한다고 하나 여전히 어렵다.
'큰까치수염'과 '큰까치수영'이 혼재되어 사용된다. 심지어 백과사전에도 큰까치수영으로 기재되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국가에서 운영하는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의 식물도감에는 '큰까치수염'으로 등록되어 있다.
긴 꼬리 닮은 꽃차례가 아래로부터 차근차근 핀다. 이를 보고 '달성'이라는 꽃말이 붙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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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단
덕유산 향적봉을 지나 중봉으로 가는 능선에서 처음 만났다. 어디선 본듯 한데 도무지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늘 그렇듯 사진을 찍어와 검색하는 과정에서 이름을 찾았고 그날이 첫 눈맞춤이었다.
날마다 여기저기서 올라오는 수많은 식물들의 사진을 보는 과정에서 이미 눈에 익었던 것을 보았다고 착각한 것이었다. 비교적 흔한 경험이라 그러려니 한다.
특이한 모습이다. 꽃은 층층으로 달리며 입술 모양으로 피는데 솜털이 많은 것이 털모자를 연상케 한다. 들여다보고 있으면 참 이쁘다.
속단續斷이란 이름은 끊어진 것을 잇는다는 뜻으로 약용식물로 사용된 것으로부터 유래되었다. 어린 잎은 나물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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