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선나무

조그마한 뜰이 주인의 욕심으로 넘친다. 아직도 함께 하고픈 풀과 나무가 천지인데 더 이상 들어올 틈이 없어 보인다. 방법은 나누는 것일까? 보내야 들어올 틈이 생기리라.

모든 인연이란 것이 의도하고는 상관없이도 오나보다. 납매와 삼지닥나무가 들어오면서 함께온 나무가 둘 더 있는데 어린 묘목이라 무엇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한해를 잘 견더주더니 그 중 하나에 꽃이 피었다. 비로소 나무의 이름을 불러줄 수 있게 되었다.

미선나무, 서울 나들이때 찾아간 경복궁에서 보았던 나무를 내 뜰에 들이고 싶었으나 방법을 찾지 못하고 말았던 것이 이렇게 찾아와 주었다. 신비할 따름이다.

미선나무의 미선尾扇은 대나무를 얇게 펴서 모양을 만들고 그 위에 물들인 한지를 붙인 것으로 궁중의 가례나 의식에 사용되었던 부채를 말한다. 미선나무를 발견하여 이름을 붙일 때, 열매 모양이 이 부채를 닮았다고 하여 미선나무라 했다고 한다.

미선나무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고 오직 우리 강산에만 자라는 나무라 하니 더 마음이 가는 나무다. 하얀색의 미선, 분홍빛을 띤 분홍미선, 맑고 연한 노란빛의 상아미선, 빛의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달리 나타나는 푸른미선 등이 있다.

앙증맞은 모습과 은은한 향기에 색감까지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도록 매력적인 나무다. 올해는 제법 풍성하게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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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벚꽃나무

잎새도 없이 꽃피운 것이 죄라고

봄비는 그리도 차게 내렸는데

​바람에 흔들리고

허튼 기침소리로 자지러지더니

하얗게 꽃잎 다 떨구고 서서

​흥건히 젖은 몸 아프다 할 새 없이

연둣빛 여린 잎새 무성히도 꺼내드네

*목필균 시인의 시 "벚꽃나무"다. 봄을 건너는 나무의 모습을 그대로 담았다. 이른 시기에 꽃을 피우는 나무는 보통 잎 보다 꽃이 먼저다. 흥건히 봄비 내리는 오늘 딱 그 풍경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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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風 춘풍

春風空蕩漾 춘풍공탕양

明月已黃昏 명월이황혼

亦知君不來 역지군불래

猶自惜掩門 유자석엄문

봄바람은 괜스레 살랑살랑 불어오고

달이 밝으니 이미 황혼이구나

오지 않을 그대인 줄 잘도 알면서

그래도 문을 차마 닫지 못하네

*조선사람 복아(福娥)의 시다. 황윤석의 '이재란고'에 복아의 어머니가 부안의 명기 매창(梅窓)의 후손이라는 사연과 함께 실려 있다고 한다.

살랑거리는 것은 바람만이 아니다. 봄볕의 아지랑이도, 흐드러진 벚꽂도 그것을 보는 사람의 마음도 살랑거려야 봄이다. 싱숭생숭한 마음 피할 이유가 없다.

마음이 밑도 끝도 없이 살랑거리는 것은 그리운 사람이 더 보고 싶어진 까닭이다. 기다리는 줄을 알면서도 오지 않은 이나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는 이나 서로 못할 짓이다. 무심하게 달은 뜨니 심사는 더 복잡하다. 차마 닫지 못하는 대문은 또 무슨 죄인가.

봄바람에 한껏 젖혔던 꽃잎을 닫았다. 허망한 마음 단속이라도 할 요량이지만 날 밝으며 대문을 열어두듯 꽃잎도 활짝 열어 젖힐 것이다. 봄 석달 열흘 내내 쉬지 않고 반복하는 일이다.

모든 게 봄바람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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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4월 3일 그로부터 75년이 지났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아니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

"혓바닥을 깨물 통곡 없이는 갈 수 없는 땅

발가락을 자를 분노 없이는 오를 수 없는 산

제주도에서

지리산에서

그리고 한반도의 산하 구석구석에서

민족해방과 조국통일을 위하여

장렬히 산화해 가신 모든 혁명전사들에게

이 시를 바친다!"

*다시, 이산하의 장편 서사시 ‘한라산’ 서문을 읽으며 바다 건너 제주의 그날을 새긴다. 통째로 떨구어 지고난 후가 더 아름다운 동백이다. 늘 새롭고 나날이 새로워져야 할 4ㆍ3의 의미를 상징하는 꽃으로 삼았으니 기꺼이 꺼내들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떨어진 동백은 땅 위에서 더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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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괴불나무
몇해를 두고 볼 수 있기를 바라던 나무다. 남쪽에 사는 내가 북쪽에 있는 나무를 만나기에 시간과 공간의 차이가 제법 커 보였다. 하지만 마음에 품은 것은 그때가 언제가 되었던 오게 마련인 모양이다.

아직 냉기가 가시지 않은 숲에 잎이 나오기도 전에 가지 끝에 간신히 매달려 절정을 드러낸다. 아무 데서나 흔히 만날 수 있는 나무는 아니지만 독특한 꽃으로 만나고 나면 반드시 기억되는 나무다.

꽃 만큼 붉은 열매도 한몫한다. 푸르름이 한창인 여름에 싱싱한 잎사귀 사이의 곳곳에서 콩알만 한 크기의 열매가 쌍으로 마주보며 열린다.

이른 봄에 노란빛이 도는 흰색의 꽃이 피는 남쪽의 길마가지나무와 더불어 꽃 색깔의 대비로 주목받는 나무이기도 하다. 먼 길 나들이에서 몇해 만에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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