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으로'
저절로 피고 지는 것이 있을까? 보이지 않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견디면서 이겨나가야 비로소 때를 만나 꽃을 피울 수 있다.

여름 대밭의 주인공으로 피어날 때를 기다린다. 적당한 그늘과 습기, 온도가 만들어 주는 최적의 환경이 만들어질 때를 기다려 비로소 문을 연다. 이미 시작되었으니 오래걸리지 않을 것이다. 화려한 치마를 펼치고 자신만의 리듬으로 춤을 출 때가 곧 오리라는 것을 안다.

뒷담을 넘어온 저녁 공기가 계절이 변하고 있음을 은근하게 알려온다. 풀벌레 소리 또한 박자를 맞추어 그게 맞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기다림이란 지극한 그리움을 가슴 속에 가득 쌓아두는 일이다. 하여, 이 또한 수고로움을 견뎌내야 한다. 기다림은 언제나 먼 훗날의 이야기며 늘 내 몫이라지만 지나고 보면 또 지극히 짧은 시간 아니던가. 아프고 시리며 두렵고 외로운 이 수고로움이 가슴에 가득차면 그대와 나 꽃으로 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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