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수요일

돌아다보면 문득

어두워져야 별을 볼 수 있다.
절망이 어둡다면 희망은 밝은 것?
그리하여 우리는 밤조차 환하게 켜 놓았다.
이제 별은 더 이상 하늘에 있지 않은 것이냐?
어두운 것들을 찾아
오롯이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이 여기 있었구나
그렇구나
빛 안에 어둠이 있었구나
돌아다보니 문득,
내가 걸어온 길이 그랬었구나

*정희성 시인의 시 "돌아다보면 문득"이다. 희노애락은 거울을 보는 것과 다르지 않으리. 굳이 돌아다보지 않아도 지금 이순간 공존 하는 것.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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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땡볕이라 미안해서일까? 제법 많은 비가 내린다. 태풍의 영향이라지만 쉬지도 않고 차분하게 내리는 비는 한여름 더위까지 가라앉힌다. 코끝을 자극하는 비내음은 은근히 번지는 차향에 스며들어 무게를 더하고 있다.

모감주나무의 열매주머니다. 노랗게 물들이던 때가 엇그제 같은데 벌써 부풀어 올랐다. 결실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일이라지만 나는 황금빛으로 빛나던 꽃보다 이 열매를 더 기다렸다. 땡볕에 온실 효과일지도 모를 공간에서 여물어 갈 내일을 향한 꿈에 기대를 거는 까닭이다.

7월의 마지막날, 섬진강은 물씬 젖었다. 어제 보고 온 지네발란의 말라비틀어진 모습에 이 비로 다행이다 싶다. 지네발란의 목마름은 이 비로 해결이 된다지만 내일을 알 수 없게 하는 세상의 갈증은 무엇으로 해결 한단 말인가.

염덕炎德이라며 세상을 보듬었던 조상들의 마음자리는 책 속에서만 머물고, 비 너머로 닥칠 갈증은 코앞으로 달려든다.

비는 섬진강 위로 흔들리지도 않고 촘촘하게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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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으로'
저절로 피고 지는 것이 있을까? 보이지 않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견디면서 이겨나가야 비로소 때를 만나 꽃을 피울 수 있다.

여름 대밭의 주인공으로 피어날 때를 기다린다. 적당한 그늘과 습기, 온도가 만들어 주는 최적의 환경이 만들어질 때를 기다려 비로소 문을 연다. 이미 시작되었으니 오래걸리지 않을 것이다. 화려한 치마를 펼치고 자신만의 리듬으로 춤을 출 때가 곧 오리라는 것을 안다.

뒷담을 넘어온 저녁 공기가 계절이 변하고 있음을 은근하게 알려온다. 풀벌레 소리 또한 박자를 맞추어 그게 맞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기다림이란 지극한 그리움을 가슴 속에 가득 쌓아두는 일이다. 하여, 이 또한 수고로움을 견뎌내야 한다. 기다림은 언제나 먼 훗날의 이야기며 늘 내 몫이라지만 지나고 보면 또 지극히 짧은 시간 아니던가. 아프고 시리며 두렵고 외로운 이 수고로움이 가슴에 가득차면 그대와 나 꽃으로 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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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나리
슬글슬금 땅나리 이야기가 들려오면 제주의 검은돌 해변이 떠오른다. 첫눈맞춤을 제주도에서 했고 이맘때면 제주도 가자는 이야기가 나올 것을 기대하는 마음도 있어서다.
 
벗들과 함께한다는 것은 오롯이 혼자 볼 때와는 분명 다른 맛이다. 조금씩 다른 시선과 감정으로 한 대상을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이 있어 훨씬 더 가깝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딘지 모른 바닷가 까만 돌 위에 노란빛이 섞인 붉은색의 꽃이 우뚝섰다. 땅과 바다의 경계에 서서 모두를 아우르는 듯하다. 작은 키가 당당함을 전하는 비법인양 오히려 의젓하게 보인다.
 
노란빛이 섞인 붉은색 또는 짙은 붉은색의 꽃이 줄기 끝에 모여 핀다. 다른 나리꽃들에 비해 꽃 크기도 키도 작다. 특유의 색으로도 주목되지만 고개숙여 핀 모습에서 이름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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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조희풀'
동일한 숲을 반복해서 가다보면 매번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 익숙한 풍경에서 새로운 것이 쉽게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리라. 숲은 단 한번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같은 곳을 시차를 두고 주기적으로 찾아가는 이유다.

굽은 길을 돌아 조금만 더가면 무엇이 있는지 안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물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바꾼 곳 입구에 문지기 처럼 서 있다. 매해 지리산 노고단 오르는 길 무넹기에서 만난다.

조희풀, 나무인데 풀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낙엽지는 작은키나무로 한여름에 보라색 꽃이 핀다. 병조희풀은 꽃받침 잎의 밑이 통 모양이고 윗 가장자리가 안으로 말리며 끝이 뒤로 젖혀진다는 특징이 있어 얻은 이름이다.

보라색의 신비스러움에 수줍은듯 속내를 살며시 드러내는 모습에서 연유한 것일까. '사랑의 이야기'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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