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땡볕이라 미안해서일까? 제법 많은 비가 내린다. 태풍의 영향이라지만 쉬지도 않고 차분하게 내리는 비는 한여름 더위까지 가라앉힌다. 코끝을 자극하는 비내음은 은근히 번지는 차향에 스며들어 무게를 더하고 있다.

모감주나무의 열매주머니다. 노랗게 물들이던 때가 엇그제 같은데 벌써 부풀어 올랐다. 결실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일이라지만 나는 황금빛으로 빛나던 꽃보다 이 열매를 더 기다렸다. 땡볕에 온실 효과일지도 모를 공간에서 여물어 갈 내일을 향한 꿈에 기대를 거는 까닭이다.

7월의 마지막날, 섬진강은 물씬 젖었다. 어제 보고 온 지네발란의 말라비틀어진 모습에 이 비로 다행이다 싶다. 지네발란의 목마름은 이 비로 해결이 된다지만 내일을 알 수 없게 하는 세상의 갈증은 무엇으로 해결 한단 말인가.

염덕炎德이라며 세상을 보듬었던 조상들의 마음자리는 책 속에서만 머물고, 비 너머로 닥칠 갈증은 코앞으로 달려든다.

비는 섬진강 위로 흔들리지도 않고 촘촘하게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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